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 해당되는 글 35건

  1. 2019.02.13 [사설]대북 투자 의향 밝힌 짐 로저스의 방북을 주목한다
  2. 2019.02.11 [사설]개성공단 중단 3년, 남·북·미 모두 재개 노력 기울여야
  3. 2019.02.07 [사설]북·미 정상 베트남서 2차 회담, ‘비핵화-평화체제’ 결실 맺길
  4. 2019.01.21 [사설]2차 북·미 정상회담 성사, 항구적 평화 전환점 되길
  5. 2019.01.11 [사설]중국 방문 끝낸 김정은, 북·미 정상회담에 전념해야
  6. 2019.01.11 [여적]동인당
  7. 2019.01.09 [조호연 칼럼]김정은, ‘새로운 길’은 없다
  8. 2019.01.09 [사설]김정은 4번째 방중, 북·미 협상 진전 디딤돌 되기를
  9. 2019.01.02 [사설]완전한 비핵화와 대미관계 진전 의지 밝힌 김정은 신년사
  10. 2018.12.31 [사설]평화와 비핵화 의지 재확인한 김정은 친서를 환영한다
  11. 2018.12.27 [사설]남북 철도연결 착공식, 공동번영의 이정표 되기를
  12. 2018.12.14 [정동칼럼]북한은 우리가 희망하는 길로만 갈까?
  13. 2018.12.14 [사설]김정은 연내 답방 무산, 대북정책 가다듬는 계기로
  14. 2018.11.09 [사설]중간선거 이후에도 ‘비핵화 협상’ 의지 확인한 트럼프
  15. 2018.10.11 [사설]프란치스코 교황, 한반도 평화 정착 위해 방북 용단을
  16. 2018.09.21 [정동칼럼]평양 선언문 속 ‘협상의 예술’
  17. 2018.09.17 [기고]김정은과 트럼프의 ‘비핵화 의지’ 국제사회에 공개, 검증받게 하자
  18. 2018.09.13 [사설]남북연락사무소 개소, 남북 넘어 북·미 간 연락도 맡기를
  19. 2018.09.12 [조호연 칼럼]연내 워싱턴-평양 연락사무소 개설을 기대한다
  20. 2018.09.12 [사설]2차 북·미 정상회담 추진, ‘비핵화-평화’ 빅딜을 기대한다

세계적인 투자가인 로저스홀딩스의 짐 로저스 회장이 다음달 북한을 방문한다. 정부 관계자는 경향신문의 단독 보도에 대해 “로저스 회장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초청을 받았고 미국 정부도 그의 방북을 승인했다”고 확인했다. 김 위원장이 하노이 2차 북·미 정상회담(2월27~28일) 직후 로저스를 북한으로 불러들인 것은 자신의 개방과 경제발전에 대한 의지와 함께 미국과의 관계개선에 대한 기대를 강조하기 위해서다. 로저스 회장의 방북이 대북 투자의 마중물로 이어질지 주목된다.

 

로저스 회장은 워런 버핏, 조지 소로스와 함께 세계 3대 투자가로 꼽히는 인물로, 전부터 북한 투자에 지대한 관심을 보여왔다. 지난달 KBS 프로그램에 출연해 북한을 1980년대 중국에 비교하며 “북한에 정말 투자하고 싶다”고 밝혔다. 2015년 CNN 인터뷰 때도 “전 재산을 북한에 투자하고 싶다”고 했을 만큼 수년째 대북 투자를 강조하고 있다. 실제 로저스는 지난해 12월 금강산에 골프리조트를 보유한 리조트 개발업체 아난티의 사외이사로 합류했다. 전 세계적으로 가장 유망한 투자처가 북한 관광산업이라고 본 것이다. 서방 자본의 대북 선도 투자가 임박했다고 볼 수 있다.

 

세계적인 투자가이자 로저스홀딩스의 회장인 짐 로저스 회장이 2018년 7월 2일 오전 서울 여의도 콘래드 호텔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북한이 베트남식 또는 중국식 개방을 추구하고 있다는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김 위원장이 2차 북·미 정상회담 장소로 베트남 하노이를 선택한 것은 그 현장을 보기 위함이다. 김 위원장이 로저스를 초청한 데는 대북 국제 제재를 풀어달라는 뜻도 담겨 있다. 그런 점에서 로저스의 방북은 대북 투자에 앞서 비핵화 협상의 보험이자 촉진제 성격을 갖는다. 

 

북·미 협상이 어떻게 될지 모르고, 대북 제재도 풀리지 않은 상황에서 북한에 대한 투자는 신중히 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중국의 성장 가능성을 가장 먼저 포착해 큰 수익을 거둔 로저스의 통찰을 무시해서는 안된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도 북한의 경제발전을 낙관하며 북한에 대한 민간 투자를 강조했다. 주목할 대목은 로저스가 남북한 경제발전을 하나로 본다는 점이다. 남한의 자본과 경영기술, 북한의 풍부한 천연자원과 값싸고 숙련된 노동력을 결합하면 엄청난 발전을 이룬다는 것이 북한 발전론의 핵심이다. 세계 최대 시장인 중국과 이웃하고 있다는 점도 강조한다. 국내 기업도 차근차근 북한에 대한 투자를 준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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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개성공단 가동중단 조치를 발표한 지 10일로 꼭 3년이 됐다. 2016년 이날 박근혜 정부는 북한의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에 대응해 개성공단 가동중단 조치를 발표했다. 북한은 다음날 공단 폐쇄와 남측 자산 동결, 남측 인원 추방으로 맞대응했다. 입주 기업인들이 공장건물을 뒤로한 채 망연자실한 표정으로 귀환하던 처연한 광경이 지금도 생생하다. 개성공단은 12년간 남북 경제협력의 성공 모델이자 남북 군사적 긴장완화의 결실이었다. 남과 북은 물론 국제사회도 남북 상생을 위한 모범적 사업으로 평가해왔다. 그런 개성공단의 폐쇄가 남북관계에 미친 충격은 헤아리기 어려울 정도였다. 

 

지난 3년간 박근혜 정부가 탄핵된 뒤 문재인 정부로 바뀌었고, 남북관계가 복원되면서 지난해 남북정상회담이 3차례나 열리는 변화가 있었다. 북·미 정상회담도 사상 처음으로 열리면서 한반도 정세가 대전환을 시작했다. 그럼에도 굳게 닫힌 개성공단의 문은 좀처럼 열리지 않았다. 기업인들이 시설 점검을 목적으로 방북하겠다고 정부에 7차례나 신청했지만 번번이 불허됐다.

 

이런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간 2차 북·미 정상회담이 오는 27~28일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리는 것으로 확정됐다. 한반도 평화를 위한 중대 분수령이 될 이번 회담을 위해 스티븐 비건 미국 국무부 대북특별대표가 지난 6~8일 평양을 방문해 김혁철 북한 국무위원회 대미특별대표와 실무협상을 벌였다. 정상회담 합의문에 들어갈 비핵화 이행 조치와 미국의 상응조치를 집중 조율했던 것으로 관측된다. 방북 뒤 서울로 귀환한 비건 대표는 이번 방북 협의가 “생산적이었다”고 평가하면서 김 대표와 추가로 만날 것이라고 했다.

 

이번 북·미 정상회담에서 개성공단 재가동이 미국의 상응조치 목록에 포함될지는 현재로선 예단하기 어렵다. 개성공단 폐쇄는 한국 정부의 독자조치로 시작했지만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 매듭이 추가돼 풀기가 간단치 않은 점도 있다. 하지만 개성공단 재가동은 북한만큼이나 한국 정부와 기업인들도 희망하고 있음을 미국은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 북한도 미국이 개성공단을 제재대상에서 풀어줄 명분을 제공해야 한다. 이번 북·미 정상회담에서 구체적인 비핵화 조치를 내놓는 것이 그 명분이다. 개성공단의 닫혔던 문이 활짝 열리는 날이 하루속히 오기를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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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간 2차 정상회담이 오는 27~28일 베트남에서 열린다. 트럼프 대통령은 5일(현지시간) 미 의회 국정연설을 통해 “대담하고 새로운 외교의 일환으로 한반도 평화를 향한 역사적인 노력을 지속하고 있다”며 2차 북·미 정상회담 일정을 밝혔다. 이와 동시에 서울에 와 있던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가 이날 미군기를 이용, 평양으로 직행해 카운터파트인 김혁철 국무위원회 대미특별대표와 정상회담 합의문 조율 등 실무협상에 나섰다.

