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에 해당되는 글 25건

  1. 2019.07.09 [사설]문 대통령 ‘보복사태’ 첫 경고, 일본 무겁게 받아들여야
  2. 2019.06.17 [사설]남북 및 북·미 대화의 좋은 기회, 김정은 결단해야
  3. 2019.06.13 [사설]트럼프·김정은 친서외교 재개와 오슬로 구상을 주목한다
  4. 2019.05.17 [사설]한·미 정상회담 6월 개최, 북·미 협상 환경조성 긴요하다
  5. 2019.05.15 [조호연 칼럼]김정은의 오폭
  6. 2019.05.09 [사설]대북 식량지원 빠를수록 좋다
  7. 2019.04.15 [사설]3차 회담 의지 밝힌 북·미 정상, 창의적 중재가 필요하다
  8. 2019.04.12 [사설]대미 강경책 회귀도, 굴복도 하지 않겠다는 김정은
  9. 2019.04.12 [사설]대미 강경책 회귀도, 굴복도 하지 않겠다는 김정은
  10. 2019.04.09 [세상읽기]한·미 공조 대 우리민족끼리, 승자는?
  11. 2019.03.05 [사설]북·미 협상 궤도 이탈 방지 위한 비상한 노력 기울여야
  12. 2018.12.31 [사설]평화와 비핵화 의지 재확인한 김정은 친서를 환영한다
  13. 2018.12.27 [사설]남북 철도연결 착공식, 공동번영의 이정표 되기를
  14. 2018.12.14 [사설]김정은 연내 답방 무산, 대북정책 가다듬는 계기로
  15. 2018.11.02 [정동칼럼]미국 중간선거와 한반도평화
  16. 2018.10.19 [사설]교황의 방북 수락을 환영한다
  17. 2018.10.11 [사설]프란치스코 교황, 한반도 평화 정착 위해 방북 용단을
  18. 2018.09.28 문 대통령의 자주적 결단
  19. 2018.09.27 [사설]2차 북·미 정상회담 임박, 한반도 대전환 이정표 완성해야
  20. 2018.09.21 [정동칼럼]평양 선언문 속 ‘협상의 예술’

문재인 대통령이 8일 일본의 수출규제 조치를 직접 언급하면서 일본 정부의 철회를 촉구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일본의 무역 제한 조치로) 한국 기업들에 피해가 실제로 발생할 경우 정부로서도 필요한 대응을 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며 “저는 그렇게 되기를 바라지 않는다”고 했다. 문 대통령은 “일본의 무역 제한 조치에 따라 우리 기업의 생산 차질이 우려되고 전 세계 공급망이 위협받는 상황에 처했다”며 “일본 측의 조치 철회와 양국 간 성의 있는 협의를 촉구한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의 언급은 일본 정부의 수출규제 사태 자진 철회가 해법임을 분명히 한 것이다. 문 대통령은 “대응과 맞대응의 악순환은 양국 모두에게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면서도 기업에 실질적인 피해가 발생할 경우 맞대응할 것임을 경고했다. ‘싸움을 바라지는 않지만, 싸우게 되면 물러서지 않겠다’는 메시지다. 일본 정부가 문 대통령의 언급을 무겁게 받아들이고, 수출규제 조치를 철회할 것을 촉구한다. 


[김용민의 그림마당]2019년7월5일 (출처:경향신문DB)


문제는 일본이 자진 철회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특히 아베 총리의 지난 7일 ‘수출규제 북한 관련성’ 시사 발언은 귀를 의심케 한다. 아베 총리는 이날 일본 민방TV에 나와 “한국은 ‘(대북)제재를 지키고 있다’고 말하고 있다”며 “(하지만) 징용공(강제징용 피해자) 문제에 대해 국제적인 약속을 지키지 않는 것이 명확하게 됐다. 무역 관리도 지키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했다. ‘약속을 지키지 않는’ 한국이 대북 제재도 제대로 이행하지 않을 것이니 일본의 전략 품목들이 북한에 유출될 수 있다는 얼토당토않은 논리다. 한 나라의 최고지도자가 근거도 제시하지 않은 채 이웃나라를 음해하는 발언을 공개적으로 했다는 것이 기가 찰 노릇이다. 아베 총리의 측근들은 더 노골적이다. 하기우다 고이치 자민당 간사장 대행은 “(한국에 수출한 화학물질의) 행선지를 알 수 없는 상황이 발생했다”고 했다. 또 다른 정치인은 “화학무기 생산에 사용될 수 있는 에칭가스가 한국에 수출된 이후 행방이 묘연해졌는데 행선지는 북한”이라고도 했다. 수출규제를 합리화하기 위해 가짜뉴스들까지 동원하고 있는 것이다. 


일본 정부는 이날 문 대통령의 수출규제 철회 요구에 대해 한국측이 개선 움직임을 보이지 않으면 응하지 않겠다며 거부했다. 규제 대상을 일부 공작기계와 탄소섬유 등 다른 수출품목으로 확대할 것을 검토한다는 보도도 나온다. 사태가 장기화할 공산이 크다. 사태가 악화될 경우 한국은 물론 일본에도 좋을 게 없다. 지금이라도 일본이 이성을 되찾아 외교적 방식으로 사태 해결에 나서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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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16일로 북유럽 3개국 국빈방문을 마무리했다. 이 기간 중 문 대통령은 오슬로포럼, 한·노르웨이 정상회담 공동기자회견, 스웨덴 의회 연설 등을 통해 사흘 연속으로 대북 메시지를 발신했다. ‘하노이’ 이후 교착된 북·미 협상과 남북대화의 복원을 위해 담아둔 생각들을 적극적으로 펼쳐 보이며 북한의 화답을 촉구한 셈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스웨덴 국빈방문 중인 지난 15일(현지시간) 스톡홀름 뮤지칼리스카 콘서트홀에서 칼 구스타프 16세 스웨덴 국왕과 함께 문화행사 공연을 본 뒤 한국 태권도 공연단을 격려하고 있다. 김기남 기자


문 대통령이 지난 12일 노르웨이 오슬로포럼 기조연설에서 ‘국민을 위한 평화’의 중요성을 강조한 것은 그간 추진해온 대북 정책의 본뜻을 되새기자는 취지로 보인다. “평화가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에게 이익이 되고 좋은 것이 되어야 한다”고 한 것은 추상적인 평화가 아니라 당장 실행 가능한 실천적·적극적 평화가 필요하다는 메시지다. 남북대화, 북·미 협상이 결국은 무엇을 위한 것인가를 성찰해 보자는 의미가 담겼을 것이다. 문 대통령은 지금 필요한 것은 “새로운 비전이나 선언이 아니라 서로에 대한 이해와 신뢰를 깊게 하는 것이고, 이를 바탕으로 대화 의지를 확고히 하는 것”이라고도 했다. 대화 교착을 타개하기 위해 상호 이해와 신뢰라는 기본 태도를 강조한 것은 북·미 양측 모두 귀담아야 할 내용이었다.


문 대통령은 지난 14일 스웨덴 의회 연설에서 “평화를 지켜주는 것은 핵무기가 아닌 대화”라면서 “북한이 대화의 길을 걸어간다면 전 세계 어느 누구도 북한의 체제와 안전을 위협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한발 더 나아가 “북한은 완전한 핵 폐기와 평화체제 구축 의지를 국제사회에 실질적으로 보여줘야 한다”고도 했다. 북한이 안전을 보장받으려면 신뢰를 얻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문 대통령이 연일 강한 톤으로 대북 메시지를 발신한 것은 미국의 대선국면이 임박한 것과도 관련이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18일 플로리다에서 2020년 대선 출정식을 열고 재선 도전을 공식화한다. 이달 말 트럼프 대통령의 방한 계기를 살리지 못할 경우 북·미 협상 교착이 상당 기간 이어질 우려가 있다. 대선기간 중 협상이 재개된다고 해도 득표전략과 연계되는 만큼 북한의 운신 폭이 좁아질 가능성도 크다. 


문 대통령은 할 말을 다 했고, 공을 북한으로 넘겼다. 문 대통령은 “시기·장소·형식을 묻지 않고 언제든지 대화에 응할 준비가 돼 있다”며 “김정은 위원장에게 달려 있다”고 했다. 김 위원장이 이번 기회를 놓치지 않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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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6·12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 1주년을 맞아 다시 친서를 보냈다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밝혔다. 지난 2월 말 하노이 북·미 2차 정상회담 이후 두 정상이 친서를 주고받은 것은 처음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친서 내용이 “아름답고 따뜻하다”며 “아주 긍정적인 일이 일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두 정상이 서로에 대한 신뢰를 재확인한 것이다. 마침 노르웨이를 방문 중인 문재인 대통령도 북한을 향해 남북 주민들의 피부에 닿는 교류협력을 강화하자는 ‘오슬로 구상’을 밝혔다. 싱가포르 회담 1주년을 맞아 남·북·미 간 협상 분위기를 돋우는 일이 동시에 일어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1일(현지시간) 아이오와주로 떠나기 전 백악관 사우스론(남쪽 뜰)에서 기자들에게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으로부터 전날 아름다운 친서를 받았다고 밝히며 편지를 들어보이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김 위원장의 친서는 북·미 협상이 위기에 봉착할 때마다 물꼬를 트는 역할을 했다. 지난해 말부터 지지부진하던 2차 북·미 정상회담을 위한 협상도 지난 1월 김 위원장이 보낸 친서를 계기로 급물살을 탔다. 이번 친서도 하노이 회담 이후 협상이 장기 교착되는 상황에서 나와 주목된다. 문 대통령이 오슬로에서 밝힌 대북 제의 역시 남북 간 대화와 교류를 폭넓게 확대·촉진할 수 있는 방안이어서 기대를 갖게 한다. 과거 동·서독이 접경지역에서 화재, 홍수, 산사태나 전염병, 병충해, 수자원 오염 문제에 공동 대응한 것처럼 실생활에 도움이 되는 교류협력을 하자는 것이다. 대북 국제제재에 저촉되지 않는 범위 내에서 다각도로 협력을 모색하자는 제안은 시의적절하다. 북한이 판문점을 통해 조화와 조전을 보냄으로써 최근 별세한 이희호 김대중평화센터 이사장에 조의를 표한 것도 긍정적이다. 직접 조문은 성사되지 않았지만 김 위원장의 최측근인 김여정 노동당 선전선동부 제1부부장과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만났다는 것 자체로 의미가 있다. 


