기대를 모았던 2차 북·미 정상회담에서 비핵화와 상응조치를 담은 합의서 도출이 불발됐다. 스티브 비건 대북정책특별대표가 1월31일 스탠퍼드대학 연설을 통해 ‘동시적, 병행적 접근법’을 내놓은 뒤, 2월6~8일 평양을 방문해 김혁철 전 스페인 대사와 실무협상을 가졌다. 베트남에서의 실무협상에서는 초안이 만들어져 어느 때보다 합의에 대한 기대가 높았다. 막바지에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2차 북·미 정상회담이 열리기 엿새 전인 2월21일 미 고위당국자는 전화 회견에서 스탠퍼드대학에서 밝힌 비건의 연설 내용에 대해 단계적 프로세스를 수용한 것이 아니라면서 “매우 빠르고 크게 한 방으로 나아가야” 하며, 이를 위해 “북한은 핵탄두와 미사일 보유량을 완전히 밝혀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것은 비건 특별대표의 스탠퍼드대학 연설보다 비핵화 수위가 한층 높아진 것이다.

 

이때쯤 볼턴 국가안보보좌관이 비건 특별대표의 상관인 폼페이오 국무장관에게 그의 접근방식에 불만을 표시했다는 미 언론의 보도가 나왔고, 볼턴의 전격적인 방한설이 나왔다. 그동안 볼턴과 같은 대북강경파들은 최대한 압력을 유지할 것을 주장하며 비건의 ‘단계별’ 절차에 대해 격렬하게 반대해 왔다. 결국 트럼프 대통령이 볼턴의 주장을 받아들여 이번 회담에 임한 것으로 보인다.

 

합의서 도출이 불발에 그친 뒤 발표된 트럼프 대통령과 리용호 외무상의 설명이 서로 엇갈리는 점이 있지만, 각자 입장을 부각해 말한 것일 뿐 사태 파악에는 무리가 없다. 북한은 영변 핵시설의 폐기를 대가로 2016~2017년 유엔안보리 제재의 일부 해제를 요구했고, 반면 미국은 일부 제재 해제의 조건으로 영변 핵시설 외에 타지역의 우라늄농축시설과 핵탄두·미사일 보유량 신고까지 요구한 것이다. 

 

북한은 영변 핵시설의 ‘모두’와 제재의 ‘일부’라고 얘기했지만, 미국은 ‘모두’의 범위가 불명확하고 ‘일부’가 사실상 전부를 가리킨다고 이해했다. 미국은 과거핵의 입구를 확보하지 못한 채 영변 핵시설의 포기만으로 제재를 완화해 준다면 이는 북한의 대량살상무기 개발을 지원할 수 있고 완전한 비핵화 전까지 핵보유국 지위를 인정해주는 결과를 초래한다고 본 것이다.

 

이처럼 북·미 간 인식에 차이가 나고 준비부족도 드러났지만 상당한 성과도 있었다. 첫째는 김정은 위원장이 관료들의 왜곡된 평가 없이 미국의 입장을 여과 없이 충분히 들을 수 있었다. 이 점은 트럼프 대통령도 마찬가지다. 둘째는 서로의 요구사항과 쟁점이 분명해지고 핵심의제가 좁혀졌다. 셋째는 북·미 모두 협상의 판을 깨고 싶어하지 않는다는 점이 밝혀졌다. 이번에 불확실성이 상당부분 해소되고 3차 정상회담에서 더 높은 합의가 이뤄질 기반은 마련된 것이다.

 

지금 중요한 것은 당장 비핵화 협상의 동력을 살려나가는 것이다. 이 점에서 미국이 사태악화를 막고 상황관리에 신경 쓰고 있는 모습이 눈에 띈다. 트럼프 대통령은 줄곧 김정은 위원장에게 친근감을 표시하며 다시 만나자고 했다. 리용호 외무상과 최선희 부상도 자기주장을 하면서도 대미 비난은 자제하였다. 무엇보다 북한의 핵·미사일 시험중지와 한·미 군사연습 중지의 ‘쌍중단’을 약속한 것은 북·미 모두 비핵화 협상의 동력을 유지하겠다는 의지로 해석된다.

 

이 시점에서 우리 정부에 주어진 과제는 중재 역할이다. 2차 북·미 정상회담이 끝나고 귀국길에 트럼프 대통령은 문재인 대통령에게 전화를 걸어와 ‘적극적인 중재 역할’을 요청했다. 이것은 작년 8월 말 북·미 고위급회담의 개최가 불발된 뒤 한국이 대북특사를 보내 남북정상회담을 성사시키자 트럼프 대통령이 문 대통령에게 ‘수석협상가가 되어달라’고 요청했던 것과 비슷한 맥락이다.

 

그렇다면 우리 정부는 어떻게 중재에 나서야 할 것인가? 먼저 트럼프 대통령이 김 위원장에게 전달했다는 ‘빅딜’ 문서를 분석해 중재안을 만드는 데서 시작해야 한다. 다음으로 한·미 워킹그룹을 통해 우리 측 중재안을 갖고 미국과 협의해 조정해야 한다. 이어서 문 대통령이 조정안을 갖고 직접 김 위원장을 만나 결심을 이끌어내야 한다. 김 위원장의 서울방문이 어렵다면 판문점에서 여는 원포인트 회담도 무방할 것이다.

 

북·미 냉각기가 길어지면 비핵화 협상의 동력이 약화될 수 있다. 북핵 문제가 트럼프의 정책우선순위에서 멀어지지 않도록 세심한 대응이 필요하다. 이 과정에서 중요한 것은 김 위원장을 비롯해 북한을 안심시키는 일이다. 그동안 북한은 과거핵을 철저히 신고하게 되면 자신의 핵무력이 모두 노출된다며 강력히 반발해 왔다. 하지만 지금과 같은 미국의 태도나 남북관계가 유지되고 있는 한 미국이 북한의 약점을 잡고 선제군사행동을 할 가능성은 전무하다. 이제 문 대통령이 적극적으로 나서 김 위원장이 안심하고 ‘통 큰 결단’을 내릴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조성렬 전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수석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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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은 4일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전체회의에서 2차 북·미 정상회담 합의 무산과 관련해 “우리는 북·미 회담이 종국적으로 타결될 것으로 믿지만 오랜 대화교착을 바라지 않는다”며 “양 정상이 빠른 시일 내 만나 타결을 이뤄내길 바란다. 그 과정에서 우리 역할도 다시 중요해졌다”고 밝혔다. 북·미가 협상동력 유지를 위해 조속히 대화에 나설 것을 촉구하는 동시에 한국 정부가 중재 역할에 적극 나서겠다는 뜻을 비친 것이다. 하노이 정상회담 합의 무산의 충격에도 불구하고, 한반도 평화프로세스가 중단돼서는 안되며 중재자이자 당사자인 한국 정부로서 해야 할 역할을 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한 점을 평가한다. 이는 비핵화와 한반도 평화가 암초를 만난 상황에서 한국 정부가 취해야 할 유일하고도 최선의 선택이기도 하다. 문 대통령은 “양측의 입장 차를 정확히 확인하고 좁힐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달라”면서 “북·미 실무대화의 조속한 재개를 위해서도 노력해주길 바란다”고 주문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4일 오후 청와대에서 열린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전체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하지만 상황은 녹록지 않다. 양측의 입장 차가 그동안 알려진 것보다 더 벌어졌을 것으로 추정케 하는 징후들이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존 볼턴 미국 국가안보회의 보좌관은 3일(현지시간) 방송들과의 인터뷰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하노이 회담에서 핵과 미사일 외에 생화학무기까지 포함하는 ‘광범위한 비핵화’를 요구했다고 밝혔다. 미국이 대량살상무기(WMD) 전체를 비핵화 대상에 포함시키며 북한을 사실상 압박했다는 뜻이다. 볼턴의 말대로라면 실무협상 과정에서 북한이 주장해온 ‘단계적 비핵화’에 동의하는 것처럼 보이던 미국이 정작 정상회담 테이블에서는 ‘전부(全部) 아니면 전무(全無)’식 태도로 돌변한 셈이다. 단계적 비핵화 해법은 70년간 적대하며 신뢰가 부족한 북·미 사이를 감안한 현실적인 방식으로, 한국 정부도 동의해왔다. 미국이 태도를 바꾼 배경에 의구심이 커질 수밖에 없다. 

