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 해당되는 글 51건

  1. 2019.06.13 [사설]트럼프·김정은 친서외교 재개와 오슬로 구상을 주목한다
  2. 2019.05.29 [기고]중국이 희토류 카드를 만지고 있다
  3. 2019.05.29 [사설]트럼프, ‘북한과 대화’ 말만 하지 말고 유인책 내놔야
  4. 2019.05.22 노출된 트럼프의 협상 전략
  5. 2019.05.17 [사설]한·미 정상회담 6월 개최, 북·미 협상 환경조성 긴요하다
  6. 2019.05.15 [조호연 칼럼]김정은의 오폭
  7. 2019.05.09 [사설]대북 식량지원 빠를수록 좋다
  8. 2019.04.15 [사설]3차 회담 의지 밝힌 북·미 정상, 창의적 중재가 필요하다
  9. 2019.04.09 [세상읽기]한·미 공조 대 우리민족끼리, 승자는?
  10. 2019.04.02 [사설]미국, 아직도 시대착오적 리비아식 북핵 해법 고집하나
  11. 2019.03.18 [아침을 열며]트럼프와 김정은, 아직도 사랑한다면
  12. 2019.03.18 [사설]살얼음판 북·미 신경전, 대화의 판을 깨서는 안된다
  13. 2019.03.04 [사설]안타까운 북·미 정상회담 결렬, 협상 모멘텀은 살아있다
  14. 2019.02.28 [사설]북·미 정상 이틀간 5차례 핵담판, 빅딜 기대한다
  15. 2019.02.14 [사설]트럼프의 방위비 분담금 망발 언제까지 들어야 하나
  16. 2019.02.11 [사설]개성공단 중단 3년, 남·북·미 모두 재개 노력 기울여야
  17. 2019.02.07 [사설]북·미 정상 베트남서 2차 회담, ‘비핵화-평화체제’ 결실 맺길
  18. 2019.01.21 [사설]2차 북·미 정상회담 성사, 항구적 평화 전환점 되길
  19. 2018.12.28 [사설]‘경찰국가’ 지위는 누리되 부담은 안 지겠다는 트럼프
  20. 2018.12.27 [사설]남북 철도연결 착공식, 공동번영의 이정표 되기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6·12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 1주년을 맞아 다시 친서를 보냈다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밝혔다. 지난 2월 말 하노이 북·미 2차 정상회담 이후 두 정상이 친서를 주고받은 것은 처음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친서 내용이 “아름답고 따뜻하다”며 “아주 긍정적인 일이 일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두 정상이 서로에 대한 신뢰를 재확인한 것이다. 마침 노르웨이를 방문 중인 문재인 대통령도 북한을 향해 남북 주민들의 피부에 닿는 교류협력을 강화하자는 ‘오슬로 구상’을 밝혔다. 싱가포르 회담 1주년을 맞아 남·북·미 간 협상 분위기를 돋우는 일이 동시에 일어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1일(현지시간) 아이오와주로 떠나기 전 백악관 사우스론(남쪽 뜰)에서 기자들에게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으로부터 전날 아름다운 친서를 받았다고 밝히며 편지를 들어보이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김 위원장의 친서는 북·미 협상이 위기에 봉착할 때마다 물꼬를 트는 역할을 했다. 지난해 말부터 지지부진하던 2차 북·미 정상회담을 위한 협상도 지난 1월 김 위원장이 보낸 친서를 계기로 급물살을 탔다. 이번 친서도 하노이 회담 이후 협상이 장기 교착되는 상황에서 나와 주목된다. 문 대통령이 오슬로에서 밝힌 대북 제의 역시 남북 간 대화와 교류를 폭넓게 확대·촉진할 수 있는 방안이어서 기대를 갖게 한다. 과거 동·서독이 접경지역에서 화재, 홍수, 산사태나 전염병, 병충해, 수자원 오염 문제에 공동 대응한 것처럼 실생활에 도움이 되는 교류협력을 하자는 것이다. 대북 국제제재에 저촉되지 않는 범위 내에서 다각도로 협력을 모색하자는 제안은 시의적절하다. 북한이 판문점을 통해 조화와 조전을 보냄으로써 최근 별세한 이희호 김대중평화센터 이사장에 조의를 표한 것도 긍정적이다. 직접 조문은 성사되지 않았지만 김 위원장의 최측근인 김여정 노동당 선전선동부 제1부부장과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만났다는 것 자체로 의미가 있다. 


북·미 양측은 그동안 제재 강화와 단거리 미사일 발사 등으로 기싸움을 하면서도 대화의 문은 닫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시기를 특정하지 않았지만 3차 정상회담을 원한다고 말했다.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도 3차 북·미 정상회담은 전적으로 가능하다고 언급했다. 김 위원장을 협상 테이블로 이끌어내기 위해 명분을 주는 모양새다. 이에 따른 북·미 간 실무접촉도 기대할 만하다. 남측은 이달 말 일본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 정상회의와 트럼프 대통령의 방한을 앞두고 4차 남북정상회담을 추진하고 있다. 문 대통령이 김 위원장의 뜻을 사전에 파악한 뒤 트럼프 대통령과 만난다면 북·미 간 협상에 전기를 마련할 수 있다. 북한은 이 기회를 놓쳐서는 안된다. 북·미 간 실무접촉과 남북 간 대화가 재개돼 북·미 협상의 돌파구가 마련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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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10일 2000억달러 규모의 중국산 수입품에 대한 관세율을 기존 10%에서 25%로 인상했다. 이에 맞서 중국도 600억달러 규모의 미국산 수입품에 대해 상응하는 관세 보복 조치를 내놓아 양국 간 무역갈등은 한층 고조되는 양상이다.


현재 미국과 중국의 무역갈등이 언제까지 이어질지에 대한 전망은 엇갈린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4일 언론사 기자들에게 “중국과 약간 티격태격하고 있지만 우리는 아주 유리한 위치에 있다. 우리는 중국에 이기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양국 무역전쟁에서 중국이 일방적으로 당하진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만만치 않다. 그 이유인즉, 중국이 세계시장에서 사실상 독점적 지위를 갖고 있는 희토류라는 희소광물 카드가 비장의 무기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앞줄 왼쪽)이 20일 미·중 무역협상 중국 측 대표인 류허 부총리(뒷줄 오른쪽에서 두번째) 등을 대동하고 장시성 간저우시에 있는 희토류 생산업체를 시찰하고 있다. 간저우 _ 신화연합뉴스


희토류는 첨단산업에 쓰이는 필수 원료다. 희토류 없이는 휴대전화, 반도체, 전기차, 심지어 미사일과 레이더 등 첨단 군사무기 제조를 할 수 없다. 또 희토류는 철강, 세라믹 등 전통 산업분야와 최근 각광받고 있는 신재생에너지, 의료, 항공, 농업분야에도 빠지지 않고 쓰인다. 그래서 희토류를 “첨단산업의 비타민”으로 부른다.


희토류는 대중국 무역에서 미국의 아킬레스건으로 작용할 수 있다. 미국에 대항할 관세 무기를 대부분 소진한 중국이 협상 지렛대로 활용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중국은 세계 최대 희토류 생산국이다. 세계 소비량의 80%를 공급하고 세계 매장량의 47%를 차지한다. 미국 역시 중국산 희토류에 대한 의존도가 매우 높다. 미국이 지난해 수입한 희토류 가운데 중국산이 88%를 차지했다. 


미국도 중국 다음으로 세계 두 번째로 큰 희토류 광산이 있다. 캘리포니아 마운틴 패스 광산이다. 그러나 1985년 채굴이 중단됐다. 환경문제와 채산성 때문이었다. 결국 자체 생산이 아닌 수입에 의존해 희토류를 조달하게 되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14일 루이지애나주 방문을 마치고 백악관에 귀환하고 있다. 워싱턴/AP연합뉴스


미국은 현재까지 희토류를 중국 이외의 다른 나라에서 조달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미국은 이미 상당량의 희토류를 비축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고, 2015년부터는 인력을 투입해 광산 재가동에도 총력을 쏟고 있다. 그러나 희토류 원료를 제품으로 만들어 사용하려면 대략 9단계의 복잡한 추출·제련·가공 공정을 거쳐야 한다. 그런데 미국은 희토류 처리 시설과 기술이 부족하다. 특히 희토류 원료를 합금으로 제련해, 목적에 맞는 형태로 제작하는 종말 단계 기술이 취약하다. 


이 때문에 미국이 자체적으로 희토류 소재를 조달해 사용하려면 적어도 2년 이상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 미 무역대표부가 희토류 이외에 천연흑연, 합금을 만드는 데 쓰이는 안티몬 등 주로 금속광물 제품을 관세 부과 대상에서 제외하고 있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중국이 희토류를 무역전쟁에서 전략무기로 활용할지는 아직 알 수 없다. 하지만 최근 중국 관영매체들은 강경파 목소리들을 연일 전하고 있다. 진창룽 중국 인민대 국제관계학원 부원장은 언론 인터뷰에서 대미 보복 카드로 희토류를 언급했다. 로이터통신은 중국이 향후 미국을 압박하기 위한 카드로 희토류 수출 규제에 들어선 것으로 분석했다.