북·미 양측은 그동안 제재 강화와 단거리 미사일 발사 등으로 기싸움을 하면서도 대화의 문은 닫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시기를 특정하지 않았지만 3차 정상회담을 원한다고 말했다.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도 3차 북·미 정상회담은 전적으로 가능하다고 언급했다. 김 위원장을 협상 테이블로 이끌어내기 위해 명분을 주는 모양새다. 이에 따른 북·미 간 실무접촉도 기대할 만하다. 남측은 이달 말 일본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 정상회의와 트럼프 대통령의 방한을 앞두고 4차 남북정상회담을 추진하고 있다. 문 대통령이 김 위원장의 뜻을 사전에 파악한 뒤 트럼프 대통령과 만난다면 북·미 간 협상에 전기를 마련할 수 있다. 북한은 이 기회를 놓쳐서는 안된다. 북·미 간 실무접촉과 남북 간 대화가 재개돼 북·미 협상의 돌파구가 마련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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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문재인 대통령 초청으로 다음달 한국에서 한·미 정상회담을 하기로 했다고 한·미 양국 정부가 발표했다. 지난달 11일 미국 워싱턴 정상회담 이후 두 달 만으로, 두 정상은 한반도의 비핵화를 통한 평화체제 구축과 한·미동맹 강화방안을 협의할 예정이라고 청와대가 설명했다. 


트럼프의 방한 결정은 북한의 미사일 발사 등으로 북·미 협상이 자칫 궤도를 이탈할 가능성을 방지하는 한편 협상재개 방안을 모색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이번 방한 시기는 미국 민주당이 2020년 대선을 앞두고 대선주자 토론회를 시작하는 때와 겹쳐 있다. 북한의 무력시위가 이어지면서 ‘북한 리스크’가 부각될 경우 대선 정국에서 트럼프 행정부의 대북정책이 도마에 오를 수 있다. 이를 차단하는 일이 급선무가 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으로서는 외교 분야의 치적으로 내세워 온 북·미 협상에서 손에 잡히는 성과를 내야 하는 부담이 커졌다고 할 수 있다. 북한의 미사일 발사가 미국의 외교정책에서 후순위로 밀려났던 북핵 문제를 우선 과제로 복귀시킨 셈이다. 


문재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017년 11월 청와대에서 확대 정상회담을 하며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문재인 정부로서는 한반도 정세 전환의 모멘텀을 새로 확보하게 됐다. 그렇다면 정상회담에 앞서 비핵화 방법론의 북·미 간 입장차를 좁힌 절충안을 가다듬는 것이 중차대한 과제다. 그러기 위해선 소강국면인 남북대화의 활성화가 필수다. 대북특사 파견 혹은 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 간의 원포인트 정상회담도 추진해야 한다. 


북한도 시급히 대화에 응해야 한다. 트럼프 대통령이 문 대통령 편에 보낸 메시지를 확인한 뒤 비핵화 방법론을 한국과 숙의하는 게 교착국면 해소의 답이다. 한·미 정상회담까지 남은 기간은 40일 정도다. 문 대통령이 북한의 의중을 파악하지 못한 채 정상회담을 하게 된다면 미국의 협상프레임에서 벗어나기 어려울 수 있다. 북한은 협상의 중대 분수령이 될 이 기회를 놓쳐서는 안된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4월 미국 워싱턴 백악관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단독 정상회담을 하기에 앞서 악수를 나누고 있다. 청와대 제공


남북 간에는 대북 식량지원이 현안으로 떠오른 상태다. 정부는 식량지원의 시기와 방식, 규모 등에 대한 의견수렴 작업을 앞으로 1~2주 더 진행하겠다고 한다. 북한의 미사일 발사로 대북 여론이 나빠진 만큼 정부의 신중한 태도는 이해할 만하다. 하지만 인도적 지원은 정세와 무관하게 추진해야 한다는 점, 식량 지원은 시기를 놓치면 효과가 반감된다는 점을 감안해 서둘러 결정할 것을 당부한다. 세계식량계획에 따르면 북한 식량난은 7~9월에 가장 심각해질 것이라고 한다. 직접적 식량지원의 경우도 1~2개월이 소요되는 점을 감안하면 시간이 그리 많지 않다. 북한도 자존심만 내세울 일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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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미사일 발사를 통해 문재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타격했다. 외견상 군사도발이지만 실질적으로는 정치적 공격이었다. 미사일 발사는 국제사회의 비난을 자초하는 일이었다. 그럼에도 ‘자해적 행동’을 한 것은 한국과 미국을 압박하기 위해서였을 터이다. 이 시도는 일단 성공적인 모양새다. 한·미 양국에서 대북정책 실패론이 들끓고 있다. 두 대통령은 정치적 손상을 입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 이후 수세에 몰렸다. 제재해제를 중간 목표로 세운 순간 약점을 잡혔다. 하노이에서는 영변 핵시설까지 걸었지만 미국에 거부당하는 수모를 겪었다. 미국 주도의 제재 체제에 목을 매는 구도 속에서는 동등한 협상이 되기 어려웠다. 북한은 ‘레드라인’을 넘지 않는 군사행동조차 조심할 수밖에 없었다. 미국은 북한의 난감한 처지를 십분 활용했다. 일방 항복이나 다름없는 빅딜만 고집하며 협상에서는 미적댔다. 인내심이 바닥난 김 위원장은 북·미 협상 프레임을 ‘비핵화-제재해제 교환’에서 ‘비핵화-체제안전 교환’ 방식으로 전환했다. 제재해제 목표를 포기한 셈이다. 중간 단계를 빼고 최종 목표만을 설정하는 바람에 협상 성공 가능성은 낮아졌다. 북한은 ‘발톱과 이빨’을 다시 세웠다. 


화력시범 지도하는 김정은 북한이 지난 9일 평안북도 구성 일대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지도로 단거리 미사일로 추정되는 발사체를 발사했다고 10일 조선중앙통신이 보도했다. 김 위원장이 조선인민군 전연(전방) 및 서부전선방어부대들의 화력타격훈련을 망원경으로 참관하고 있다. 연합뉴스


대북정책은 문재인·트럼프 대통령의 치적이다. 문 대통령은 비핵화 협상 성사의 중재자로, 남북관계 복원의 주역으로 각광받았다. 군사적 긴장 완화 등 평화 조성과 ‘한반도 리스크’ 완화의 공적도 당연히 문 대통령의 것이었다. 트럼프 역시 국내정치에서 북한 핵·미사일 실험 중단의 덕을 봤다. 차기 대선에서도 주요 업적으로 내세울 게 분명하다. 그러나 미사일 발사가 판을 흔들었다. 두 대통령의 장점이 약점으로 바뀌었고, 급기야는 두 사람을 겨누는 창이 되었다.  


그럼에도 한국과 미국 정부는 저강도 대응을 선택했다. 문 대통령은 “대화와 협상 국면을 어렵게 만들 수 있다는 점을 경고하고 싶다”면서도 한반도 평화 추진 노력을 계속하겠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도 “(미사일은) 단거리이며, 신뢰 위반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로써 혼란스러웠던 상황은 다소 진정됐다. 한·미 보수세력의 ‘외교 실패’ 주장은 현실과 다르다. 문제는 앞으로다. 북한은 무력시위의 강도를 높여갈 가능성이 크다. “나라의 평화와 안전은 강력한 물리적 힘에 의해서만 담보된다.” 김 위원장의 입에서 군사력이란 용어가 다시 등장한 것은 심상찮다. 북한 내부는 고무된 분위기다. 매체들은 연일 공격적 언어들을 쏟아내고 있다. 마치 대결시대의 북한을 연상케 한다.  


김 위원장은 기선제압에 성공했다고 평가할지 모른다. 그러나 미사일이 외부 세계뿐 아니라 북한 내부도 타격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대북 식량지원 문제가 그 증거다. 세계식량계획(WFP)은 최근 북한에서 주민 1010만명이 기아에 시달릴 것이라며 향후 3주 안에 130만t의 긴급식량지원이 필요하다고 발표했다. 이에 한국과 미국은 인도적 식량지원 추진에 합의했지만 미사일 발사 후 “북은 미사일 쏘는데 남은 식량 지원하느냐”는 강력한 비판에 직면했다. 한국 정부는 여론이 악화되자 속도조절에 들어간 상태다. 정세 변화에 따라 식량지원 계획 자체가 장기간 유보되거나 아예 취소될 가능성도 없지 않다. 


식량지원에 차질이 빚어지면 누구보다 북한 주민이 큰 피해를 입게 된다. WFP의 대북 식량지원 규모 130만t은 생산활동은커녕 가만히 누워 있기만 할 수 있는 ‘생명유지 최소열량’을 기준으로 산정한 것이다. 1000만명이 당장 먹지 못하면 ‘생명유지’조차 쉽지 않은 중대 사태에 직면할 것이라는 얘기다. 