 

스티븐 비건 미국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왼쪽)가 6일 오전 서울 시내의 한 호텔에서 차를 타고 나오고 있다. 비건 대표는 이날 평양에서 협상 카운터파트인 김혁철 북한 국무위원회 대미특별대표(작은 사진)와 만나 2차 북·미 정상회담을 위한 실무협상을 가졌다. 연합뉴스

 

북·미가 평양에서 실무협상을 벌이는 것은 상당히 이례적이다. 사소한 부분에서까지 신경전을 벌이던 과거와 달리 장소에 구애받지 않을 정도로 양측 간 협상이 진전되고 있다는 증거로 볼 수 있다. 앞서 비건 대표는 최근 김 위원장이 지난해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에게 플루토늄과 우라늄 농축시설 전체의 폐기를 약속했다고 공개하는 등 북한의 비핵화 의지를 인정했다. 또 미측은 완강한 ‘선비핵화’에서 비핵화와 관계 정상화의 ‘동시적·병행적’ 이행으로 태도 변화를 보였다. 이견을 보여온 비핵화 방안에 대해 양측이 접점을 찾아가고 있음을 시사한다.

 

관건은 북한의 비핵화에 상응해 미국이 취할 조치이다. 북·미 간 연락사무소 설치 이외에 개성공단·금강산관광의 재개가 포함되느냐는 것이다. 당초 개성공단 폐쇄는 한국 정부의 독자 제재로 출발한 만큼 개성공단을 국제제재 대상에서 제외할 명분은 충분하다. 미국은 개성공단·금강산관광 재개 허용으로 대북 관계 개선 의지를 보일 필요가 있다. 다자협의를 통한 한반도 평화체제 논의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평화체제는 북한이 원하는 체제 보장의 안전판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달 말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도 만난다. 북·미, 미·중 정상회담에서 평화체제 논의의 물꼬를 트고 머지않은 미래에 남·북·미·중 정상이 종전을 선언한다면 한반도를 넘어 동북아 평화에 역사적인 일이 될 것이다.

 

6일 비건 대표가 탑승한 것으로 추정되는 비행기가 오산 미군기지에서 이륙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해 1차 싱가포르 정상회담이 북한의 비핵화 및 북·미관계 개선에 대한 포괄적 합의에 초점을 맞췄다면 2차 회담의 목표는 그 실질적인 성과를 내는 것이다. 북·미 정상이 2차 회담의 일정을 1박2일간으로 잡은 것도 그런 의지의 표현이다. 두 정상은 역지사지의 태도와 담대한 결단으로 ‘한반도 비핵화 및 평화체제’의 빅딜을 반드시 성사시켜야 한다. 한국 정부도 회담의 촉진자 역할에 모든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 2차 북·미 정상회담의 성과가 김 위원장의 서울 답방, 그리고 한반도의 항구적 평화 정착으로 이어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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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다음달 말 2차 북·미 정상회담을 열기로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19일(현지시간) 김 위원장 특사 자격으로 미국을 방문한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과 전날 만난 것에 대해 “북한 측과 2시간 동안 매우 좋은 만남을 가졌다”며 “비핵화에 관한 한 많은 진전을 이뤘고 다른 많은 것들에 관해 이야기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상회담 개최지도 이미 결정했다며 곧 발표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2차 북·미 정상회담 성사를 환영한다.

 

이제 관건은 북한의 비핵화 실행조치와 그에 상응하는 조치를 미국이 어떻게 주고받느냐이다. 북한의 영변 핵시설에 대한 사찰과 폐기,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폐기 약속과 미국의 대북 제재 완화 등을 맞교환하는 문제가 남은 것이다. 양측은 김 부위원장의 방미를 통해 어느 정도 접점을 찾은 것 같다. 하지만 아직 결과를 예단하기는 이르다. 백악관은 김 부위원장의 방문 직후 “최종적이고 완전하게 검증된 비핵화(FFVD)를 볼 때까지 대북 압박과 제재를 계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북한 당국 역시 김 부위원장의 방미와 정상회담 성사 사실을 주민들에게 알리지 않고 있다. 북·미 간 이견이 남아있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18일(현지시간) 백악관 집무실에서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으로부터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친서를 전달받고 있다. 댄 스커비노 백악관 소셜미디어국장은 19일 자신의 트위터에 이 사진을 공개했다. 댄 스커비노 트위터

 

김 부위원장이 귀국길에 오른 날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와 최선희 북한 외무성 부상이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3박4일간 실무협상에 들어갔다. 2차 정상회담에서 주고받을 카드를 구체적으로 조율하는 지난한 밀고 당기기에 돌입한 것이다. 양측 모두 한발씩 양보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김정은 위원장이 그동안 여러 차례 ‘과감한 결단’을 언급한 것은 북·미 간 협상을 반드시 성사시키고 싶다는 국제사회를 향한 호소이다. 미국은 북한을 몰아붙이기만 할 게 아니라 핵을 포기시킬 실효적 방안을 찾아야 한다. 완전한 비핵화로 한꺼번에 가기는 어렵다. 일단 북한의 핵시설과 ICBM의 폐기를 둘러싼 초기 조치와 개성공단 재가동 등 부분적 제재 완화를 맞교환하는 것으로 그 여정을 출발시켜야 한다.

 

지난해 6월 싱가포르 1차 북·미 정상회담은 70년 묵은 적대관계를 청산한다는 상징성에 비중을 뒀다. 이번 2차 정상회담에서는 실질적인 비핵화 조치와 북·미관계 진전 방안이 도출돼야 한다. 한국 정부도 온 힘을 다해 양측을 중재해야 한다. 2차 북·미 정상회담이 성공적으로 마무리되고, 이것이 김 위원장의 방남으로 이어져 한반도의 항구적 평화 정착에 전환점이 만들어지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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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10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의 정상회담 등 3박4일간의 방중 일정을 마치고 돌아갔다. 북한의 조선중앙통신은 두 정상이 ‘한반도 정세 관리와 비핵화 협상 과정을 공동으로 연구·조정하는 방안’을 깊이 논의했다고 보도했다. 2차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북·중이 비핵화와 미국의 상응조치에 대한 서로의 생각을 조율, 공동보조를 약속했음을 시사한다.


북한 국무위원장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등이 지난 8일 중국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만찬에서 예술공연을 보며 박수치는 모습을 노동신문이 10일 보도했다. 연합뉴스

김 위원장은 시 주석과의 회담과 오·만찬 행사에서 전에 없이 양국 관계의 ‘새로운 도약’과 중국의 역할을 강조했다. 시 주석도 북한의 미국을 향한 ‘응당한 요구’에 공감하는 한편 중국을 북한의 ‘믿음직한 후방’ 등으로 표현하며 역할을 약속했다. 또 김 위원장의 공식 방북 초청에 구체적인 방문 계획을 통보하며 화답했다. 김 위원장이 2차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중국의 지원을 확보했으며, 향후 북·미 협상에서 중국의 역할이 더 커질 수 있음을 예고한다. 김 위원장은 신년사에서도 한반도 평화체제 전환 과정에서 중국의 역할을 강조한 바 있다.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체제 구축으로 가는 중요한 단계에서 중국이 건설적인 역할을 해야 함은 물론이다.


김 위원장은 또 방중 기간 “북한은 비핵화 입장을 계속해서 견지해 2차 북·미 정상회담에서 국제사회가 환영할 만한 성과를 내도록 노력할 것”이라며 “유관국이 북한의 합리적인 우려를 중시하고 긍정적인 반응을 보여 한반도 문제의 전면 해결을 함께 추진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이 과감한 결단을 할 수 있다는 뜻을 보인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미국의 호응이 절실하다.


사전 정지작업을 마무리한 김 위원장이 지금부터 할 일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2차 정상회담에서 주고받을 카드를 가다듬는 것이다. 이 점에서 김 위원장은 문재인 대통령이 이날 신년 기자회견에서 “대북 제재의 조속한 해결을 위해서는 우선 북한이 실질적인 비핵화 조치를 보다 과감하게 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한 것을 유의해야 한다. 금강산관광·개성공단 재개 등 남측의 선제적 조치도 먼저 국제 제재가 풀린다는 보장이 있어야 가능하다. 2차 북·미 정상회담이 조기에 성공적으로 열리고 그것이 서울 답방으로 이어지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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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시대 중국으로 가는 연행사들이 선물로 가져갔던 물건에는 종이, 먹, 부채, 우황청심환 등이 있었다. 이 가운데 우황청심환은 최고의 인기품이었다. 당시 중국인들 사이에는 청심환을 먹고 어린아이의 경련이 씻은 듯이 나았다든지, 청심환 속에 신비의 물질 고빙(古氷·녹지 않은 얼음)이 있다는 등의 소문이 자자했다. 연행록에는 청심환을 얻으러 사행단을 졸졸 따라다니는 중국인들의 이야기가 곳곳에 실려 있다. <열하일기>에는 청나라 유생 왕민호가 박지원에게 은 두 냥을 보내면서 청심환 한 알만 구해달라며 간절히 호소하는 내용이 나온다. 중국에도 청심환은 있었다. 그러나 중국인들은 조선의 우황청심환만 찾았다. 조선 청심환에도 가짜가 없었겠느냐마는 중국인들은 개의치 않았다. “북경 사람들은 청심환을 보배로 여겨 가짜임을 잘 알면서도 구하기를 마지않으니 이 역시 효과가 있는 모양이다.”(홍대용 <담헌연기>)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왼쪽)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 8일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정상회담을 하기에 앞서 열린 환영행사에서 악수하고 있다. 베이징 _ 신화연합뉴스


