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 북·미 정상회담이 이달 27~28일 베트남 하노이에서 개최된다. 작년 6월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 이후 8개월 만이다. 이번 회담의 관전 포인트는 북한 비핵화의 세부 이행계획이 합의문에 포함되느냐 여부이다. 물론 이에 상응하는 미국의 조치가 무엇이냐에 따라 북한 비핵화의 범위, 방법(순서), 일정 등이 구체적으로 정해지게 된다. 비핵화 과정은 100m 달리기가 아닌 마라톤이다. 북한 핵무기 개발도 그랬다.

 

김일성이 계획한 핵무기 개발의 뿌리는 6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1959년 평안북도 영변의 구룡강 근처 ‘가구공장’ 위장 간판을 달고 출발한 핵센터가 불편한 진실의 씨앗이었다. 이후 북한은 영변핵센터를 핵 단지(일명 ‘분강지구’)로 확장하면서 여기에다 핵무기 관련 시설들을 짓기 시작, 현재 건물만 390개에 달한다. 미국이 북한의 핵 활동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 시점은 5㎽ 흑연감속로를 착공 7년 만에 가동한 1986년부터였으며 이후 영변 핵시설들은 미국 정찰위성의 표적이 됐다.

 

문재인 대통령이 11일 오후 청와대에서 열린 수석·보좌관 회의를 주재하며 베트남 하노이에서 개최되는 2차 북·미 정상회담의 의미를 밝히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13년 전 1차 핵실험을 거쳐 지금까지 여섯 차례의 핵실험을 마친 북한에 위장 간판은 더 이상 쓸모가 없다. 북한은 되레 2012년 4월 헌법 전문에다 핵보유국임을 명기했다. 이후 북한 비핵화는 가까이 가면 갈수록 멀어지는 ‘무지개’가 됐다. 한반도비핵화공동선언, 제네바합의, 6자회담, 9·19공동성명, 2·13합의, 남북정상회담 등은 무지개를 좇고서 남은, 말하자면 미완성 북한 비핵화의 훈장들이다.

 

비핵화를 두고 벌이는 유관국들 간 협력과 긴장 관계는 초식 동물들처럼 여러 개의 위(胃)를 거쳐야 완전히 소화가 되는 단계적이고도 복잡한 구조다. 그러다보니 안타깝게도 북한 비핵화는 두번째 위도 통과하지 못하고 수십년째 첫번째 위에서만 되새김질을 하고 있다. 비관론자들은 벌써부터 2차 북·미 정상회담이 끝나고서도 두번째 위로 넘어가지 못할 것이라고 암울하게 전망한다. 태산명동서일필(泰山鳴動鼠一匹)이라는 것이다.

 

누구는 이 불편한 진실과 이제는 작별을 고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애당초 북한 비핵화는 실현 불가능한 환상이었다는 것이다. 또 다른 이는 완전한 비핵화가 대리석 바닥에 내던져진 유리컵이 됐다고 비웃는다. 핵무장 주장도 다시 스멀스멀 나오고 있다. 여차하면 ‘핵의병(核義兵)’들 주도로 팟캐스트 ‘우리도 핵 가질레오’가 등장할 수도 있겠다 싶다. 이 모두 비핵화 협상 실패라는 참사 뒤에 닥쳐올 ‘퍼펙트 스톰’이 한반도를 강타할 수도 있음을 자각하라는 경고이자 반동처럼 보인다. 동시에 전쟁터 참호에서처럼 숨죽인 채 우리의 시선은 북·미 정상회담 실무협상을 향해 있었다.

 