중국은 2010년 일본과 센카쿠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를 둘러싼 영유권 분쟁이 일어나자 대일 희토류 수출을 통제해 3일 만에 항복을 받아냈다.


<강천구 | 인하대 에너지자원공학과 초빙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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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일본 방문에서 거듭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 대한 신뢰를 언급하고 북한과 대화하려는 의지를 밝혔다. 지난 27일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와의 정상회담 후 공동기자회견에서는 “북한의 미사일 발사는 유엔 제재 결의 위반”이라는 아베 총리의 말을 면전에서 반박했다. 그 전날에는 트윗을 통해 “북한이 작은 무기들을 발사했다. 이것이 다른 사람들의 신경을 거슬렀지만 나는 아니다. 김 위원장은 약속을 지킬 것”이라고 해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의 발언도 정면으로 뒤집었다. 최근 두 차례에 걸친 북한의 미사일 발사에도 불구하고 대북 유화 자세를 유지하고 있다. 


일본을 국빈 방문 중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8일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 함께 가나가와현 요코스카 기지에서 해상자위대의 이즈모급 호위함 가가에 승선한 뒤 환영하는 자위대 대원과 미 해군 장병에게 인사하고 있다. 요코스카 _ 로이터연합뉴스


트럼프 대통령의 대북 유화 제스처는 정치적으로 계산된 측면이 보인다. 2020년 말에 치러지는 대선에서 자신의 외교 치적으로 자랑해온 북한의 핵·미사일 실험 중단이 타격받지 않도록 관리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노이 정상회담 후 북·미 대화가 석달째 열리지 못하는 상황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대화 의사를 견지하는 것은 예삿일이 아니다. 역대 어느 미국 대통령도 이처럼 견고한 대화 자세를 보여준 적이 없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의 비핵화를 촉구하면서 “북한과 많은 좋은 일이 일어나고 있다. 중요한 것은 2년간 핵실험이 없었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 위원장에 대한 신뢰의 표현도 톱다운 방식의 협상에 대한 동력을 유지하면서 대화에 힘을 싣고 있다는 점에서 상당히 전략적이다. 협상 전문가답게 북한과 대화하고 나아가 북핵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상호 신뢰가 있어야 한다는 점을 알고 있다. 북한을 일방적으로 몰아붙이기만 하는 일본과 한국 내 보수세력은 트럼프의 이런 현실감각을 배워야 한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차기 대선 국면에서 북한과의 관계 개선을 외교적 성과로 공인받으려면 이 정도로는 안된다. 트럼프는 이날도 “무슨 일이 일어날지 지켜보자”면서 “나는 서두르지 않는다. 엄청난 제재가 북한에 가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대북 압박을 유지하면서 기다리는 방법으로는 문제를 풀 수 없다. 트럼프 대통령은 말이 아닌, 북한을 협상 테이블로 이끌어낼 실질적인 유인책을 제시해야 한다. 북한 역시 트럼프의 대화 의지에 화답해야 할 것이다. 한국도 중재 노력을 배가해야 한다. 여러 측면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대화 의지가 무한정 이어질 수는 없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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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권 3년차에 접어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대외정책이 혼란 상태다. 북핵 협상은 위기 상태이고, 미·중 무역협상은 보복관세를 주고받는 악순환에 빠졌고, 이란과는 전쟁 위기다. 트럼프의 협상 스타일이 혼란의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트럼프의 협상 스타일은 최근 미국 조야의 최대 관심사인 이란 문제에서 확인된다. 그는 20일(현지시간) 트위터에서 “이란과의 협상준비 보도는 가짜뉴스”라며 협상은 없다고 선을 그었다. 그는 전날에는 “이란이 싸우길 원한다면 그것은 이란의 공식적인 종말이 될 것”이라고 위협했다. 이라크 바그다드의 미국 대사관 근처에 로켓 포탄이 날아든 데 대한 반응이었다. 트럼프는 멀쩡하게 지켜지던 이란 핵합의를 파기하고, 이란의 원유수출 금지 제재를 부활하고, 이란 정부가 운영하는 군대를 테러단체로 지정했다. 이란이 반발하자 항공모함과 B-52 폭격기를 급파했다. 그러면서 뒤로는 대화를 모색 중이다. 백악관은 이란에서 미국 대표부 역할을 하고 있는 스위스 정부에 직통 전화번호를 알려주고 트럼프가 전화를 기다린다고 전해줄 것을 요청했다고 CNN은 보도했다.


대북 정책에도 같은 협상 패턴이 적용됐다. 그는 2017년 여름 북한에 대해 “완전한 파괴”와 “화염과 분노”를 위협했다. 하지만 정상회담이 시작된 후에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사랑에 빠졌다”며 180도 달라졌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의 좋은 관계를 강조하면서 한편에선 관세폭탄을 퍼붓고 있는 미·중 무역협상에서도 전형적인 스타일을 볼 수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14일 루이지애나주 방문을 마치고 백악관에 귀환하고 있다. 워싱턴/AP연합뉴스


트럼프의 협상법은 이른바 ‘미치광이 전략(madman strategy)’에 비유된다. 미국 대통령이 핵전쟁도 일으킬 수 있는 위험한 인물이라고 상대국들에 믿게 해서 쉽게 저항하지 못하게 하려는 전략이다. 리처드 닉슨 정부 당시 헨리 키신저 국무장관이 고안했다.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의 스콧 케네디 선임고문은 트럼프의 미·중 무역협상을 ‘미친 삼촌 전략(crazy uncle strategy)’으로 평가했다. 테리 매컬리프 버지니아 주지사는 하루 종일 폭탄 트위터를 날리는 트럼프를 향해 “다락방에 사는 미친 삼촌 같다”고 말했다.


극단적인 대결로 치닫는 치킨게임에서 미치광이 전략은 통할 수 있다. 진심을 알 수 없는 트럼프의 발언들은 예측 불가능성을 키워서 협상력을 높인다. 트럼프이기 때문에 무슨 일을 할지 모른다는 공포감이 상당하다. 실제 트럼프의 전격적인 1차 북·미 정상회담 취소 발표에 김정은은 공손한 표현의 친서를 보낸 바 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왼쪽에서 두번째)이 20일 장시성 간저우시에 있는 희토류 생산업체 진리영구자석과기유한공사에서 희토류 생산시설을 둘러보고 있다. 간저우_신화연합뉴스


하지만 한계도 분명하다. 이 전략은 한두 번은 몰라도 계속해서 통하지는 않는다. 트럼프의 예측 불가능성은 이제 예측 가능한 스타일이 됐다. 실제 중국, 북한, 이란 어느 나라도 트럼프의 압박에 굴복하지 않는다. 케네디는 “트럼프의 미친 삼촌 전략은 피로감뿐 아니라 듣는 이들이 그의 폭발에 익숙해지고, 그 폭발이 순간적 불만인지 실질적 위협인지를 구분하는 데 어려움을 겪으면서 무색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게다가 집권 3년차에 접어들면서 트럼프의 전략은 완전히 노출됐다. 워싱턴포스트 칼럼니스트 데이비드 이그나시우스는 “트럼프 대외정책의 문제는 집권 2년이 넘으면서 해외 국가들이 그를 간파했다는 점”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트럼프의 파괴적인 스타일은 중국과 북한 정책에서 수익률을 떨어트렸다”고 지적했다. 또 강경책과 외교 사이를 오가는 그의 언급이 “한때 협상력을 만들어 줬지만 이제는 혼란만 야기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트럼프식 협상의 부작용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예측 불가능성은 미국의 신뢰 추락으로, 특히 불확실성은 충돌로 이어질 수 있다. 치킨게임 당사자들이 모두 미치광이 전략을 구사한다면 상황은 더욱 위험해진다. 트럼프는 전쟁을 원하지 않는다고 했지만, 백악관에는 ‘전쟁을 속삭이는 자’ 존 볼턴 국가안보보좌관도 있다.


<워싱턴 | 박영환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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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문재인 대통령 초청으로 다음달 한국에서 한·미 정상회담을 하기로 했다고 한·미 양국 정부가 발표했다. 지난달 11일 미국 워싱턴 정상회담 이후 두 달 만으로, 두 정상은 한반도의 비핵화를 통한 평화체제 구축과 한·미동맹 강화방안을 협의할 예정이라고 청와대가 설명했다. 


트럼프의 방한 결정은 북한의 미사일 발사 등으로 북·미 협상이 자칫 궤도를 이탈할 가능성을 방지하는 한편 협상재개 방안을 모색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이번 방한 시기는 미국 민주당이 2020년 대선을 앞두고 대선주자 토론회를 시작하는 때와 겹쳐 있다. 북한의 무력시위가 이어지면서 ‘북한 리스크’가 부각될 경우 대선 정국에서 트럼프 행정부의 대북정책이 도마에 오를 수 있다. 이를 차단하는 일이 급선무가 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으로서는 외교 분야의 치적으로 내세워 온 북·미 협상에서 손에 잡히는 성과를 내야 하는 부담이 커졌다고 할 수 있다. 북한의 미사일 발사가 미국의 외교정책에서 후순위로 밀려났던 북핵 문제를 우선 과제로 복귀시킨 셈이다. 