조선의 명약 우황청심환의 위상이 흔들린 것은 한말 개항 이후다. 의학체계가 한의학에서 서양의학으로 바뀌면서 한방약도 서양 의약품에 밀려났다. 반면 중국은 개항 이후 서양의학을 받아들이면서도 중의학과 중국 약방을 포기하지 않았다. 이런 정책에 힘입어 살아남은 대표적인 의약방이 동인당(同仁堂)이다. 1669년 설립됐으니 350년 역사를 지닌 노포(老鋪)다. 동인당이 한국에 알려진 것은 아이로니컬하게도 우황청심환 때문이다. 개혁·개방 후 동인당 청심환은 한국에까지 소문이 났다. 중국의 보따리장수들이 몰래 서울로 들여와 팔아 돈을 챙겼다. 한때 중국 여행객에게는 필수 구매 상품이었다. 작가 박완서는 단편 ‘우황청심환’에서 이러한 세태를 담아냈다. 


지난 9일 중국을 방문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베이징의 동인당을 찾았다. 김 위원장은 30분간 머물며 생산시설을 둘러보았다고 한다. 북한이 생약 현대화·과학화에 나서는 게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김 위원장은 지난 1일 신년사에서 제약 공장과 의료기기 공장을 현대화하고, 의료 시설과 서비스의 질을 향상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전통 의료가 북한만의 관심사일까. 남북 모두 동양 의약에 눈을 돌려 ‘조선 청심환’의 명예를 되찾기 바란다.


<조운찬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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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신년사에서 “새로운 길을 모색할 수 있다”고 말했다. 북·미대화와 협상이 아닌 대안적 경로를 추진하겠다는 인상을 풍긴다. 하지만 신년사의 전반적인 문맥을 고려하면 미국에 대한 단순 경고 성격이 짙다. 비핵화 의지를 거듭 밝히고 2차 북·미 정상회담에 대한 기대감을 표명한 것이 그런 해석을 뒷받침한다. ‘미국이 약속을 지키지 않고 제재와 압박으로 나간다면’이라는 전제를 단 것도 같은 맥락이다. 서부영화에서 주인공이 외투 자락을 슬쩍 열어 허리춤의 권총을 보여주는 것은 쏘지 않게 행동하라는 뜻이다. 김 위원장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친서까지 보냈다. 혹시라도 자신의 뜻을 오해하지 않도록 안전장치를 마련한 것처럼 보인다.

 

그래도 경고는 경고다. 특히 대안을 담은 경고는 새겨봐야 한다. 북한은 지난해 ‘새로운 길’과 연결지을 수 있는 입장을 제시한 바 있다. “미국이 변화가 없다면 (핵·경제) 병진노선을 다시 추진할 수 있다”는 노동신문의 개인 논평이 그것이다. 그 직후 북한을 대변하는 조선신보는 “미국이 공동성명 이행 아닌 현상유지를 선호한다면 구태여 대화를 할 필요가 없다. 병진노선 부활 가능성을 언급한 논평이 개인이 써낼 수 있는 구절이 아니다”라고 보도했다. 김 위원장의 ‘새로운 길’ 발언이 잘 짜여진 일련의 전략 속에서 나온 것이라는 ‘오해’가 가능하다.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7일 중국 베이징행 전용열차를 타고 평양을 떠나기 전 환송 나온 인사들을 향해 손을 흔들고 있다. 김 위원장 동생인 김여정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김 위원장 오른쪽 뒤)도 방중에 동행했다. 연합뉴스

 

미국 언론들은 불에 덴 듯한 반응을 보였다. “핵 대결로 복귀할 수밖에 없다는 위협” “가시가 잔뜩 박힌 올리브 가지를 내민 김 위원장” 등의 해석은 과도하지만 왜곡으로 볼 수는 없다. 김 위원장의 발언이 북한의 ‘다음 수순’을 예고한 것이 아니라 단순경고였다면 의도치 않은 파장을 낳고 있는 것이다. 중요한 것은 트럼프 행정부의 반응이었다. 트럼프는 신년사 직후 “나도 다시 만날 것을 고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미 국무부는 “논평할 기회를 사양한다”고 밝혔다. 해석 불가다. 미국이 북한 신년사에 대한 논평을 거부한 것 자체가 극히 이례적인 일이다.

 

북한의 이런 반응은 얼핏 이해가 간다. 미국은 지난해 6월 북·미 정상회담 직후 북한에 선 비핵화를 요구했다. 관계개선과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을 통해 완전한 비핵화를 추진한다는 합의를 정면으로 뒤집는 처사였다. 북한은 비핵화-상응조치의 단계적 교환을 제안했지만 미국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오히려 대북 제재를 강화하고 인권문제까지 거론했다. 대화하면서 제재도 하는 이상한 협상이 6개월 넘게 계속됐다. 핵이라는 전 자산을 건 북한에 언제까지고 “김 위원장과 곧 만날 것”이라는 트럼프의 계속되는, 그러나 실현되지 않는 ‘희망고문’을 믿으라고 하는 것은 가혹한 일이다. 북한의 인내심이 바닥나지 않을 수 없다.

 

그럼에도 북한은 트럼프의 입장에서 역지사지할 필요가 있다. 트럼프에게 지난 1년여간은 워싱턴의 강고한 반북 및 반트럼프 연합 세력과 싸운 ‘투쟁의 기간’이었다. 북한은 미국을 위협하는 불량국가로 붕괴의 대상은 될지언정 대화와 협상의 상대가 될 수 없다고 생각하는 이들은 끊임없이 북·미대화와 합의를 흔들었다. 이런 풍토 속에서 한·미 군사훈련을 중단하고 북·미대화 모멘텀을 유지한 것은 트럼프의 분투가 아니었으면 불가능했다. 한반도 평화를 원한다면 강력한 비판에 직면한 트럼프가 새 길을 찾지 않도록 지원해야 하는 이유다.

 

우리는 한반도 평화프로세스의 진정한 효능을 지난해 9월 문재인 대통령의 능라도 체육관 연설에서 확인한 바 있다. 15만 평양시민은 문 대통령이 “두 정상은 한반도에서 더 이상 전쟁은 없을 것이며 핵위협 없는 새로운 평화의 시대가 열렸음을 겨레와 전 세계에 엄숙히 천명했습니다”라고 선언했을 때 열렬히 환호했다. 북한 주민도 남한 주민 못지않게 평화를 간절히 원한다는 사실을 김 위원장도 깨달았을 것이다. 평화는 이제 남북 모두 거스를 수 없는 시대적 흐름이다.

 

북한은 새로운 길에 대한 유혹을 떨쳐내야 한다. 김 위원장 말대로 “나라의 자주권과 국가의 최고이익을 수호하고 한반도 평화와 안정을 이룩하기” 위해서라면 더 말할 나위가 없다. 김 위원장은 신년사에서 새로운 길과 관련해 중국·러시아와 공조해 미국에 적대하는 방안을 시사했다. 하지만 이는 새로운 길일 수는 있어도 ‘평화와 안정을 이룩하는 길’과는 거리가 멀다. 그 같은 냉전구도 속에서 과거 70년 동안 얼마나 불행하고 고통스러웠는지 우리는 충분히 경험하지 않았는가.

 

북한에 ‘새로운 길’은 없다. 지금 진행 중인 북·미 협상이 한반도 평화를 위한 최선의 길이다. 지난 7일부터 시작된 김 위원장의 중국 방문도 그 일환이기를 기대한다.

 

<조호연 논설주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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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7일 베이징에 도착, 10일까지 3박4일간의 중국 방문 일정을 시작했다. 북·미 협상이 더딘 상황에서 김 위원장의 4번째 방중은 의미가 있다. 미국 측도 북·미 간 협상에 새로운 동력을 불어넣을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 새해 벽두에 이뤄진 김 위원장의 방중이 북·미 핵협상과 한반도 정세에 미칠 영향에 주목한다.

 

김 위원장의 방중은 2차 북·미 정상회담이 가시권에 들어갔다는 신호이다. 김 위원장은 지난해에도 6·12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다롄을 급거 방문, 시진핑 국가주석과 만났다. 이번에도 2차 북·미 정상회담 일정을 잡아놓고 우방인 중국과 전략을 조율하기 위해 방문한 것으로 추정된다. 중국으로서도 한반도 문제에서 당사국임을 강조해온 만큼 김 위원장의 방중이 반가울 것이다. 김 위원장이 신년사에서 정전체제를 평화체제로 전환하는 문제를 언급하며 중국이 참여하는 다자협상을 제안한 만큼 이에 대한 논의도 진행될 수 있기 때문이다. 북·중은 이번 정상회담을 통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품고 있는 북한의 비핵화 의지에 대한 의구심을 덜어내기를 희망한다. 만에 하나라도 중국의 개입이 부정적으로 작용해서는 안된다. 미국이 또다시 ‘중국 배후론’을 제기하며 북·미 간 회담을 틀어버리는 일만은 없어야 한다.

