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제4차 남북정상회담 추진을 공식화했다. 문 대통령은 15일 청와대 수석·보좌관회의에서 “이제 남북정상회담을 본격적으로 준비하고 추진할 시점”이라며 “북한의 여건이 되는 대로 장소·형식에 구애되지 않고 남북이 마주앉아 2차례의 북·미 정상회담을 넘어서는 진전된 결실을 볼 방안에 대해 구체적이고 실질적 논의를 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했다. 문 대통령은 이미 지난 11일(현지시간) 한·미 정상회담에서 조속한 남북정상회담 추진 의지를 나타낸 바 있다. 여기에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12일 최고인민회의 시정연설에서 추가 북·미 정상회담 개최 용의와 함께 남북관계 개선의지를 밝힘에 따라 여건이 마련됐다고 본 것이다.


미국을 방문 중인 문재인 대통령이 11일 오전(현지시간) 워싱턴 백악관 영빈관에서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왼쪽에서 두번째),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왼쪽) 등 미 외교안보 정책 핵심 관계자들과 만나 대화하고 있다. 워싱턴 _ 연합뉴스


남북 정상이 협의할 의제는 한반도 비핵화의 창의적인 해법 마련, 4·27 판문점선언과 9월 평양공동선언의 이행을 포함한 남북관계 발전방안이 될 것이다. 북·미 비핵화 협상은 4월 들어 전환기를 맞이하는 분위기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비핵화 협상과 관련해 ‘스몰딜(작은 거래)’ 여지를 열어뒀는가 하면, 김정은 위원장은 “각자의 이해관계에 부합되는 건설적인 해법을 찾아야 한다”며 협상안 조정 가능성을 시사했다. 한·미 정상회담에서 파악한 트럼프 행정부의 의중을 전달하면서 북한의 구상도 확인해볼 기회다. 이에 그치지 않고 비핵화와 한반도 평화를 위한 큰 그림을 함께 그릴 필요도 있다.  


올 들어 남북관계는 소강상태를 면치 못하고 있다. 지난해 2월 평창 동계올림픽을 전후로 남북관계가 급속히 복원돼 남북정상회담이 3차례나 개최됐고, 4·27 판문점선언과 9월 평양공동선언 등 두개의 굵직한 남북합의가 만들어진 것과는 대조적이다. 한반도 정세를 좌우하는 북·미 협상이 교착상태에 빠진 것이 주요 원인이겠지만, 남북관계가 언제나 북·미관계의 영향을 받는 ‘천수답(天水畓)’ 상태여서는 곤란하다. 북은 북대로, 남은 남대로 미국의 영향을 지나치게 강하게 받고 있는 것은 아닌지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이런 측면에서 문 대통령이 이날 “어떤 어려움이 있더라도 남북공동선언을 이행하겠다는 확고한 의지를 갖고 있다”고 한 것은 주목할 만하다. 김 위원장이 시정연설에서 판문점선언과 평양공동선언을 철저히 이행함으로써 남북이 함께 미래로 나아가야 한다고 강조한 것에 화답한 의미가 있다. 말에 그쳐서는 안된다. 정상회담 추진과 병행해 남북관계를 활성화할 다양한 방안들을 마련해야 한다. 정부가 계획해온 800만달러 규모의 인도적 대북지원과 이산가족 상봉 등 민간교류도 힘있게 밀고 나갈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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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은 4일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전체회의에서 2차 북·미 정상회담 합의 무산과 관련해 “우리는 북·미 회담이 종국적으로 타결될 것으로 믿지만 오랜 대화교착을 바라지 않는다”며 “양 정상이 빠른 시일 내 만나 타결을 이뤄내길 바란다. 그 과정에서 우리 역할도 다시 중요해졌다”고 밝혔다. 북·미가 협상동력 유지를 위해 조속히 대화에 나설 것을 촉구하는 동시에 한국 정부가 중재 역할에 적극 나서겠다는 뜻을 비친 것이다. 하노이 정상회담 합의 무산의 충격에도 불구하고, 한반도 평화프로세스가 중단돼서는 안되며 중재자이자 당사자인 한국 정부로서 해야 할 역할을 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한 점을 평가한다. 이는 비핵화와 한반도 평화가 암초를 만난 상황에서 한국 정부가 취해야 할 유일하고도 최선의 선택이기도 하다. 문 대통령은 “양측의 입장 차를 정확히 확인하고 좁힐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달라”면서 “북·미 실무대화의 조속한 재개를 위해서도 노력해주길 바란다”고 주문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4일 오후 청와대에서 열린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전체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하지만 상황은 녹록지 않다. 양측의 입장 차가 그동안 알려진 것보다 더 벌어졌을 것으로 추정케 하는 징후들이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존 볼턴 미국 국가안보회의 보좌관은 3일(현지시간) 방송들과의 인터뷰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하노이 회담에서 핵과 미사일 외에 생화학무기까지 포함하는 ‘광범위한 비핵화’를 요구했다고 밝혔다. 미국이 대량살상무기(WMD) 전체를 비핵화 대상에 포함시키며 북한을 사실상 압박했다는 뜻이다. 볼턴의 말대로라면 실무협상 과정에서 북한이 주장해온 ‘단계적 비핵화’에 동의하는 것처럼 보이던 미국이 정작 정상회담 테이블에서는 ‘전부(全部) 아니면 전무(全無)’식 태도로 돌변한 셈이다. 단계적 비핵화 해법은 70년간 적대하며 신뢰가 부족한 북·미 사이를 감안한 현실적인 방식으로, 한국 정부도 동의해왔다. 미국이 태도를 바꾼 배경에 의구심이 커질 수밖에 없다. 