2박3일 동안 ‘평양대첩’을 치른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는 지난달 31일 미국 스탠퍼드대학교의 한 연구소가 주최한 연설에서 김정은이 플루토늄과 우라늄 농축시설의 폐기 및 파기를 이미 약속했다고 밝혔다.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이 폭스뉴스 방송에서 피력한 북한 비핵화의 낙관적 전망에 앞서 금년 1월 퇴역한 빈센트 브룩스 전 한미연합사령관 역시 미국 공영방송(PBS)과 가진 인터뷰에서 김정은이 핵무기를 포기할 준비가 되어 있는 것으로 인식했다. 편견이 분석을 오염시킬 수 있는 위험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어도 비건, 폼페이오 그리고 브룩스의 주장 모두 ‘보면 믿겠다’가 아니라 ‘믿으면 보인다’에 방점이 찍힌 것으로 해석됐다.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 결말이 최소 ‘영변 플러스 알파’로 귀결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문재인 정부가 이제부터 해야 할 일은 평양과 워싱턴을 연결하는 용접공 사고(思考) 너머의 국가책략을 어떻게 정교하게 짜느냐이다. 왜냐하면 나는 김정은이 1968년 1월 나포한 미국 정찰함 푸에블로호를 트럼프에게 정치적 선물로 되돌려 줄 가능성이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다음으로, ‘용접외교’에서도 ‘시아게’(‘마무리’를 뜻하는 일본어)가 중요하다면 비핵화 협상 중 불씨가 한·미동맹의 부비트랩인 주한미군 감축과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철회로 튀지 않도록 대비해야 한다. 관건은 현 상황에 대한 오인식을 서로 얼마나 최소화하느냐이다.

 

<이병철 | 평화협력원 부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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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한국당 당권 도전에 나선 오세훈 전 서울시장이 핵개발 논의를 촉발해야 한다는 주장을 내놨다. 오 전 시장은 자유한국당 북핵 의원모임이 지난 23일 주최한 세미나에서 “핵개발에 대한 심층적 논의를 촉발하는 것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했다. 그는 “한국이 그런 움직임을 보인다는 뉴스가 전 세계로 타전되면 미국과 중국의 셈법이 복잡해질 것”이라면서 “외교적 부담이 되는 것을 알지만 야당발로 시작됐다는 점만으로 전략적 이익이 있을 것”이라고 했다. 


참으로 뜬금없고 무책임한 주장이다. 미국과 중국은 물론 국제사회가 북한 비핵화에 뜻을 모으고 있고,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조차 비핵화 의지를 보이고 있는 가운데 한국 제1야당 대표 경선에 나선 인사가 핵개발을 주장하는 상황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난감하다. 더구나 비핵화 협상이 순조롭게 진행돼 성과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는 시점 아닌가.  


한국의 핵개발은 명분도, 현실성도, 실익도 없다. 당장 북한 비핵화를 주장할 명분이 사라질 뿐 아니라 우리도 국제사회의 경제제재를 받게 될 수 있다. 수출주도형 국가인 한국이 제재를 받게 되면 경제가 쓰나미를 만날 수 있다. 무엇보다 미국이 주도하는 ‘핵확산 방지’를 한국이 거스르게 된다면 한국당이 그토록 중시하는 한·미동맹도 파탄을 맞을 수 있다.


오 전 시장은 “외교안보에 전략적 도움이 되는 선택지”라고 했지만, 한반도 핵문제를 둘러싼 국제정치의 냉엄한 현실에 비춰 본다면 너무도 순진한 주장일 뿐이다. 책임 있는 정치인이라면 ‘핵개발’ 주장을 하루속히 거둬들이는 것이 온당한 처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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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는 북한 비핵화와 관련하여 비판적인 시각의 글을 쓰고자 한다. 비판적인 시각의 글이 갖는 의미가 여태까지의 노력을 다 덮자는 것이 아니라, 준비가 충분히 되어 있지 않은 상태에서 너무나 갑자기, 너무나 희망적으로만, 너무나 빨리 달려오다 보니, 혹 북한이 생각하는 궁극적 목표와 우리가 생각하는 목표 사이에 큰 간극이 존재하는 것은 아닌지 지난 1년을 돌아보며 점검해 보자는 차원이다.

 

주지하다시피 북한은 우리와 미국, 그리고 국제사회의 비난 및 경제제재에도 불구하고 과감한 핵실험과 중장거리 미사일 실험을 거듭하면서 2017년 11월29일 핵무력 완성을 선언하였다. 그사이 미국 트럼프 대통령의 북한에 대한 화염과 분노, 완전한 파괴 등의 발언으로 한반도의 긴장은 높아만 갔고, 2018년 초에는 북한에 대한 군사작전을 의미하는 미국의 코피 작전(bloody nose strike) 얘기마저 흘러나왔다. 그러던 한반도에 갑작스럽게 평화무드가 찾아온 것은 북한이 핵무력 완성을 선언한 지 약 한달 후이다. 북한은 2018년 1월 신년사에서 전격적으로 2월 평창 동계올림픽의 성공을 기원하고, 남북 간에 활발한 접촉을 시작한다. 올림픽 기간에 김정은 위원장의 여동생인 김여정이 청와대를 방문하여 우리 대통령을 평양에 초청한다는 김 위원장의 의사를 전달하였고, 3월8일에는 북한에서 김 위원장을 만난 우리 특사단이 트럼프 대통령을 만나, 김 위원장의 북·미 정상회담 의사를 전달하고, 트럼프 대통령이 이를 수락하였다.