문재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017년 11월 청와대에서 확대 정상회담을 하며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문재인 정부로서는 한반도 정세 전환의 모멘텀을 새로 확보하게 됐다. 그렇다면 정상회담에 앞서 비핵화 방법론의 북·미 간 입장차를 좁힌 절충안을 가다듬는 것이 중차대한 과제다. 그러기 위해선 소강국면인 남북대화의 활성화가 필수다. 대북특사 파견 혹은 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 간의 원포인트 정상회담도 추진해야 한다. 


북한도 시급히 대화에 응해야 한다. 트럼프 대통령이 문 대통령 편에 보낸 메시지를 확인한 뒤 비핵화 방법론을 한국과 숙의하는 게 교착국면 해소의 답이다. 한·미 정상회담까지 남은 기간은 40일 정도다. 문 대통령이 북한의 의중을 파악하지 못한 채 정상회담을 하게 된다면 미국의 협상프레임에서 벗어나기 어려울 수 있다. 북한은 협상의 중대 분수령이 될 이 기회를 놓쳐서는 안된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4월 미국 워싱턴 백악관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단독 정상회담을 하기에 앞서 악수를 나누고 있다. 청와대 제공


남북 간에는 대북 식량지원이 현안으로 떠오른 상태다. 정부는 식량지원의 시기와 방식, 규모 등에 대한 의견수렴 작업을 앞으로 1~2주 더 진행하겠다고 한다. 북한의 미사일 발사로 대북 여론이 나빠진 만큼 정부의 신중한 태도는 이해할 만하다. 하지만 인도적 지원은 정세와 무관하게 추진해야 한다는 점, 식량 지원은 시기를 놓치면 효과가 반감된다는 점을 감안해 서둘러 결정할 것을 당부한다. 세계식량계획에 따르면 북한 식량난은 7~9월에 가장 심각해질 것이라고 한다. 직접적 식량지원의 경우도 1~2개월이 소요되는 점을 감안하면 시간이 그리 많지 않다. 북한도 자존심만 내세울 일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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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미사일 발사를 통해 문재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타격했다. 외견상 군사도발이지만 실질적으로는 정치적 공격이었다. 미사일 발사는 국제사회의 비난을 자초하는 일이었다. 그럼에도 ‘자해적 행동’을 한 것은 한국과 미국을 압박하기 위해서였을 터이다. 이 시도는 일단 성공적인 모양새다. 한·미 양국에서 대북정책 실패론이 들끓고 있다. 두 대통령은 정치적 손상을 입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 이후 수세에 몰렸다. 제재해제를 중간 목표로 세운 순간 약점을 잡혔다. 하노이에서는 영변 핵시설까지 걸었지만 미국에 거부당하는 수모를 겪었다. 미국 주도의 제재 체제에 목을 매는 구도 속에서는 동등한 협상이 되기 어려웠다. 북한은 ‘레드라인’을 넘지 않는 군사행동조차 조심할 수밖에 없었다. 미국은 북한의 난감한 처지를 십분 활용했다. 일방 항복이나 다름없는 빅딜만 고집하며 협상에서는 미적댔다. 인내심이 바닥난 김 위원장은 북·미 협상 프레임을 ‘비핵화-제재해제 교환’에서 ‘비핵화-체제안전 교환’ 방식으로 전환했다. 제재해제 목표를 포기한 셈이다. 중간 단계를 빼고 최종 목표만을 설정하는 바람에 협상 성공 가능성은 낮아졌다. 북한은 ‘발톱과 이빨’을 다시 세웠다. 


화력시범 지도하는 김정은 북한이 지난 9일 평안북도 구성 일대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지도로 단거리 미사일로 추정되는 발사체를 발사했다고 10일 조선중앙통신이 보도했다. 김 위원장이 조선인민군 전연(전방) 및 서부전선방어부대들의 화력타격훈련을 망원경으로 참관하고 있다. 연합뉴스


대북정책은 문재인·트럼프 대통령의 치적이다. 문 대통령은 비핵화 협상 성사의 중재자로, 남북관계 복원의 주역으로 각광받았다. 군사적 긴장 완화 등 평화 조성과 ‘한반도 리스크’ 완화의 공적도 당연히 문 대통령의 것이었다. 트럼프 역시 국내정치에서 북한 핵·미사일 실험 중단의 덕을 봤다. 차기 대선에서도 주요 업적으로 내세울 게 분명하다. 그러나 미사일 발사가 판을 흔들었다. 두 대통령의 장점이 약점으로 바뀌었고, 급기야는 두 사람을 겨누는 창이 되었다.  


그럼에도 한국과 미국 정부는 저강도 대응을 선택했다. 문 대통령은 “대화와 협상 국면을 어렵게 만들 수 있다는 점을 경고하고 싶다”면서도 한반도 평화 추진 노력을 계속하겠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도 “(미사일은) 단거리이며, 신뢰 위반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로써 혼란스러웠던 상황은 다소 진정됐다. 한·미 보수세력의 ‘외교 실패’ 주장은 현실과 다르다. 문제는 앞으로다. 북한은 무력시위의 강도를 높여갈 가능성이 크다. “나라의 평화와 안전은 강력한 물리적 힘에 의해서만 담보된다.” 김 위원장의 입에서 군사력이란 용어가 다시 등장한 것은 심상찮다. 북한 내부는 고무된 분위기다. 매체들은 연일 공격적 언어들을 쏟아내고 있다. 마치 대결시대의 북한을 연상케 한다.  


김 위원장은 기선제압에 성공했다고 평가할지 모른다. 그러나 미사일이 외부 세계뿐 아니라 북한 내부도 타격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대북 식량지원 문제가 그 증거다. 세계식량계획(WFP)은 최근 북한에서 주민 1010만명이 기아에 시달릴 것이라며 향후 3주 안에 130만t의 긴급식량지원이 필요하다고 발표했다. 이에 한국과 미국은 인도적 식량지원 추진에 합의했지만 미사일 발사 후 “북은 미사일 쏘는데 남은 식량 지원하느냐”는 강력한 비판에 직면했다. 한국 정부는 여론이 악화되자 속도조절에 들어간 상태다. 정세 변화에 따라 식량지원 계획 자체가 장기간 유보되거나 아예 취소될 가능성도 없지 않다. 


식량지원에 차질이 빚어지면 누구보다 북한 주민이 큰 피해를 입게 된다. WFP의 대북 식량지원 규모 130만t은 생산활동은커녕 가만히 누워 있기만 할 수 있는 ‘생명유지 최소열량’을 기준으로 산정한 것이다. 1000만명이 당장 먹지 못하면 ‘생명유지’조차 쉽지 않은 중대 사태에 직면할 것이라는 얘기다. 


김 위원장은 그 책임을 면할 수 없다. 인구의 40%를 기아선상에 내몰고도 정치적 이유로 외부 지원까지 막는다면 무자비한 독재자라는 비난에서 벗어나기 어려울 것이다. 난관에 봉착하자 무력시위로 돌파하려는 구태 역시 그동안 쌓아온 국제사회의 지도자 이미지를 갉아먹을 것이다. 내부적으로도 ‘인민친화적 지도자’로서의 위상에 손상을 입을 수밖에 없다. “인민이 다시는 허리띠를 조이지 않고 부귀영화를 누리자는 것”(2012년 4월 연설), “인민을 위해 더 많은 일을 할 결심”(2017년 신년사) 등의 공언은 언제든 김 위원장을 공격하는 논리로 활용될 수 있다.  


김 위원장의 최종 목표는 체제안전과 경제강국이다. 그것을 이루기 위해서는 문재인·트럼프 대통령의 협력이 필수다. 그렇다면 두 대통령의 리더십 약화는 독이다. 결국 김 위원장은 미사일로 자신까지 타격한 꼴이다. 전투에서 이기고 전쟁에서 지면 아무 소용이 없다. 김 위원장의 성찰과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


<조호연 논설주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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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7일 밤 문재인 대통령과 통화하면서 “한국이 인도적 차원에서 북한에 식량을 제공하는 것이 매우 시의적절하며 긍정적인 조치가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한·미 양국은 대북 식량지원에 공감해왔지만 정상 차원에서 이렇게 분명하게 지지의사를 밝힌 적은 없었다. 두 정상의 진전된 입장을 환영한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AP연합뉴스


유엔식량농업기구(FAO) 등에 따르면 북한의 식량 사정은 최근 10년 사이 가장 심각하다. 국제기구들은 현지조사를 토대로 긴급을 요하는 식량 부족분이 136만t이라고 밝혔다. “북한 어린이들이 지금의 어려운 시기를 넘길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는 호소에 이의가 있을 수 없다. 한·미 양국은 대북 인도적 지원은 정치 상황과 무관하게 집행해야 한다면서도 실제론 그러지 않았다. 정부는 2017년 9월 유니세프와 세계식량계획(WFP)의 북한 모자보건·영양지원 사업에 800만달러를 지원하기로 결정하고도 미국의 대북 압박 기조에 따라 집행하지 못했다. 당국은 밀린 이 약속부터 지체없이 이행해야 한다. 