 

북한 국무위원장(오른쪽)과 부인 리설주 여사가 지난 7일 오후 중국을 방문하기 위해 평양에서 출발하고 있다고 노동신문이 보도했다. 김 위원장과 리 여사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초청을 받아 10일까지 중국에 머물 예정이다. 연합뉴스

 

김 위원장의 4차 방중은 그의 해외방문이 일상화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또 이번 방중에는 북한 경제전략의 핵심인 과학·교육을 담당하는 박태성 노동당 부위원장이 수행했다. 중국과의 협력을 통한 경제개발을 준비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김 위원장의 러시아 방문도 추진되고 있다. 북한의 정상국가화 및 개혁·개방에 대한 강한 의지를 읽을 수 있다. 청와대는 김 위원장의 방중에 대한 정보를 중국 및 북한 측과 사전에 공유해왔다고 밝혔다. 남·북·미에 이어 남·북·중 3국 간 북핵 협상을 둘러싼 협력이 선순환 구조로 접어들고 있다는 징후다.

 

출처:경향신문DB

 

김 위원장의 방중이 2차 북·미 정상회담의 굳건한 디딤돌이 되기를 바란다. 정부도 남북·북중·북미 간 교류와 한반도 비핵화 협상이 순조롭게 추진되도록 중재자, 촉진자의 역할에 박차를 가해야 한다. 그리하여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와 항구적 평화 정착이 앞당겨지기를 기대해 마지않는다. 이 과정이 순조롭게 진행된다면 김 위원장의 서울 답방과 남·북·미·중의 평화협정도 불가능하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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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1일 신년사에서 “북·미 두 나라 사이의 새로운 관계를 수립하고 완전한 비핵화로 나가려는 것은 우리 당과 공화국 정부의 불변한 입장이며 나의 확고한 의지”라고 밝혔다. 김 위원장은 또 “우리의 주동적, 선제적 노력에 미국이 신뢰성 있는 조치를 취하며 상응한 실천 행동으로 화답해 나선다면 (북·미관계가) 빠른 속도로 전진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와 항구적 평화정착, 경제발전 기조를 분명히 한 김 위원장의 신년사를 환영한다.

 

북한 최고지도자의 신년사는 그해 북한의 국정 방향과 외교의 기조를 밝히는 절대 지침이다. 김 위원장은 이런 신년사에서 확고한 비핵화 의지와 함께 북·미관계 정상화를 최우선 과제로 천명했다. 김 위원장이 북한 주민들에게 직접 “완전한 비핵화”를 언급한 것은 처음이다. 김 위원장은 “우리는 더 이상 핵무기를 만들지도 시험하지도 않으며 사용하지도 전파하지도 않을 것이라는 데 대해 내외에 선포하고 여러 가지 실천적 조치들을 취해 왔다”고 밝혔다. 핵무기의 시험, 생산, 사용, 전파 등 ‘핵 4불 원칙’까지 언급하면서 북한 내부를 향해 비핵화를 통해 경제개발에 치중하겠다는 국정 방침을 제시한 것이다. 미국이 대북 압박을 계속한다면 새로운 길을 모색할 수밖에 없다고 하면서도 “언제든 또다시 미국 대통령과 마주 앉을 준비가 돼 있다”고도 밝혔다. 조만간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과 2차 북·미 정상회담을 열어 핵 문제를 풀고 싶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1일 노동당 중앙위원회 청사 집무실 소파에 앉아 신년사를 발표하는 모습을 조선중앙통신이 보도했다. 연합뉴스

 

남측에 대해서도 조건 없이 개성공단과 금강산관광을 재개할 용의가 있다고 밝혔다. 지난 한 해 동안 한반도에서 전쟁 위험을 상당히 덜어낸 만큼 남북경협을 본격화하겠다는 뜻이다. 남북정상회담 합의를 ‘사실상의 불가침 선언’으로 평가하면서 평화체제 전환을 본격 추진하자고 밝힌 것도 같은 흐름이다. 김 위원장은 이날 접견실의 낮은 소파에 앉아 편안한 분위기에서 30여분에 걸쳐 차분하게 신년사를 발표했다. 김여정 당 제1부부장 등 측근들과 함께 입장하는 등 종전과 다른 파격적인 모습으로 정상국가로서의 면모를 보이려 한 것이다.

 

문제는 북·미 양측이 어떻게 교착 상태에 있는 협상의 물꼬를 트고, 올 상반기 중으로 비핵화 조치의 실질적인 결과물을 내느냐는 것이다. 북한이 비핵화 의지를 분명하게 밝힌 만큼 미국이 응답할 차례이다. 미국은 북한의 비핵화 의지를 의심만 할 게 아니라 적극 협상에 나서야 한다. 최근 중간선거를 통해 하원을 장악한 민주당이 트럼프 대통령 견제에 나서고 있다. 미국의 조야는 국내 정치와 무관하게 초당적으로 북핵 문제 해결에 나서야 한다. 한국의 역할도 여전히 긴요하다. 북한이 경제개발에 나서려면 미국의 대북 제재 해제가 전제 조건이다. 북한이 개성공단과 금강산관광 재개를 언급한 것은 한국이 미국과 국제사회를 설득해 제재를 풀라고 촉구한 것이다. 철도·도로 연결 사업과 남북 간 군사긴장 완화 조치를 착실히 추진해 나가면서 대북 제재 해제와 북·미대화 뒷받침 등 할 일이 많다. 북·미 고위급 협상과 2차 북·미 정상회담, 북한의 실질적 비핵화 조치 등 일련의 과정이 올 상반기 중에 순조롭게 이행되지 않으면 북핵 문제는 풀기 어렵다. 모처럼 맞은 기회를 남·북·미 모두 놓치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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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30일 문재인 대통령에게 친서를 보내 내년에도 문 대통령과 한반도 평화·번영을 위한 논의를 진척시키고 비핵화 문제도 함께 해결해 나가자는 뜻을 밝혔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의 발표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이날 A4 용지 2장 분량의 친서에서 2018년을 마감하는 따뜻한 인사를 전하고 내년에도 두 정상이 한반도의 평화와 번영을 위해 함께 나가자는 뜻을 전했다. 또 두 정상이 올해 세번씩이나 만나며 남북 간 대결구도를 뛰어넘는 과감한 조처를 이뤄냈고, 우리 민족을 군사적 긴장과 전쟁 공포로부터 벗어나게 한 점을 강조했다고 한다.

 

김 위원장은 또 두 정상이 평양 합의대로 올해 서울 방문이 실현되기를 고대했으나 이뤄지지 못한 것을 못내 아쉬워했으며 앞으로 상황을 주시하면서 서울을 방문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나타냈다. 특히 내년에도 문 대통령과 자주 만나 한반도 평화·번영을 위한 논의를 진척시키고 비핵화 문제도 함께 해결해 나갈 용의가 있음을 밝혔다고 김 대변인은 전했다.

 

북·미 협상이 장기 교착되고, 서울 답방 무산으로 아쉬움을 남긴 채 저물어가는 세밑에 북에서 날아온 친서를 환영하지 않을 수 없다. 남북 정상이 세 차례나 만나 획기적 관계 진전을 이뤄낸 올 한 해를 잘 마무리하고 내년을 기약하는 ‘유종의 미’가 담겨 있다. 문재인 정부 이상으로 북한도 남북관계 발전을 중시하고 있으며, 내년에도 남측과 적극 협력해 나가겠으니 믿고 지켜봐 달라는, 남측 국민을 향한 메시지도 담긴 것으로 볼 수 있다.

 

세간에는 북·미 협상에서 비핵화 문제가 풀리지 않으면서 남북관계가 다시 후퇴하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있었던 게 사실이다. 지난 6월 싱가포르 정상회담 이후 북·미 협상이 반년 넘도록 진전을 보지 못하면서 북·미관계와 연동될 수밖에 없는 남북관계의 장래에도 의구심이 제기되는 상황이었다. 김 위원장의 연내 답방이 무산된 것이 이런 심리를 키운 면도 있었다. 김 위원장의 친서는 이런 남측 내부의 의심과 불안을 누그러뜨리기에 충분할 정도로, 한반도 평화에 대한 강력한 의지가 담겨 있다.