김 위원장은 그 책임을 면할 수 없다. 인구의 40%를 기아선상에 내몰고도 정치적 이유로 외부 지원까지 막는다면 무자비한 독재자라는 비난에서 벗어나기 어려울 것이다. 난관에 봉착하자 무력시위로 돌파하려는 구태 역시 그동안 쌓아온 국제사회의 지도자 이미지를 갉아먹을 것이다. 내부적으로도 ‘인민친화적 지도자’로서의 위상에 손상을 입을 수밖에 없다. “인민이 다시는 허리띠를 조이지 않고 부귀영화를 누리자는 것”(2012년 4월 연설), “인민을 위해 더 많은 일을 할 결심”(2017년 신년사) 등의 공언은 언제든 김 위원장을 공격하는 논리로 활용될 수 있다.  


김 위원장의 최종 목표는 체제안전과 경제강국이다. 그것을 이루기 위해서는 문재인·트럼프 대통령의 협력이 필수다. 그렇다면 두 대통령의 리더십 약화는 독이다. 결국 김 위원장은 미사일로 자신까지 타격한 꼴이다. 전투에서 이기고 전쟁에서 지면 아무 소용이 없다. 김 위원장의 성찰과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


<조호연 논설주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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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7일 밤 문재인 대통령과 통화하면서 “한국이 인도적 차원에서 북한에 식량을 제공하는 것이 매우 시의적절하며 긍정적인 조치가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한·미 양국은 대북 식량지원에 공감해왔지만 정상 차원에서 이렇게 분명하게 지지의사를 밝힌 적은 없었다. 두 정상의 진전된 입장을 환영한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AP연합뉴스


유엔식량농업기구(FAO) 등에 따르면 북한의 식량 사정은 최근 10년 사이 가장 심각하다. 국제기구들은 현지조사를 토대로 긴급을 요하는 식량 부족분이 136만t이라고 밝혔다. “북한 어린이들이 지금의 어려운 시기를 넘길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는 호소에 이의가 있을 수 없다. 한·미 양국은 대북 인도적 지원은 정치 상황과 무관하게 집행해야 한다면서도 실제론 그러지 않았다. 정부는 2017년 9월 유니세프와 세계식량계획(WFP)의 북한 모자보건·영양지원 사업에 800만달러를 지원하기로 결정하고도 미국의 대북 압박 기조에 따라 집행하지 못했다. 당국은 밀린 이 약속부터 지체없이 이행해야 한다. 


관건은 대북 인도적 지원을 지속적으로 이어나가는 환경을 만드는 일이다. 그러려면 남북한과 미국 모두 식량 지원을 둘러싼 부정적 시각을 불식해야 한다. 북한은 식량 지원을 수용하되 대미 외교의 승리인 것처럼 선전하는 일을 자제해야 한다. 한·미의 보수층도 북한이 식량을 전용한다는 등 주장으로 인도적 지원을 방해해선 안된다. 국제기구를 통한 간접지원을 넘어 남북 당국이 직접 지원 방안을 협의할 필요도 있다.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특별대표가 8일 방한했다. 한·미가 대북 인도적 지원을 신속히 집행함으로써 북·미 대화의 물꼬를 트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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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12일 최고인민회의 시정연설을 통해 “제3차 조미(북·미) 수뇌회담을 하자고 하면 한 번은 더 해볼 용의가 있다”고 밝혔다. 북한 지도자로서는 29년 만에 처음으로 최고인민회의에서 육성 연설을 통해 미국과 협상할 뜻을 표명했다. 이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트위터를 통해 김 위원장과의 관계는 “여전히 좋다”며 “3차 정상회담이 좋을 것”이라고 화답했다. 지난 2월 말 ‘노딜’로 끝난 하노이 회담 후 두 정상이 모두 상대방에 대한 신뢰를 확인하면서 3차 회담에 대한 의지를 밝혀 다행스럽다.


시정연설 ‘TV 방영’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12일 최고인민회의에서 시정연설을 하고 있다. 조선중앙TV는 13일 김 위원장의 연설 영상을 방영했다. 연합뉴스


문제는 두 정상의 대화 의지에도 불구하고 북·미 간 입장 차이가 여전히 크다는 점이다. 김 위원장은 이날도 “미국이 올바른 자세를 가지고 우리와 공유할 방법론을 찾은 조건에서” 협상할 수 있으며, 그것도 연말까지만 기다리겠다고 압박했다. 단계적 비핵화라는 기존 해법을 포기하지 못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나아가 “제재해제 문제 따위에는 이제 더는 집착하지 않을 것”이라며 장기전도 불사할 의지까지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도 지난 11일 문재인 대통령과의 회담에서 북한의 비핵화는 ‘빅딜’을 통해야 한다고 밝혔다. 비핵화의 최종단계를 명확히 하면서 로드맵을 설정한 뒤 협상하자는 요구를 재확인한 것이다. 여기에 더해 김 위원장은 남측과 문 대통령의 중재 역할에 대해서도 불만을 표출했다. 김 위원장은 “오지랖 넓은 ‘중재자’ ‘촉진자’ 행세를 할 것이 아니라 민족의 일원으로서 제정신을 가지고 민족의 이익을 옹호하는 당사자가 되어야 한다”고 비판했다. 북한이 문 대통령의 대북특사를 받아들일지도 낙관하기 어려울 정도로 태도가 강경하다. 


중재역을 맡은 문 대통령의 어깨가 다시 무거워졌다. 문 대통령이 북·미 두 정상 간 신뢰와 톱다운 협상의 이점을 활용하면서 북·미 간 입장 차를 좁혀야 한다. 희망적인 것은 빅딜을 원칙으로 내세운 트럼프 대통령도 단계적 해법의 여지를 남겼다는 점이다. 문 대통령은 이런 여지를 활용하면서 양측을 설득해낼 창의적인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연말까지 남은 8개월간 북·미 간 협상 모멘텀을 유지하면서 ‘포괄적 합의-단계적 이행’ 비핵화 방안을 중심으로 해법을 제시하는 수밖에 없다. 


문 대통령은 중재가 성공하려면 북측의 호응이 절대적이다. 북측은 현실적인 비핵화 해법을 위해 기존의 영변 핵시설 폐기 카드 이외에 추가 조치 등을 준비해야 한다. 당장 문 대통령이 15일 발표하는 대북특사와 4차 남북정상회담 관련 제안에 적극적으로 응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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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10일 노동당 전원회의에서 자력갱생을 강조했다. 김 위원장은 이날 ‘최근 진행된 북·미 수뇌회담의 기본취지와 당의 입장’에 대해 “자력갱생의 기치 높이 사회주의 건설을 더욱 줄기차게 전진시켜 나감으로써 제재로 우리를 굴복시킬 수 있다고 혈안이 되어 오판하는 적대세력들에게 심각한 타격을 입혀야 한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전날 노동당 정치국 확대회의에서도 같은 말을 했다. 하노이 북·미 핵담판이 결렬된 뒤 김 위원장이 내놓은 입장이 ‘자력갱생’인 것이다. 


[김용민의 그림마당]2019년 4월 12일 (출처:경향신문DB)


김 위원장이 보내는 신호는 이중적이다. 먼저 미국을 향한 도발 없이 경제발전 노선을 견지했다는 점이다. 올 초 신년사에서 언급한 ‘새로운 길’이나 지난달 최선희 외무성 부상이 평양에서 외신기자들에게 밝힌 ‘최고지도부의 결심’의 조짐이 보이지 않는다. 과거 ‘협상 결렬 후 강경노선 회귀’의 길을 되풀이하지 않겠다는 뜻이어서 다행스럽다. 반면 비핵화에 대한 언급 없이 스스로 살길을 찾자는 뜻의 자력갱생이라는 말을 27차례나 언급한 것은 대북 제재 장기화를 버텨내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경제사령탑 역할을 해온 80세의 박봉주 내각 총리를 교체한 것도 경제발전의 새 동력을 확보하겠다는 의미다. 결국 김 위원장은 내부를 향해 제재 장기화에 대비하자면서도 밖으로는 비핵화 협상의 여지를 남겼다. 


한·미 정상회담을 위해 문재인 대통령이 미국에 도착한 10일,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이 대북 제재 해제의 여지가 있다고 밝혔다. 북한이 비핵화할 때까지 제재를 유지하겠다는 기존 입장과 다르다. 문 대통령의 방미에 맞춰 대북 제재에 유연한 입장을 보인 것이어서 희망적이다. 북·미가 협상을 이어갈 수 있는 여건은 마련한 셈이다. 문 대통령이 3차 북·미 정상회담의 촉진자 역할을 할 기회가 다시 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제재가 만능이라는 발상에서 벗어나 북한에 협상 복귀의 명분을 제공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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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10일 노동당 전원회의에서 자력갱생을 강조했다. 김 위원장은 이날 ‘최근 진행된 북·미 수뇌회담의 기본취지와 당의 입장’에 대해 “자력갱생의 기치 높이 사회주의 건설을 더욱 줄기차게 전진시켜 나감으로써 제재로 우리를 굴복시킬 수 있다고 혈안이 되어 오판하는 적대세력들에게 심각한 타격을 입혀야 한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전날 노동당 정치국 확대회의에서도 같은 말을 했다. 하노이 북·미 핵담판이 결렬된 뒤 김 위원장이 내놓은 입장이 ‘자력갱생’인 것이다.

