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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8.12.28 [기고]북핵 해결성패 좌우할 ‘대중국 전략’

통찰은 회의와 의심에서 비롯된다. 북한 핵문제 해결도 그렇다. 지금의 방법이 얼마나 효과적인지 먼저 돌이켜볼 필요가 있다. 이제까지 우리는 북한을 압박하거나 포용하는 행동을 반복해 왔다. 유감스럽게 그 어떤 방법도 핵을 포기하겠다는 북한의 결정을 이끌어내지 못했다. 그럼에도 우리는 거기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새로운 시각으로 북한 핵문제를 바라보아야 하는 이유이다. 먼저 북한의 핵보유 결심에 대한 이해가 그 출발점이 되어야 한다.

 

북한 핵문제는 냉전이라는 역사적 과정의 산물이다. 북한은 자신들의 안보적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핵을 개발했다. 유추할 수 있는 위협은 두 가지다. 한·미동맹과 중국이다. 북한 입장에선 중국으로부터의 위협이 더 심각할지 모른다. 앞의 긴 창보다 등 뒤의 단검이 더 무서운 법이다.

 

북한이 한·미동맹으로부터 위협을 느낀다는 것은 설명이 필요 없을 것이다. 한국전쟁을 일으킨 당사자로서 도둑이 제 발 저린 입장이었지만, 그 정도가 심각해진 것은 냉전의 종식 때문이었다. 소련과 중국이 더 이상 자신들을 지켜주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한 것이다. 북한은 혼자 힘으로 한·미를 상대하는 상황에 직면했다. 마치 카터 대통령이 주한미군을 철수하겠다고 하자 박정희 정권이 핵무장의 유혹을 느꼈던 것과 같은 상황에 처한 것이다.

 

상황이 더 악화된 것은 중국 문제 때문이었다. 북한이 느끼는 중국의 위협은 매우 미묘하다. 북한은 냉전 종식 이후 보호망이 사라진 상황에서 혈맹인 중국도 걱정해야 하는 지경이 되었다. 중국은 한국전쟁 때 북한을 구해주었다. 그러나 냉전 종식 이후에는 중국을 마냥 자신의 보호자로만 생각할 수 없게 되었다. 사실 이미 김일성 생존 당시부터 중국은 고민의 대상이었다. 북한이 티베트화될 수도 있다는 우려를 했다는 것은 비밀이 아니다.

 

내막을 살펴보면 북한의 중국에 대한 우려를 짐작할 수 있다. 90년대 고난의 행군 때도 중국은 북한을 지원하지 않았다. 김정일 유고시 중국군이 북한 불안정 사태를 해결하기 위해 북한에 진입해 핵을 제거한다는 구상은 미국 안보 관련 연구소의 단골 토론 메뉴이기도 했다. 중국군이 북한 핵을 제거하는 대신 친중정권을 수립할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이다. 중국은 미국의 이런 제의에 대해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지금도 북한에 무슨 일만 있으면 중국은 국경에 군대를 배치한다. 북한은 이를 어떻게 생각할까? 북한군의 상당수가 북·중 국경으로 전환 배치되었다는 소식도 있었다. 김정은이 권력을 장악한 이후 친중파였던 고모부 장성택을 처형한 이유가 중국 때문일 것이라는 설명도 있었다. 김정은 시대 이후 북한이 느끼는 중국의 위협은 더 커졌다. 북·중관계의 특수성이라는 현란한 수사에 가려져 북한의 불안이 부각되지 않았을 뿐이다.

 

냉전 종식 과정에서 북한은 마치 19세기 독일이 프랑스와 러시아로부터 양면의 압박을 받았던 것과 같은 상황에 처해 있다. 고립무원의 북한이 믿을 수 있는 것은 핵무기밖에 없었다. 수백만명이 굶어 죽는 대가를 치르고 핵을 개발한 것은 이런 역사적 맥락에서 기인했다. 그런데 제재를 강화하고, 완화하는 방법으로 북한이 핵을 포기하게 할 수 있을까?

 

북핵 문제 해결 방법이 지난한 것은 남북, 북·미의 적대관계 해소뿐만 아니라 중국으로부터의 위협도 동시에 고려해야 하기 때문이다. 남북, 북·미 간 적대관계 해소는 오히려 쉬울 수도 있다. 북한과 중국 간의 미묘한 관계는 훨씬 다루기 어렵다. 남북 간 평화체제가 구축되더라도 북한이 핵을 포기하기 어려울 수 있다. 북핵으로 가장 위협을 받는 국가가 중국일 수도 있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역사적 과정의 산물은 그에 합당한 조건이 충족되어야 해소된다. 북한 핵문제 해결을 위해 제재를 하느니 마느니 하는 것은 본질과 한참 동떨어진 이야기다. 수백만명의 목숨과 바꾼 핵무기를 어떻게 제재로 해결할 수 있을 것인가? 북핵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동북아의 안보구도를 어떻게 만들어갈 것인지에 대한 통찰력과 창조적인 안목 그리고 장기적인 전략적 구상이 필요하다.

 

<한설 전 육군 군사연구소장 예비역 준장>

Posted by 경향 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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