관건은 대북 인도적 지원을 지속적으로 이어나가는 환경을 만드는 일이다. 그러려면 남북한과 미국 모두 식량 지원을 둘러싼 부정적 시각을 불식해야 한다. 북한은 식량 지원을 수용하되 대미 외교의 승리인 것처럼 선전하는 일을 자제해야 한다. 한·미의 보수층도 북한이 식량을 전용한다는 등 주장으로 인도적 지원을 방해해선 안된다. 국제기구를 통한 간접지원을 넘어 남북 당국이 직접 지원 방안을 협의할 필요도 있다.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특별대표가 8일 방한했다. 한·미가 대북 인도적 지원을 신속히 집행함으로써 북·미 대화의 물꼬를 트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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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12일 최고인민회의 시정연설을 통해 “제3차 조미(북·미) 수뇌회담을 하자고 하면 한 번은 더 해볼 용의가 있다”고 밝혔다. 북한 지도자로서는 29년 만에 처음으로 최고인민회의에서 육성 연설을 통해 미국과 협상할 뜻을 표명했다. 이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트위터를 통해 김 위원장과의 관계는 “여전히 좋다”며 “3차 정상회담이 좋을 것”이라고 화답했다. 지난 2월 말 ‘노딜’로 끝난 하노이 회담 후 두 정상이 모두 상대방에 대한 신뢰를 확인하면서 3차 회담에 대한 의지를 밝혀 다행스럽다.


시정연설 ‘TV 방영’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12일 최고인민회의에서 시정연설을 하고 있다. 조선중앙TV는 13일 김 위원장의 연설 영상을 방영했다. 연합뉴스


문제는 두 정상의 대화 의지에도 불구하고 북·미 간 입장 차이가 여전히 크다는 점이다. 김 위원장은 이날도 “미국이 올바른 자세를 가지고 우리와 공유할 방법론을 찾은 조건에서” 협상할 수 있으며, 그것도 연말까지만 기다리겠다고 압박했다. 단계적 비핵화라는 기존 해법을 포기하지 못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나아가 “제재해제 문제 따위에는 이제 더는 집착하지 않을 것”이라며 장기전도 불사할 의지까지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도 지난 11일 문재인 대통령과의 회담에서 북한의 비핵화는 ‘빅딜’을 통해야 한다고 밝혔다. 비핵화의 최종단계를 명확히 하면서 로드맵을 설정한 뒤 협상하자는 요구를 재확인한 것이다. 여기에 더해 김 위원장은 남측과 문 대통령의 중재 역할에 대해서도 불만을 표출했다. 김 위원장은 “오지랖 넓은 ‘중재자’ ‘촉진자’ 행세를 할 것이 아니라 민족의 일원으로서 제정신을 가지고 민족의 이익을 옹호하는 당사자가 되어야 한다”고 비판했다. 북한이 문 대통령의 대북특사를 받아들일지도 낙관하기 어려울 정도로 태도가 강경하다. 


중재역을 맡은 문 대통령의 어깨가 다시 무거워졌다. 문 대통령이 북·미 두 정상 간 신뢰와 톱다운 협상의 이점을 활용하면서 북·미 간 입장 차를 좁혀야 한다. 희망적인 것은 빅딜을 원칙으로 내세운 트럼프 대통령도 단계적 해법의 여지를 남겼다는 점이다. 문 대통령은 이런 여지를 활용하면서 양측을 설득해낼 창의적인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연말까지 남은 8개월간 북·미 간 협상 모멘텀을 유지하면서 ‘포괄적 합의-단계적 이행’ 비핵화 방안을 중심으로 해법을 제시하는 수밖에 없다. 


문 대통령은 중재가 성공하려면 북측의 호응이 절대적이다. 북측은 현실적인 비핵화 해법을 위해 기존의 영변 핵시설 폐기 카드 이외에 추가 조치 등을 준비해야 한다. 당장 문 대통령이 15일 발표하는 대북특사와 4차 남북정상회담 관련 제안에 적극적으로 응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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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노이 회담 결렬(2월28일) 이후 미국과 남북한 간 주고받은 조치들을 보면서 불현듯 떠오른 단어는 다름 아닌 자석, 책받침, 그리고 쇳가루였다. 책받침(한국)을 가운데 두고 그 아래 자석(미국)의 움직임에 따라 책받침 위에서 대오이탈도 없이 일사불란하게 이동하는 쇳가루(북한) 말이다. 사건이 일어난 순서를 복기하다 남북이 당면한 처지에 깊이 비감했다. 


#1. 북한은 하노이 회담 결렬 1개월 즈음 상부의 지시라며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에 상주해온 인원들을 일방적으로 철수시켰다(3월22일). 미국이 협상 조건과 제재를 강화하는 움직임을 보이는데도 문재인 정부가 별다른 역할을 못하자 불만의 표시로 감행한 북한식 성동격서(聲東擊西)였다. 정부는 곧바로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주재로 국가안전보장회의 상임위를 열어 북측의 철수 조치에 강한 유감을 표하면서 복귀를 촉구했다. 


#2. 하노이 회담 결렬의 유력한 용의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3월22일(현지시간) 대북 ‘추가 제재’ 철회를 지시했다는 (나중에 밝혀진 것이지만 부정확한)트윗을 날리자 미국 행정부와 워싱턴 외교안보 주류 엘리트들은 아연실색했다. 앞서 3월21일 미국 재무부 산하 해외자산통제국(OFAC)에서 북한의 제재 회피를 도운 중국 해운회사 2곳을 독자 제재 명단에 올렸다는 소식이 들려왔던 터다. 


#3. 북한이 개성 공동연락사무소 철수 사흘 만에 업무에 복귀했다(3월25일). 북측은 이날 아침 공동연락사무소에 출근하면서 “오늘 평소대로 교대 근무차 내려왔다”고 말했다고 한다. 인력 철수와 복귀 조치 시점으로 보아 트럼프의 트윗이 영향을 미친 것이 분명했다. 


#4. 미국 블룸버그통신은 트럼프가 트윗을 통해 밝힌 ‘철회’ 대상 제재는 미국 재무부가 3월21일 발표한 2개 중국 해운회사에 대한 제재였다고 보도했다(3월26일, 현지시간). 미 국무부는 정례브리핑(3월26일)에서 철회 논란이 빚어졌던 재무부 제재가 여전히 유지되고 있음을 공식적으로 밝혔다. 트럼프가 제재 철회를 거론했을 당시 검토되던 추가 제재는 없었던 셈이다. 


#5. 스페인 고등법원은 자국 북한대사관에 침입(2월22일)한 반(反) 북한단체 ‘자유조선’ 일행이 빼낸 정보를 넘기기 위해 미 연방수사국(FBI)과 접촉했다고 밝혔다(3월26일, 현지시간). 북한은 사건 발생 후 37일 만에 처음으로 공식반응(3월31일)을 내면서 대사관 침입 사건을 ‘엄중한 테러행위’라고 규정, 미국에 책임을 물을 수 있음을 강하게 암시했다. 


#6. 북한 선전매체 ‘메아리’는 문재인 정부의 신중론을 비판하고 나섰다(4월3일). 그러면서 신중론을 “책임회피이자 미국과 보수세력의 압력에 대한 공공연한 굴복”으로 간주했다. 한·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서울과 워싱턴 간 공조가 강화될 것을 우려, ‘우리민족끼리’를 재차 강조하고 나섰다. 무기력한 ‘쇳가루’ 신세를 자책하기보다는 ‘책받침’만 탓하는 모양새로 비쳤다. 


문재인 대통령이 10일 워싱턴을 방문, 트럼프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한다. 문 대통령 취임 후 7번째 정상회담이자, 하노이 회담 결렬 후 꼬일 대로 꼬인 북·미 간 비핵화 협상의 물꼬를 다시 트려는 절박한 심정에서 결정한 방미(訪美)다. 때마침 북한 최고인민회의도 11일에 개최된다. 남북 지도자 모두 심사가 복잡하다. 특히 김정은은 내부의 반대를 무릅쓰고 비핵화 협상에 나섰지만 아직까지 이렇다 할 성과를 인민들에게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가 비핵화 전까지 제재 유지를 고수하겠다고 여러 차례 밝혔기에 중국과 러시아의 전폭적인 지원이 없는 한 김정은이 직접 느낄 비핵화 역치는 낮아지게 마련이다. 


자석이 끄는 힘을 책받침이 영리하게, 선택적으로 투과시켰어야 옳았다는 점에서 문재인 정부 역시 현재 북핵 교착상태에서 책임을 완전히 면하기는 어렵다. 한국산 책받침이 중국·러시아 합작산으로 교체될 수도 있다. 이는 한반도가 다시 냉전시대의 정글로 회귀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불길한 징후다. 집권 3년 차에 접어든 문재인 정부의 고민이 점차 깊어져가는 순간이다.


<이병철 |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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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2월 말 하노이 2차 북·미 정상회담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 핵무기와 핵물질을 미국으로 이전하고, 핵시설과 탄도미사일 및 관련 시설의 완전한 해체, 그리고 생화학무기 프로그램 해체를 요구한 것으로 외신이 보도했다. 또 핵 프로그램의 포괄적 신고 및 미국과 국제사찰단의 완전한 접근 허용, 핵 관련 모든 활동 중지와 새 시설물 건축 중단, 모든 핵 인프라 제거, 모든 핵 프로그램과 과학자 및 기술자의 상업적 활동으로의 전환까지 요구했다고 한다. 트럼프가 이런 안을 협상의 최대 목표로 제시해 본 것인지, 아니면 진정으로 관철하려 했는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북핵 협상이 타결되지 않은 채 원점으로 되돌아갈 상황에 처한 것만은 분명하다.