 

이때부터 한반도의 모든 상황이 대화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4월27일과 5월26일 남북정상회담이 열렸으며, 6월12일에는 역사적인 북·미 정상회담이 개최돼 북한은 비핵화 의지를 국제사회에 선언하게 된다. 그리고 9월18일 평양에서 남북정상회담이 다시 열리고 여기서 남북 정상은 미국을 향하여 동창리 엔진 시험장과 미사일 발사대, 그리고 영변 핵시설을 영구적으로 폐기할 수 있으며 미국으로부터 이에 상응하는 조치를 받기를 원한다는 의사를 발신한다. 한편 미국은 6월12일 싱가포르 정상회담 이후, 북한 비핵화의 진정성을 믿기 위한 증거로 북한 핵 프로그램의 전면적인 신고를 먼저 요구하면서, 위의 상응하는 조치에 대해서는 응답을 보이지 않고 있다. 북한은 핵신고는 선제타격 리스트를 미국에 넘기는 것과 같다고 반발하고, 이제 정상회담과 관련 남북, 북·미가 다 멈추어 있다.  

 

2018년은 정말 쏜살같이 달려온 한 해라고 할 수 있다. 북한은 자체적으로 갑자기 국면을 전환해서 정상회담을 주도해 왔고, 우리와 미국은 이에 반응해 왔다. 너무나도 소중한 기회이기에 우리가 적극 반응하고, 이를 이용하여 비핵화를 추동하는 노력을 한 것은 당연하고 잘한 일이다. 그런데 여기서 한번쯤은 북한의 전면적인 국면 전환을 비판적으로 검토해 볼 필요는 없을까? 우리가 너무나 낙관적인 희망만을 가지고 접근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우리가 북한과 자주 만나고, 경제협력을 하고, 한반도 신경제 지도를 현실화하면 모든 것이 좋게만 풀려갈까?

 

아마도 우리 정부는 다음과 같은 매우 낙관적인 가정 혹은 가설을 가지고 있거나, 아니면 감추어진 지뢰를 안 보려고 하는 것이 아닐까 하는 기우가 생긴다. 그 가정은, 첫째, 북한은 미래에 우리보다 부강해지지 못할 것이다. 둘째, 김정은 위원장의 정치체제는 받아들일 수 있는 정치체제이다. 셋째, 북한의 비핵화가 끝나지 않은 상태에서 북한의 경제가 성장해도 상관없다. 넷째, 경협은 우리 경제의 돌파구여서 무조건 좋은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가정의 위험성은 최근 중국과 대만 간 관계가 극명히 보여주고 있다. 북한은 어쩌면 20, 30년 정도 중국과 같이 경제가 발전하면 성장판이 닫혀가는 남한을 따라잡을 수 있다고 생각할지 모른다. 그때 김정은 위원장은 아직도 60대이며 중국과 같이 1인 지배체제, 권위주의가 유지될 수 있다. 비핵화가 완벽하게 검증되지 않고 북한이 경제성장을 하면, 우리는 핵능력을 가진 부강한 1인 지배 국가를 우리 위에 두게 될지도 모른다. 남북경협은 북한에서 하는 것이기 때문에 북한이 통제할 수 있으며, 북한은 국가가 지시하면 우리보다 4차 산업혁명에 더 빨리 진입할 가능성이 크다. 핵능력을 가진 북한이 부강해진 이후, 중국이 대만에 하듯 북한의 방식으로 통일을 하자고 하면 그때 우리는 매우 당황하게 될 것이다.

 

그래서 북한과의 경제협력도 중요하지만, 체제의 투명성과 다원화, 인권, 그리고 비핵화 이후 북한 주민이 핵에 대한 거부감을 갖도록 하는 것 역시 너무나도 중요하다. 지금 우리는 그러한 전략도 그리고 있는가?