 

문 대통령의 언급대로 현 국면에서는 가급적 이른 시일 내 남북, 한·미 간 접촉을 통해 ‘하노이의 진상’을 파악하는 것이 급선무다. 대북특사를 조기에 보내는 방안부터 검토할 필요가 있다. 충격이 큰 북한이 당분간 ‘장고’에 들어갈 가능성도 있지만, 그럴수록 대화의 모멘텀이 사라질 수 있음을 설득해야 한다. 문 대통령이 “제재의 틀 내에서 남북관계 발전을 통해 북·미 대화에 도움을 줄 수 있는 방안을 찾아주길 바란다”며 남북협력 사업의 속도감 있는 추진을 당부한 점도 바람직하다. 북한도 남북관계가 정세에 구애받지 않고 정상 가동되는 것이 북·미 협상을 위해서도 도움이 된다는 점을 명심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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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간의 역사적인 2차 북·미 정상회담의 공식 일정이 27일부터 시작됐다. 두 정상은 이날 저녁 베트남 하노이 메트로폴호텔에서 단독으로 환담한 데 이어 측근 2명씩을 대동한 채 친교만찬을 했다. 두 정상은 “북한을 도울 준비가 돼 있다(트럼프)” “단독회담에서 아주 흥미로운 이야기를 많이 했다(김정은)” 등 친밀감을 보이며 성공적인 회담을 다짐했다. 친교 행사를 넘는, 사실상의 1차 담판을 한 셈이다.

 

이번 2차 핵담판은 기본적인 여건과 회담형식이 1차 회담 때와 다르다. 우선 두 정상은 1차 회담 이후 친서 교환 등을 통해 꾸준히 신뢰를 쌓아왔다. 1차 때는 단독·확대 정상회담에 이어 업무오찬을 하면서 합의문을 조율했고, 오찬 후 함께 산책하면서 친교를 다진 뒤 기자회견을 통해 합의문을 발표했다. 형식은 갖추었지만 하루에 모든 행사를 치러 밀도 높은 협의를 했다고 보기는 어려웠다. 그러나 이번 회담은 1박2일 동안 열리는 만큼, 이날 두 차례의 회동을 포함해 정상끼리 정식 회동만 최소 5차례 한다. 첫날 협상 결과를 반영해 민감한 의제까지 면밀히 협상할 여유가 있다. 교착 국면이 있었지만 지난 8개월간 지속적으로 협상해왔다는 점도 다르다. 여기에 양측은 막판까지 김영철 노동당 부위원장과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의 고위급회담 및 김혁철 국무위원회 대미특별대표와 스티븐 비건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 간 실무접촉으로 의제를 다듬어왔다.

 

도널드 트럼프(오른쪽)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8일(현지시간) 베트남 하노이 소피텔 레전드 메트로폴 호텔에서 1대1 단독 정상회담을 하던 중 미소를 짓고 있다. 하노이|AFP연합뉴스

 

지난 21일부터 진행된 실무협의에서 북·미 연락사무소 설치와 평화선언은 합의 단계에 이른 것으로 알려졌다. 비핵화의 개념과 영변 핵시설 처리에 대해서도 의견 접근을 본 상태다. 남은 것은 영변 핵시설에 대한 검증과 영변 이외의 핵시설 및 핵무기에 대한 처리, 그리고 그에 상응하는 미국의 조치이다. 비핵화 로드맵의 마지막 단계와 그에 상응하는 조치를 어떻게 할 것이냐만 정상들의 몫으로 남겨진 셈이다.

 

최소한 영변 핵시설 폐기와 부분적인 대북 제재 완화를 맞교환하는 게 합리적이다. 대북 제재의 기본적인 틀을 유지하되 남북 간 경협을 허용하는 방식으로 대북 제재에 숨통을 틔워주는 것이 무난하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9일 북한의 비핵화 견인을 위한 상응 조치로 남북의 철도·도로 연결과 남북경협을 제안한 것이 현실적 대안이 될 수 있다. 김 위원장이 신년사에서 개성공단 가동과 금강산관광의 재개를 언급한 것도 이를 시사한 것으로 볼 수 있다. 특히 남북 철도·도로 연결은 대북제재위원회에서 허가만 하면 된다. 금강산관광이나 개성공단 재가동도 별도의 결의안으로 허용할 수 있다.

 

퇴로 없이 비핵화의 길을 나선 김 위원장이나 재선을 노리는 트럼프 대통령 모두 28일 최종 담판에서 가시적인 성과를 도출해내야 한다. 두 정상은 빅딜을 통해 완전한 비핵화를 위한 로드맵에 합의하기 바란다. 한반도 평화와 함께 북·미가 윈윈할 수 있는 이번 기회를 놓쳐서는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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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6일 오전 전용열차 편으로 베트남 랑선성 동당역에 도착했다. 인민복 차림의 김정은 위원장은 장시간 열차여행의 여독에도 불구하고 미소 띤 표정으로 영접행사를 마친 뒤 하노이로 향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이날 밤 전용기 편으로 하노이에 도착했다. 27~28일 북·미 정상 간의 역사적인 협상이 열리는 베트남 수도 하노이에 전 세계의 시선이 쏠리면서 현지 분위기도 한껏 달아올랐다. 두 정상이 이번 회담에서 비핵화와 한반도 평화·번영을 위한 주춧돌을 놓기를 희망한다.