 

트럼프 대통령이 던진 ‘선 비핵화, 후 보상 원칙’과 핵물질·핵무기의 미국 반출은 이른바 ‘리비아 방식’과 유사하다. 하지만 리비아와 북한은 핵개발의 동기나 수준이 엄연히 다르다. 북한을 향해 핵탄두를 미국으로 보내라는 것은 항복을 요구하는 모양새가 된다. 거기에 그동안 거론하지 않던 생화학무기까지 폐기 대상 목록에 넣었다. 비핵화를 수용하면 어떤 보상을 해주겠다는 약속을 했는지는 분명치 않다. 물론 상황이 여기에 이른 데는 북한의 책임도 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한반도 비핵화를 말하면서도 어떻게 비핵화할지, 그리고 이미 확보한 핵무기는 어떻게 할지를 명확히 하지 않았다. 제재 해제에 집착하면서 완전한 비핵화를 하는 방법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으니 미국이 비핵화 의지를 의심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북한 체제안전 보장과 제재 해제 등 상응조치 없이 리비아식 해법만을 제시했다면 북한이 수용할 리가 없다. 북한과 대화를 진행할 의사가 있는지를 의심케 한다. 북·미 간 대화 재개가 쉽지 않아 보인다.

 

문재인 대통령이 2월28일 오후 청와대 관저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통화를 하고 있다. 문 대통령은 이날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린 북미정상회담 결과에 공유하고 의견을 나눴다. 2019.2.28 [청와대 제공] 연합뉴스

 

한국의 역할은 더욱 긴요해졌다. 마침 문재인 대통령은 11일 트럼프 대통령과 만난다. 문 대통령은 1일 “북·미 대화 재개와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를 위한 한·미 간 공조 방안에 대해 깊이 논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 정부가 강조해온 대로 북핵은 ‘포괄적 합의-단계적 이행’ 방안으로 해결할 수밖에 없다. 북한의 비핵화 의지를 확인하되, 비핵화 조치에 대한 미국의 보상책도 분명히 드러나야 한다. 미국에 실망감을 느낀 북한이 북·미 협상에서 이탈하지 않도록 관리하는 것도 중요하다. 이런 점에서 비무장지대 내 남북공동 유해발굴을 1일 남측 단독으로 진행할 수밖에 없게 된 것은 매우 유감스럽다. 9·19 남북군사합의 등은 지속적으로 진전시켜 나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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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베트남 하노이 만남 이전에 친서 외교가 있었다. 트럼프에겐 너무도 사랑스러웠던 편지. 어느새 ‘꼬마 로켓맨’은 ‘위대한 지도자’로 바뀌었다. 트럼프의 하노이로 가는 길, 미국 내 다수가 김정은은 그런 사람이 아닌데 덜컥 그의 손을 잡지 않을까 걱정했다. 트럼프는 ‘여태껏 실패만 한 것들이 뭘 알아. 협상은 나한테 맡겨’라는 태도였다. 김정은의 66시간 기차 여행은 설렘과 기대로 가득했을 것이다.


하노이에선 가망 없는 제안들이 오갔다. 두 사람은 서로 다른 곳을 바라봤다. 트럼프는 영변을 포함한 모든 대량살상무기(WMD)와 생산시설을 완전히 폐기해야 유엔 제재를 해제할 수 있다고 김정은을 설득했다. 김정은은 민수경제와 인민생활을 어렵게 하는 제재 몇 개만 풀어주면 ‘북한 핵개발의 상징’인 영변을 폐기하겠다고 했다. 핵무기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영변 이외 시설은 대상이 아니었다. 두 사람은 점심도 먹지 않고 호텔을 빠져나왔다.


빈손으로 돌아섰으니 전 세계가 놀랐다. 그럼에도 2차 정상회담 결렬이 파국으로 평가되진 않았다. 서로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게 됐고, 얼굴 붉히지 않고 돌아섰으니 2보 전진을 위한 1보 후퇴가 아니냐는 것이다. 훗날을 기약할 수 있으리라고 봤다. 하노이 회담 후 20일이 지났다. 지금 서로의 생각은 달라지지 않았다.


리용호 북한 외무상(오른쪽)과 최선희 부상이 1일 새벽(현지시간) 2차 북·미 정상회담 북측 대표단 숙소인 베트남 하노이 멜리아호텔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회담 결렬에 대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 하노이 _ 연합뉴스

트럼프 정부는 전략을 재수정하지 않았다. 협상의 문턱을 올리면 올렸지 내리진 않았다. 실무협상을 이끈 스티븐 비건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는 “우리는 점진적 비핵화를 하지 않을 것” “북한이 WMD와 관련 프로그램 제거를 전적으로 약속해야 한다”고 말했다. ‘단계적’이란 표현은 지워버렸다. 만날 생각은 있으니 현명하게 결정하란 얘기다. 북한은 15개월간 핵·미사일 실험을 중단해서 비핵화 의지를 충분히 보여줬고, 영변 폐기를 약속했다고 반박한다. 그런데도 제재를, 전부도 아니고 몇 개만 풀어달라는데 안된다면 만나봐야 무슨 얘기를 하겠냐는 식이다. 미국의 셈법, 북한의 셈법은 평행선이다. 지금, 위험한 교착 상태임을 직감케 한다.


기대가 크면 실망도 커진다. 두 사람의 사랑도 변하는 것일까. 트럼프는 ‘밀당의 귀재’를 자처한다. “나는 거래를 하는 사업으로 수십억달러를 벌었다. 협상은 내가 잘하는 일”이라고 호언하는 트럼프에게 협상은 그의 정체성과 다름없다. 남들은 이쯤에서 되지 않을까 할 때, 던져버리는 ‘노딜의 기술’을 선보인다. 그는 미국은 물론 세계적으로 중대 전환점이 된 합의를 줄줄이 깼다. 냉전시대 군비경쟁을 종식시킨 미소의 1987년 11월 중거리핵전력조약(INF)을 파기해 유럽 안보 불안을 고조시키고, 이란 핵 합의 탈퇴로 중동 정세를 흔들었다. 파리기후변화협약 탈퇴 등 사례는 널려 있다. 실상 그는 세계 평화에 쿠데타를 번번이 일으키는 인물이다.


트럼프가 있던 합의는 잘 깨지만 새로운 합의 만들기에는 성과가 시원찮다. 상대를 협상장에 끌고들어온 뒤 결정적 순간, 상대가 감당하기 어려운 제안으로 놀라게 하는 것이 ‘거래의 기술’일지는 모른다. 우군이 별로 없는 북한엔 강하게 나갈수록 유리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트럼프도 돌아가기엔 너무 많은 길을 달려왔다.


미국이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를 목표로 설정하는 것은 이해할 수 있다. 일부 비핵화로 제재 완화를 얻어낸 뒤 돌변하는, 북한의 ‘먹튀’에 미국의 조야가 우려하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선 비핵화, 후 제재해제’를 고수하면 어떤 결과가 나올지는 더 분명하다. 과거의 전철을 답습하지 않고 비핵화를 달성할 방법은 있을 것이고, 이를 찾아야 한다. 크고 빠른 걸음으로 가려고 해도 다리는 신체조건이 허락되는 선에서만 최대로 뻗을 수 있다. 잘못하면 가랑이가 찢어지고 뛰기는커녕 걷지도 못할 수 있다. 한 발을 크게 뻗은 다음, 또 한 발을 크게 내디딜 수밖에 없다.


지금 필요한 것은 북·미의 요구 수준을 조정하는 일이다. 미국은 더 작게, 북한은 더 크게 가야 한다. 북한은 미국의 한 방 전략을 판깨기 전략과 같은 말로 인식한다. 미국의 위협에 대한 대응 수단으로 핵무기를 만든 만큼 마지막 도장을 찍을 때 내놓을 카드로 본다. 이를 비핵화 의지가 없다고 단언하긴 곤란하다. 북한도 트럼프라는 말만 나오면 으르렁대는 미국 야당이 빈손으로 귀국한 트럼프를 칭찬한 이유를 곱씹어야 한다. 영변만으로는 트럼프가 움직일 공간이 없다고 봐야 한다. 하노이 이후에도 서로를 신뢰한다는 트럼프와 김정은이 여전히 사랑하는 사이라면 말 대신 증표를 보여줘야 할 때다. 눈높이를 맞추는 것이 출발이다.


