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27 판문점선언의 핵심 합의사항인 남북공동연락사무소가 14일 개성공단 내 청사에서 개소식을 열고 즉시 가동에 들어간다. 천해성 통일부 차관이 남측 소장, 북측은 조국평화통일위원회 부위원장이 소장을 맡아 교섭·연락, 당국 간 회담·협의, 민간교류 지원, 왕래 인원 편의보장 등의 기능을 수행한다고 통일부가 12일 밝혔다. 남북공동연락사무소 개소로 남북이 24시간, 365일 소통할 수 있는 채널을 갖게 됐다. 남북관계의 상시화·제도화 토대가 마련되는 획기적이고 역사적인 의미를 지닌다.

 

통일부는 연락사무소장이 책임 연락관이자 대북 교섭·협상 대표의 기능을 병행하며, 필요시 쌍방 최고책임자의 메시지를 직접 전달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메시지를 대면 협의로 전달할 수 있다는 의미여서 연락사무소 설치는 특사의 상시 파견과 맞먹는 효과를 갖는 셈이다. 남북의 책임자들이 한 건물에 상주하면서 얼굴을 맞대고 남북관계 현안을 조율하게 되면 불필요한 오해를 줄일 수 있다. 서로 전통문을 주고받으며 날짜를 정해야 열릴 수 있는 남북 당국 간 회담에 비춰보면 시간과 공간을 절약할 수 있는 상주체제가 남북관계의 안정화에 기여하는 효과는 클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세번째 남북정상회담을 엿새 앞둔 12일 서울 중구 서울도서관 건물 외벽에 ‘남북정상회담 성공 기원’ 대형 현수막이 설치돼 있다. 정지윤 기자 color@kyunghyang.com

 

연락사무소의 당면과제는 철도·도로의 연결 및 현대화와 산림협력 등 판문점선언 이행과 관련한 실무적인 논의들이다. 하지만 북·미 비핵화 협상이 진전되면서 제재가 해제되면 남북경협의 명실상부한 거점이 될 수 있다. 남북관계가 좀 더 진전되면 연락사무소 체제에서 서울·평양 상호대표부 체제로 확대될 수 있다. 정권의 성향이나 정세 변화에 따라 부침을 거듭해온 남북관계가 제도적 도약을 하는 출발점이 연락사무소인 셈이다.

 

국내 보수세력과 미국 내 일각에서는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대북 제재에 저촉된다고 하거나, 남북관계의 독주 사례로 꼽는다. 연락사무소 개소를 위한 유류 등 대북 물자 반출을 놓고 한때 논란이 불거지기도 했다. 다시 강조하지만 연락사무소 설치는 주권국가의 외교활동으로 대북 제재에 해당되지 않는다.

 

남북공동연락사무소는 남북관계 발전만이 아니라 비핵화와 북·미관계를 촉진하는 창구로 활용될 가능성에도 주목해야 한다. 과거와 달리 북측은 비핵화 등 북·미 현안을 남측과 협의할 정도로 태도가 유연해졌다. 통일부가 연락사무소가 “비핵화 협의의 진전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한 것은 이를 염두에 둔 판단일 것이다. 남북공동연락사무소가 남북관계와 북·미관계의 선순환을 지원하는 거점이 되도록 남북이 노력하기를 당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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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탄이 문제가 아니다.

러시아는 세계 3위의 석탄 수출국이다. 작년에 1억8000만t의 석탄을 수출했다. 이 중 한국은 유연탄과 무연탄을 합해 2600만t을 수입했다. 러시아산 석탄은 러시아 관세법에 따라 러시아 연방 상공회의소가 발급한 러시아 원산지 증명서과 함께 한국으로 수입된다. 러시아산 석탄을 수입하는 한국 수입업자로서는 러시아 기관이 발급한 원산지 증명서를 신뢰하는 것이 보통이다. 특별한 경우가 아니라면 그 안에 북한산이 섞여 있을 것이라고 의심하지 않을 것이다. 