 

[김용민의 그림마당]2019년 4월 12일 (출처:경향신문DB)

 

김 위원장이 보내는 신호는 이중적이다. 먼저 미국을 향한 도발 없이 경제발전 노선을 견지했다는 점이다. 올 초 신년사에서 언급한 ‘새로운 길’이나 지난달 최선희 외무성 부상이 평양에서 외신기자들에게 밝힌 ‘최고지도부의 결심’의 조짐이 보이지 않는다. 과거 ‘협상 결렬 후 강경노선 회귀’의 길을 되풀이하지 않겠다는 뜻이어서 다행스럽다. 반면 비핵화에 대한 언급 없이 스스로 살길을 찾자는 뜻의 자력갱생이라는 말을 27차례나 언급한 것은 대북 제재 장기화를 버텨내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경제사령탑 역할을 해온 80세의 박봉주 내각 총리를 교체한 것도 경제발전의 새 동력을 확보하겠다는 의미다. 결국 김 위원장은 내부를 향해 제재 장기화에 대비하자면서도 밖으로는 비핵화 협상의 여지를 남겼다.

 

한·미 정상회담을 위해 문재인 대통령이 미국에 도착한 10일,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이 대북 제재 해제의 여지가 있다고 밝혔다. 북한이 비핵화할 때까지 제재를 유지하겠다는 기존 입장과 다르다. 문 대통령의 방미에 맞춰 대북 제재에 유연한 입장을 보인 것이어서 희망적이다. 북·미가 협상을 이어갈 수 있는 여건은 마련한 셈이다. 문 대통령이 3차 북·미 정상회담의 촉진자 역할을 할 기회가 다시 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제재가 만능이라는 발상에서 벗어나 북한에 협상 복귀의 명분을 제공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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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노이 회담 결렬(2월28일) 이후 미국과 남북한 간 주고받은 조치들을 보면서 불현듯 떠오른 단어는 다름 아닌 자석, 책받침, 그리고 쇳가루였다. 책받침(한국)을 가운데 두고 그 아래 자석(미국)의 움직임에 따라 책받침 위에서 대오이탈도 없이 일사불란하게 이동하는 쇳가루(북한) 말이다. 사건이 일어난 순서를 복기하다 남북이 당면한 처지에 깊이 비감했다. 


#1. 북한은 하노이 회담 결렬 1개월 즈음 상부의 지시라며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에 상주해온 인원들을 일방적으로 철수시켰다(3월22일). 미국이 협상 조건과 제재를 강화하는 움직임을 보이는데도 문재인 정부가 별다른 역할을 못하자 불만의 표시로 감행한 북한식 성동격서(聲東擊西)였다. 정부는 곧바로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주재로 국가안전보장회의 상임위를 열어 북측의 철수 조치에 강한 유감을 표하면서 복귀를 촉구했다. 


#2. 하노이 회담 결렬의 유력한 용의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3월22일(현지시간) 대북 ‘추가 제재’ 철회를 지시했다는 (나중에 밝혀진 것이지만 부정확한)트윗을 날리자 미국 행정부와 워싱턴 외교안보 주류 엘리트들은 아연실색했다. 앞서 3월21일 미국 재무부 산하 해외자산통제국(OFAC)에서 북한의 제재 회피를 도운 중국 해운회사 2곳을 독자 제재 명단에 올렸다는 소식이 들려왔던 터다. 


#3. 북한이 개성 공동연락사무소 철수 사흘 만에 업무에 복귀했다(3월25일). 북측은 이날 아침 공동연락사무소에 출근하면서 “오늘 평소대로 교대 근무차 내려왔다”고 말했다고 한다. 인력 철수와 복귀 조치 시점으로 보아 트럼프의 트윗이 영향을 미친 것이 분명했다. 


#4. 미국 블룸버그통신은 트럼프가 트윗을 통해 밝힌 ‘철회’ 대상 제재는 미국 재무부가 3월21일 발표한 2개 중국 해운회사에 대한 제재였다고 보도했다(3월26일, 현지시간). 미 국무부는 정례브리핑(3월26일)에서 철회 논란이 빚어졌던 재무부 제재가 여전히 유지되고 있음을 공식적으로 밝혔다. 트럼프가 제재 철회를 거론했을 당시 검토되던 추가 제재는 없었던 셈이다. 


#5. 스페인 고등법원은 자국 북한대사관에 침입(2월22일)한 반(反) 북한단체 ‘자유조선’ 일행이 빼낸 정보를 넘기기 위해 미 연방수사국(FBI)과 접촉했다고 밝혔다(3월26일, 현지시간). 북한은 사건 발생 후 37일 만에 처음으로 공식반응(3월31일)을 내면서 대사관 침입 사건을 ‘엄중한 테러행위’라고 규정, 미국에 책임을 물을 수 있음을 강하게 암시했다. 


#6. 북한 선전매체 ‘메아리’는 문재인 정부의 신중론을 비판하고 나섰다(4월3일). 그러면서 신중론을 “책임회피이자 미국과 보수세력의 압력에 대한 공공연한 굴복”으로 간주했다. 한·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서울과 워싱턴 간 공조가 강화될 것을 우려, ‘우리민족끼리’를 재차 강조하고 나섰다. 무기력한 ‘쇳가루’ 신세를 자책하기보다는 ‘책받침’만 탓하는 모양새로 비쳤다. 


문재인 대통령이 10일 워싱턴을 방문, 트럼프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한다. 문 대통령 취임 후 7번째 정상회담이자, 하노이 회담 결렬 후 꼬일 대로 꼬인 북·미 간 비핵화 협상의 물꼬를 다시 트려는 절박한 심정에서 결정한 방미(訪美)다. 때마침 북한 최고인민회의도 11일에 개최된다. 남북 지도자 모두 심사가 복잡하다. 특히 김정은은 내부의 반대를 무릅쓰고 비핵화 협상에 나섰지만 아직까지 이렇다 할 성과를 인민들에게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가 비핵화 전까지 제재 유지를 고수하겠다고 여러 차례 밝혔기에 중국과 러시아의 전폭적인 지원이 없는 한 김정은이 직접 느낄 비핵화 역치는 낮아지게 마련이다. 


자석이 끄는 힘을 책받침이 영리하게, 선택적으로 투과시켰어야 옳았다는 점에서 문재인 정부 역시 현재 북핵 교착상태에서 책임을 완전히 면하기는 어렵다. 한국산 책받침이 중국·러시아 합작산으로 교체될 수도 있다. 이는 한반도가 다시 냉전시대의 정글로 회귀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불길한 징후다. 집권 3년 차에 접어든 문재인 정부의 고민이 점차 깊어져가는 순간이다.


<이병철 |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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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은 4일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전체회의에서 2차 북·미 정상회담 합의 무산과 관련해 “우리는 북·미 회담이 종국적으로 타결될 것으로 믿지만 오랜 대화교착을 바라지 않는다”며 “양 정상이 빠른 시일 내 만나 타결을 이뤄내길 바란다. 그 과정에서 우리 역할도 다시 중요해졌다”고 밝혔다. 북·미가 협상동력 유지를 위해 조속히 대화에 나설 것을 촉구하는 동시에 한국 정부가 중재 역할에 적극 나서겠다는 뜻을 비친 것이다. 하노이 정상회담 합의 무산의 충격에도 불구하고, 한반도 평화프로세스가 중단돼서는 안되며 중재자이자 당사자인 한국 정부로서 해야 할 역할을 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한 점을 평가한다. 이는 비핵화와 한반도 평화가 암초를 만난 상황에서 한국 정부가 취해야 할 유일하고도 최선의 선택이기도 하다. 문 대통령은 “양측의 입장 차를 정확히 확인하고 좁힐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달라”면서 “북·미 실무대화의 조속한 재개를 위해서도 노력해주길 바란다”고 주문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4일 오후 청와대에서 열린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전체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하지만 상황은 녹록지 않다. 양측의 입장 차가 그동안 알려진 것보다 더 벌어졌을 것으로 추정케 하는 징후들이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존 볼턴 미국 국가안보회의 보좌관은 3일(현지시간) 방송들과의 인터뷰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하노이 회담에서 핵과 미사일 외에 생화학무기까지 포함하는 ‘광범위한 비핵화’를 요구했다고 밝혔다. 미국이 대량살상무기(WMD) 전체를 비핵화 대상에 포함시키며 북한을 사실상 압박했다는 뜻이다. 볼턴의 말대로라면 실무협상 과정에서 북한이 주장해온 ‘단계적 비핵화’에 동의하는 것처럼 보이던 미국이 정작 정상회담 테이블에서는 ‘전부(全部) 아니면 전무(全無)’식 태도로 돌변한 셈이다. 단계적 비핵화 해법은 70년간 적대하며 신뢰가 부족한 북·미 사이를 감안한 현실적인 방식으로, 한국 정부도 동의해왔다. 미국이 태도를 바꾼 배경에 의구심이 커질 수밖에 없다. 

 

문 대통령의 언급대로 현 국면에서는 가급적 이른 시일 내 남북, 한·미 간 접촉을 통해 ‘하노이의 진상’을 파악하는 것이 급선무다. 대북특사를 조기에 보내는 방안부터 검토할 필요가 있다. 충격이 큰 북한이 당분간 ‘장고’에 들어갈 가능성도 있지만, 그럴수록 대화의 모멘텀이 사라질 수 있음을 설득해야 한다. 문 대통령이 “제재의 틀 내에서 남북관계 발전을 통해 북·미 대화에 도움을 줄 수 있는 방안을 찾아주길 바란다”며 남북협력 사업의 속도감 있는 추진을 당부한 점도 바람직하다. 북한도 남북관계가 정세에 구애받지 않고 정상 가동되는 것이 북·미 협상을 위해서도 도움이 된다는 점을 명심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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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30일 문재인 대통령에게 친서를 보내 내년에도 문 대통령과 한반도 평화·번영을 위한 논의를 진척시키고 비핵화 문제도 함께 해결해 나가자는 뜻을 밝혔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의 발표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이날 A4 용지 2장 분량의 친서에서 2018년을 마감하는 따뜻한 인사를 전하고 내년에도 두 정상이 한반도의 평화와 번영을 위해 함께 나가자는 뜻을 전했다. 또 두 정상이 올해 세번씩이나 만나며 남북 간 대결구도를 뛰어넘는 과감한 조처를 이뤄냈고, 우리 민족을 군사적 긴장과 전쟁 공포로부터 벗어나게 한 점을 강조했다고 한다.