 

<이근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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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봄 광활하게 보였던 북한 비핵화 공간이 겨울로 접어들면서 시야가 탁해지더니 갑자기 눈에 띄게 축소됐다. 판문점과 평양에서의 남북정상회담,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 등으로 훈풍이 돌던 한반도가 어느새 짙은 매연으로 채워지고 있다. 방치할 경우 한반도라는 공간 속에 사는 수천만명의 생명까지 위험해진다. 서둘러 매연을 빼내고 굳게 닫혀있는 공간도 최대한 열어야 한다.

 

북한 비핵화를 ‘북한 내 일체의 핵무기와 플루토늄·고농축 우라늄 등과 같은 핵물질의 완전한 제거 또는 국외 이전, 이와 관련된 재처리 및 농축시설 등의 폐기, 그리고 핵무기 제조 등에 관여한 과학기술자의 소개(疏開)’로 정의한다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임기 내에 비핵화를 달성하기란 불가능하다. 동네 이삿짐 옮기듯 핵무기와 핵물질을 이전할 수는 없다. 그렇다면 남북한 간 핵무기 비대칭성이 오랫동안 남아 있을 수도 있겠다는 불길한 우려가 결코 과장이 아닐 듯하다.

 

돌이켜보면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는 애당초 과욕이었다. 그래서일까. 조윤제 주미대사는 지난 11월 취임 1년 인터뷰에서 “모든 것을 협상 테이블 위에 올려서 큰 시간표 안에서 일괄적으로 타결했으면 좋겠다는 기대가 있었지만, 현실적으로 쉽지 않은 것 같다”며 “70년간 쌓여온 불신과 적대관계가 하루아침에 신뢰 관계로 바뀌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조 대사는 영변 핵시설만이라도 서로 합의하고 뒤로 돌아가지 못하도록 잠금장치를 하자고 제안했다. 정부 내에 조 대사만 이런 시각을 갖고 있지는 않을 것이다.

 

러시아, 중국에 이어 미국의 세 번째 핵무기 위협국인 북한의 영변 핵 단지는 ‘주체 조선’ 핵무기 개발의 상징적 장소이다. 핵 관련 건물만 390개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지난 9월 평양공동선언에서 미국의 상응조치를 조건부로 영변 핵시설의 영구폐기 의사 표명에 한 걸음 더 들어가서 검증까지 받을 용의가 있다고 최근 보도됐다.

 

영변 내 원자로 및 관련 시설의 가동을 중단(shut-down)하고서 핵물질을 완전히 제거(closed-down)한 후에 주요 장비의 부품들을 제거하거나 작동하지 못하도록 하는 것(decommissioned)이 현실적 비핵화의 지름길이다. 다시 말해 영변 내 핵무기 제조와 농축 및 재처리 관련 시설을 없애고서 ‘(공원, 녹지용) 그린 필드’ 또는 ‘(해체 폐기물 저장소 용도) 브라운 필드’로 변경할 수만 있어도 획기적 진전을 이루는 셈이다. 영변 시설의 불능화만 달성할 수 있어도 트럼프가 언급한 ‘비핵화 20%’ 수준에 도달하는 미니 비핵화(mini-denuclearization)를 이루는 효과는 있다.

 

그럼에도 비핵화가 6·12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 이후 6개월째 이렇다 할 진전도 없이 피로현상을 지나 심폐소생술(CPR)이 필요한 시점에 이르렀다. 골든타임을 놓칠 경우 북·미관계는 물론 남북관계에도 재앙이다. 공교롭게 국제원자력기구(IAEA)가 지난 11월 이사회 보고에서 영변 원자로에서 작업을 하고 있는 것이 관측됐다고 발표했다. 통일부 장관도 지난 4일 북한의 핵 활동이 완전히 중단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 모두 사찰단이 영변을 방문해야 확인 가능하다.

 

그러나 북한은 2009년 4월 IAEA 사찰단을 추방한 후 이들의 재방북을 일절 허용하지 않고 있다. 비핵화의 출발점인 사찰은 원칙적으로 서로 합의된 시설, 인력 등에만 국한되며, 핵무기 사찰은 IAEA 권한 밖의 일이다. 북한이 사찰관의 방북을 허용하더라도 이들이 마음대로 집 안 곳곳을 다니면서 딱지를 붙이는 집달리는 아니다. 무엇보다 북한이 군사시설까지 조건 없이 사찰을 허용할 리가 만무하다. 핵무기 접근은 김 위원장의 용단이 있어야만 가능한 일이다.