 

지난해 6월12일 싱가포르에서 열린 1차 북·미 정상회담 당시 70년 만에 대좌한 두 나라 정상은 적대관계 청산을 위한 시동을 걸었지만, 가야 할 목표를 공유하는데 머물렀다. 이후 8개월간도 순탄치는 않아 후속 협상에서 실질적인 이행방안을 이뤄내지 못했다. 미국에서는 북한의 비핵화에 대한 회의론이 커졌고, 북한도 상응조치 없이 핵 신고를 압박하는 미국에 대한 의구심을 키워갔다. 이런 교착을 풀기 위해 두 정상이 다시 톱다운 방식으로 비핵화와 한반도 평화를 진전시키기 위한 구체적인 합의를 시도하게 된 것이다. 그런 만큼 이번 회담은 싱가포르 정상회담 못지않게 역사적인 의미를 갖는다. 한반도 비핵화에 탄력이 붙고 평화가 정착할지, 지루한 교착과 긴장이 반복될지가 이번 회담으로 결정될 것이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차 북·미 정상회담을 하루 앞둔 26일 오전 베트남 동당역에 도착해 베트남 정부 대표단과 취재진에게 인사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양측의 태도는 긍정적이다. 북한 매체들이 김정은 위원장이 베트남에 도착하기도 전인 지난 24일 출발 소식을 보도한 것은 이례적이다. 신변안전을 우려해 최고지도자의 이동 중에는 보도하지 않던 관행을 깬 것은 이번 회담을 기필코 성공시켜 북한의 밝은 미래를 열어가겠다는 김 위원장의 의지가 반영됐을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도 25일(현지시간) 출국에 앞서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완전한 비핵화로 북한은 급속히 경제 강국이 될 것”이라며 기대감을 표시했다.

 

이달 초순 평양에 이어 지난 21일부터 하노이에서 진행 중인 사전 협상에서 양측은 북한의 비핵화 조치로 영변 핵시설 폐기와 모든 핵·미사일 프로그램 동결, 비핵화 로드맵, 미국의 상응조치로 종전선언, 평화체제 구축논의 개시, 연락사무소 개설, 경제제재 완화 등을 테이블에 올려놓고 치열한 줄다리기를 벌여왔다. 이 중에서 몇 가지가 정상회담 테이블에 올라가 ‘하노이 합의’에 담길지는 현재로선 예측불허다. 다만 미국이 협상 교착의 원인이던 핵신고 요구를 유보하는 대신 북한이 주장해온 단계적·동시적 접근법으로 선회한 점에서 본다면 ‘등가교환’에 가까운 거래가 이뤄질 것이라는 기대감도 갖게 한다.

 

관건은 역시 대북 제재 완화 여부다. 미국이 실무협상에서 비핵화 상응조치로 종전선언과 연락사무소 개설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제재 문제가 풀리지 않는다면 북한은 소극적일 수밖에 없을 것이다. 미국이 제재 완화에 대해 전향적 조치를 취하면서 북한이 통 큰 비핵화 조치를 내놓는 것이 가장 바람직한 협상결과가 될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9일 트럼프 대통령과 통화하면서 제안한 철도·도로 연결과 남북경협을 지렛대로 활용할 것을 기대한다. 문 대통령은 25일 ‘경제와 번영으로 나아가는 신한반도체제’를 언급했다. 대북 제재 완화나 해제 이후 대북 경제사업에서 주도권을 쥐고 남북 공동번영을 이루겠다는 의지를 피력한 것이다. 하노이 정상회담이 신한반도체제로 향하는 출발점이 된다면 더할 나위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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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23일 전용열차로 2차 북·미 정상회담이 열리는 베트남 하노이를 향해 출발했다고 북한 조선중앙통신이 24일 발표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25일쯤 베트남을 향해 출발할 것으로 관측된다. 공식일정은 27~28일이지만 사실상 북·미 정상회담의 막이 올랐다고 할 정도로 하노이 현지는 분위기가 달아오르고 있다. 

 

이번 회담과 관련해 앤드루 김 전 미국 중앙정보국(CIA) 코리아미션센터장은 지난 22일(현지시간) 스탠퍼드대에서 열린 공개 강연에서 김정은 위원장이 자신의 자녀가 핵 위협 속에서 살기를 원하지 않는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지난해 4월 방북한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이 김 위원장에게 ‘비핵화할 의향이 있는가’를 묻자 “나는 아버지이자 남편이다. 그리고 내게는 아이들이 있다. 나는 내 아이들이 핵을 이고 평생 살아가길 원하지 않는다”고 답했다는 것이다. 김 위원장의 비핵화 의지를 가늠할 수 있는 인상적인 발언이다. 북·미 협상의 초기 국면부터 흉금을 터놓은 진솔한 대화로 양국 간 불신을 조기에 해소하고 신뢰관계를 구축하려는 충심(衷心)이 엿보인다. 

 

22일 베트남 하노이의 한 티셔츠 업체가 북·미 두 정상의 얼굴 디자인을 티셔츠에 찍어내는 작업을 하고 있다. 하노이 _ AFP 연합뉴스

 

앤드루 김이 이번 정상회담에서 미국이 제공할 수 있는 상응조치를 경제·정치·안보 등 3개 분야에서 다양하게 거론한 것도 눈길을 끈다. 이 중에는 북한 은행의 국제거래 완화, 북한 수출입 제재 완화, 북한 경제구역 내 조인트벤처 제재 면제, 여행금지국 해제, 테러지원국 지정 철회 등이 포함돼 있다. ‘북·미 군사협력’ 등 그동안 공개되지 않은 내용도 눈에 띈다. 물론 대북 제재 해제에 대해서는 “최종적이고 완전하게 검증된 비핵화(FFVD)가 가시권에 노출됐을 때” 가능하다는 단서를 달았지만 발언의 무게중심은 상응조치에 놓여 있는 듯 보인다. 

 

앤드루 김은 지난해 북·미대화 재개와 지속 과정에 깊숙이 간여했다. 그런 그가 퇴직한 지 얼마 안돼 공개 강연에 나선 것은 미국 정부의 의중이 작용했을 것이다. 북·미 정상회담이 카운트다운에 들어간 시점에서 미국 내 뿌리 깊은 회의론을 불식시키고, 미국이 줄 수 있는 최대치를 제시하며 북한에 비핵화 조치를 독려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이틀 앞으로 다가온 2차 북·미 정상회담은 김 위원장의 자녀들을 포함한 북한의 미래세대를 위해서도 비핵화와 한반도 평화·번영의 큰 획을 긋는 만남이 돼야 한다. 260여일 만에 다시 만나는 두 정상이 흉금을 터놓는 생산적인 대화로 성과를 내기를 희망한다. 김 위원장은 구체적인 조치로 비핵화 의지를 입증하고, 트럼프 대통령도 과감한 제재 완화로 화답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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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인 투자가인 로저스홀딩스의 짐 로저스 회장이 다음달 북한을 방문한다. 정부 관계자는 경향신문의 단독 보도에 대해 “로저스 회장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초청을 받았고 미국 정부도 그의 방북을 승인했다”고 확인했다. 김 위원장이 하노이 2차 북·미 정상회담(2월27~28일) 직후 로저스를 북한으로 불러들인 것은 자신의 개방과 경제발전에 대한 의지와 함께 미국과의 관계개선에 대한 기대를 강조하기 위해서다. 로저스 회장의 방북이 대북 투자의 마중물로 이어질지 주목된다.