 

문 대통령의 언급대로 현 국면에서는 가급적 이른 시일 내 남북, 한·미 간 접촉을 통해 ‘하노이의 진상’을 파악하는 것이 급선무다. 대북특사를 조기에 보내는 방안부터 검토할 필요가 있다. 충격이 큰 북한이 당분간 ‘장고’에 들어갈 가능성도 있지만, 그럴수록 대화의 모멘텀이 사라질 수 있음을 설득해야 한다. 문 대통령이 “제재의 틀 내에서 남북관계 발전을 통해 북·미 대화에 도움을 줄 수 있는 방안을 찾아주길 바란다”며 남북협력 사업의 속도감 있는 추진을 당부한 점도 바람직하다. 북한도 남북관계가 정세에 구애받지 않고 정상 가동되는 것이 북·미 협상을 위해서도 도움이 된다는 점을 명심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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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노이의 아침이 밝았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세계사를 새로 쓰고 있다. 일각의 방해와 폄훼를 뒤로하고 이 두 인물은 여기까지 왔고, 또 거대한 한 걸음을 함께 내디딜 것이다.

 

회담은 핵동결과 핵봉인 단계를 중간 목표로 삼고 있다. 이후 핵폐기와 핵신고로 모든 비핵화를 마무리하는 것이다. 이는 매우 중요한 변화다. 완전한 비핵화까지의 일정표가 윤곽을 잡아가기 때문이다. 북·미 간 관계정상화도 일정표가 있다.

 

베트남 케이스는 북한 개혁·개방의 이정표다. 베트남 경제발전의 관건은 외자 유치였다. 베트남은 1986년 도이머이를 개시했지만, 1995년 미국과 수교하고 나서야 활발한 외자 유치에 성공했고 마침내 경제발전이 본격화되었다. 이번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에서 이익대표부 설치를 합의한다면, 베트남의 경우처럼 북·미수교와 대북 제재의 전면적 해제, 그리고 활발한 국제투자로 이어질 것이다. 머지않은 미래다.