<안홍욱 국제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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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과 미국이 하노이 정상회담 결렬 이후 보름 넘게 팽팽한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최선희 북한 외무성 부상이 지난 15일 평양에서 외신 기자회견을 열어 “미국의 강도 같은 태도 때문에 협상이 결렬됐다”며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비핵화 대화와 핵·미사일 시험 유예를 계속 유지할지에 대해 조만간 결정을 내릴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자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이 나서 “북한은 비핵화할 준비가 안돼 있다”며 미국은 더 이상 양보할 수 없다고 밝혔다. 양측 모두 협상의 문을 열어놓은 점은 다행스럽다. 그러나 자칫 한 발만 잘못 내디뎌도 협상이 벼랑으로 떨어질 수 있는 백척간두의 형국에 서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오른쪽)이 28일 오전(현지시간) 하노이 소피텔레전드메트로폴호텔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단독 정상회담 중 고개를 숙이고 있다. 두 정상의 2차 정상회담은 합의 없이 종료됐다. 하노이 _ AP연합뉴스


미국이 주장하는 일괄타결과 북한의 단계적 비핵화 및 선 제재 해제 주장의 간극은 크다. 북·미가 서로 신뢰가 부족한 데다 비핵화 개념과 방법에 대한 견해가 달라 당분간 양측이 접점을 찾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 이런 점에서 김정은 위원장의 다음 행동이 북·미 협상의 향배를 결정할 것이다. 하노이 핵담판 후 김 위원장은 미국을 향한 강경 대응 유혹을 느끼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내부 단속에 나설 필요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북한이 핵·미사일 시험 재개를 선언할 경우 그 결과는 파국적이다. 협상이 위기에 처하는 것은 물론 한반도 정세가 급속도로 악화될 게 불 보듯 뻔하다. 미국 내에서 협상 회의론이 커지면 트럼프 대통령의 선택의 폭은 좁아진다. 김 위원장은 하노이에서 트럼프에게 핵·미사일 시험을 하지 않겠다고 언명했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된다. 먼저 약속을 파기하면 정상국가 이미지도 물거품이 된다.


김 위원장은 4월 초 최고인민회의 1차 회의 즈음 북핵 협상에 대한 결심을 밝힐 것으로 예상된다. 우선 북한이 미사일·핵 실험에 나서지 못하게 미국은 상황을 관리할 필요가 있다. 폼페이오 국무장관이 밝힌 대로 북한과의 대화 재개를 다각도로 모색해야 한다. 한국 정부의 촉진자로서의 역할은 더욱 중요해졌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17일 “(북·미에 이어) 이번에는 남북 간 대화 차례가 아닌가 한다”면서 한·아세안 정상회의를 유치해 김정은 위원장을 초청하는 방안을 거론했다. 적절한 발상이다. 마침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위원회도 강한 대북 제재로 인도적 지원에 부작용이 초래되고 있다고 밝혔다. 대북 제재에서 제외되는 철도연결사업 등 가능한 일부터 풀어나가야 한다. 어떻게든 대화 모멘텀을 이어나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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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3월1일자 지면기사-

 

베트남 하노이에서 28일 열린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간의 2차 북·미 정상회담이 결렬됐다. 두 정상은 이날 오후 메트로폴호텔에서 확대정상회담을 열었으나 오찬과 합의문 서명식을 취소한 채 회담을 종료했다.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번영을 위한 주춧돌이 놓일 것을 기대하던 국제사회는 갑작스러운 반전에 충격을 금치 못했다. 회담 성공을 간절히 바라온 남북의 많은 이들이 낙담한 것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트럼프 대통령의 기자회견을 보면 회담 결렬의 직접 원인은 제재 완화와 비핵화 조치의 범위를 둘러싼 이견으로 추정된다. 트럼프는 회견에서 “제재가 쟁점이었다”면서 “우리가 원하는 비핵화를 우리에게 줘야 우리도 제재 완화를 해줄 수 있다”고 했다. 미국이 추가 핵시설의 존재를 거론한 것도 분위기를 냉각시킨 것으로 보인다.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은 “영변 핵시설 외에도 굉장히 규모가 큰 시설이 있었다”면서 “미사일도, 핵탄두도 빠져 있었고, 핵 목록 작성과 신고 이런 것을 합의하지 못했다”고 했다.

 

즉 영변 핵시설 폐기를 대가로 제재 완화를 요구한 북한에 대해 미국은 더 많은 비핵화 조치 요구로 맞섰고, 이 과정에서 새로운 우라늄 농축시설이 돌출적으로 거론되면서 합의불능의 흐름이 만들어졌던 것 같다. 트럼프 대통령의 옛 개인 변호사인 마이클 코언이 미국 국회에서 트럼프에게 불리한 증언을 한 것으로 미국 정계가 들썩거린 것이 트럼프의 대북 태도를 강경하게 만들었을 가능성도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7일 베트남 하노이의 소피텔레전드메트로폴호텔에서 비공개 회담을 하기 전 악수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석연치 않은 점은 정상회담에서 새로운 핵시설을 거론했고, 이에 북한이 놀랐던 것 같다는 트럼프의 발언이다. 그 정도로 중대한 핵시설이라면 미국이 왜 그간 거론하지 않다가 정상회담에서 불쑥 꺼냈는지 의문이다. ‘딜브레이커’가 될 정도로 중대 시설인지, 실체가 불분명한 의혹 수준인지도 분명하지 않다. 하지만 이것이 협상을 교착시키는 악재가 돼서는 곤란하다. 북한이 적극적으로 설명할 필요가 있다.   

 

지난해 6월 1차 북·미 정상회담 이후 8개월여 만에 열린 하노이 정상회담이 결렬되면서 한반도 대전환의 여정에 제동이 걸린 것은 유감스러운 일이다. 하지만 섣부른 비관은 금물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 위원장과 계속 좋은 친구관계를 유지하겠다”고 했고, 폼페이오 장관도 “앞으로 몇 주 이내에 합의가 이뤄지기를 기대한다”며 협상의 모멘텀을 유지하겠다는 뜻을 비친 점을 봐도 그렇다.   

 

북한과 미국 간의 핵협상은 이미 30년에 가까운 세월이 실패와 우여곡절로 점철돼온 과정이었다. 이번 회담 결렬도 북핵 문제 해결의 지난함을 다시 일깨우는 정도의 의미로 받아들이면 된다. 북·미가 후유증을 훌훌 털고 조속한 시일 내 회담 테이블에 마주앉기를 바란다. 문재인 정부도 협상의 모멘텀을 살리려는 중재 노력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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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간의 역사적인 2차 북·미 정상회담의 공식 일정이 27일부터 시작됐다. 두 정상은 이날 저녁 베트남 하노이 메트로폴호텔에서 단독으로 환담한 데 이어 측근 2명씩을 대동한 채 친교만찬을 했다. 두 정상은 “북한을 도울 준비가 돼 있다(트럼프)” “단독회담에서 아주 흥미로운 이야기를 많이 했다(김정은)” 등 친밀감을 보이며 성공적인 회담을 다짐했다. 친교 행사를 넘는, 사실상의 1차 담판을 한 셈이다.

 

이번 2차 핵담판은 기본적인 여건과 회담형식이 1차 회담 때와 다르다. 우선 두 정상은 1차 회담 이후 친서 교환 등을 통해 꾸준히 신뢰를 쌓아왔다. 1차 때는 단독·확대 정상회담에 이어 업무오찬을 하면서 합의문을 조율했고, 오찬 후 함께 산책하면서 친교를 다진 뒤 기자회견을 통해 합의문을 발표했다. 형식은 갖추었지만 하루에 모든 행사를 치러 밀도 높은 협의를 했다고 보기는 어려웠다. 그러나 이번 회담은 1박2일 동안 열리는 만큼, 이날 두 차례의 회동을 포함해 정상끼리 정식 회동만 최소 5차례 한다. 첫날 협상 결과를 반영해 민감한 의제까지 면밀히 협상할 여유가 있다. 교착 국면이 있었지만 지난 8개월간 지속적으로 협상해왔다는 점도 다르다. 여기에 양측은 막판까지 김영철 노동당 부위원장과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의 고위급회담 및 김혁철 국무위원회 대미특별대표와 스티븐 비건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 간 실무접촉으로 의제를 다듬어왔다.

 

도널드 트럼프(오른쪽)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8일(현지시간) 베트남 하노이 소피텔 레전드 메트로폴 호텔에서 1대1 단독 정상회담을 하던 중 미소를 짓고 있다. 하노이|AFP연합뉴스

 

지난 21일부터 진행된 실무협의에서 북·미 연락사무소 설치와 평화선언은 합의 단계에 이른 것으로 알려졌다. 비핵화의 개념과 영변 핵시설 처리에 대해서도 의견 접근을 본 상태다. 남은 것은 영변 핵시설에 대한 검증과 영변 이외의 핵시설 및 핵무기에 대한 처리, 그리고 그에 상응하는 미국의 조치이다. 비핵화 로드맵의 마지막 단계와 그에 상응하는 조치를 어떻게 할 것이냐만 정상들의 몫으로 남겨진 셈이다.

 

최소한 영변 핵시설 폐기와 부분적인 대북 제재 완화를 맞교환하는 게 합리적이다. 대북 제재의 기본적인 틀을 유지하되 남북 간 경협을 허용하는 방식으로 대북 제재에 숨통을 틔워주는 것이 무난하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9일 북한의 비핵화 견인을 위한 상응 조치로 남북의 철도·도로 연결과 남북경협을 제안한 것이 현실적 대안이 될 수 있다. 김 위원장이 신년사에서 개성공단 가동과 금강산관광의 재개를 언급한 것도 이를 시사한 것으로 볼 수 있다. 특히 남북 철도·도로 연결은 대북제재위원회에서 허가만 하면 된다. 금강산관광이나 개성공단 재가동도 별도의 결의안으로 허용할 수 있다.