 

김 위원장은 또 두 정상이 평양 합의대로 올해 서울 방문이 실현되기를 고대했으나 이뤄지지 못한 것을 못내 아쉬워했으며 앞으로 상황을 주시하면서 서울을 방문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나타냈다. 특히 내년에도 문 대통령과 자주 만나 한반도 평화·번영을 위한 논의를 진척시키고 비핵화 문제도 함께 해결해 나갈 용의가 있음을 밝혔다고 김 대변인은 전했다.

 

북·미 협상이 장기 교착되고, 서울 답방 무산으로 아쉬움을 남긴 채 저물어가는 세밑에 북에서 날아온 친서를 환영하지 않을 수 없다. 남북 정상이 세 차례나 만나 획기적 관계 진전을 이뤄낸 올 한 해를 잘 마무리하고 내년을 기약하는 ‘유종의 미’가 담겨 있다. 문재인 정부 이상으로 북한도 남북관계 발전을 중시하고 있으며, 내년에도 남측과 적극 협력해 나가겠으니 믿고 지켜봐 달라는, 남측 국민을 향한 메시지도 담긴 것으로 볼 수 있다.

 

세간에는 북·미 협상에서 비핵화 문제가 풀리지 않으면서 남북관계가 다시 후퇴하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있었던 게 사실이다. 지난 6월 싱가포르 정상회담 이후 북·미 협상이 반년 넘도록 진전을 보지 못하면서 북·미관계와 연동될 수밖에 없는 남북관계의 장래에도 의구심이 제기되는 상황이었다. 김 위원장의 연내 답방이 무산된 것이 이런 심리를 키운 면도 있었다. 김 위원장의 친서는 이런 남측 내부의 의심과 불안을 누그러뜨리기에 충분할 정도로, 한반도 평화에 대한 강력한 의지가 담겨 있다.

 

이번 친서는 이틀 뒤인 새해 1월1일 김정은 위원장이 발표할 신년사 메시지를 어느 정도 예고하는 듯하다. 최근 미국이 미국인의 방북 허용 검토 등 유화 제스처를 보이고 비핵화 요구 수준도 ‘단계적 해법’으로 옮겨가는 듯한 모습을 나타내고 있다. 그러면서 북·미 협상 재개가 임박한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김 위원장이 ‘문 대통령과 비핵화 문제도 함께 해결해 나가겠다’며 비핵화 의지를 언급한 것은 이런 기류와 무관치 않아 보인다. 이는 신년사에 남북관계는 물론 북·미관계에 대해서도 긍정적 메시지가 나올 것이라는 기대감을 갖게 한다. 김 위원장이 친서에 밝힌 대로 2019년에도 남북이 굳게 협력해 ‘한반도 대전환’이 본격화되기를 바라마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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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 철도와 도로를 잇는 ‘경의선·동해선 철도·도로 연결 및 현대화 착공식’이 26일 북한 개성 판문역에서 남북 양측과 중국·러시아·몽골 대표 등 1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개최됐다. 남북의 철길을 이음으로써 북한을 통해 중국, 러시아를 거쳐 유럽까지 가는 철의 실크로드 구축이 시작된 것이다. 남북이 군사합의 이행과 더불어 평양공동선언에서 천명한 철도 연결사업의 연내 착공을 실현함으로써 한반도 평화 정착에 새 이정표를 세웠다.

 

이날 착공식은 70년 동안 끊어진 민족의 혈맥을 잇는다는 상징적 의미가 크다. 남북의 철도가 완전히 연결되면 대한민국의 경제영토를 육상을 통해서도 대륙으로 확장할 수 있다. 남북의 공동번영과 한반도 및 동북아 평화 정착의 길이 활짝 열리는 결정적 계기를 마련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날 행사에는 ‘착공식’보다는 ‘착수식’이라는 말이 더 잘 어울린다. 실제 공사를 하려면 여러 단계를 더 넘어야 하기 때문이다. 대북 제재로 철도 연결에 필요한 자재와 공사 기기의 반출이 자유롭지 못하다는 점이 가장 큰 문제이다. 지금처럼 북으로 장비를 보낼 때마다 한·미가 만나 제재 위반 여부를 따지는 방식으로는 공사가 제대로 진척될 수 없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연결공사 설계에만 1~2년이 걸린다”고 했듯 공사를 위해 세부적으로 준비해야 할 일도 많다. 한마디로 철도·도로 공사를 위한 실질적인 준비와 함께 제재를 풀어 철도 연결을 남북경협으로, 궁극적으로는 북·미관계 개선으로 이어가는 지난한 과제가 시작된 것이다.

 

26일 오전 개성 판문역에서 진행된 '동·서해선 남북 철도·도로 연결 및 현대화 착공식'에서 남북 관계자들이 궤도 체결식을 갖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이런 점에서 이날 제1야당 자유한국당의 착공식 불참은 매우 유감스럽다. 한국당은 이번 행사를 두고 “기약 없는 착공식으로, 문재인 대통령의 지지율을 위해 하는 가불 착공식”(김병준 비대위원장), “문 대통령의 여론조작용 착공식”(나경원 원내대표)이라고 비판했다. 여기에 나 원내대표는 정부가 착공식에 대해 제대로 설명도 하지 않은 채 밀어붙였다고 주장했다. 민족의 염원을 담은 남북 철도 연결에까지 당리당략적 태도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한국당의 행태에 실망을 금할 수 없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24일 북한 관련 보고를 받은 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2차 정상회담 개최에 대한 의지를 재확인하면서 북·미대화 재개 가능성이 높아졌다. 한국당은 이런 흐름에 뒤처지지 말아야 한다. 북측 또한 비핵화에 대해 좀 더 전향적인 태도를 보여야 한다. 한반도 남쪽 끝에서 출발해 북녘 땅과 시베리아 벌판을 거쳐 유럽까지 거침없이 내달리는 평화와 번영의 열차가 하루빨리 실현되기를 고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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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연내 서울 답방이 무산됐다. 북측이 연락채널 등을 통해 답방이 어렵다는 뜻을 전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도 ‘연내 답방이 어렵다’는 쪽으로 결론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김정은 위원장의 답방이 무산된 것은 최고지도자의 사상 첫 방남에 따른 경호·안전 문제도 있을 수 있고, 남측 일각의 ‘답방 반대’ 목소리도 영향을 미쳤을 수 있다. 하지만 무엇보다 북·미 협상의 교착이 가장 큰 걸림돌이 됐다. 김 위원장이 서울 방문 의사를 밝힌 9월 평양 정상회담 때만 해도 2차 북·미 정상회담이 조기 개최될 것으로 예상됐지만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의 4차 방북 이후 북·미 협상은 ‘개점휴업’ 상태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비핵화와 상응조치에 대한 큰 그림에 합의한 뒤 방남에 나서려던 김 위원장의 구상에 차질이 빚어진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주요 20개국(G20) 회의 때 한·미 정상회담을 계기로 북·미 정상회담 전에 김 위원장이 답방하는 것이 북·미 협상에 도움이 될 것으로 판단하고 연내 답방을 추진했다. 하지만 북한으로서는 미국의 태도가 뚜렷하지 않은 상황에서 아무래도 여의치 않다는 결론에 도달한 것으로 보인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동해지구 수산사업소를 시찰했다고 지난 1일 조선중앙통신 등이 보도했다. 김 위원장의 공개 활동 보도는 지난달 18일 평안북도 대관유리공장 시찰 이후 13일 만이다. 연합뉴스

 

김 위원장의 서울 답방은 남북관계보다는 북·미 협상에 더 큰 영향을 받는 사안이다. 북한과 미국이 비핵화의 방식과 상응조치를 놓고 이견을 좁히지 못하는 상황에서 답방은 성사되기 어려웠다. 연내 답방 무산이 아쉽지만 이를 평화 프로세스에 적신호가 켜진 것으로 볼 이유는 없다. 지난 12일만 해도 남북이 비무장지대 감시초소 파괴·철수 작업에 대한 상호검증을 순조롭게 완료한 것에서 보듯 남북관계는 뚜벅뚜벅 전진하고 있다. 북·미 협상과 관련해서도 북한의 비핵화 의지가 약화됐다고 판단할 징후는 없다. 이는 미국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김 위원장의 답방은 새해 적절한 시기에 재추진하면 된다.

 

연내 답방 무산으로 시간을 번 만큼 지금은 대북정책을 가다듬는 기회로 삼기 바란다. 먼저 남북관계와 북·미관계의 상호성을 더욱 강화하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올해 2차례의 남북정상회담은 모두 북·미 협상 진전으로 이어졌지만 9월 평양 정상회담은 그러지 못했다. 북·미 협상은 비핵화와 상응조치의 교환이라는 본질적 국면에서 겉돌고 있다. 대북 제재 등을 놓고 한·미 간 이견도 노출됐다. 북·미 협상을 촉진하기 위해 문재인 정부가 기울인 노고는 평가돼야 한다. 그러나 남북관계와 북·미관계가 선순환하도록 남측의 역할을 좀 더 고민할 필요가 있다.