 

그렇다면 트럼프와의 진검승부를 앞두고 있는 김 위원장이 더 이상 좌고우면하지 말고 약속대로 방남하여 비핵화에 대한 확고부동한 의지를 보여주는 것이 정공법이다. 김 위원장이 리오넬 매시처럼 좁은 공간을 절묘하게 비집고 뚫고 나가는 묘기까지 선보이길 기대하진 않지만 서울 방문을 열망하는 사람들만큼은 실망시키지 않았으면 한다.

 

<이병철 | 평화협력원 부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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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주의 국가에서 선거는 정부 정책의 연속성을 좌우하는 계기가 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정부 입장에서도 11월 중간선거는 그래서 중요하다. 공화당이 다수당 지위를 잃는다면 트럼프 대통령의 국정운영 동력은 크게 약화될 수 있다. 북핵 외교도 영향받을 대상 중 하나다.

 

최근 워싱턴의 움직임들은 50일도 남지 않은 중간선거에 맞춰지고 있다. 임기의 4분의 1을 골프장에서 보낸 트럼프가 지난 주말 백악관을 지키며 남동부를 강타한 허리케인 대응을 지휘했다. 반면 민주당 성향의 주류 언론들은 연일 트럼프 정부의 난맥상을 고발하며 반트럼프 여론을 키우고 있다. 현재로선 트럼프의 정치적 위기라는 게 대체적 평가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6월12일 싱가포르에서 열린 북·미 정상회담에 앞서 나란히 서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싱가포르_AP연합뉴스

 

출간 첫날인 지난 11일(현지시간) 미국에서만 75만부가 팔린 밥 우드워드 워싱턴포스트 부편집인의 <공포:백악관의 트럼프> 출간과 지난 5일 뉴욕타임스에 익명으로 실린 트럼프 정부 고위 당국자의 칼럼은 트럼프의 위기를 잘 보여준다. 우드워드는 트럼프를 통제하는 정부 내 ‘어른들’의 역할, 뉴욕타임스 칼럼은 트럼프의 정책을 좌절시키기 위한 ‘레지스탕스’의 존재를 공개했다.

 

로버트 뮬러 러시아 게이트 특검은 트럼프 정부를 흔드는 가장 큰 손이다. 트럼프 대선 캠프 선대본부장이었고 특검의 기소 1호인 폴 매너포트는 최근 자신의 유죄를 인정하고 감형받기 위해 특검 수사에 협조하기로 했다. 하루에 수십건씩 올라오는 트럼프의 특검 비판 트위터는 커지는 위기감을 보여준다. 여기에 트럼프의 두번째 연방대법관 지명자인 브렛 캐버노는 고교 시절 성폭행 미수가 폭로되면서 인준 위기를 맞고 있다. 상황이 이러니 16일 갤럽 여론조사에서 트럼프 지지율은 38%로 추락했다.

 

문제는 트럼프의 정치적 위기가 북·미 대화의 위기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6·12 북·미 정상회담 이후 석 달이 넘게 북·미는 완전한 비핵화를 위한 구체적 행동에서는 한 걸음도 전진하지 못하고 있다. 그럼에도 비핵화 협상의 모멘텀이 유지되는 것은 트럼프 때문이다. 정부 안팎에서 북·미 대화 회의론이 고조되고 있지만 트럼프는 북한의 비핵화 의지에 대한 믿음을 접지 않고 있다. 그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2차 북·미 정상회담 요청에 고맙다고 화답하며 “우리 둘이서 모두가 틀렸다는 것을 증명하자”고 말했다.

 

참모들의 생각은 트럼프와 다른 듯하다. 시사주간지 뉴요커는 지난 15일 “대북 정책에 있어 정부 내에서 트럼프 편을 드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고 전했다. 특히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도 대북 협상 성공 가능성에 회의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뉴요커는 폼페이오와 대화를 나눈 전직 관리의 말을 인용해 “폼페이오는 대북 대화가 작동할 가능성은 100분의 1에 불과하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NBC도 백악관의 2차 북·미 정상회담 추진 발표 다음날 “트럼프의 훈훈한 트윗은 잊어라. 그의 팀은 북한을 엄중히 단속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방송은 소식통의 말을 인용해 “폼페이오는 깊은 회의를 갖고 북한과의 대화에 임했고, 그 과정을 거친 후 대화가 작동하지 않을 것이란 믿음이 더욱 확고해졌다”고 전했다. 북·미 대화에서 트럼프는 외로운 섬인 셈이다. 이는 중간선거 이후 북·미 대화를 이어갈 정치적 필요성이 사라지고 트럼프의 의지가 약화되면 대북 협상론은 정부 내 레지스탕스나 어른들에 의해 언제든 뒤집어질 수 있다는 의미다.