 

엊그제 문재인 대통령이 동아시아 질서의 근본적 변화와 신한반도 체제를 이야기했다. 동아시아 신질서의 주도권을 이야기했다. 3·1절에 구체화되겠지만, 한민족의 새로운 100년을 이야기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차 북·미 정상회담을 앞둔 26일 베트남 랑선성 동당역에 도착한 뒤 경호원들의 호위 속에 이동하면서 현지 관계자들에게 손을 흔들어 인사하고 있다. 동당 _ 연합뉴스

 

북·미 하노이선언 이후 필연적으로 다가올 동아시아 신질서를 또렷이 응시할 때다. 냉전체제에선 ‘소련-중국-북한’ 대 ‘미국-일본-남한’이 대립하는 질서였다. 북·미관계 정상화 후 이 질서는 비현실적이다. 동아시아의 냉전 스위치가 꺼지면, 동아시아의 낡은 질서는 해체된다. 신질서에서는 무엇보다 6자 경제공동체가 핵심이다.

 

시작은 북한 개발이다. 미국, 일본, 중국, 러시아 등 주변국 민간 기업이 모두 참여하게 될 것이다. 이미 미국의 민간은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미국은 국제부흥개발은행을 활용한 지원 방식도 추진할 것이다. 민간 기업들이 독자적으로 또는 한국 기업과 손잡고 송·배전망 개보수, 화력·태양광·풍력발전소 건설, 항만 개보수·신축 등에 참여할 수 있다. 자원개발이나 관광·레저 사업, 제조업과 IT 첨단산업에도 뛰어들 수 있다. 머잖아 철도공동체를 시작으로 6개국의 경제협력기구 창설로 이어질 것이다. 이러한 경제협력과 개발은 2차대전 직후 미국 정부가 일방적으로 지원한 마셜 플랜이 아니다. 마셜 플랜은 엄밀히 냉전 전략이었다. 앨빈 토플러의 예언이 맞다면, 동아시아는 북미권, 유럽권을 능가하는 새로운 성장지대가 될 것이다. 여기에 한민족 번영의 기회가 있다.

 

가까운 미래를 철저하게 준비해야 할 때다. 한반도 신경제를 근거로 동아시아 신경제 건설의 이니셔티브를 쥐어야 한다. 그래야 정치적인 통일이 아니어도 경제를 통해 민족을 회복할 수 있다.

 

이때 우리가 지향해야 할 민족주의는 무엇일까. 과거 저항적 민족주의가 제국주의 시대를 이겨낼 독립과 생존의 깃발이었다면, 구제국주의가 사라진 오늘날, 신자유주의 세계화 20년 이후의 민족주의는 철저한 민족이기주의, 배타적 국수주의로 왜곡되고 있다. 과연 세계는 어디로 가야 하는가.

 

한반도에선 상황이 다르다. 대한민국의 이념적 기준이던 북한 변수는 현저히 약화될 것으로 보인다. 마찬가지로 북한에서의 미국 변수도 빠르게 호전될 것이다. 다소의 혼란이 있겠으나 남북한의 ‘마음의 통일’은 한반도 신경제를 통한 민족의 회복에 의해 가능하다.

 

민족의 회복에서 한발 더 나아가면 새로운 민족이 있다. 낡은 민족주의나 왜곡된 민족주의와 달리 우리 민족은 새로운 민족주의에 가장 가까이 다가서고 있다. 동아시아 신질서가 내장해야 할 이념은, 폭력적 세계화가 아니라 호혜적 세계화여야 한다. 배타적 국수주의가 아니라 새로운 민족주의여야 한다. 새로운 민족주의는 전쟁을 반대한다. 새로운 민족주의는 개방적이고 포용적이며 인류의 공동번영을 지향한다. 한반도가 동아시아 새 역사의 주역이다.

