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한국당 당권 도전에 나선 오세훈 전 서울시장이 핵개발 논의를 촉발해야 한다는 주장을 내놨다. 오 전 시장은 자유한국당 북핵 의원모임이 지난 23일 주최한 세미나에서 “핵개발에 대한 심층적 논의를 촉발하는 것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했다. 그는 “한국이 그런 움직임을 보인다는 뉴스가 전 세계로 타전되면 미국과 중국의 셈법이 복잡해질 것”이라면서 “외교적 부담이 되는 것을 알지만 야당발로 시작됐다는 점만으로 전략적 이익이 있을 것”이라고 했다. 


참으로 뜬금없고 무책임한 주장이다. 미국과 중국은 물론 국제사회가 북한 비핵화에 뜻을 모으고 있고,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조차 비핵화 의지를 보이고 있는 가운데 한국 제1야당 대표 경선에 나선 인사가 핵개발을 주장하는 상황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난감하다. 더구나 비핵화 협상이 순조롭게 진행돼 성과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는 시점 아닌가.  


한국의 핵개발은 명분도, 현실성도, 실익도 없다. 당장 북한 비핵화를 주장할 명분이 사라질 뿐 아니라 우리도 국제사회의 경제제재를 받게 될 수 있다. 수출주도형 국가인 한국이 제재를 받게 되면 경제가 쓰나미를 만날 수 있다. 무엇보다 미국이 주도하는 ‘핵확산 방지’를 한국이 거스르게 된다면 한국당이 그토록 중시하는 한·미동맹도 파탄을 맞을 수 있다.


오 전 시장은 “외교안보에 전략적 도움이 되는 선택지”라고 했지만, 한반도 핵문제를 둘러싼 국제정치의 냉엄한 현실에 비춰 본다면 너무도 순진한 주장일 뿐이다. 책임 있는 정치인이라면 ‘핵개발’ 주장을 하루속히 거둬들이는 것이 온당한 처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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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싱크탱크인 국제전략문제연구소(CSIS)가 ‘신고되지 않은 북한 : 삭간몰 미사일 운용 기지’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냈다. 북한 당국이 공식적으로 확인하지 않고 운용 중인 약 20곳의 ‘미신고(undeclared) 미사일 운용 기지’ 중 13곳을 확인했다는 내용이다.

 

CSIS는 한 민간 위성업체가 지난 3월29일 촬영한 위성사진을 근거로 들어 이같이 주장하고, 비밀 미사일 기지 중 한 곳이라며 황해북도 황주군 ‘삭간몰 기지’를 소개했다. 뉴욕타임스도 이 보고서를 인용, “위성사진은 북한이 큰 속임수를 쓰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청와대와 군당국은 “한·미 정보당국이 이미 파악하고 있던 내용”이라며 “삭간몰 등 북한의 모든 미사일 운용지역을 한·미가 면밀히 추적 감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부풀린 주장으로 북한을 비난한 보고서와 보도에 우려와 유감을 표하지 않을 수 없다.

 

[김용민의 그림마당]2018년 11월 14일 (출처:경향신문DB)

 

CSIS 보고서는 한국 당국이 즉각 부인할 만큼 오류투성이다. 문제의 삭간몰 기지는 2016년 3월 북한이 스커드 미사일을 발사한 곳으로 군당국이 이미 정밀 감시하고 있는 대상이다. 민간에서 몰랐을 뿐 새로 밝혀진 것은 아니다. 보고서는 또 민간위성의 데이터를 근거로 이곳이 단거리 미사일뿐 아니라 중거리 미사일도 운용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군사위성으로 더 자세히 관측하고 있는 당국은 이곳에서는 단거리 미사일만 운용되고 있다고 밝혔다. 더구나 단거리 미사일과 그 기지는 ‘신고’나 ‘폐기’ 대상도 아니다. 위성사진을 찍은 3월29일은 북·미 정상회담이 열리기도 전이다. 이런 정보를 바탕으로 북한이 앞에서는 비핵화 협상에 응하면서 뒤로 핵·장거리 미사일 개발을 계속하는 것처럼 주장하는 것은 과장이다. 미국과 협상하면서 왜 미사일 기지를 운용하느냐고 북한에 따지는 것도 어불성설이다. 북·미 간 신뢰가 부족한 상황에서 북한에만 무장해제하라는 주장이야말로 억지가 아닌가.

 

미국의 조야가  북한과의 협상을 앞두고 핵 신고를 압박하고 싶은 마음은 이해한다. 하지만 어떤 경우에도 정확한 사실을 바탕으로 합리적 주장을 담아야 한다. 북·미 간 협상에는 많은 변수가 도사리고 있다. 북한도 비핵화 의지를 의심받을 행동을 해서는 안되지만, 미국도 합리적 의심을 넘어서는 행동을 자제할 필요가 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직간접적으로 비핵화 의지를 밝힌 만큼 미국도 그에 걸맞게 대응해야 한다. 1차 북핵 제네바 합의가 깨어진 데는 미국의 약속 파기도 한 요인이었다. 진정 비핵화를 바란다면 기싸움보다 북한의 선제 조치에 부응하는 태도가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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