 

이번 친서는 이틀 뒤인 새해 1월1일 김정은 위원장이 발표할 신년사 메시지를 어느 정도 예고하는 듯하다. 최근 미국이 미국인의 방북 허용 검토 등 유화 제스처를 보이고 비핵화 요구 수준도 ‘단계적 해법’으로 옮겨가는 듯한 모습을 나타내고 있다. 그러면서 북·미 협상 재개가 임박한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김 위원장이 ‘문 대통령과 비핵화 문제도 함께 해결해 나가겠다’며 비핵화 의지를 언급한 것은 이런 기류와 무관치 않아 보인다. 이는 신년사에 남북관계는 물론 북·미관계에 대해서도 긍정적 메시지가 나올 것이라는 기대감을 갖게 한다. 김 위원장이 친서에 밝힌 대로 2019년에도 남북이 굳게 협력해 ‘한반도 대전환’이 본격화되기를 바라마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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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 철도와 도로를 잇는 ‘경의선·동해선 철도·도로 연결 및 현대화 착공식’이 26일 북한 개성 판문역에서 남북 양측과 중국·러시아·몽골 대표 등 1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개최됐다. 남북의 철길을 이음으로써 북한을 통해 중국, 러시아를 거쳐 유럽까지 가는 철의 실크로드 구축이 시작된 것이다. 남북이 군사합의 이행과 더불어 평양공동선언에서 천명한 철도 연결사업의 연내 착공을 실현함으로써 한반도 평화 정착에 새 이정표를 세웠다.

 

이날 착공식은 70년 동안 끊어진 민족의 혈맥을 잇는다는 상징적 의미가 크다. 남북의 철도가 완전히 연결되면 대한민국의 경제영토를 육상을 통해서도 대륙으로 확장할 수 있다. 남북의 공동번영과 한반도 및 동북아 평화 정착의 길이 활짝 열리는 결정적 계기를 마련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날 행사에는 ‘착공식’보다는 ‘착수식’이라는 말이 더 잘 어울린다. 실제 공사를 하려면 여러 단계를 더 넘어야 하기 때문이다. 대북 제재로 철도 연결에 필요한 자재와 공사 기기의 반출이 자유롭지 못하다는 점이 가장 큰 문제이다. 지금처럼 북으로 장비를 보낼 때마다 한·미가 만나 제재 위반 여부를 따지는 방식으로는 공사가 제대로 진척될 수 없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연결공사 설계에만 1~2년이 걸린다”고 했듯 공사를 위해 세부적으로 준비해야 할 일도 많다. 한마디로 철도·도로 공사를 위한 실질적인 준비와 함께 제재를 풀어 철도 연결을 남북경협으로, 궁극적으로는 북·미관계 개선으로 이어가는 지난한 과제가 시작된 것이다.

 

26일 오전 개성 판문역에서 진행된 '동·서해선 남북 철도·도로 연결 및 현대화 착공식'에서 남북 관계자들이 궤도 체결식을 갖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이런 점에서 이날 제1야당 자유한국당의 착공식 불참은 매우 유감스럽다. 한국당은 이번 행사를 두고 “기약 없는 착공식으로, 문재인 대통령의 지지율을 위해 하는 가불 착공식”(김병준 비대위원장), “문 대통령의 여론조작용 착공식”(나경원 원내대표)이라고 비판했다. 여기에 나 원내대표는 정부가 착공식에 대해 제대로 설명도 하지 않은 채 밀어붙였다고 주장했다. 민족의 염원을 담은 남북 철도 연결에까지 당리당략적 태도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한국당의 행태에 실망을 금할 수 없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24일 북한 관련 보고를 받은 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2차 정상회담 개최에 대한 의지를 재확인하면서 북·미대화 재개 가능성이 높아졌다. 한국당은 이런 흐름에 뒤처지지 말아야 한다. 북측 또한 비핵화에 대해 좀 더 전향적인 태도를 보여야 한다. 한반도 남쪽 끝에서 출발해 북녘 땅과 시베리아 벌판을 거쳐 유럽까지 거침없이 내달리는 평화와 번영의 열차가 하루빨리 실현되기를 고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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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는 북한 비핵화와 관련하여 비판적인 시각의 글을 쓰고자 한다. 비판적인 시각의 글이 갖는 의미가 여태까지의 노력을 다 덮자는 것이 아니라, 준비가 충분히 되어 있지 않은 상태에서 너무나 갑자기, 너무나 희망적으로만, 너무나 빨리 달려오다 보니, 혹 북한이 생각하는 궁극적 목표와 우리가 생각하는 목표 사이에 큰 간극이 존재하는 것은 아닌지 지난 1년을 돌아보며 점검해 보자는 차원이다.

 

주지하다시피 북한은 우리와 미국, 그리고 국제사회의 비난 및 경제제재에도 불구하고 과감한 핵실험과 중장거리 미사일 실험을 거듭하면서 2017년 11월29일 핵무력 완성을 선언하였다. 그사이 미국 트럼프 대통령의 북한에 대한 화염과 분노, 완전한 파괴 등의 발언으로 한반도의 긴장은 높아만 갔고, 2018년 초에는 북한에 대한 군사작전을 의미하는 미국의 코피 작전(bloody nose strike) 얘기마저 흘러나왔다. 그러던 한반도에 갑작스럽게 평화무드가 찾아온 것은 북한이 핵무력 완성을 선언한 지 약 한달 후이다. 북한은 2018년 1월 신년사에서 전격적으로 2월 평창 동계올림픽의 성공을 기원하고, 남북 간에 활발한 접촉을 시작한다. 올림픽 기간에 김정은 위원장의 여동생인 김여정이 청와대를 방문하여 우리 대통령을 평양에 초청한다는 김 위원장의 의사를 전달하였고, 3월8일에는 북한에서 김 위원장을 만난 우리 특사단이 트럼프 대통령을 만나, 김 위원장의 북·미 정상회담 의사를 전달하고, 트럼프 대통령이 이를 수락하였다.

 

이때부터 한반도의 모든 상황이 대화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4월27일과 5월26일 남북정상회담이 열렸으며, 6월12일에는 역사적인 북·미 정상회담이 개최돼 북한은 비핵화 의지를 국제사회에 선언하게 된다. 그리고 9월18일 평양에서 남북정상회담이 다시 열리고 여기서 남북 정상은 미국을 향하여 동창리 엔진 시험장과 미사일 발사대, 그리고 영변 핵시설을 영구적으로 폐기할 수 있으며 미국으로부터 이에 상응하는 조치를 받기를 원한다는 의사를 발신한다. 한편 미국은 6월12일 싱가포르 정상회담 이후, 북한 비핵화의 진정성을 믿기 위한 증거로 북한 핵 프로그램의 전면적인 신고를 먼저 요구하면서, 위의 상응하는 조치에 대해서는 응답을 보이지 않고 있다. 북한은 핵신고는 선제타격 리스트를 미국에 넘기는 것과 같다고 반발하고, 이제 정상회담과 관련 남북, 북·미가 다 멈추어 있다.  

 

2018년은 정말 쏜살같이 달려온 한 해라고 할 수 있다. 북한은 자체적으로 갑자기 국면을 전환해서 정상회담을 주도해 왔고, 우리와 미국은 이에 반응해 왔다. 너무나도 소중한 기회이기에 우리가 적극 반응하고, 이를 이용하여 비핵화를 추동하는 노력을 한 것은 당연하고 잘한 일이다. 그런데 여기서 한번쯤은 북한의 전면적인 국면 전환을 비판적으로 검토해 볼 필요는 없을까? 우리가 너무나 낙관적인 희망만을 가지고 접근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우리가 북한과 자주 만나고, 경제협력을 하고, 한반도 신경제 지도를 현실화하면 모든 것이 좋게만 풀려갈까?

 

아마도 우리 정부는 다음과 같은 매우 낙관적인 가정 혹은 가설을 가지고 있거나, 아니면 감추어진 지뢰를 안 보려고 하는 것이 아닐까 하는 기우가 생긴다. 그 가정은, 첫째, 북한은 미래에 우리보다 부강해지지 못할 것이다. 둘째, 김정은 위원장의 정치체제는 받아들일 수 있는 정치체제이다. 셋째, 북한의 비핵화가 끝나지 않은 상태에서 북한의 경제가 성장해도 상관없다. 넷째, 경협은 우리 경제의 돌파구여서 무조건 좋은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가정의 위험성은 최근 중국과 대만 간 관계가 극명히 보여주고 있다. 북한은 어쩌면 20, 30년 정도 중국과 같이 경제가 발전하면 성장판이 닫혀가는 남한을 따라잡을 수 있다고 생각할지 모른다. 그때 김정은 위원장은 아직도 60대이며 중국과 같이 1인 지배체제, 권위주의가 유지될 수 있다. 비핵화가 완벽하게 검증되지 않고 북한이 경제성장을 하면, 우리는 핵능력을 가진 부강한 1인 지배 국가를 우리 위에 두게 될지도 모른다. 남북경협은 북한에서 하는 것이기 때문에 북한이 통제할 수 있으며, 북한은 국가가 지시하면 우리보다 4차 산업혁명에 더 빨리 진입할 가능성이 크다. 핵능력을 가진 북한이 부강해진 이후, 중국이 대만에 하듯 북한의 방식으로 통일을 하자고 하면 그때 우리는 매우 당황하게 될 것이다.