 

제3차 남북정상회담은 레지스탕스에 포위된 트럼프의 원군이 되어야 한다. 김정은은 구체적 실천으로 비핵화 의지를 증명할 시점이 됐다. 북한이 비핵화에 머뭇거리면서 국제사회의 제재 압박에서 살아남을 숨구멍으로 남북관계 개선만 추구한다면 트럼프의 대북 대화론도 힘을 유지하기 어렵다. 트럼프가 중간선거 이전에 한반도 평화체제를 위해 돌이킬 수 없는 걸음을 내딛도록 유인해야 한다.

 

<워싱턴 | 박영환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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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북한 비핵화와 관련하여 현 단계에서 가장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간 의지와 신뢰의 선순환이다. 김 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이 협상으로 북한 핵문제를 해결할 의지가 강하면 강할수록 어떻게 해서든 양국 간에 신뢰를 쌓으려 할 것이고, 신뢰가 쌓여 나가면 핵문제 해결 의지도 더욱 강해지는 선순환이 작동할 것이다. 6월12일 북·미 싱가포르 정상회담 합의문의 구조가 바로 그러한 선순환을 반영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대통령 전용기에 탑승해 언론과 대화 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이론적으로 볼 때, 이러한 선순환을 만드는데 유리한 지도자는 역설적으로 민주주의보다는 권위주의 국가의 지도자이다. 그 이유는 미국과 같이 민주주의 국가의 지도자는 문제 해결의 의지가 있다 하더라도 제도적으로 의회의 견제, 언론의 견제, 보좌진의 견제, 그리고 여론의 견제가 작동하기 때문이다.

 

반대로 권위주의 국가의 지도자는 주변의 견제가 약하기 때문에 의지만 강하다면 상대방과 신뢰를 쌓기에 유리하다.

 

지금 북한 비핵화는 이 의지와 신뢰의 선순환에 브레이크가 걸려 있다. 김 위원장은 자신의 의지를 왜 미국이 안 믿어주는지 답답하다는 심경을 표현할 정도로 일단 비핵화 의지가 강해 보인다. 물론 미국의 상응하는 조치가 있을 때의 비핵화 의지를 의미한다. 반면 트럼프 대통령은 주변의 견제에 의하여 그 의지가 상당히 약해지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당장 종전선언 문제만 보더라도, 이는 이미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과 미국을 방문한 김영철 통전부장과의 만남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하기로 약속한 사안인데, 존 볼턴 안보보좌관과 매티스 국방장관 등 주변의 견제로 인하여 아직까지 현실화되지 못하고 있다고 미국의 복스(Vox)뉴스가 여러 정보 소스를 통해서 확인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의지를 약화시키는 또 다른 요인은 중간선거를 앞둔 국내정치 상황이다. 현재 트럼프 대통령은 지지율이 30%대로 추락하였으며, 11월 중간선거에서 하원을 민주당에 내줄 위기에 처해 있다. 만약 그것이 현실화된다면, 트럼프 대통령은 급속한 레임덕으로 빠져들어갈 수 있다. 트럼프 정부 내의 이른바 행정 쿠데타를 폭로한 책 &lt;공포&gt;와 트럼프의 대통령직 수행능력을 비판한 고위관료의 뉴욕타임스 기고문은 트럼프 대통령의 정치적 위기를 가속화시키고 있다. 앞으로도 어떤 악재가 더 튀어나올지 알 수 없다. 이렇게 흔들리는 트럼프 대통령이 ‘악마국가’로 인식되는 북한과의 비핵화 협상에 과연 강력한 의지를 유지할 수 있을지 우려된다.