 

퇴로 없이 비핵화의 길을 나선 김 위원장이나 재선을 노리는 트럼프 대통령 모두 28일 최종 담판에서 가시적인 성과를 도출해내야 한다. 두 정상은 빅딜을 통해 완전한 비핵화를 위한 로드맵에 합의하기 바란다. 한반도 평화와 함께 북·미가 윈윈할 수 있는 이번 기회를 놓쳐서는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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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12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열린 각료회의에서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과 관련해 “그것은 올라가야 한다. 몇 년 동안 오르기 시작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미 양국이 지난 10일 올해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특별협정 합의안에 가서명한 지 불과 이틀 만에 내년 분담금 인상을 거론한 것이다. 


트럼프가 이날 쏟아낸 발언은 어처구니없을 정도로 사실에 맞지 않는다. 그는 “한국이 분담금 5억달러를 더 내기로 했다”고 하는가 하면 “우리가 한국에서 쓰는 비용은 50억달러이며 한국은 약 5억달러를 지불해왔다”고도 했다. 한국이 분담금 5억달러를 더 내기로 했다는 말은 합의안과 명백히 다르다. 합의안에는 한국의 분담금이 지난해보다 8.2%, 즉 787억원 오른 1조389억원으로 돼 있다. 트럼프가 수치를 착각했거나 성과를 과시하기 위해 부풀렸을 수 있다. 주한미군이 50억달러를 쓴다는 것도 터무니없다. 한국의 분담금은 주한미군 주둔 비용의 50% 남짓으로 평가된다. 한국이 지난해 9억달러를 지불했으니 미국이 쓴 비용도 그 언저리일 것이다. 게다가 “전화 몇 통 걸었더니 5억달러가 나왔다”는 발언에선 모욕감마저 느껴진다. ‘약자의 팔을 비틀어 돈을 뜯어내는 불량배’를 떠올리며 분개한 한국인들이 적지 않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2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열린 각료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중국과의 '90일 무역협상' 시한으로 설정한 3월 1일을 다소 연장할 수 있음을 내비쳤다. 이렇게 되면 3월 2일부터 예고된 추가적인 대중(對中) '관세 폭탄'도 잠시 유예될 수 있다. AP연합뉴스


트럼프가 과장과 자기 과시가 섞인 특유의 어법을 구사해온 것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지만, 각료회의라는 공식 석상에서 던진 동맹국을 향한 망발마저 그대로 넘겨선 안된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합의한 액수는 분명히 1조389억원”이라고 반박했지만 여기서 그치지 말고, 공식 외교경로를 통해 발언의 부적절함을 지적하고 유감을 표명해야 한다.


트럼프의 발언은 다음번 협상에서도 미국의 압박이 거세질 것임을 예고한다. 미국 측은 이번에 합의한 협정에서 종전 다년이던 유효기간을 1년으로 바꾸는 안을 관철해 매년 분담금을 인상할 수 있는 길을 열었다. 한국은 안보의 상당 부분을 주한미군에 의존하고 있지만, 미군의 한국 주둔은 미국의 패권과 동북아 전략적 이익에도 기여한다. 이를 고려하지 않은 미국의 합리적이지 못한 분담금 인상 압박은 동맹관계를 해칠 우려가 있다. 한국만이 수혜자라는 식의 ‘안보무임승차론’을 들먹이며 돈을 더 받아내려는 대국답지 못한 행동에 진저리 치는 한국인들이 적지 않음을 미국은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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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개성공단 가동중단 조치를 발표한 지 10일로 꼭 3년이 됐다. 2016년 이날 박근혜 정부는 북한의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에 대응해 개성공단 가동중단 조치를 발표했다. 북한은 다음날 공단 폐쇄와 남측 자산 동결, 남측 인원 추방으로 맞대응했다. 입주 기업인들이 공장건물을 뒤로한 채 망연자실한 표정으로 귀환하던 처연한 광경이 지금도 생생하다. 개성공단은 12년간 남북 경제협력의 성공 모델이자 남북 군사적 긴장완화의 결실이었다. 남과 북은 물론 국제사회도 남북 상생을 위한 모범적 사업으로 평가해왔다. 그런 개성공단의 폐쇄가 남북관계에 미친 충격은 헤아리기 어려울 정도였다. 

 

지난 3년간 박근혜 정부가 탄핵된 뒤 문재인 정부로 바뀌었고, 남북관계가 복원되면서 지난해 남북정상회담이 3차례나 열리는 변화가 있었다. 북·미 정상회담도 사상 처음으로 열리면서 한반도 정세가 대전환을 시작했다. 그럼에도 굳게 닫힌 개성공단의 문은 좀처럼 열리지 않았다. 기업인들이 시설 점검을 목적으로 방북하겠다고 정부에 7차례나 신청했지만 번번이 불허됐다.

 

이런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간 2차 북·미 정상회담이 오는 27~28일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리는 것으로 확정됐다. 한반도 평화를 위한 중대 분수령이 될 이번 회담을 위해 스티븐 비건 미국 국무부 대북특별대표가 지난 6~8일 평양을 방문해 김혁철 북한 국무위원회 대미특별대표와 실무협상을 벌였다. 정상회담 합의문에 들어갈 비핵화 이행 조치와 미국의 상응조치를 집중 조율했던 것으로 관측된다. 방북 뒤 서울로 귀환한 비건 대표는 이번 방북 협의가 “생산적이었다”고 평가하면서 김 대표와 추가로 만날 것이라고 했다.

 

이번 북·미 정상회담에서 개성공단 재가동이 미국의 상응조치 목록에 포함될지는 현재로선 예단하기 어렵다. 개성공단 폐쇄는 한국 정부의 독자조치로 시작했지만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 매듭이 추가돼 풀기가 간단치 않은 점도 있다. 하지만 개성공단 재가동은 북한만큼이나 한국 정부와 기업인들도 희망하고 있음을 미국은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 북한도 미국이 개성공단을 제재대상에서 풀어줄 명분을 제공해야 한다. 이번 북·미 정상회담에서 구체적인 비핵화 조치를 내놓는 것이 그 명분이다. 개성공단의 닫혔던 문이 활짝 열리는 날이 하루속히 오기를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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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간 2차 정상회담이 오는 27~28일 베트남에서 열린다. 트럼프 대통령은 5일(현지시간) 미 의회 국정연설을 통해 “대담하고 새로운 외교의 일환으로 한반도 평화를 향한 역사적인 노력을 지속하고 있다”며 2차 북·미 정상회담 일정을 밝혔다. 이와 동시에 서울에 와 있던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가 이날 미군기를 이용, 평양으로 직행해 카운터파트인 김혁철 국무위원회 대미특별대표와 정상회담 합의문 조율 등 실무협상에 나섰다.

 

스티븐 비건 미국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왼쪽)가 6일 오전 서울 시내의 한 호텔에서 차를 타고 나오고 있다. 비건 대표는 이날 평양에서 협상 카운터파트인 김혁철 북한 국무위원회 대미특별대표(작은 사진)와 만나 2차 북·미 정상회담을 위한 실무협상을 가졌다. 연합뉴스

 

북·미가 평양에서 실무협상을 벌이는 것은 상당히 이례적이다. 사소한 부분에서까지 신경전을 벌이던 과거와 달리 장소에 구애받지 않을 정도로 양측 간 협상이 진전되고 있다는 증거로 볼 수 있다. 앞서 비건 대표는 최근 김 위원장이 지난해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에게 플루토늄과 우라늄 농축시설 전체의 폐기를 약속했다고 공개하는 등 북한의 비핵화 의지를 인정했다. 또 미측은 완강한 ‘선비핵화’에서 비핵화와 관계 정상화의 ‘동시적·병행적’ 이행으로 태도 변화를 보였다. 이견을 보여온 비핵화 방안에 대해 양측이 접점을 찾아가고 있음을 시사한다.

 

관건은 북한의 비핵화에 상응해 미국이 취할 조치이다. 북·미 간 연락사무소 설치 이외에 개성공단·금강산관광의 재개가 포함되느냐는 것이다. 당초 개성공단 폐쇄는 한국 정부의 독자 제재로 출발한 만큼 개성공단을 국제제재 대상에서 제외할 명분은 충분하다. 미국은 개성공단·금강산관광 재개 허용으로 대북 관계 개선 의지를 보일 필요가 있다. 다자협의를 통한 한반도 평화체제 논의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평화체제는 북한이 원하는 체제 보장의 안전판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달 말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도 만난다. 북·미, 미·중 정상회담에서 평화체제 논의의 물꼬를 트고 머지않은 미래에 남·북·미·중 정상이 종전을 선언한다면 한반도를 넘어 동북아 평화에 역사적인 일이 될 것이다.