 

그래서 북한과의 경제협력도 중요하지만, 체제의 투명성과 다원화, 인권, 그리고 비핵화 이후 북한 주민이 핵에 대한 거부감을 갖도록 하는 것 역시 너무나도 중요하다. 지금 우리는 그러한 전략도 그리고 있는가?

 

<이근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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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연내 서울 답방이 무산됐다. 북측이 연락채널 등을 통해 답방이 어렵다는 뜻을 전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도 ‘연내 답방이 어렵다’는 쪽으로 결론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김정은 위원장의 답방이 무산된 것은 최고지도자의 사상 첫 방남에 따른 경호·안전 문제도 있을 수 있고, 남측 일각의 ‘답방 반대’ 목소리도 영향을 미쳤을 수 있다. 하지만 무엇보다 북·미 협상의 교착이 가장 큰 걸림돌이 됐다. 김 위원장이 서울 방문 의사를 밝힌 9월 평양 정상회담 때만 해도 2차 북·미 정상회담이 조기 개최될 것으로 예상됐지만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의 4차 방북 이후 북·미 협상은 ‘개점휴업’ 상태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비핵화와 상응조치에 대한 큰 그림에 합의한 뒤 방남에 나서려던 김 위원장의 구상에 차질이 빚어진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주요 20개국(G20) 회의 때 한·미 정상회담을 계기로 북·미 정상회담 전에 김 위원장이 답방하는 것이 북·미 협상에 도움이 될 것으로 판단하고 연내 답방을 추진했다. 하지만 북한으로서는 미국의 태도가 뚜렷하지 않은 상황에서 아무래도 여의치 않다는 결론에 도달한 것으로 보인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동해지구 수산사업소를 시찰했다고 지난 1일 조선중앙통신 등이 보도했다. 김 위원장의 공개 활동 보도는 지난달 18일 평안북도 대관유리공장 시찰 이후 13일 만이다. 연합뉴스

 

김 위원장의 서울 답방은 남북관계보다는 북·미 협상에 더 큰 영향을 받는 사안이다. 북한과 미국이 비핵화의 방식과 상응조치를 놓고 이견을 좁히지 못하는 상황에서 답방은 성사되기 어려웠다. 연내 답방 무산이 아쉽지만 이를 평화 프로세스에 적신호가 켜진 것으로 볼 이유는 없다. 지난 12일만 해도 남북이 비무장지대 감시초소 파괴·철수 작업에 대한 상호검증을 순조롭게 완료한 것에서 보듯 남북관계는 뚜벅뚜벅 전진하고 있다. 북·미 협상과 관련해서도 북한의 비핵화 의지가 약화됐다고 판단할 징후는 없다. 이는 미국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김 위원장의 답방은 새해 적절한 시기에 재추진하면 된다.

 

연내 답방 무산으로 시간을 번 만큼 지금은 대북정책을 가다듬는 기회로 삼기 바란다. 먼저 남북관계와 북·미관계의 상호성을 더욱 강화하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올해 2차례의 남북정상회담은 모두 북·미 협상 진전으로 이어졌지만 9월 평양 정상회담은 그러지 못했다. 북·미 협상은 비핵화와 상응조치의 교환이라는 본질적 국면에서 겉돌고 있다. 대북 제재 등을 놓고 한·미 간 이견도 노출됐다. 북·미 협상을 촉진하기 위해 문재인 정부가 기울인 노고는 평가돼야 한다. 그러나 남북관계와 북·미관계가 선순환하도록 남측의 역할을 좀 더 고민할 필요가 있다.

 

우리 내부를 들여다보는 시선도 더 진지해야 한다. 시중에는 정부정책의 큰 방향은 옳지만 설명과 설득 노력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제기돼왔다. 남북화해와 평화에 기본적으론 찬동하면서도 대전환의 속도에 버거움을 느낀 이들도 적지 않아 보인다. 올해 남북 및 북·미 관계에서는 ‘분단 이후 처음’이란 수식어가 붙은 장면들이 여러번 연출됐다. 이에 시민 다수는 환영했지만, 다 그런 것은 아니었다. 남북관계도 외교행위다. 외교는 대외협상과 대내설득이 조화롭게 병행돼야 성과를 거둘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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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정부가 북·미 고위급회담의 연기가 단순한 일정 조율의 문제라며 북·미 2차 정상회담을 지속적으로 추진하겠다는 뜻을 재천명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7일(현지시간) 중간선거 후 첫 기자회견에서 “내년 초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만남을 계속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로버트 팔라디노 국무부 부대변인도 회담 연기는 “순전히 일정을 다시 잡는 문제다. 일정이 허락할 때 다시 잡을 것”이라고 밝혔다.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과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 간 고위급회담이 돌연 연기된 데 대한 의구심을 미국 정부가 적극 나서 불식한 것이다. 트럼프 행정부가 중간선거 패배 후에도 계속 외교적인 북핵 해법을 추구한다는 신호다.   

 

북측의 연기 사유가 무엇인지는 밝혀지지 않았지만 북·미 양측 간 심각한 이상기류는 보이지 않는다. 국무부는 회담 연기가 제재 해제와 관련돼 있느냐는 질문에 “전혀 아니다. 우리는 꽤 좋은 상황에 있다”고 단언했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도 “일정이 분주하니 연기하자는 통보를 받았다고 미국이 우리에게 설명해줬다”며 “양측이 회담 일정을 조정 중”이라고 밝혔다. 이전과 달리 북한이 먼저 회담 연기를 요청했다는 것인데 상황이 나쁜 것은 아니라는 말이다.

[김용민의 그림마당]2018년11월9일 (출처:경향신문DB)

 

북한이 회담을 연기한 것은 미국과의 약속을 무겁게 여긴다는 뜻으로 볼 수 있다. 제재 완화와 핵리스트 신고의 선후를 둘러싸고 북·미 간 이견은 있는 듯하다. 북한이 조기 제재 완화 조치를 얻어내기 위해 미국을 압박하려는 시도라는 미국 언론의 보도도 있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나는 제재를 없애고 싶지만 그들(북한) 역시 상응하는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회담 연기는 결정적 갈등이 아니라 북·미가 핵 협상에 앞서 마지막 호흡을 조절한 것으로 보는 게 타당하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과의 협상을 서두르지 않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고위급회담 일정을 놓고 시간을 끄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북·미 모두 역지사지의 태도로 대화를 진척시켜야 한다. 미국은 북한이 핵리스트를 신고하면 공격지점을 다 알려주는 것이나 마찬가지라는 김정은 위원장의 발언을 새길 필요가 있다. 북한의 비핵화 의지를 확인했다면 미국도 제재 완화 등 실질적인 관계 정상화 방안을 내놓아야 한다. 조속한 시일 내에 북·미 고위급회담 일정이 잡히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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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달 평양 남북정상회담 기간에 문재인 대통령에게 “교황님이 평양을 방문하시면 열렬히 환영하겠다”며 프란치스코 교황 초청 의사를 밝혔다. 문 대통령이 “프란치스코 교황님이 한반도 평화와 번영에 관심이 많다. 한번 만나 보는 게 어떠냐”고 제안하자 김 위원장이 적극적인 환대 의사를 나타냈다고 청와대가 지난 9일 밝혔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오는 18일(현지시간) 교황청을 공식 방문하는 문 대통령과 개별 면담을 할 예정이어서 방북 논의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9월 평양 정상회담 당시 옥류관 오찬을 한 뒤 천주교 김희중 대주교와 이야기하고 있다. 평양 사진공동취재단

 

평양 정상회담 때 방북한 한국천주교주교회의 의장 김희중 대주교는 지난달 25~28일 바티칸에서 교황청의 국무총리 격인 피에트로 파롤린 국무원장을 만나 김 위원장의 초청 의사를 전달했다고 10일 한국일보 인터뷰에서 밝혔다. 보름가량 시일이 지난 만큼 검토를 끝낸 교황이 문 대통령과 면담하면서 방북 여부와 구체적인 방북 희망 시기를 밝힐 수도 있다. 프란치스코 교황의 방북은 한반도 평화정착에 매우 긍정적인 ‘사건’이 될 것이다. 교황이 김 위원장의 초청을 받아들여 방북 용단을 내려줄 것을 희망한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올 들어 한반도의 주요 국면 때마다 기도와 축원을 아끼지 않았다. 지난 4월1일 부활절 미사에서 교황은 “예수의 씨앗이 한반도를 위한 대화의 결실을 맺어 지역의 조화와 평화를 증진하기를 기도한다”고 밝혔다. 4·27 판문점 정상회담 직후인 29일 미사 때는 “남북정상회담의 긍정적인 결과와 핵 없는 한반도를 위한 진정한 대화를 추진한 양쪽 지도자들의 용감한 헌신에 나의 기도를 덧붙인다”고 했다. 6·12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 이틀 전인 10일 미사에서는 “우리 모두 성모 마리아가 한반도에 임해 이 회담을 인도하기를 기도하자”고도 했다. 교황의 언어에 오랜 고난의 땅 한반도에 대한 각별한 감정이 이입돼 있음을 느낄 수 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2013년 즉위 이래 미국과 쿠바의 국교정상화, 콜롬비아 평화협정 타결 등에 막후 역할을 해왔다. 이런 이력으로 본다면 교황의 방북은 한반도 대전환의 흐름을 굳건히 하고, 국제사회의 지지를 확산시키는 계기가 될 것이다. 북한으로서는 비핵화의 진정성을 알리고, 국제사회에 정상국가로 인정받는 기회가 될 수 있다.