 

이에 더해 더욱 불안한 징조는 현재 북한 비핵화 협상에 직접 관련이 없는 재무부와 법무부까지 비핵화 협상에 찬물을 끼얹고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경험은 2005년 이른바 ‘BDA 제재’의 기억을 되살린다. 이 제재는 미 재무부가 ‘애국법’ 311조를 적용하여 방코델타아시아은행(BDA)을 돈세탁 우려 대상으로 지정하고 그곳의 북한 계좌를 동결한 것인데, 그 결과 순항하던 당시 비핵화 프로세스가 파행하고 북한은 핵실험으로 대응하였다.

 

그때와 마찬가지로 미 재무부가 9월13일 북한의 IT 노동자 국외 송출과 관련하여 북한인 1명과 중국·러시아 기업 2곳에 대한 독자 제재를 단행했고, 법무부는 9월6일 ‘박진혁’이라는 이름의 북한인과 북한 기관을 2014년 소니 영화사의 해킹과 영국 및 방글라데시에 대한 사이버 공격의 배후라고 공식 발표하면서 최근 러시아, 중국, 북한의 사이버 공격에 대한 경각심을 높이고 있다. 김 위원장이 2차 북·미 정상회담 의지를 밝힌 가운데 이러한 악재들이 법무부와 재무부에서 터져나오는 것은 거의 전 부처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의지에 견제를 하는 모양새에 다름 아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트럼프 대통령으로서는 북한의 웬만한 선물로는 종전선언에 합의하고 다음 단계로 넘어가기가 매우 어려워 보인다. 설사 북한의 핵신고와 종전선언이 있어도 1994년의 경험에 미뤄보면 검증 단계에서 위기가 또 찾아올 가능성이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정치적 시련이 생각보다 빨리, 강하게 닥치고 있다. 김 위원장은 친서외교를 통하여 이 국면을 타개해 나가려 하고 있으나, 이제는 친서보다는 북한이 생각하는 구체적인 비핵화의 로드맵과 시간표를 국제사회에 전격적으로 공개해야 할 시점이다. 누가 진정 비핵화 의지가 있는지를 국제사회가 판단, 검증하게 해야 한다는 의미이다.

 

<이근 |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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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정보 당국과 언론이 최근 잇따라 북한의 비밀 핵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북한이 핵무기 재료인 농축우라늄 생산을 늘리고 있다거나 핵탄두 및 핵관련 시설의 숫자를 줄여 신고하는 방법을 찾고 있다는 것이다. 북한이 2010년부터 영변 외 제3의 장소에서 대규모 지하 우라늄 농축 시설을 가동해왔다는 보도도 나왔다. 북·미 정상회담 후 소강상태였던 비핵화 협상이 막 재개된 시점에 왜 이런 의혹들이 쏟아져 나오는지 이해할 수 없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이 오는 5일부터 7일까지 2박3일간 북한을 방문, 6·12 북미정상회담에 이은 후속 비핵화 협상을 한다고 미국 정부가 2일(현지시간) 발표했다. 이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싱가포르에서 정상회담을 한 지 23일만에 북미 간 고위급 회담이 열리는 것으로, 양국이 합의한 '완전한 비핵화' 프로세스가 급물살을 탈 지 주목된다. 사진은 지난달 28일 폼페이오 장관이 워싱턴 국무부에서 '2018년 인신매매보고서'를 발표하는 모습. 로이터 연합뉴스

 

이런 의혹은 대부분 근거가 미흡한 것들이다. 미국의 정보기관이 북한의 ‘강성’ 지역에서 2010년부터 대규모 지하 우라늄 농축시설을 가동해왔다고 보고 있다는 워싱턴포스트 보도가 대표적이다. 이 신문은 어떤 정보기관이 그 같은 정보를 갖고 있는지 취재원을 밝히지 않았다. 미국방정보국(DIA)이 북한의 핵무기 보유량을 65개 정도로 추산하고 있으며, 북한이 미국 정부를 속이고 이보다 훨씬 적게 신고하는 방법을 찾고 있다는 결론을 내렸다는 이 신문의 또 다른 보도도 문제가 많다. 북한 핵무기가 65개로 매우 많은 것으로 추산하지만 맞는지 알 수 없는 데다 신고도 하기 전에 축소신고를 할 것이라고 예단하며 북한에 대한 의심을 부추겼다. 북한의 비핵화 의지와 핵관련 성실신고 여부는 국제사회 사찰과 신고, 폐기, 검증으로 이어지는 비핵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드러날 수밖에 없다.