 

6일 비건 대표가 탑승한 것으로 추정되는 비행기가 오산 미군기지에서 이륙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해 1차 싱가포르 정상회담이 북한의 비핵화 및 북·미관계 개선에 대한 포괄적 합의에 초점을 맞췄다면 2차 회담의 목표는 그 실질적인 성과를 내는 것이다. 북·미 정상이 2차 회담의 일정을 1박2일간으로 잡은 것도 그런 의지의 표현이다. 두 정상은 역지사지의 태도와 담대한 결단으로 ‘한반도 비핵화 및 평화체제’의 빅딜을 반드시 성사시켜야 한다. 한국 정부도 회담의 촉진자 역할에 모든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 2차 북·미 정상회담의 성과가 김 위원장의 서울 답방, 그리고 한반도의 항구적 평화 정착으로 이어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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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다음달 말 2차 북·미 정상회담을 열기로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19일(현지시간) 김 위원장 특사 자격으로 미국을 방문한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과 전날 만난 것에 대해 “북한 측과 2시간 동안 매우 좋은 만남을 가졌다”며 “비핵화에 관한 한 많은 진전을 이뤘고 다른 많은 것들에 관해 이야기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상회담 개최지도 이미 결정했다며 곧 발표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2차 북·미 정상회담 성사를 환영한다.

 

이제 관건은 북한의 비핵화 실행조치와 그에 상응하는 조치를 미국이 어떻게 주고받느냐이다. 북한의 영변 핵시설에 대한 사찰과 폐기,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폐기 약속과 미국의 대북 제재 완화 등을 맞교환하는 문제가 남은 것이다. 양측은 김 부위원장의 방미를 통해 어느 정도 접점을 찾은 것 같다. 하지만 아직 결과를 예단하기는 이르다. 백악관은 김 부위원장의 방문 직후 “최종적이고 완전하게 검증된 비핵화(FFVD)를 볼 때까지 대북 압박과 제재를 계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북한 당국 역시 김 부위원장의 방미와 정상회담 성사 사실을 주민들에게 알리지 않고 있다. 북·미 간 이견이 남아있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18일(현지시간) 백악관 집무실에서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으로부터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친서를 전달받고 있다. 댄 스커비노 백악관 소셜미디어국장은 19일 자신의 트위터에 이 사진을 공개했다. 댄 스커비노 트위터

 

김 부위원장이 귀국길에 오른 날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와 최선희 북한 외무성 부상이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3박4일간 실무협상에 들어갔다. 2차 정상회담에서 주고받을 카드를 구체적으로 조율하는 지난한 밀고 당기기에 돌입한 것이다. 양측 모두 한발씩 양보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김정은 위원장이 그동안 여러 차례 ‘과감한 결단’을 언급한 것은 북·미 간 협상을 반드시 성사시키고 싶다는 국제사회를 향한 호소이다. 미국은 북한을 몰아붙이기만 할 게 아니라 핵을 포기시킬 실효적 방안을 찾아야 한다. 완전한 비핵화로 한꺼번에 가기는 어렵다. 일단 북한의 핵시설과 ICBM의 폐기를 둘러싼 초기 조치와 개성공단 재가동 등 부분적 제재 완화를 맞교환하는 것으로 그 여정을 출발시켜야 한다.

 

지난해 6월 싱가포르 1차 북·미 정상회담은 70년 묵은 적대관계를 청산한다는 상징성에 비중을 뒀다. 이번 2차 정상회담에서는 실질적인 비핵화 조치와 북·미관계 진전 방안이 도출돼야 한다. 한국 정부도 온 힘을 다해 양측을 중재해야 한다. 2차 북·미 정상회담이 성공적으로 마무리되고, 이것이 김 위원장의 방남으로 이어져 한반도의 항구적 평화 정착에 전환점이 만들어지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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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6일(현지시간) 이라크의 미군 공군기지를 방문한 자리에서 “미국이 계속해서 세계의 경찰일 수는 없다”며 “모든 짐을 미국이 져야 하는 상황은 부당하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우리는 더는 자신들을 보호하기 위해 우리의 엄청난 군을 이용하는 국가들에 이용당하지 않을 것”이라며 “미국이 계속 싸워주기를 원한다면 그들도 대가를 지불해야 한다”고 밝혔다. 트럼프의 발언은 요컨대 ‘다른 나라들이 우리를 돕지 않는다면 세계의 경찰 역할을 하지 않을 것’이라는 뜻인 셈이다. 트럼프가 ‘세계의 경찰’ 역할에 회의론을 펼친 것은 처음이 아니지만 이번에는 시리아 미군철수 계획이 발표되는 등 ‘실행’이 뒷받침하고 있어 예사로이 넘기기 어렵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6일(현지시간) 이라크 라마디의 알아사드 공군기지를 깜짝 방문해 미군 장병들에게 연설하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트럼프가 사흘 연속 동맹국의 방위비 추가부담을 거론한 것은 한국을 겨냥한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한·미는 올해 10차에 걸쳐 방위비 협상을 벌였으나 최근 미국 수뇌부의 대폭 증액 요구로 원점으로 돌아간 것으로 전해졌다. 이런 상황에서 트럼프의 발언은 한국이 지금보다 더 많이 방위비를 부담하지 않으면 주한미군 규모 등을 조정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품은 것이라는 해석이 아니냐는 것이다. 미 언론 보도에 따르면 트럼프는 최소 50% 인상을 추진하고 있다고 한다. 이는 지난 13년치 인상분보다도 많은 액수인 데다 미국이 한국의 분담금을 채 쓰지도 못해 해마다 이월하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터무니없다. 더구나 올 들어 북한의 군사도발 감소로 주한미군의 긴급상황을 상정한 군사운용 가능성이 낮아지는 등 비용 감소요인이 더 많은 상황이다. 주한미군은 대북 억제만을 위한 군사력이 아니라 동북아 지역안정과 중국 견제 등 미국의 전략적 이익에도 부합한다. 그런데도 한국만이 수혜자인 양하는 트럼프의 화법은 ‘경찰국가’ 지위는 누리되 부담은 지지 않겠다는 말이나 다름없다.

 

정부는 미국의 압박에 의연하게 대처할 필요가 있다. 북핵 해결을 위한 한·미 공조가 영향을 받아서는 안되겠지만, 부당한 요구에 대해서까지 굴복할 이유는 없다. 중장기적으로는 트럼프의 고립주의가 주한미군의 재조정으로 이어질 가능성에도 대비할 필요가 있다. 우리 사회가 주한미군 재조정 문제에 지나치게 경직된 태도를 보이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다.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체제 구축을 대비해 주한미군 지위에 대한 신축적이고 유연한 논의도 허용돼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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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 철도와 도로를 잇는 ‘경의선·동해선 철도·도로 연결 및 현대화 착공식’이 26일 북한 개성 판문역에서 남북 양측과 중국·러시아·몽골 대표 등 1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개최됐다. 남북의 철길을 이음으로써 북한을 통해 중국, 러시아를 거쳐 유럽까지 가는 철의 실크로드 구축이 시작된 것이다. 남북이 군사합의 이행과 더불어 평양공동선언에서 천명한 철도 연결사업의 연내 착공을 실현함으로써 한반도 평화 정착에 새 이정표를 세웠다.

 

이날 착공식은 70년 동안 끊어진 민족의 혈맥을 잇는다는 상징적 의미가 크다. 남북의 철도가 완전히 연결되면 대한민국의 경제영토를 육상을 통해서도 대륙으로 확장할 수 있다. 남북의 공동번영과 한반도 및 동북아 평화 정착의 길이 활짝 열리는 결정적 계기를 마련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날 행사에는 ‘착공식’보다는 ‘착수식’이라는 말이 더 잘 어울린다. 실제 공사를 하려면 여러 단계를 더 넘어야 하기 때문이다. 대북 제재로 철도 연결에 필요한 자재와 공사 기기의 반출이 자유롭지 못하다는 점이 가장 큰 문제이다. 지금처럼 북으로 장비를 보낼 때마다 한·미가 만나 제재 위반 여부를 따지는 방식으로는 공사가 제대로 진척될 수 없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연결공사 설계에만 1~2년이 걸린다”고 했듯 공사를 위해 세부적으로 준비해야 할 일도 많다. 한마디로 철도·도로 공사를 위한 실질적인 준비와 함께 제재를 풀어 철도 연결을 남북경협으로, 궁극적으로는 북·미관계 개선으로 이어가는 지난한 과제가 시작된 것이다.

 

26일 오전 개성 판문역에서 진행된 '동·서해선 남북 철도·도로 연결 및 현대화 착공식'에서 남북 관계자들이 궤도 체결식을 갖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이런 점에서 이날 제1야당 자유한국당의 착공식 불참은 매우 유감스럽다. 한국당은 이번 행사를 두고 “기약 없는 착공식으로, 문재인 대통령의 지지율을 위해 하는 가불 착공식”(김병준 비대위원장), “문 대통령의 여론조작용 착공식”(나경원 원내대표)이라고 비판했다. 여기에 나 원내대표는 정부가 착공식에 대해 제대로 설명도 하지 않은 채 밀어붙였다고 주장했다. 민족의 염원을 담은 남북 철도 연결에까지 당리당략적 태도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한국당의 행태에 실망을 금할 수 없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24일 북한 관련 보고를 받은 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2차 정상회담 개최에 대한 의지를 재확인하면서 북·미대화 재개 가능성이 높아졌다. 한국당은 이런 흐름에 뒤처지지 말아야 한다. 북측 또한 비핵화에 대해 좀 더 전향적인 태도를 보여야 한다. 한반도 남쪽 끝에서 출발해 북녘 땅과 시베리아 벌판을 거쳐 유럽까지 거침없이 내달리는 평화와 번영의 열차가 하루빨리 실현되기를 고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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