 

<최민식 |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 정책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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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6일 오전 전용열차 편으로 베트남 랑선성 동당역에 도착했다. 인민복 차림의 김정은 위원장은 장시간 열차여행의 여독에도 불구하고 미소 띤 표정으로 영접행사를 마친 뒤 하노이로 향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이날 밤 전용기 편으로 하노이에 도착했다. 27~28일 북·미 정상 간의 역사적인 협상이 열리는 베트남 수도 하노이에 전 세계의 시선이 쏠리면서 현지 분위기도 한껏 달아올랐다. 두 정상이 이번 회담에서 비핵화와 한반도 평화·번영을 위한 주춧돌을 놓기를 희망한다.

 

지난해 6월12일 싱가포르에서 열린 1차 북·미 정상회담 당시 70년 만에 대좌한 두 나라 정상은 적대관계 청산을 위한 시동을 걸었지만, 가야 할 목표를 공유하는데 머물렀다. 이후 8개월간도 순탄치는 않아 후속 협상에서 실질적인 이행방안을 이뤄내지 못했다. 미국에서는 북한의 비핵화에 대한 회의론이 커졌고, 북한도 상응조치 없이 핵 신고를 압박하는 미국에 대한 의구심을 키워갔다. 이런 교착을 풀기 위해 두 정상이 다시 톱다운 방식으로 비핵화와 한반도 평화를 진전시키기 위한 구체적인 합의를 시도하게 된 것이다. 그런 만큼 이번 회담은 싱가포르 정상회담 못지않게 역사적인 의미를 갖는다. 한반도 비핵화에 탄력이 붙고 평화가 정착할지, 지루한 교착과 긴장이 반복될지가 이번 회담으로 결정될 것이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차 북·미 정상회담을 하루 앞둔 26일 오전 베트남 동당역에 도착해 베트남 정부 대표단과 취재진에게 인사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양측의 태도는 긍정적이다. 북한 매체들이 김정은 위원장이 베트남에 도착하기도 전인 지난 24일 출발 소식을 보도한 것은 이례적이다. 신변안전을 우려해 최고지도자의 이동 중에는 보도하지 않던 관행을 깬 것은 이번 회담을 기필코 성공시켜 북한의 밝은 미래를 열어가겠다는 김 위원장의 의지가 반영됐을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도 25일(현지시간) 출국에 앞서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완전한 비핵화로 북한은 급속히 경제 강국이 될 것”이라며 기대감을 표시했다.

 

이달 초순 평양에 이어 지난 21일부터 하노이에서 진행 중인 사전 협상에서 양측은 북한의 비핵화 조치로 영변 핵시설 폐기와 모든 핵·미사일 프로그램 동결, 비핵화 로드맵, 미국의 상응조치로 종전선언, 평화체제 구축논의 개시, 연락사무소 개설, 경제제재 완화 등을 테이블에 올려놓고 치열한 줄다리기를 벌여왔다. 이 중에서 몇 가지가 정상회담 테이블에 올라가 ‘하노이 합의’에 담길지는 현재로선 예측불허다. 다만 미국이 협상 교착의 원인이던 핵신고 요구를 유보하는 대신 북한이 주장해온 단계적·동시적 접근법으로 선회한 점에서 본다면 ‘등가교환’에 가까운 거래가 이뤄질 것이라는 기대감도 갖게 한다.

 