 

과거 미국에서는 북핵 문제가 해결 국면을 맞을 때마다 비밀 핵 의혹이 등장했다. 1990년대 초반의 플루토늄 축소신고 의혹이나 1998년 금창리 핵 의혹 시설 논란, 2002년의 고농축 우라늄(HEU) 논란이 대표적이다. 이로 인해 북·미 비핵화 협상은 모두 무산됐다. 하지만 추후 이들 의혹은 미국의 대북 강경파에 의한 거짓 정보로 밝혀지거나 실체가 불분명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런 점에서 현재 미국에서 제기되는 의혹들의 배경과 의도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현재 비핵화 협상은 중대 국면을 맞고 있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금명간 방북해 북측과 북·미 정상회담의 후속협상을 벌일 예정이다. 정상회담에서는 큰 틀의 원칙만 합의했기 때문에 본격적인 협상은 사실상 지금부터라고 볼 수 있다. 비핵화 로드맵을 마련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변수를 최소화하는 것이 필요하다. 실체가 불분명한 의혹들 때문에 비핵화의 기조가 흔들려서는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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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이 지난 11일 강경화 외교부 장관과의 공동 기자회견에서 “북한이 빠르게 비핵화 조치를 한다면 미국은 북한이 한국과 같은 수준의 번영을 달성하도록 협력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폼페이오 장관은 또 “김정은 위원장이 올바른 길을 선택한다면 북한에 평화와 번영으로 가득찬 미래가 있을 것”이라고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북·미 정상회담 사전협상을 진두 지휘해온 폼페이오가 북한에 대해 ‘번영’이란 표현을 두 차례나 사용한 것은 주목할 만하다. 폼페이오의 방북에서 미국이 원하는 수준의 비핵화에 도달하면 체제안전 보장은 물론 제재 완화와 경제적 보상을 하는 방안이 북·미 간에 심도 있게 협의됐을 가능성을 시사한다. 북한이 비핵화 행동에 나선 일정 단계에서 국제기구의 대북 융자나 외국기업의 대북 투자를 막아온 미국 국내법령이나 독자제재를 해제하는 방안을 미국이 염두에 두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왼쪽)과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이 11일(현지시간) 워싱턴 국무부 청사에서 열린 공동 기자회견에서 웃으며 바라보고 있다. 워싱턴 _ AP연합뉴스

 

그동안 북·미대화에서 북한의 비핵화에 상응한 대북 체제 보장과 평화체제 구축 방안은 자주 거론돼 왔지만 경제적 보상은 거의 거론되지 않았다. 올 들어 조성된 한반도 대화국면에서 핵심 쟁점은 비핵화이지만, 북한으로서는 비핵화를 지렛대로 체제안전 보장은 물론 경제발전을 위한 제재 해제를 얻어내는 것이 주요 목표일 것이다. 이런 면에서 폼페이오의 ‘북한 번영을 위한 협력’ 발언은 북한의 비핵화를 향한 발걸음을 가볍고 빠르게 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다.

 

이에 화답이라도 하듯 북한의 움직임도 고무적이다. 북한은 오는 23~25일 풍계리 핵실험장을 갱도 폭파방식으로 폐쇄하는 행사를 열기로 했으며 미국과 중국, 러시아, 영국 및 남한 기자들을 초청하겠다고 12일 밝혔다. 북한은 국제 기자단을 위해 원산에 숙소와 기자센터를 설치하고 풍계리 핵실험장까지 특별전용열차를 편성하는 등 취재편의를 제공하기로 했다. 이는 김정은 위원장이 남북정상회담에서 핵실험장을 폐쇄할 때 대외에 공개하겠다고 약속한 데 따른 후속 조치이자,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비핵화 의지를 국제사회에 확인시키려는 의도로 보인다.

 

북·미 정상회담을 한달 앞두고 양측이 발신하는 긍정적 신호들은 회담 성공에 대한 기대를 높이고 있다. 양측의 긍정적 조치와 언급이 ‘불가역적인’ 약속으로 굳어지도록 문재인 정부가 힘을 보태야 할 것이다. 오는 22일 한·미 정상회담은 그래서 중요하다. 북·미 정상회담 직전 개최되는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 문 대통령이 참석해 비핵화와 한반도 평화에 대한 지지를 얻어낸다면 최선의 조력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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