 

우리 내부를 들여다보는 시선도 더 진지해야 한다. 시중에는 정부정책의 큰 방향은 옳지만 설명과 설득 노력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제기돼왔다. 남북화해와 평화에 기본적으론 찬동하면서도 대전환의 속도에 버거움을 느낀 이들도 적지 않아 보인다. 올해 남북 및 북·미 관계에서는 ‘분단 이후 처음’이란 수식어가 붙은 장면들이 여러번 연출됐다. 이에 시민 다수는 환영했지만, 다 그런 것은 아니었다. 남북관계도 외교행위다. 외교는 대외협상과 대내설득이 조화롭게 병행돼야 성과를 거둘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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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중간선거가 코앞이다. 패권국가 미국 국력의 절대성이 꾸준히 감소해오긴 했으나 2차대전 이후 세계질서를 관장해온 그들의 선거는 결코 남의 일로 치부할 수 없다. 한반도 문제가 미국 선거, 특히 국내이슈 위주로 치러지는 중간선거에선 큰 변수가 못 되지만, 반대로 결과가 한국에 끼치는 영향은 크다. 게다가 비핵화 및 평화프로세스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차지하는 비중을 생각할 때 우리의 눈길이 쏠릴 수밖에 없다. 9월 평양정상회담으로 긴 교착상황을 끝내고 새로운 돌파구로 가는 듯했지만, 다시 어려움에 직면하고 있는 시점이라 더 촉각을 곤두세우게 된다.

 

미국 정치에서 중간선거는 집권정부에 대한 평가의 의미가 있고, 이는 곧 대통령에 대한 ‘재신임 묻기’라는 인식이 있지만 대부분 집권당의 패배로 결론난다. 부시와 오바마 정부 때도 마찬가지였다. 그러나 오바마는 중간선거에서 기록적인 참패를 당하고 상하 양원을 모두 내줬지만 재선에는 성공했다. 현재 거론되고 있는 시나리오는 하원은 민주당에 내어주고, 상원 다수당은 유지한다는 것이다. 2차대전 이후 대통령의 지지율이 50% 이하일 경우 집권당이 하원에서는 평균 36석을 잃었고, 최근 3차례 중간선거에서 상원은 평균 6석을 잃었다. 트럼프의 지지율이 40% 내외를 오간다는 것을 감안하면 양원을 다 잃을 수 있는 통계지만 6년 임기의 상원의원이 35명만 교체되는 가운데 주로 민주당에서 수성을 해야 한다는 점에서 트럼프의 행운이 과거 통계를 빗나가게 만들 것 같다. 또한 지난번 대선에서 많은 전문가들의 예상을 빗나가게 한 것이 트럼프를 지지하지만 투표장 갈 때까지 드러내지 않는 소위 ‘샤이 트럼프(Shy trump)’ 비중이 최소 5%라고 할 때 이번 선거는 트럼프의 패배라고 단정하기 어려운 결과를 낼 가능성이 매우 크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일(현지시간) 테네시 주 존슨시티에서 열린 공화당 중간선거 지원 유세에서 연설을 마친 뒤 지지자들의 환호에 주먹을 쥐어보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연설에서 지난달 24일 서명한 개정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을 언급하면서 "지난주 나는 한국과 획기적인 새로운 무역협정에 서명했다"고 자화자찬했다. 연합뉴스

 

지난 2년간 겪어본 트럼프는 모든 미국인의 대통령이 되고자 하는 지도자가 아니다. 반대로 분열구도를 만들어 싸움을 붙이고, 거기서 자신의 하드코어 지지자들만 만족시키는 방법으로 권력을 거머쥐었고, 또 유지하고 있다. 더불어 현 지지율이 의외의 승리를 가져다준 대선 당시와 큰 변화가 없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그렇기에 하원을 잃을 경우 예산통과에 어려움을 겪거나 탄핵정국으로 넘어가 발목을 잡더라도 트럼프는 개의치 않고 자신만의 어젠다를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그런 맥락에서 일부에서 제기하는 북·미관계에 대해 정치적 입지를 만회하기 위해 강경노선으로 돌아갈 것이라기보다는 자기가 이룬 유일한 외교적 성과라는 점에서 문제를 해결하고자 할 가능성이 더 크다. 여기에 기대를 건다. 다만 트럼프가 중장기적 관점보다 현재적 시점에서 얼마나 유리하고, 이길 수 있는가에만 관심이 있다는 점에서 불안하다. 그러나 바로 그런 특성 때문에 트럼프가 미국 내 기성질서를 극복하고 여기까지 왔다는 점도 사실이다.

 

이것이 평양정상회담에서 김정은 위원장과 문재인 대통령이 판을 키운 이유 중 하나이다. 먼저 종전선언과 핵신고서 제출이라는 교환방정식에 핵프로그램의 일부 조기폐기와 제재완화를 추가함으로써 교환조건을 확대시켰다. 선(先)비핵화만 고집하는 미국 내 강경파들이 득세하는 상태에서 북한이 전면신고를 하더라도 불성실신고로 규정할 것이 뻔하기에 트럼프의 구미가 당길 만한 과감한 선제조치를 약속한 측면도 있다. 두 번째 판은 문재인 대통령이 키웠다. 한반도평화프로세스의 실현에 있어 가장 큰 장애물인 비핵화는 현재 미국이 열쇠를 쥐고 있으나 변덕 많은 트럼프만 믿고 있을 수 없다는 점에서, 한반도평화프로세스의 절박성과 당위성을 유엔에 직접 호소하고, 유럽순방에서도 역설하였다. 그리고 교황 방문을 통해 재차 국제여론에 호소하겠다는 계획이 진행 중이다.

 

미국의 중간선거 이후 한반도평화프로세스는 어떻게 될 것인가? 국내정치 일정으로 말미암아 미뤄진 탓도 있지만, 강경파들을 중심으로 북한의 양보에 오히려 피냄새를 맡은 맹수처럼 더 밀어붙여 항복을 얻어내려는 미국은 협상의 원칙과 신의를 망각한 강자의 횡포를 부리고 있다. 어렵게 되살린 기회를 다시 잃어버릴 수는 없다. 현재 백악관 내부에서조차 조율된 입장을 만들어내지 못하고, 실현 가능한 로드맵조차 제시하지 못하고 있는 미국이 오히려 한국에는 자기 방식만 강요하려는 최근 행보에 우린 당당하게 나갈 필요가 있다. 결국 한반도는 우리 것이고, 우리가 평화하자는 데 외부자들의 도움은 고맙지만 방해는 사양한다는 결심으로 묵묵히 길을 가기를 바란다. “쫄지 마! 대한민국!”이라고 외치며 힘을 주고 싶다.

 

<김준형 한동대 교수·국제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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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란치스코 교황이 18일 “북한으로부터 공식 방북 초청장이 오면 무조건 응답을 줄 것이고, 나는 갈 수 있다”고 말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이날 교황청을 공식 방문한 문재인 대통령으로부터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방북 요청 의사를 전달받고 “문 대통령께서 전한 말씀으로도 충분하지만, 공식 초청장을 보내주면 좋겠다”며 이같이 밝혔다고 윤영찬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이 전했다. 교황이 사실상 방북을 수락한 것이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또 “한반도에서 평화 프로세스를 추진 중인 한국 정부의 노력을 강력히 지지한다”며 “멈추지 말고 앞으로 나아가라. 두려워하지 말라”고 말했다. 이로써 남북이 추진하는 비핵화와 한반도 평화 행보가 큰 탄력을 받게 됐다. 교황의 방북 의지를 환영한다. 

 

교황과 마주앉은 문 대통령 문재인 대통령이 18일(현지시간) 바티칸 교황청 내 서재에서 프란치스코 교황과 단독 면담을 하고 있다. 바티칸 _ 서성일 기자 centing@kyunghyang.com

 

교황으로서는 방북이 쉽지 않은 결정이었을 터이다. 북한에는 가톨릭 신자는 물론 진정한 의미의 종교인도 없다. 국제적으로 비난받는 북한의 열악한 인권 상황도 문제다. 따라서 교황의 방북 의사는 한반도 평화에 대한 강력한 지원 의지로 해석된다. 교황의 방북이 실현된다면 한반도 평화가 획기적으로 촉진될 수 있다. 무엇보다 현재 진행 중인 비핵화 작업을 추동하는 의미가 크다. 교황의 방북은 다른 국가 지도자의 방북과 상징성이 다르다. 김 위원장이 교황 앞에서 비핵화 뜻을 밝힌다면 비핵화 의지에 대한 세계인의 신뢰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평화를 주창해온 교황이 북한의 비핵화 의지를 지지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이만한 비핵화 동력은 또 없을 것이다.

 

교황의 방북은 북한의 정상국가 이미지를 제고하는 데도 기여할 것이다. 북한이 고립국가에서 탈피해 국제사회로 나오는 변화의 촉매제로 작용할 것이다. 또한 인권 개선과 민주화 등 북한 내부 변화의 계기가 될 수 있다. 김 위원장으로서는 교황이 평양에서 미사를 집전하고 북한 주민들과 직접 접촉함으로 인한 변화의 충격이 있더라도 이를 감수하겠다는 단안을 내렸을 터이다.