 

로저스 회장은 워런 버핏, 조지 소로스와 함께 세계 3대 투자가로 꼽히는 인물로, 전부터 북한 투자에 지대한 관심을 보여왔다. 지난달 KBS 프로그램에 출연해 북한을 1980년대 중국에 비교하며 “북한에 정말 투자하고 싶다”고 밝혔다. 2015년 CNN 인터뷰 때도 “전 재산을 북한에 투자하고 싶다”고 했을 만큼 수년째 대북 투자를 강조하고 있다. 실제 로저스는 지난해 12월 금강산에 골프리조트를 보유한 리조트 개발업체 아난티의 사외이사로 합류했다. 전 세계적으로 가장 유망한 투자처가 북한 관광산업이라고 본 것이다. 서방 자본의 대북 선도 투자가 임박했다고 볼 수 있다.

 

세계적인 투자가이자 로저스홀딩스의 회장인 짐 로저스 회장이 2018년 7월 2일 오전 서울 여의도 콘래드 호텔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북한이 베트남식 또는 중국식 개방을 추구하고 있다는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김 위원장이 2차 북·미 정상회담 장소로 베트남 하노이를 선택한 것은 그 현장을 보기 위함이다. 김 위원장이 로저스를 초청한 데는 대북 국제 제재를 풀어달라는 뜻도 담겨 있다. 그런 점에서 로저스의 방북은 대북 투자에 앞서 비핵화 협상의 보험이자 촉진제 성격을 갖는다. 

 

북·미 협상이 어떻게 될지 모르고, 대북 제재도 풀리지 않은 상황에서 북한에 대한 투자는 신중히 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중국의 성장 가능성을 가장 먼저 포착해 큰 수익을 거둔 로저스의 통찰을 무시해서는 안된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도 북한의 경제발전을 낙관하며 북한에 대한 민간 투자를 강조했다. 주목할 대목은 로저스가 남북한 경제발전을 하나로 본다는 점이다. 남한의 자본과 경영기술, 북한의 풍부한 천연자원과 값싸고 숙련된 노동력을 결합하면 엄청난 발전을 이룬다는 것이 북한 발전론의 핵심이다. 세계 최대 시장인 중국과 이웃하고 있다는 점도 강조한다. 국내 기업도 차근차근 북한에 대한 투자를 준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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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차 북·미 정상회담이 이달 27~28일 베트남 하노이에서 개최된다. 작년 6월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 이후 8개월 만이다. 이번 회담의 관전 포인트는 북한 비핵화의 세부 이행계획이 합의문에 포함되느냐 여부이다. 물론 이에 상응하는 미국의 조치가 무엇이냐에 따라 북한 비핵화의 범위, 방법(순서), 일정 등이 구체적으로 정해지게 된다. 비핵화 과정은 100m 달리기가 아닌 마라톤이다. 북한 핵무기 개발도 그랬다.

 

김일성이 계획한 핵무기 개발의 뿌리는 6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1959년 평안북도 영변의 구룡강 근처 ‘가구공장’ 위장 간판을 달고 출발한 핵센터가 불편한 진실의 씨앗이었다. 이후 북한은 영변핵센터를 핵 단지(일명 ‘분강지구’)로 확장하면서 여기에다 핵무기 관련 시설들을 짓기 시작, 현재 건물만 390개에 달한다. 미국이 북한의 핵 활동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 시점은 5㎽ 흑연감속로를 착공 7년 만에 가동한 1986년부터였으며 이후 영변 핵시설들은 미국 정찰위성의 표적이 됐다.

 

문재인 대통령이 11일 오후 청와대에서 열린 수석·보좌관 회의를 주재하며 베트남 하노이에서 개최되는 2차 북·미 정상회담의 의미를 밝히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13년 전 1차 핵실험을 거쳐 지금까지 여섯 차례의 핵실험을 마친 북한에 위장 간판은 더 이상 쓸모가 없다. 북한은 되레 2012년 4월 헌법 전문에다 핵보유국임을 명기했다. 이후 북한 비핵화는 가까이 가면 갈수록 멀어지는 ‘무지개’가 됐다. 한반도비핵화공동선언, 제네바합의, 6자회담, 9·19공동성명, 2·13합의, 남북정상회담 등은 무지개를 좇고서 남은, 말하자면 미완성 북한 비핵화의 훈장들이다.

 

비핵화를 두고 벌이는 유관국들 간 협력과 긴장 관계는 초식 동물들처럼 여러 개의 위(胃)를 거쳐야 완전히 소화가 되는 단계적이고도 복잡한 구조다. 그러다보니 안타깝게도 북한 비핵화는 두번째 위도 통과하지 못하고 수십년째 첫번째 위에서만 되새김질을 하고 있다. 비관론자들은 벌써부터 2차 북·미 정상회담이 끝나고서도 두번째 위로 넘어가지 못할 것이라고 암울하게 전망한다. 태산명동서일필(泰山鳴動鼠一匹)이라는 것이다.

 

누구는 이 불편한 진실과 이제는 작별을 고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애당초 북한 비핵화는 실현 불가능한 환상이었다는 것이다. 또 다른 이는 완전한 비핵화가 대리석 바닥에 내던져진 유리컵이 됐다고 비웃는다. 핵무장 주장도 다시 스멀스멀 나오고 있다. 여차하면 ‘핵의병(核義兵)’들 주도로 팟캐스트 ‘우리도 핵 가질레오’가 등장할 수도 있겠다 싶다. 이 모두 비핵화 협상 실패라는 참사 뒤에 닥쳐올 ‘퍼펙트 스톰’이 한반도를 강타할 수도 있음을 자각하라는 경고이자 반동처럼 보인다. 동시에 전쟁터 참호에서처럼 숨죽인 채 우리의 시선은 북·미 정상회담 실무협상을 향해 있었다.

 

2박3일 동안 ‘평양대첩’을 치른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는 지난달 31일 미국 스탠퍼드대학교의 한 연구소가 주최한 연설에서 김정은이 플루토늄과 우라늄 농축시설의 폐기 및 파기를 이미 약속했다고 밝혔다.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이 폭스뉴스 방송에서 피력한 북한 비핵화의 낙관적 전망에 앞서 금년 1월 퇴역한 빈센트 브룩스 전 한미연합사령관 역시 미국 공영방송(PBS)과 가진 인터뷰에서 김정은이 핵무기를 포기할 준비가 되어 있는 것으로 인식했다. 편견이 분석을 오염시킬 수 있는 위험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어도 비건, 폼페이오 그리고 브룩스의 주장 모두 ‘보면 믿겠다’가 아니라 ‘믿으면 보인다’에 방점이 찍힌 것으로 해석됐다.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 결말이 최소 ‘영변 플러스 알파’로 귀결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문재인 정부가 이제부터 해야 할 일은 평양과 워싱턴을 연결하는 용접공 사고(思考) 너머의 국가책략을 어떻게 정교하게 짜느냐이다. 왜냐하면 나는 김정은이 1968년 1월 나포한 미국 정찰함 푸에블로호를 트럼프에게 정치적 선물로 되돌려 줄 가능성이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다음으로, ‘용접외교’에서도 ‘시아게’(‘마무리’를 뜻하는 일본어)가 중요하다면 비핵화 협상 중 불씨가 한·미동맹의 부비트랩인 주한미군 감축과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철회로 튀지 않도록 대비해야 한다. 관건은 현 상황에 대한 오인식을 서로 얼마나 최소화하느냐이다.