 

북한은 교황의 방문을 계기로 종교의 자유 등 인권 분야에서 실질적인 개선 노력을 할 필요가 있다. 정상국가로 발돋움하기 위해서는 비핵화만큼이나 인권 개선도 중요하다. 김 위원장이 교황을 초청한 데는 앞으로 이런 노력을 해나가겠다는 의지가 담겨 있는 것으로 받아들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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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론부터 말하자면, 북한이 평양 선언문을 통하여 미국에 던진 메시지는 이것이다.

“전쟁 없는 한반도를 만든다는 의미는 남북 간에 종전을 선언한 것이다. 전쟁이 없는 한반도에서의 주한미군은 재래식 위협뿐만 아니라 핵위협으로부터도 안전하다. 그리고 동창리 엔진시험장과 미사일 발사대를 유관국 전문가들의 참관하에 우선 영구적으로 폐기한다는 의미는 미국에 직접 위협을 가할 대륙간탄도탄(ICBM) 개발을 우선적으로 포기하고, 사찰, 검증을 받겠다는 의미다. 이렇게 되면 한반도와 미국에 거주하는 미국인에 대한 위협은 우선적으로 사라진다. 미국에 대한 위협을 이러한 방식으로 검증 가능하게 폐기할 터이니 이제 미국이 종전선언을 할 차례다. 미국이 종전선언을 하면 그다음 단계인 영변의 미래 핵을 검증 가능하게 폐기하겠다. 그리고 계속 평화협정과 북·미관계 정상화를 향하여 앞으로 나아가면서 현재 핵과 과거 핵까지 폐기하여 완전한 한반도 비핵화를 달성한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19일 오전 평양 백화원 영빈관에서 한반도 전역의 전쟁 위험 해소 등을 담은 ‘9월 평양공동선언’에 서명한 뒤 합의서를 들어보이며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서성일 기자

 

이번 평양 선언문은 1조에서 4조에 걸쳐 남북관계, 특히 남북 간의 전쟁위험 제거와 근본적인 적대관계 방지에 대해서는 구체적이고 자세하게 기술되어 있지만, 비핵화와 관련된 5조는 행간을 읽어야 의미를 파악할 수 있게 간접적으로 기술되었다.

 

그동안 미국과 북한 간에 집요하게 줄다리기를 했던 북한의 핵신고와 미국의 종전선언에 대해서는 한 글자도 나오지 않았고, 그 의미가 포함될 수 있는 다른 말들로 문장이 처리되었다.

 

그래서 행간을 읽어보니 북한은 우선 미국과 미국민에 직접적으로 위협을 주는 것들을 검증 가능하게 폐기하겠다는 선언을 한 것으로 읽힌다. 아직 미완성 단계인 ICBM 개발과 관련된 시설을 검증 가능하게 폐기하겠다는 내용이 그것이고, 남북 간에는 종전이 되었으니 주한미군에 대해서도 위협이 사라질 것이라는 메시지도 보냈다.

 

이 메시지는 다분히 트럼프 대통령을 직접 겨냥한 것이다. 왜냐하면 트럼프 대통령은 북·미 정상회담의 성과를 미국을 향한 북한의 도발을 멈춘 것이라고 지속적으로 주장하여 왔는데 이제 단순히 도발을 멈춘 것을 넘어서 위협을 검증 가능하게 폐기하겠다고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직접 선언을 하였으니 말이다. 트럼프가 본인의 치적으로 충분히 내세울 수 있을 만한 북한의 선물인 셈이다. 만약 트럼프 대통령이 이에 상응하는 조치인 종전선언을 연내에 해준다면, 그다음에는 김 위원장도 다음 단계의 핵폐기를 할 수 있는 명분이 생기고, 비핵화와 북·미관계 정상화의 속도가 빨라질 수 있을 것이라고 계산했을 것이다. 물론 이 제안이 트럼프 대통령과 그 주변의 인물들을 충분히 만족시키지 못한다면 추가적인 어떤 제안을 할 수 있다고 문재인 대통령에게 전달했을 수도 있다.

 

평양 선언문의 이러한 문장과 구조는 절묘한 한 수다.

첫째, 완벽한 핵신고는 부담스러워서 못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가려운 곳을 확실하게 긁어주었다. 트럼프 대통령이 성과로 자랑해 온 미국에의 직접 위협 중단을 검증 가능하게 폐기하겠다고 했기 때문이다. 둘째, 남북 간의 실질적인 종전선언을 하여 남북관계 때문에 미국민에 피해가 가지 않을 것이라는 메시지를 한반도에 주한미군을 보낸 미국 부모, 형제, 부부, 자식들에게 보냈다. 셋째, 일본에 대한 위협과 주일미군에 대한 위협 제거 내용이 빠져있다. 왜냐하면 일본과의 적대관계 청산을 언급하지 않았고, 일본을 향한 중거리 미사일에 대한 언급도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북한은 이제 일본과의 관계 개선을 남겨두고 있는데, 주일미군에 대한 위협 때문이라도 일본 정부는 북한과 매우 빠른 시일 내에 정상회담을 하여 북·미관계와 보조를 맞추어 가지 않을 수 없는 입장에 빠졌다. 조만간 북·일 정상회담이 시야에 들어온다.

 

이제 문제는 트럼프 대통령과 미국이 이를 받아서 종전선언을 할 수 있는가이다. 핵심은 트럼프 대통령이 과연 미국의 핵 비확산론자들과 강성 매파들의 견제를 넘어설 결심을 할 수 있을까이다. 미국에 대한 북한의 직접 위협 제거와 핵비확산은 다른 문제이다. 전자는 북한과 미국의 양자관계이지만 후자는 미국의 글로벌 전략이 걸린 문제다. 강경파와 비확산론자들은 확실한 비핵화의 증거가 있어야만 종전이 가능하다고 주장할 터이고, 정치인 트럼프는 미국과 동맹국에의 직접 위협을 검증 가능하게 폐기한다면 종전선언도 가능하다고 생각할 것이다.

 

무게중심이 어느 쪽으로 기울 것인가? 앞으로의 관전 포인트다.

 

<이근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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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북한 비핵화와 관련하여 현 단계에서 가장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간 의지와 신뢰의 선순환이다. 김 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이 협상으로 북한 핵문제를 해결할 의지가 강하면 강할수록 어떻게 해서든 양국 간에 신뢰를 쌓으려 할 것이고, 신뢰가 쌓여 나가면 핵문제 해결 의지도 더욱 강해지는 선순환이 작동할 것이다. 6월12일 북·미 싱가포르 정상회담 합의문의 구조가 바로 그러한 선순환을 반영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대통령 전용기에 탑승해 언론과 대화 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이론적으로 볼 때, 이러한 선순환을 만드는데 유리한 지도자는 역설적으로 민주주의보다는 권위주의 국가의 지도자이다. 그 이유는 미국과 같이 민주주의 국가의 지도자는 문제 해결의 의지가 있다 하더라도 제도적으로 의회의 견제, 언론의 견제, 보좌진의 견제, 그리고 여론의 견제가 작동하기 때문이다.

 

반대로 권위주의 국가의 지도자는 주변의 견제가 약하기 때문에 의지만 강하다면 상대방과 신뢰를 쌓기에 유리하다.