관건은 역시 대북 제재 완화 여부다. 미국이 실무협상에서 비핵화 상응조치로 종전선언과 연락사무소 개설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제재 문제가 풀리지 않는다면 북한은 소극적일 수밖에 없을 것이다. 미국이 제재 완화에 대해 전향적 조치를 취하면서 북한이 통 큰 비핵화 조치를 내놓는 것이 가장 바람직한 협상결과가 될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9일 트럼프 대통령과 통화하면서 제안한 철도·도로 연결과 남북경협을 지렛대로 활용할 것을 기대한다. 문 대통령은 25일 ‘경제와 번영으로 나아가는 신한반도체제’를 언급했다. 대북 제재 완화나 해제 이후 대북 경제사업에서 주도권을 쥐고 남북 공동번영을 이루겠다는 의지를 피력한 것이다. 하노이 정상회담이 신한반도체제로 향하는 출발점이 된다면 더할 나위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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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라 허커비 샌더스 백악관 대변인이 한 식당에서 쫓겨난 사건이 화제다. 샌더스는 지난 23일(현지시간) 남편 등 가족들과 함께 버지니아주 렉싱턴의 한 식당을 찾았다가 주인의 나가달라는 요청을 받고 자리를 떠야 했다. 이미 음식을 시켜 먹고 있던 중이었다. 식당 주인은 워싱턴포스트에서 “샌더스는 비인간적이고 비윤리적인 정부에서 일하고 있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잔인한 정책들을 옹호했다”고 비난했다. 그는 동성애자 군복무 금지와 반이민 정책 옹호 등을 지적했다. 트럼프 정부 관계자들에 대한 망신주기 사례는 샌더스뿐이 아니다. 이민 정책을 다루는 부처인 국토안보부의 커스텐 닐슨 장관과 반이민 정책 입안자인 스티븐 밀러 백악관 선임고문은 각각 워싱턴의 멕시코 식당을 찾았다가 야유를 당했다.

 

트럼프 측근들에 대한 공개적 망신주기의 파장은 정치권으로 번지고 있다. 사건의 이면을 짚어보면 트럼프 정부 들어 극단으로 갈라진 미국 사회의 현실, 권력유지를 위해 통합이 아닌 분열을 조장하고 활용하는 트럼프의 통치 방식이 그대로 보인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AP연합뉴스

 

분열과 혐오가 공개적으로 표출되는 원인은 트럼프 정부에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초기부터 반이슬람 행정명령, 백인 우월주의 옹호, 동성애자 차별 정당화 등의 정책을 추진했다. 최근에는 불법 입국자 부모와 자녀들을 격리 수용하는 정책을 고집하다가 비인간적 정책이란 비난에 직면했다. 지난 18일 CNN 보도에서는 시민권자만 버스에 태워주겠다는 메인주의 한 버스 회사 관계자가 등장했다. 마치 대중교통이나 공공시설 이용에서 유색인종을 공식적으로 차별하던 과거로 돌아간 듯했다. 사회는 분열되고, 반대 진영의 대응은 거칠어질 수밖에 없다. 갤럽이 25일 발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공화당 지지자의 87%가 트럼프를 지지했지만, 민주당 지지자 중에서는 역대 최소인 5%만이 트럼프를 지지했다.

 

이 와중에 민주당은 강경파와 온건파로 갈라졌다. 트럼프 저격수 맥신 워터스 민주당 하원의원은 24일 MSNBC에 출연해 “식당이나 백화점, 주유소에서 트럼프 행정부의 각료 중 아무라도 본다면 나가서 사람들을 끌어모아 맞서라”며 “그리고 그들에게 당신들은 어디에서도 환영받지 못한다고 말하라”고 촉구했다. “저들이 저급하게 가도 우리는 품위 있게 가자(When they go low, we go high)”던 미셸 오바마의 외침과는 상반된다. 반면 척 슈머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는 “동의하지 않는다고 괴롭힘을 선동하는 것에는 반대한다”며 공개 망신주기는 “미국적이지 않다”고 비판했다.

 

트럼프 대통령 측은 반대 진영의 혐오가 싫지만은 않은 모양이다. 샌더스는 24일 300만명의 팔로어가 있는 백악관 공식 트위터 계정을 통해 식당에서 쫓겨난 사실을 공개했다. 트럼프는 다음날 트위터에서 워터스 의원을 “IQ가 극히 낮은 사람”이라고 비난하며 논란을 키웠다. 그는 “나에게는 하나의 룰이 있는데, 만약 식당의 외관이 지저분하면 내부도 더럽다는 것”이라며 샌더스를 쫓아낸 식당을 향해서도 독설을 퍼부었다. 그가 리트윗한 마르코 루비오 공화당 상원의원의 트위터 글에서 속내를 확인할 수 있다.