 

<이병철 | 평화협력원 부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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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다음달 말 2차 북·미 정상회담을 열기로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19일(현지시간) 김 위원장 특사 자격으로 미국을 방문한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과 전날 만난 것에 대해 “북한 측과 2시간 동안 매우 좋은 만남을 가졌다”며 “비핵화에 관한 한 많은 진전을 이뤘고 다른 많은 것들에 관해 이야기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상회담 개최지도 이미 결정했다며 곧 발표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2차 북·미 정상회담 성사를 환영한다.

 

이제 관건은 북한의 비핵화 실행조치와 그에 상응하는 조치를 미국이 어떻게 주고받느냐이다. 북한의 영변 핵시설에 대한 사찰과 폐기,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폐기 약속과 미국의 대북 제재 완화 등을 맞교환하는 문제가 남은 것이다. 양측은 김 부위원장의 방미를 통해 어느 정도 접점을 찾은 것 같다. 하지만 아직 결과를 예단하기는 이르다. 백악관은 김 부위원장의 방문 직후 “최종적이고 완전하게 검증된 비핵화(FFVD)를 볼 때까지 대북 압박과 제재를 계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북한 당국 역시 김 부위원장의 방미와 정상회담 성사 사실을 주민들에게 알리지 않고 있다. 북·미 간 이견이 남아있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18일(현지시간) 백악관 집무실에서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으로부터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친서를 전달받고 있다. 댄 스커비노 백악관 소셜미디어국장은 19일 자신의 트위터에 이 사진을 공개했다. 댄 스커비노 트위터

 

김 부위원장이 귀국길에 오른 날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와 최선희 북한 외무성 부상이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3박4일간 실무협상에 들어갔다. 2차 정상회담에서 주고받을 카드를 구체적으로 조율하는 지난한 밀고 당기기에 돌입한 것이다. 양측 모두 한발씩 양보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김정은 위원장이 그동안 여러 차례 ‘과감한 결단’을 언급한 것은 북·미 간 협상을 반드시 성사시키고 싶다는 국제사회를 향한 호소이다. 미국은 북한을 몰아붙이기만 할 게 아니라 핵을 포기시킬 실효적 방안을 찾아야 한다. 완전한 비핵화로 한꺼번에 가기는 어렵다. 일단 북한의 핵시설과 ICBM의 폐기를 둘러싼 초기 조치와 개성공단 재가동 등 부분적 제재 완화를 맞교환하는 것으로 그 여정을 출발시켜야 한다.

 

지난해 6월 싱가포르 1차 북·미 정상회담은 70년 묵은 적대관계를 청산한다는 상징성에 비중을 뒀다. 이번 2차 정상회담에서는 실질적인 비핵화 조치와 북·미관계 진전 방안이 도출돼야 한다. 한국 정부도 온 힘을 다해 양측을 중재해야 한다. 2차 북·미 정상회담이 성공적으로 마무리되고, 이것이 김 위원장의 방남으로 이어져 한반도의 항구적 평화 정착에 전환점이 만들어지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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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이 북·미 협상에 대해 “궁극적으로 미국 국민의 안전이 목표”라고 한 지난 11일 발언이 미묘한 파장을 낳고 있다. 국내 보수언론들은 트럼프 행정부의 대북정책 초점이 ‘완전한 비핵화’에서 미 본토를 위협하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폐기로 옮아가는 징조일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했다. 협상 성과에 급급해 미국에 대한 실질적 위협인 ICBM 생산 중단과 개성공단 등 남북경협 재개를 교환하는 ‘스몰딜’을 하는 데 그칠 것이라는 억측도 나온다. 게다가 주일미군이 홈페이지에 북한을 중국, 러시아와 함께 동북아에서 핵보유를 선언한 국가라고 언급한 영상을 공개하자 미국이 북한의 핵보유를 인정할 뜻을 비친 것 아니냐는 의문도 나온다. 이렇게 되면 ‘우리는 북핵을 머리에 이고 살면서 김정은 정권에 끌려다닐 수밖에 없다’고 보수세력은 걱정한다. 아무리 우려라지만 도가 지나치다. 

 

중동을 방문 중인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이 13일(현지시간) 카타르 도하에서 카타르 외무장관과 공동 기자회견을 하면서 취재진의 질문을 듣고 있다. 도하 _ AP연합뉴스

 

폼페이오 장관의 발언은 지극히 온당하다. 어떤 대외 협상도 궁극적으로는 자국민의 안전을 우선시하는 것이 모든 국가의 목표 아닌가. 폼페이오는 이 발언 뒤에 “최종적이고 완전한 비핵화에 도달해야 한다. 핵심명제는 전혀 변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다. 폼페이오의 ‘미국민 안전’ 발언을 제대로 이해하려면 앞뒤 맥락을 잘 살펴봐야 한다. 이는 미국 언론이 완전한 비핵화 이전에 대북 제재를 풀 가능성을 질문한 것에 대한 답변에서 나온 것이다. 최종적인 비핵화로 이르는 도중에 북한과의 ‘주고받기’가 필요한 것이 현실이며 이 과정의 어떠한 거래도 미국인 안전에는 영향이 없을 것임을 강조한 발언으로 보는 게 타당하다.

 

폼페이오의 발언은 한반도 비핵화가 신뢰구축과 병행해야 하는 과정임을 트럼프 행정부가 비로소 인식하기 시작했음을 보여준다. 이는 지난해 6월 북·미 정상회담에서 발표된 공동성명에 이미 담겨 있다. 공동성명에는 “상호신뢰를 구축하는 것이 한반도 비핵화를 증진할 수 있다”고 돼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신년 기자회견에서 제시한 ‘선 신뢰구축-후 핵신고’의 비핵화 로드맵에도 접근한 것이다.