 

문 대통령과 교황의 만남에 앞서 교황청은 성베드로대성당에서 피에트로 파롤린 국무원장의 집전으로 ‘한반도 평화를 위한 특별미사’를 봉헌했다. 문 대통령도 미사에 참례한 뒤 연설했다.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 대장정의 성공을 기원하는 가톨릭 교단 전체의 축복은 상징성이 크다. ‘평화의 사도’라 불리는 교황의 방북은 비핵화, 종전선언과 평화협정을 통해 한반도의 항구적인 평화체제를 이루려는 역사적 흐름을 뒷받침하는 강력한 추동력이 될 것이다. 북한은 즉각 교황에게 초청장을 보내 조속히 방북 일정을 잡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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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달 평양 남북정상회담 기간에 문재인 대통령에게 “교황님이 평양을 방문하시면 열렬히 환영하겠다”며 프란치스코 교황 초청 의사를 밝혔다. 문 대통령이 “프란치스코 교황님이 한반도 평화와 번영에 관심이 많다. 한번 만나 보는 게 어떠냐”고 제안하자 김 위원장이 적극적인 환대 의사를 나타냈다고 청와대가 지난 9일 밝혔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오는 18일(현지시간) 교황청을 공식 방문하는 문 대통령과 개별 면담을 할 예정이어서 방북 논의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9월 평양 정상회담 당시 옥류관 오찬을 한 뒤 천주교 김희중 대주교와 이야기하고 있다. 평양 사진공동취재단

 

평양 정상회담 때 방북한 한국천주교주교회의 의장 김희중 대주교는 지난달 25~28일 바티칸에서 교황청의 국무총리 격인 피에트로 파롤린 국무원장을 만나 김 위원장의 초청 의사를 전달했다고 10일 한국일보 인터뷰에서 밝혔다. 보름가량 시일이 지난 만큼 검토를 끝낸 교황이 문 대통령과 면담하면서 방북 여부와 구체적인 방북 희망 시기를 밝힐 수도 있다. 프란치스코 교황의 방북은 한반도 평화정착에 매우 긍정적인 ‘사건’이 될 것이다. 교황이 김 위원장의 초청을 받아들여 방북 용단을 내려줄 것을 희망한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올 들어 한반도의 주요 국면 때마다 기도와 축원을 아끼지 않았다. 지난 4월1일 부활절 미사에서 교황은 “예수의 씨앗이 한반도를 위한 대화의 결실을 맺어 지역의 조화와 평화를 증진하기를 기도한다”고 밝혔다. 4·27 판문점 정상회담 직후인 29일 미사 때는 “남북정상회담의 긍정적인 결과와 핵 없는 한반도를 위한 진정한 대화를 추진한 양쪽 지도자들의 용감한 헌신에 나의 기도를 덧붙인다”고 했다. 6·12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 이틀 전인 10일 미사에서는 “우리 모두 성모 마리아가 한반도에 임해 이 회담을 인도하기를 기도하자”고도 했다. 교황의 언어에 오랜 고난의 땅 한반도에 대한 각별한 감정이 이입돼 있음을 느낄 수 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2013년 즉위 이래 미국과 쿠바의 국교정상화, 콜롬비아 평화협정 타결 등에 막후 역할을 해왔다. 이런 이력으로 본다면 교황의 방북은 한반도 대전환의 흐름을 굳건히 하고, 국제사회의 지지를 확산시키는 계기가 될 것이다. 북한으로서는 비핵화의 진정성을 알리고, 국제사회에 정상국가로 인정받는 기회가 될 수 있다.

 

북한은 교황의 방문을 계기로 종교의 자유 등 인권 분야에서 실질적인 개선 노력을 할 필요가 있다. 정상국가로 발돋움하기 위해서는 비핵화만큼이나 인권 개선도 중요하다. 김 위원장이 교황을 초청한 데는 앞으로 이런 노력을 해나가겠다는 의지가 담겨 있는 것으로 받아들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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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8~20일 평양에서 남북정상회담이 열리고 ‘9월 평양공동선언’이 발표될 때 전 세계 언론은 온통 비핵화 문제에 관심을 쏟았지만, 사실 이번 평양공동선언은 비핵화보다 한반도의 항구적 평화와 공동번영을 남북이 주도해 나갈 것임을 천명했다는 것에 더 많은 역사적 의미를 둬야 할 것 같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한반도에서 더 이상 전쟁은 없을 것임을 선언하고 실천 방안을 명시한 군사분야 합의서를 채택했다. 사실상 ‘남북 간의 종전선언’이다. 특히 능라도 5·1 경기장에서 문 대통령이 15만 평양 군중에게 “나와 김 위원장은 우리 강산을 영구히 핵무기와 핵위협이 없는 평화의 터전으로 만들자고 확약했다”고 선언하는 장면은 70년 분단 역사에 가장 획기적인 사건으로 기록될 것이다. 한반도 안보 환경의 ‘패러다임 시프트’를 알리는 자주적 선언이라고 할 만하다.

 

문재인 대통령이 19일 밤 평양 5.1 경기장에서 열린 ‘빛나는 조국’을 관람한 뒤 평양 시민들앞에서 연설을 하고 있다. 서성일 기자

 

평양공동선언은 문재인 정부의 진짜 목소리를 분명하게 드러낸 회심의 카드다. 문재인 정부는 남북관계와 대북정책에서 확실한 어젠다를 갖고 있다. 그동안 한반도 주변정세와 북한의 태도, 미국과의 관계 등을 고려해 드러내지 않았을 뿐이다. ‘북한의 군사적 위협’과 이에 대응하기 위한 ‘확고한 한·미 군사동맹’은 지금까지의 한반도 안보환경에서 절대 변할 수 없는 상수였다. 문재인 정부는 국가 안위를 미국에 의존해야만 하는 이 같은 안보 구조를 바꿔야 한다는 인식이 강하다. 그리고 한반도와 동북아시아의 안보 지형이 꿈틀거리기 시작하는 지금 마침내 결단을 내렸다.

 

북·미 비핵화 대화가 정체된 상황에서 이 같은 공동선언이 나왔다는 것은 주목할 만하다. 문재인 정부가 출범 초기 ‘굴욕을 감내하면서 미국의 가랑이 밑을 긴다’는 표현이 나올 정도로 미국을 의식했던 것을 감안하면 실로 대담한 결정이 아닐 수 없다. 문재인 정부 내에서 남북관계에 속도를 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기 시작한 것은 역설적이게도 싱가포르 북·미 정상선언 이후 북·미 대화가 뒤처지기 시작할 무렵이었다. 미국을 기다려주기보다 남북관계를 가속화하여 북·미 비핵화 대화를 끌고 나가야 한다는 주장이 강해진 것이다.

 

문 대통령은 8·15 경축사에서 “남북관계 진전으로 비핵화를 견인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북·미 대화 정체를 아랑곳하지 않고 3차 남북정상회담과 미국이 그토록 불편해 하는 남북공동연락사무소 개설을 강행했다. 남북관계의 질적 변화로 비핵화 과정을 앞당길 수 있다는 자신감의 표현이었다. 이 자신감은 올해 초 대화에 나서기 시작한 김 위원장의 손을 잡아 북·미 정상회담으로 이어지도록 견인차 역할을 한 경험에서 비롯됐을 것이다. 또한 북·미 모두 되돌아갈 수 있는 단계를 이미 지났다는 판단도 과감한 행보에 힘을 실어주었을 것으로 보인다.

 

아마도 문재인 정부가 한반도 문제에 ‘마이 웨이’를 선언하기에 가장 부담 없는 타이밍은 북·미 비핵화 논의가 확실한 궤도에 오르고 평화체제 논의가 순항하기 시작하는 시점일 것이다. 하지만 청와대는 그 시점까지 기다리면 너무 늦는다고 생각한 것 같다. 어쨌든 주사위는 던져졌고 앞으로가 문제다. 남북의 구상이 순항할 수 있을지 불투명하다. 김 위원장의 표현대로 ‘탄탄대로도 아니고 역풍도 각오’해야 한다. 현실적으로는 아직 평양선언을 이행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지 않은 탓이다.

 

한반도의 영구적 평화와 남북 공동번영은 남북의 의지 외에 국제적 지지도 필요하다. 미국은 평양선언의 비핵화 방안과 북·미 대화 접점 마련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내고 있지만, 평양선언 전체에 대한 평가는 다를 수 있다. 미국은 앞으로도 ‘한·미가 같은 페이지를 읽고 있는지’ 끊임없이 확인하려 할 것이다. 일차적으로 북·미 비핵화 협상이 남북관계 진전을 뒷받침할 수 있을 정도로 신속히 본궤도에 오르지 못하면 한국 정부는 매우 곤란한 입장에 처할 것이다. 가장 핵심적인 부분은 한·미 군사동맹이 장차 어떤 방향으로 성격 변화를 해야 하는지, 한반도 평화체제 이후 중국과의 관계를 어떻게 설정할 것인지 등에 대한 물음에 즉각 답할 수 있는 확실한 원칙을 지금 문재인 정부가 갖고 있는지 여부다.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넌 것은 김정은과 트럼프만이 아니다. 문재인 정부 역시 되돌릴 수 없는 선택을 했다. 퇴로가 없는 3자가 벌일 치열한 외교전이 한반도와 동북아시아의 미래를 좌우할 것이다. 맹위를 떨치던 무더위가 스러지고 하루가 다르게 하늘이 높아지고 있다. 시간은 여느 때와 같이 무심하게 흐르고 있지만 지금 한반도는 운명의 변곡점을 지나고 있는지도 모른다.