 

루비오는 “트럼프를 싫어하는 사람들은 트럼프를 찍었거나 트럼프 혐오를 공유하지 않는 사람들에 대한 자신들의 우월감으로 얼마나 많이 트럼프를 돕고 있는지 아직 알지 못한다”고 말했다. 불법 입국자 부모들과 미성년자 자녀들을 분리 수용하는 정책으로 곤경에 처한 상황에서 터진 샌더스 망신 사건은 보수 지지층을 자극할 수 있는 호재라고 본 것이다. 트럼프 정부 참모들에 대한 비난과 야유는 뿌린 만큼 거두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정치권력의 정책적 차별과 배제에 비하면 식당 주인의 서비스 거부는 최소한의 저항일지 모른다. 다만 그 와중에 다양성을 존중하던 미국 사회의 매력은 추락하고 있다. 선거철이 다가올수록 편가르기 정치는 더욱 심각해질 것 같다.

 

<워싱턴 | 박영환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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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아이비리그 학교를 다녔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해 대선 때 자주 한 말이다. 멍청하지 않고 똑똑하다는 것을 반대자들에게 강조하기 위해서였다. 트럼프는 아이비리그의 하나인 펜실베이니아대학 와튼 스쿨 출신이다. 뉴욕에 있는 포드햄대를 다니다 3학년 때 편입해 1968년 졸업했다. 와튼 스쿨은 우리에게 MBA 과정이 유명한 비즈니스 스쿨로 알려져 있다. 시카고대·컬럼비아대·하버드대·노스웨스턴대·MIT·스탠퍼드대 비즈니스 스쿨과 함께 M7으로 불린다. 그런데 와튼 스쿨에는 MBA 과정만 있는 게 아니다. 학부(경제학) 및 박사 과정도 있다. 트럼프는 학부를 마쳤다. 그럼에도 트럼프는 와튼 스쿨 졸업생임을 늘 자랑스러워했다. 그의 장남 트럼프 2세, 딸 이방카와 티파니도 와튼 스쿨을 나왔다. 트럼프의 위의 말은 “나, 와튼 나온 남자야”로 바꿀 수 있을 것이다. ‘이대 나온 여자’의 미국판쯤 되겠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달 30일 오전(현지시간) 워싱턴DC 백악관에서 열린 한·미 확대정상회담에서 발언하고 있다. 워싱턴 _ 연합뉴스

 

트럼프의 와튼 스쿨 출신 발언은 졸업생·교수들로부터 환영받지 못했다. 지난해 대선 때 와튼 스쿨 졸업생 수천명이 트럼프를 반대한다는 공개편지에 서명한 적이 있다. 트럼프의 이슬람 혐오와 성폭력 발언에 대한 반대 표시였다. 지난달에는 와튼 스쿨 교수가 학교의 교육관을 트럼프가 호도하고 있다고 비판하는 글을 뉴욕타임스에 기고했다. “트럼프는 와튼의 교육을 지성과 사업 감각의 증거라고 하는데, 우리 학교는 책임감과 의무를 포함한 전문가 및 도덕적 가치를 옹호해왔다.” 트럼프에게 와튼 출신이라고 이름 팔지 말라는 경고나 다름없다. 2011년에는 버락 오바마 당시 대통령의 학력에 대해 새빨간 거짓말을 하다가 망신을 당하기도 했다. “오바마는 문제학생인데, 어떻게 컬럼비아대에 들어가고 하버드대에 진학할 수 있었을까.”

 

“오, 와튼 스쿨! 똑똑한 분.” 지난주 한·미 정상회담 때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이 미국 측의 이해를 돕기 위해 통역을 거치지 않고 영어로 이야기하겠다고 하자 트럼프가 던진 농담이라고 한다. 장 실장은 와튼 스쿨에서 경영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전형적인 외교적 언사이지만 언제나 와튼 출신임을 자랑하고 싶은 욕구를 억누르지 못하는 성격을 은연중에 드러낸 것은 아닐까.

 

조찬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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