 

“완전한 비핵화 때까지 제재 해제는 없다”던 트럼프 행정부의 비현실적 대북정책이 뒤늦게나마 현실감각을 찾은 것은 환영할 일이다. 불필요한 기우에 사로잡힐 것 없이 곧 시작될 북·미 고위급회담과 2차 북·미 정상회담을 차분히 지켜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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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연휴 기간 쏟아진 미국 뉴욕발 뉴스들은 한가위 선물만큼이나 풍성하고 희망적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24일(현지시간) 문재인 대통령과의 한·미 정상회담 모두발언에서 “머지않은 미래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두번째 정상회담이 열릴 것”이라며 “가까운 시일 내에 구체적인 장소와 일정이 발표될 것”이라고 2차 북·미 정상회담 개최를 공식화했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도 “머지않아 2차 정상회담의 최종 준비를 하기 위해 평양에 가게 될 것”이라며 실무 준비가 진행 중임을 확인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25일 유엔총회 연설에서 “전쟁의 망령을 대담하고 새로운 평화추구로 대체하기 위해 북한과 대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북한 ‘완전 파괴’를 경고하던 1년 전과 180도 달라진 태도였다. 북한과의 정상회담으로 ‘톱다운’ 방식의 새 합의를 도출해 비핵화를 이끌어가겠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의지가 한·미 정상회담과 유엔총회를 통해 재확인된 것이다. 3차 남북정상회담→한·미 정상회담→북·미 2차 정상회담의 흐름은 지난 몇달간 정체 상태였던 한반도 대전환 여정의 힘찬 재출발을 알리는 신호탄으로 봐도 무방할 것이다. 북·미 2차 정상회담이 조속히 열려 한반도 대전환의 밑그림이 완성되기를 희망한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오른쪽)과 리용호 북한 위무상이 26일(현지시간) 뉴욕에서 만나 대화를 나누고 있다.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 트위터 캡쳐

 

미국은 한·미 정상회담 브리핑에서 북한이 원하고 있는 종전선언을 비롯한 ‘상응조치’를 구체적으로 언급하지는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이 “서두르지 않겠다”면서 ‘대북 제재 계속’을 거듭 확인한 점을 보면 성급한 낙관론은 경계할 일이다. 청와대도 “두 정상이 종전선언과 2차 북·미 정상회담의 날짜와 장소에 대해 심도 있는 논의를 했다”는 선에서 회담 결과를 전했다. 

 

하지만 비핵화 협상의 진전을 보여주는 움직임은 많다. 폼페이오는 지난 23일 인터뷰에서 “우리는 특정한 시설들, 특정한 무기 시스템들에 관해 이야기해왔다. 이러한 대화가 진행 중”이라고 했다. 9·19 평양공동선언에 포함된 것 이상의 비핵화 추가조치들이 꽤 구체적인 수준에서 협의되고 있음을 강력히 시사한다. 25일(현지시간) 뉴욕에 도착한 리용호 북한 외무상과 폼페이오 장관 간의 ‘뉴욕회동’에서 2차 북·미 정상회담에 올릴 ‘빅딜’ 메뉴들을 확인하는 작업이 이뤄질 것이란 관측이 많다. 문 대통령이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연내 종전선언 목표가 달성될 가능성이 있다”고 한 것은 일련의 상황에 대한 종합적인 판단에서 나온 언급으로 보인다.

 

돌이켜보면 한 달 전만 하더라도 한반도 정세는 금방이라도 빗줄기를 퍼부을 듯한 짙은 먹구름 속에 휩싸여 있었다. 폼페이오의 4차 방북이 취소되고 남북공동연락사무소의 개소일정도 미뤄지는 등 남북·북미 관계 모두 난관에 처해 있었다. 이 위기를 돌파할 수 있었던 것은 트럼프-김정은이 ‘친서외교’로 소통을 유지하고, 문 대통령과 한국 정부의 중재노력이 북·미 간 협상 모멘텀을 살려낸 덕분이다. 다행스러운 것은 문 대통령을 중심으로 한 남북 및 북·미 3각 채널이 앞으로도 작동될 것이란 점이다.

 

문 대통령은 뉴욕에서 미국 외교협회 등 주최로 열린 연설과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북한의 비핵화 의지를 거듭 강조했고, 종전선언을 비롯한 ‘상응조치’ 방안도 예시했다. 문 대통령은 특히 “제재완화를 한 뒤 북한이 약속을 어긴다면 다시 제재를 강화하면 된다”며 미국이 제재완화에 유연성을 발휘할 것을 주문했다. 종전선언 하나에도 인색했던 미국을 상대로 제재완화, 연락사무소 설치, 인도지원, 예술단 교류 같은 목록을 꺼내놓는 것은 시기상조로 볼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북한이 과감한 비핵화에 나선다면 미국도 ‘통 큰’ 상응조치로 화답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것이 외교협상이다. 한반도 대전환을 이루고 새로운 북·미관계를 수립하려면 남·북·미 모두 양보와 상응조치로 ‘윈윈’하는 거래가 이뤄져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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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주의 국가에서 선거는 정부 정책의 연속성을 좌우하는 계기가 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정부 입장에서도 11월 중간선거는 그래서 중요하다. 공화당이 다수당 지위를 잃는다면 트럼프 대통령의 국정운영 동력은 크게 약화될 수 있다. 북핵 외교도 영향받을 대상 중 하나다.

 

최근 워싱턴의 움직임들은 50일도 남지 않은 중간선거에 맞춰지고 있다. 임기의 4분의 1을 골프장에서 보낸 트럼프가 지난 주말 백악관을 지키며 남동부를 강타한 허리케인 대응을 지휘했다. 반면 민주당 성향의 주류 언론들은 연일 트럼프 정부의 난맥상을 고발하며 반트럼프 여론을 키우고 있다. 현재로선 트럼프의 정치적 위기라는 게 대체적 평가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6월12일 싱가포르에서 열린 북·미 정상회담에 앞서 나란히 서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싱가포르_AP연합뉴스

 

출간 첫날인 지난 11일(현지시간) 미국에서만 75만부가 팔린 밥 우드워드 워싱턴포스트 부편집인의 <공포:백악관의 트럼프> 출간과 지난 5일 뉴욕타임스에 익명으로 실린 트럼프 정부 고위 당국자의 칼럼은 트럼프의 위기를 잘 보여준다. 우드워드는 트럼프를 통제하는 정부 내 ‘어른들’의 역할, 뉴욕타임스 칼럼은 트럼프의 정책을 좌절시키기 위한 ‘레지스탕스’의 존재를 공개했다.

 

로버트 뮬러 러시아 게이트 특검은 트럼프 정부를 흔드는 가장 큰 손이다. 트럼프 대선 캠프 선대본부장이었고 특검의 기소 1호인 폴 매너포트는 최근 자신의 유죄를 인정하고 감형받기 위해 특검 수사에 협조하기로 했다. 하루에 수십건씩 올라오는 트럼프의 특검 비판 트위터는 커지는 위기감을 보여준다. 여기에 트럼프의 두번째 연방대법관 지명자인 브렛 캐버노는 고교 시절 성폭행 미수가 폭로되면서 인준 위기를 맞고 있다. 상황이 이러니 16일 갤럽 여론조사에서 트럼프 지지율은 38%로 추락했다.