 

만일 어떤 수입업체가 북한산 석탄인지 알면서도 일부러 러시아산 원산지 증명서를 제출해 관세청에 신고했다면 이는 관세법 위반 사건이다. 보통의 원산지 위반 사건으로, 관세청이 조사해서 밝히면 된다. 러시아도 자신의 석탄산업에 해가 되지 않게 하려고, 석탄 원산지 증명서 발급 절차를 대대적으로 점검할 것이다. 석탄 문제는 한국과 러시아의 관세당국이 철저하게 조사해서 막으면 된다. 특히 러시아 연방 상공회의소가 원산지 증명서 발급을 제대로 하도록 하면 된다.

 

그러니 지금은 석탄보다 더 중요한 일에 집중하자. 바로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이다.

공동연락사무소 설치는 군인들의 ‘판문점 체제’를 넘어서는 일이다. 남과 북이 함께 만드는 상시적인 상호 신뢰의 틀이다. 남과 북이 상시적 공동연락사무소 조직을 구성하고, 그 안에서 함께 포괄적 교류 협력과 신뢰 구축을 치밀하게 상시적으로 마련하고 실천하는 일은 1972년 7·4 남북공동성명에서 올해의 판문점선언에 이르기까지 민족의 숙원이었다. 

 

남북공동연락사무소는 국제법적으로 유엔 안보리의 대북 제재 틀을 넘어 한국이 주도적으로 추진할 수 있다. 그 국제법적 근거는 무엇인가?

 

첫째, 유엔 안보리 제재 자체가 ‘외교관계 빈 협약’에 따라 대사관 등 외교시설을 북한에 설치할 권리를 인정한다(안보리 2375호, 27항). 국제법적으로 남북공동연락사무소는 ‘외교관계’에 해당한다. 그러므로 유엔 회원국인 한국은 이 조항을 적극 원용할 수 있다. 남북공동연락사무소 설치를 위해 설비를 북한으로 가지고 가는 것은 유엔 제재 대상이 아니라 한국의 국제법적 권리다. 마치 유엔 제재상 불가능한 것인데 예외를 인정받는다는 식으로 접근할 일이 아니다. 회원국으로서의 외교권에 포함된 권리라는 기본 인식이 필요하다.

 

둘째, 미국의 단독 대북 제재 대상도 아니다. 미국 연방 법령도 정부 활동은 처음부터 대북 제재 대상에서 제외했다. 이를 ‘보편적인 허가 사항’이라고 한다(미 연방 법령집 83 FR 9182, § 510.513). 미국 법이 대북 제재에도 불구하고 자유롭게 허용하는 ‘미 연방정부의 업무’는 매우 광범위하다. 정부 기관이 권한이 있거나, 행정적 의무가 있거나 또는 자문을 할 수 있는 일체의 업무이다. 한국 정부가 북한 지역에서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개설하기 위하여 하는 일체의 활동은 한국 정부 업무에 해당한다.

 

한국이 북한과 함께 북한 지역에 공동연락사무소를 설치하는 것은 유엔 제재와 미국 단독 제재와 하등 관계없이 주권국가로서 주도적으로 추진할 수 있고, 또 해야만 한다.

11월의 미국 중간선거를 앞둔 엄중한 시기다. 한반도 비핵화를 향한 모든 일을 톱니바퀴가 서로 잘 맞물려 선순환을 이루도록 치밀하게, 적극적으로 진행해야 한다. 유엔 제재는 필요한 하나의 수단이다. 그러나 제재만으로는 충분히 평화를 만들 수 없다. 진정한 평화는 제재가 아니라 신뢰와 정의에 기초해야 한다.

 

한국이 국제법적으로 가지는 권한인 남북공동연락사무소 설치야말로 평화를 만드는 신뢰다. 한반도 비핵화를 실현할 한방을 기대할 것이 아니라, 서로 정교하게 맞물려 앞으로 나갈 톱니바퀴 체계를 잘 마련해야 한다. 선순환의 톱니바퀴를 생산하는 공간인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한국이 주도해서 설치해야 한다. 석탄이 문제가 아니다.

 

<송기호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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