 

<유신모 외교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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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연휴 기간 쏟아진 미국 뉴욕발 뉴스들은 한가위 선물만큼이나 풍성하고 희망적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24일(현지시간) 문재인 대통령과의 한·미 정상회담 모두발언에서 “머지않은 미래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두번째 정상회담이 열릴 것”이라며 “가까운 시일 내에 구체적인 장소와 일정이 발표될 것”이라고 2차 북·미 정상회담 개최를 공식화했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도 “머지않아 2차 정상회담의 최종 준비를 하기 위해 평양에 가게 될 것”이라며 실무 준비가 진행 중임을 확인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25일 유엔총회 연설에서 “전쟁의 망령을 대담하고 새로운 평화추구로 대체하기 위해 북한과 대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북한 ‘완전 파괴’를 경고하던 1년 전과 180도 달라진 태도였다. 북한과의 정상회담으로 ‘톱다운’ 방식의 새 합의를 도출해 비핵화를 이끌어가겠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의지가 한·미 정상회담과 유엔총회를 통해 재확인된 것이다. 3차 남북정상회담→한·미 정상회담→북·미 2차 정상회담의 흐름은 지난 몇달간 정체 상태였던 한반도 대전환 여정의 힘찬 재출발을 알리는 신호탄으로 봐도 무방할 것이다. 북·미 2차 정상회담이 조속히 열려 한반도 대전환의 밑그림이 완성되기를 희망한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오른쪽)과 리용호 북한 위무상이 26일(현지시간) 뉴욕에서 만나 대화를 나누고 있다.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 트위터 캡쳐

 

미국은 한·미 정상회담 브리핑에서 북한이 원하고 있는 종전선언을 비롯한 ‘상응조치’를 구체적으로 언급하지는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이 “서두르지 않겠다”면서 ‘대북 제재 계속’을 거듭 확인한 점을 보면 성급한 낙관론은 경계할 일이다. 청와대도 “두 정상이 종전선언과 2차 북·미 정상회담의 날짜와 장소에 대해 심도 있는 논의를 했다”는 선에서 회담 결과를 전했다. 

 

하지만 비핵화 협상의 진전을 보여주는 움직임은 많다. 폼페이오는 지난 23일 인터뷰에서 “우리는 특정한 시설들, 특정한 무기 시스템들에 관해 이야기해왔다. 이러한 대화가 진행 중”이라고 했다. 9·19 평양공동선언에 포함된 것 이상의 비핵화 추가조치들이 꽤 구체적인 수준에서 협의되고 있음을 강력히 시사한다. 25일(현지시간) 뉴욕에 도착한 리용호 북한 외무상과 폼페이오 장관 간의 ‘뉴욕회동’에서 2차 북·미 정상회담에 올릴 ‘빅딜’ 메뉴들을 확인하는 작업이 이뤄질 것이란 관측이 많다. 문 대통령이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연내 종전선언 목표가 달성될 가능성이 있다”고 한 것은 일련의 상황에 대한 종합적인 판단에서 나온 언급으로 보인다.

 

돌이켜보면 한 달 전만 하더라도 한반도 정세는 금방이라도 빗줄기를 퍼부을 듯한 짙은 먹구름 속에 휩싸여 있었다. 폼페이오의 4차 방북이 취소되고 남북공동연락사무소의 개소일정도 미뤄지는 등 남북·북미 관계 모두 난관에 처해 있었다. 이 위기를 돌파할 수 있었던 것은 트럼프-김정은이 ‘친서외교’로 소통을 유지하고, 문 대통령과 한국 정부의 중재노력이 북·미 간 협상 모멘텀을 살려낸 덕분이다. 다행스러운 것은 문 대통령을 중심으로 한 남북 및 북·미 3각 채널이 앞으로도 작동될 것이란 점이다.

 

문 대통령은 뉴욕에서 미국 외교협회 등 주최로 열린 연설과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북한의 비핵화 의지를 거듭 강조했고, 종전선언을 비롯한 ‘상응조치’ 방안도 예시했다. 문 대통령은 특히 “제재완화를 한 뒤 북한이 약속을 어긴다면 다시 제재를 강화하면 된다”며 미국이 제재완화에 유연성을 발휘할 것을 주문했다. 종전선언 하나에도 인색했던 미국을 상대로 제재완화, 연락사무소 설치, 인도지원, 예술단 교류 같은 목록을 꺼내놓는 것은 시기상조로 볼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북한이 과감한 비핵화에 나선다면 미국도 ‘통 큰’ 상응조치로 화답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것이 외교협상이다. 한반도 대전환을 이루고 새로운 북·미관계를 수립하려면 남·북·미 모두 양보와 상응조치로 ‘윈윈’하는 거래가 이뤄져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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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론부터 말하자면, 북한이 평양 선언문을 통하여 미국에 던진 메시지는 이것이다.

“전쟁 없는 한반도를 만든다는 의미는 남북 간에 종전을 선언한 것이다. 전쟁이 없는 한반도에서의 주한미군은 재래식 위협뿐만 아니라 핵위협으로부터도 안전하다. 그리고 동창리 엔진시험장과 미사일 발사대를 유관국 전문가들의 참관하에 우선 영구적으로 폐기한다는 의미는 미국에 직접 위협을 가할 대륙간탄도탄(ICBM) 개발을 우선적으로 포기하고, 사찰, 검증을 받겠다는 의미다. 이렇게 되면 한반도와 미국에 거주하는 미국인에 대한 위협은 우선적으로 사라진다. 미국에 대한 위협을 이러한 방식으로 검증 가능하게 폐기할 터이니 이제 미국이 종전선언을 할 차례다. 미국이 종전선언을 하면 그다음 단계인 영변의 미래 핵을 검증 가능하게 폐기하겠다. 그리고 계속 평화협정과 북·미관계 정상화를 향하여 앞으로 나아가면서 현재 핵과 과거 핵까지 폐기하여 완전한 한반도 비핵화를 달성한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19일 오전 평양 백화원 영빈관에서 한반도 전역의 전쟁 위험 해소 등을 담은 ‘9월 평양공동선언’에 서명한 뒤 합의서를 들어보이며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서성일 기자

 

이번 평양 선언문은 1조에서 4조에 걸쳐 남북관계, 특히 남북 간의 전쟁위험 제거와 근본적인 적대관계 방지에 대해서는 구체적이고 자세하게 기술되어 있지만, 비핵화와 관련된 5조는 행간을 읽어야 의미를 파악할 수 있게 간접적으로 기술되었다.

 

그동안 미국과 북한 간에 집요하게 줄다리기를 했던 북한의 핵신고와 미국의 종전선언에 대해서는 한 글자도 나오지 않았고, 그 의미가 포함될 수 있는 다른 말들로 문장이 처리되었다.

 

그래서 행간을 읽어보니 북한은 우선 미국과 미국민에 직접적으로 위협을 주는 것들을 검증 가능하게 폐기하겠다는 선언을 한 것으로 읽힌다. 아직 미완성 단계인 ICBM 개발과 관련된 시설을 검증 가능하게 폐기하겠다는 내용이 그것이고, 남북 간에는 종전이 되었으니 주한미군에 대해서도 위협이 사라질 것이라는 메시지도 보냈다.

 

이 메시지는 다분히 트럼프 대통령을 직접 겨냥한 것이다. 왜냐하면 트럼프 대통령은 북·미 정상회담의 성과를 미국을 향한 북한의 도발을 멈춘 것이라고 지속적으로 주장하여 왔는데 이제 단순히 도발을 멈춘 것을 넘어서 위협을 검증 가능하게 폐기하겠다고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직접 선언을 하였으니 말이다. 트럼프가 본인의 치적으로 충분히 내세울 수 있을 만한 북한의 선물인 셈이다. 만약 트럼프 대통령이 이에 상응하는 조치인 종전선언을 연내에 해준다면, 그다음에는 김 위원장도 다음 단계의 핵폐기를 할 수 있는 명분이 생기고, 비핵화와 북·미관계 정상화의 속도가 빨라질 수 있을 것이라고 계산했을 것이다. 물론 이 제안이 트럼프 대통령과 그 주변의 인물들을 충분히 만족시키지 못한다면 추가적인 어떤 제안을 할 수 있다고 문재인 대통령에게 전달했을 수도 있다.

 

평양 선언문의 이러한 문장과 구조는 절묘한 한 수다.

첫째, 완벽한 핵신고는 부담스러워서 못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가려운 곳을 확실하게 긁어주었다. 트럼프 대통령이 성과로 자랑해 온 미국에의 직접 위협 중단을 검증 가능하게 폐기하겠다고 했기 때문이다. 둘째, 남북 간의 실질적인 종전선언을 하여 남북관계 때문에 미국민에 피해가 가지 않을 것이라는 메시지를 한반도에 주한미군을 보낸 미국 부모, 형제, 부부, 자식들에게 보냈다. 셋째, 일본에 대한 위협과 주일미군에 대한 위협 제거 내용이 빠져있다. 왜냐하면 일본과의 적대관계 청산을 언급하지 않았고, 일본을 향한 중거리 미사일에 대한 언급도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북한은 이제 일본과의 관계 개선을 남겨두고 있는데, 주일미군에 대한 위협 때문이라도 일본 정부는 북한과 매우 빠른 시일 내에 정상회담을 하여 북·미관계와 보조를 맞추어 가지 않을 수 없는 입장에 빠졌다. 조만간 북·일 정상회담이 시야에 들어온다.

 

이제 문제는 트럼프 대통령과 미국이 이를 받아서 종전선언을 할 수 있는가이다. 핵심은 트럼프 대통령이 과연 미국의 핵 비확산론자들과 강성 매파들의 견제를 넘어설 결심을 할 수 있을까이다. 미국에 대한 북한의 직접 위협 제거와 핵비확산은 다른 문제이다. 전자는 북한과 미국의 양자관계이지만 후자는 미국의 글로벌 전략이 걸린 문제다. 강경파와 비확산론자들은 확실한 비핵화의 증거가 있어야만 종전이 가능하다고 주장할 터이고, 정치인 트럼프는 미국과 동맹국에의 직접 위협을 검증 가능하게 폐기한다면 종전선언도 가능하다고 생각할 것이다.

 

무게중심이 어느 쪽으로 기울 것인가? 앞으로의 관전 포인트다.

 

<이근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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