 

문제는 트럼프의 정치적 위기가 북·미 대화의 위기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6·12 북·미 정상회담 이후 석 달이 넘게 북·미는 완전한 비핵화를 위한 구체적 행동에서는 한 걸음도 전진하지 못하고 있다. 그럼에도 비핵화 협상의 모멘텀이 유지되는 것은 트럼프 때문이다. 정부 안팎에서 북·미 대화 회의론이 고조되고 있지만 트럼프는 북한의 비핵화 의지에 대한 믿음을 접지 않고 있다. 그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2차 북·미 정상회담 요청에 고맙다고 화답하며 “우리 둘이서 모두가 틀렸다는 것을 증명하자”고 말했다.

 

참모들의 생각은 트럼프와 다른 듯하다. 시사주간지 뉴요커는 지난 15일 “대북 정책에 있어 정부 내에서 트럼프 편을 드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고 전했다. 특히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도 대북 협상 성공 가능성에 회의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뉴요커는 폼페이오와 대화를 나눈 전직 관리의 말을 인용해 “폼페이오는 대북 대화가 작동할 가능성은 100분의 1에 불과하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NBC도 백악관의 2차 북·미 정상회담 추진 발표 다음날 “트럼프의 훈훈한 트윗은 잊어라. 그의 팀은 북한을 엄중히 단속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방송은 소식통의 말을 인용해 “폼페이오는 깊은 회의를 갖고 북한과의 대화에 임했고, 그 과정을 거친 후 대화가 작동하지 않을 것이란 믿음이 더욱 확고해졌다”고 전했다. 북·미 대화에서 트럼프는 외로운 섬인 셈이다. 이는 중간선거 이후 북·미 대화를 이어갈 정치적 필요성이 사라지고 트럼프의 의지가 약화되면 대북 협상론은 정부 내 레지스탕스나 어른들에 의해 언제든 뒤집어질 수 있다는 의미다.

 

제3차 남북정상회담은 레지스탕스에 포위된 트럼프의 원군이 되어야 한다. 김정은은 구체적 실천으로 비핵화 의지를 증명할 시점이 됐다. 북한이 비핵화에 머뭇거리면서 국제사회의 제재 압박에서 살아남을 숨구멍으로 남북관계 개선만 추구한다면 트럼프의 대북 대화론도 힘을 유지하기 어렵다. 트럼프가 중간선거 이전에 한반도 평화체제를 위해 돌이킬 수 없는 걸음을 내딛도록 유인해야 한다.

 

<워싱턴 | 박영환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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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북한과 미국의 ‘정상 담판 카드’가 재등장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친서를 통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2차 북·미 정상회담을 공식 요청하고 백악관은 이를 수용하는 분위기다. 두 정상이 교착상태를 뚫으려면 다시 한 번 직접 협상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생각한 것 같다. 그럴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현재의 북·미 교착상황은 협상에서 흔히 발생하는 일시적인 장애가 아니다. 협상의 의미가 퇴색될 만큼 장기화되거나 아예 협상 실패로 이어질 수 있는 위험성을 내포하고 있다. 만일 협상이 파탄난다면 한반도는 70년 냉전이 기약없이 연장되고 전쟁 분위기로 흉흉했던 과거로 회귀할 수 밖에 없다. 트럼프와 김정은도 정치 생명에 심각한 타격을 입을 수 밖에 없다.

 

돌이켜보면 싱가포르 1차 정상회담 후 북·미 관계는 답보를 거듭했다. 정상회담이 압박과 제재의 기존 비핵화 문법을 뛰어넘는 인식의 대전환을 보여준 것이 무색할 정도였다. 북핵 문제를 양국관계 개선과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으로 풀자는 방식은 창의적이고 대담한 발상이었지만 미국 내 반발은 예상을 뛰어넘었다. 최고지도자들이 북핵 해결의 원칙과 방향을 정했으면 이를 구체화하기 위한 실무 시스템이 작동해야 했다. 현실은 그렇지 않았다. 특히 미국에서는 트럼프의 생각을 보좌하기는 커녕 그에 반하는 현상이 자주 나타났다.

 

북·미 정상회담이 열린 6월 12일 오전 싱가포르 센토사 섬 카펠라 호텔에서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악수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이를테면 미 재무부는 지난달 15일과 21일 중국과 러시아 기업들이 유엔의 대북제재를 위반했다며 제재 조치를 취했다. 지난 6일엔 미 법무부가 사이버공격을 주도한 혐의로 북한 해커를 처음 기소하고 제재 리스트에 올렸다. 이는 “북한과 미국이 새로운 관계를 수립하기로 약속한다”는 싱가포르 합의문 제1항의 정신에 대한 도전이나 다름없다.

 

북한은 정상회담을 전후로 풍계리 핵실험장 파괴와 장거리미사일실험장 해체, 미군유해 송환 등 미국에 대한 선제적 조치들을 취했다. 지난해 시작한 핵·미사일 실험 중단은 10개월째 이어지고 있다. 북한으로서는 하나하나가 결코 간단한 일이 아니다. 무력 중시의 통치 철학에 반하는데다 수십년 핵개발 논리를 부정하는 의미를 갖기 때문이다. 그러나 미국의 상응조치는 한·미연합군사훈련 유예가 전부였다. 등가성도 상호성도 떨어진다. 미국 일각에서는 북한의 경제노선 채택을 약점 삼아 제재·압박의 실효성을 높이는 기회로 활용하려는 분위기마저 엄존한다.

 

미국의 이런 자세는 북한에 대한 불신과 오만에서 나온다. 도덕적으로 패륜국가, 정치적으로 깡패국가이기 때문에 일방적으로 항복을 받을 순 있어도 협상 상대로 존중할 수 없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북한에 대한 제재·압박 만능심리도 이와 관련이 깊다. 미국 강경파 입장에서 제재·압박은 북한의 항복을 받아내거나 고사시키는 수단일 뿐이다. 협상에서도 양보와 타협보다는 제재와 압박으로 북한을 굴복시키려 하고 있다.

 

북한 역시 70년 적대 역사의 무게감에서 헤어나지 못했다. 협상이 원하는 방향으로 흘러가지 않으면 시대착오적인 벼랑끝전술을 내놓았다. 김계관의 미국 비난 성명, 김영철의 편지는 협상을 막다른 골목으로 몰았다.

 

최고지도자들이 합의한 내용을 측근과 실무자가 따라가지 못하는 현상은 앞으로도 계속 나타날 것이다. 이를 극복할 수 있는 동력원은 트럼프와 김정은의 인간적 신뢰 뿐이다. 두 사람은 비핵화 협상을 통해 상호 의존성을 높여가며 공생관계를 형성해왔다. 국내정치적으로 사면초가에 빠졌던 트럼프는 북·미정상회담 후 지지율이 꾸준히 상승하고 있다. 2차 정상회담이 성사되면 ‘익명기고문’ 위기는 물론 11월 중간 선거에서 원군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김정은도 국제지도자로 부상했다. 모두 비핵화 협상 아니면 얻을 수 없는 선물이다.

 

2차 북·미 정상회담의 역사적인 무게는 1차 못지 않다. 반드시 성공시켜야 할 사변이지만 그러려면 상식과 관성을 뛰어넘는 대담한 결단이 요구된다. 김정은은 이미 ‘트럼프 임기내 비핵화’를 제안했다. 절대적인 북한의 핵의존도와 촉박한 시간을 감안하면 정권과 자신의 운명을 건 결단이라고 할 수 있다. 트럼프는 상응하는 조치로 호응해야 한다. 먼저 ‘임기내 북·미 수교’ 제안은 필수다. ‘비핵화-체제보장 프레임’의 출구 시한 완성을 위해서다. 하지만 북·미 실무자들을 추동하고 비핵화협상을 불가역적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이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중간 단계의 깜짝 이벤트도 필요하다. 연내 평양-워싱턴 연락사무소 개설과 일부 핵탄두 폐기의 교환이 하나의 방법이다. 둘다 현재로서는 불가능의 영역으로 간주되지만 최고지도자의 결단이 있으면 가능한 일이다. 트럼프와 김정은의 건투를 빈다.

 

<조호연 논설주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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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친서를 보내 2차 북·미 정상회담 개최를 요청했다고 백악관이 10일(현지시간) 밝혔다. 백악관은 2차 정상회담에 열려 있고, 이미 조율하는 과정에 있다고 밝혀 양측이 관련한 논의를 시작했음을 시사했다. 북·미 정상회담이 성사된다면 교착상태인 비핵화 협상에 새로운 돌파구가 마련될 것으로 기대할 수 있다.

 

6월 싱가포르 회담에서 두 정상이 새로운 북·미관계 수립과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 한반도 비핵화라는 큰 틀의 목표에 합의했으나 이후 석달간의 후속 협상은 ‘디테일의 악마’를 확인하는 과정이었다. 지난달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이 예정된 방북일정을 취소하는 등 우여곡절을 겪으면서 양측은 상대방에 대해 충분히 탐색할 시간을 가졌다. 2차 정상회담 추진은 이 탐색전의 결과로 양측이 주고받을 현실적인 타협안을 구체화하기 시작했거나, 그럴 의지가 있음을 시사한다. 협상교착의 원인인 ‘핵신고-종전선언’ 대립이라는 난제가 해소되지 않은 채 정상들이 만나지는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김용민의 그림마당]2018년9월7일 (출처:경향신문DB)

 

두 정상이 다시 만나야 할 필요성은 일찌감치 거론돼 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북·미 협상에서 유권자들이 납득할 만한 성과를 내야 하는 부담을 안고 있다. 김정은 위원장으로서도 핵·경제 병진노선을 포기하고 경제건설 총력집중 노선으로 전환한 만큼 가시적 성과가 필요하다. 북·미 협상이 제자리걸음을 하게 되면 대북 제재를 완화해 가면서 외부투자와 지원을 받아내 경제성장의 마중물로 활용하려던 전략이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다. 

 

이도훈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왼쪽)이 11일 스티븐 비건 미국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와 회담에 앞서 기념촬영을 위한 제스처를 취하고 있다. 김기남 기자

 

2차 정상회담 추진은 지난 5일 문재인 정부의 대북특사 파견이 밑거름이 됐다는 분석도 있지만 기본적으로는 두 정상이 대화로 문제를 해결하려는 자세를 잃지 않았던 결과이기도 하다. 실무협상이 난항에 빠진 가운데서도 상호 존중심을 잃지 않고 친서외교로 신뢰를 쌓아온 것이 정상회담의 추진 동력이 된 점은 평가할 만하다. ‘비핵화와 한반도 평화’를 이루는 과정은 앞으로도 험로가 예상된다는 점에서 정상 간의 신뢰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다.

 

2차 북·미 정상회담 추진은 평양 남북정상회담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다. 한때 엇박자 평가를 받던 남북관계와 북·미관계가 선순환의 궤도로 복귀하게 된 것도 다행이다. 그런 점에서 이번 남북정상회담은 2차 북·미 정상회담에서 도출해야 할 ‘빅딜’을 위해 남북이 지혜를 모으는 기회가 될 수 있다. 특사단 파견을 시작으로 중재역에 다시 시동을 건 문재인 정부의 분발을 당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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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차 북·미 정상회담 가능성을 거론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20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과의 인터뷰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추가 회담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그럴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 질문에 답변하는 형식이고 시기와 장소 등 구체적인 내용을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의 4차 방북이 임박한 시점에서 나온 발언이라는 점에서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

 

폼페이오 장관의 방북은 6·12 북·미 정상회담 이후 교착상태에 빠진 비핵화 협상이 중대 고비를 맞고 있을 가능성을 시사한다. 폼페이오가 지난 12일 “머지않아 큰 도약을 만들어내길 희망한다”고 밝힌 것을 비롯해 최근 미 행정부 안팎에선 긍정적인 신호들이 감지된다. 폼페이오의 이번 방북에서 김정은 위원장과의 면담이 성사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면서 양측 간 ‘빅딜’이 이뤄질 것이라는 기대감도 높아지고 있다. 북한이 미국의 요구대로 핵리스트 제출 등 비핵화 초기 조치에 나서고 미국은 북한이 희망하는 종전선언을 수용하는 형태가 될 수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0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로이터통신과 인터뷰하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트럼프의 발언이 예사롭게 들리지 않는 것은 이런 기대감과 맞물려 있기 때문이다. 폼페이오의 방북으로 북·미 협상이 타결되면서 2차 북·미 정상회담으로 가는 징검다리가 놓이는 것이 가장 바람직한 시나리오다. 설사 폼페이오의 방북 성과가 미흡하다고 해도 정상 간의 ‘큰 거래’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 있다. 올 들어 본격화된 북·미대화가 ‘톱다운’ 방식으로 움직여온 데다 실무협상의 교착에도 불구하고 북·미 정상은 ‘친서외교’를 통해 신뢰를 쌓아왔기 때문이다. 정상외교가 교착국면을 해소하고 실무협상에 추동력을 불어넣을 수도 있다. 어떤 맥락에서건 북·미 정상이 다시 만나 꼬인 매듭을 풀고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체제 구축 과정에 힘을 불어넣을 필요가 있다.

 

트럼프의 발언은 9월 이후 한반도를 둘러싼 정상외교가 다시 한번 숨가쁘게 전개될 것임을 예고한 것으로도 읽힌다. 남북정상회담에 이어 북·미 정상회담이 성사되는 ‘정상외교 시즌2’가 펼쳐질 수 있다는 뜻이다. 9월 중에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방북도 예상되고 있다. 폼페이오 장관의 방북으로 ‘핵신고·종전선언 교환’이 타결되고, 시진핑 주석의 방북과 평양 남북정상회담에 이어 2차 북·미 정상회담이 이뤄지는 시나리오도 예상해볼 수 있다. 하반기 정상외교가 ‘종전선언’으로 귀결된다면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가 크게 진전하게 된다. 폼페이오 방북이 성과를 내 하반기 정상외교의 시동이 힘차게 걸릴 수 있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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