 

지금 북한 비핵화는 이 의지와 신뢰의 선순환에 브레이크가 걸려 있다. 김 위원장은 자신의 의지를 왜 미국이 안 믿어주는지 답답하다는 심경을 표현할 정도로 일단 비핵화 의지가 강해 보인다. 물론 미국의 상응하는 조치가 있을 때의 비핵화 의지를 의미한다. 반면 트럼프 대통령은 주변의 견제에 의하여 그 의지가 상당히 약해지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당장 종전선언 문제만 보더라도, 이는 이미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과 미국을 방문한 김영철 통전부장과의 만남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하기로 약속한 사안인데, 존 볼턴 안보보좌관과 매티스 국방장관 등 주변의 견제로 인하여 아직까지 현실화되지 못하고 있다고 미국의 복스(Vox)뉴스가 여러 정보 소스를 통해서 확인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의지를 약화시키는 또 다른 요인은 중간선거를 앞둔 국내정치 상황이다. 현재 트럼프 대통령은 지지율이 30%대로 추락하였으며, 11월 중간선거에서 하원을 민주당에 내줄 위기에 처해 있다. 만약 그것이 현실화된다면, 트럼프 대통령은 급속한 레임덕으로 빠져들어갈 수 있다. 트럼프 정부 내의 이른바 행정 쿠데타를 폭로한 책 &lt;공포&gt;와 트럼프의 대통령직 수행능력을 비판한 고위관료의 뉴욕타임스 기고문은 트럼프 대통령의 정치적 위기를 가속화시키고 있다. 앞으로도 어떤 악재가 더 튀어나올지 알 수 없다. 이렇게 흔들리는 트럼프 대통령이 ‘악마국가’로 인식되는 북한과의 비핵화 협상에 과연 강력한 의지를 유지할 수 있을지 우려된다.

 

이에 더해 더욱 불안한 징조는 현재 북한 비핵화 협상에 직접 관련이 없는 재무부와 법무부까지 비핵화 협상에 찬물을 끼얹고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경험은 2005년 이른바 ‘BDA 제재’의 기억을 되살린다. 이 제재는 미 재무부가 ‘애국법’ 311조를 적용하여 방코델타아시아은행(BDA)을 돈세탁 우려 대상으로 지정하고 그곳의 북한 계좌를 동결한 것인데, 그 결과 순항하던 당시 비핵화 프로세스가 파행하고 북한은 핵실험으로 대응하였다.

 

그때와 마찬가지로 미 재무부가 9월13일 북한의 IT 노동자 국외 송출과 관련하여 북한인 1명과 중국·러시아 기업 2곳에 대한 독자 제재를 단행했고, 법무부는 9월6일 ‘박진혁’이라는 이름의 북한인과 북한 기관을 2014년 소니 영화사의 해킹과 영국 및 방글라데시에 대한 사이버 공격의 배후라고 공식 발표하면서 최근 러시아, 중국, 북한의 사이버 공격에 대한 경각심을 높이고 있다. 김 위원장이 2차 북·미 정상회담 의지를 밝힌 가운데 이러한 악재들이 법무부와 재무부에서 터져나오는 것은 거의 전 부처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의지에 견제를 하는 모양새에 다름 아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트럼프 대통령으로서는 북한의 웬만한 선물로는 종전선언에 합의하고 다음 단계로 넘어가기가 매우 어려워 보인다. 설사 북한의 핵신고와 종전선언이 있어도 1994년의 경험에 미뤄보면 검증 단계에서 위기가 또 찾아올 가능성이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정치적 시련이 생각보다 빨리, 강하게 닥치고 있다. 김 위원장은 친서외교를 통하여 이 국면을 타개해 나가려 하고 있으나, 이제는 친서보다는 북한이 생각하는 구체적인 비핵화의 로드맵과 시간표를 국제사회에 전격적으로 공개해야 할 시점이다. 누가 진정 비핵화 의지가 있는지를 국제사회가 판단, 검증하게 해야 한다는 의미이다.

 

<이근 |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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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7 판문점선언의 핵심 합의사항인 남북공동연락사무소가 14일 개성공단 내 청사에서 개소식을 열고 즉시 가동에 들어간다. 천해성 통일부 차관이 남측 소장, 북측은 조국평화통일위원회 부위원장이 소장을 맡아 교섭·연락, 당국 간 회담·협의, 민간교류 지원, 왕래 인원 편의보장 등의 기능을 수행한다고 통일부가 12일 밝혔다. 남북공동연락사무소 개소로 남북이 24시간, 365일 소통할 수 있는 채널을 갖게 됐다. 남북관계의 상시화·제도화 토대가 마련되는 획기적이고 역사적인 의미를 지닌다.

 

통일부는 연락사무소장이 책임 연락관이자 대북 교섭·협상 대표의 기능을 병행하며, 필요시 쌍방 최고책임자의 메시지를 직접 전달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메시지를 대면 협의로 전달할 수 있다는 의미여서 연락사무소 설치는 특사의 상시 파견과 맞먹는 효과를 갖는 셈이다. 남북의 책임자들이 한 건물에 상주하면서 얼굴을 맞대고 남북관계 현안을 조율하게 되면 불필요한 오해를 줄일 수 있다. 서로 전통문을 주고받으며 날짜를 정해야 열릴 수 있는 남북 당국 간 회담에 비춰보면 시간과 공간을 절약할 수 있는 상주체제가 남북관계의 안정화에 기여하는 효과는 클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세번째 남북정상회담을 엿새 앞둔 12일 서울 중구 서울도서관 건물 외벽에 ‘남북정상회담 성공 기원’ 대형 현수막이 설치돼 있다. 정지윤 기자 color@kyunghyang.com

 

연락사무소의 당면과제는 철도·도로의 연결 및 현대화와 산림협력 등 판문점선언 이행과 관련한 실무적인 논의들이다. 하지만 북·미 비핵화 협상이 진전되면서 제재가 해제되면 남북경협의 명실상부한 거점이 될 수 있다. 남북관계가 좀 더 진전되면 연락사무소 체제에서 서울·평양 상호대표부 체제로 확대될 수 있다. 정권의 성향이나 정세 변화에 따라 부침을 거듭해온 남북관계가 제도적 도약을 하는 출발점이 연락사무소인 셈이다.

 

국내 보수세력과 미국 내 일각에서는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대북 제재에 저촉된다고 하거나, 남북관계의 독주 사례로 꼽는다. 연락사무소 개소를 위한 유류 등 대북 물자 반출을 놓고 한때 논란이 불거지기도 했다. 다시 강조하지만 연락사무소 설치는 주권국가의 외교활동으로 대북 제재에 해당되지 않는다.

 

남북공동연락사무소는 남북관계 발전만이 아니라 비핵화와 북·미관계를 촉진하는 창구로 활용될 가능성에도 주목해야 한다. 과거와 달리 북측은 비핵화 등 북·미 현안을 남측과 협의할 정도로 태도가 유연해졌다. 통일부가 연락사무소가 “비핵화 협의의 진전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한 것은 이를 염두에 둔 판단일 것이다. 남북공동연락사무소가 남북관계와 북·미관계의 선순환을 지원하는 거점이 되도록 남북이 노력하기를 당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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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북한과 미국의 ‘정상 담판 카드’가 재등장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친서를 통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2차 북·미 정상회담을 공식 요청하고 백악관은 이를 수용하는 분위기다. 두 정상이 교착상태를 뚫으려면 다시 한 번 직접 협상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생각한 것 같다. 그럴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현재의 북·미 교착상황은 협상에서 흔히 발생하는 일시적인 장애가 아니다. 협상의 의미가 퇴색될 만큼 장기화되거나 아예 협상 실패로 이어질 수 있는 위험성을 내포하고 있다. 만일 협상이 파탄난다면 한반도는 70년 냉전이 기약없이 연장되고 전쟁 분위기로 흉흉했던 과거로 회귀할 수 밖에 없다. 트럼프와 김정은도 정치 생명에 심각한 타격을 입을 수 밖에 없다.

 

돌이켜보면 싱가포르 1차 정상회담 후 북·미 관계는 답보를 거듭했다. 정상회담이 압박과 제재의 기존 비핵화 문법을 뛰어넘는 인식의 대전환을 보여준 것이 무색할 정도였다. 북핵 문제를 양국관계 개선과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으로 풀자는 방식은 창의적이고 대담한 발상이었지만 미국 내 반발은 예상을 뛰어넘었다. 최고지도자들이 북핵 해결의 원칙과 방향을 정했으면 이를 구체화하기 위한 실무 시스템이 작동해야 했다. 현실은 그렇지 않았다. 특히 미국에서는 트럼프의 생각을 보좌하기는 커녕 그에 반하는 현상이 자주 나타났다.

 

북·미 정상회담이 열린 6월 12일 오전 싱가포르 센토사 섬 카펠라 호텔에서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악수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이를테면 미 재무부는 지난달 15일과 21일 중국과 러시아 기업들이 유엔의 대북제재를 위반했다며 제재 조치를 취했다. 지난 6일엔 미 법무부가 사이버공격을 주도한 혐의로 북한 해커를 처음 기소하고 제재 리스트에 올렸다. 이는 “북한과 미국이 새로운 관계를 수립하기로 약속한다”는 싱가포르 합의문 제1항의 정신에 대한 도전이나 다름없다.

 

북한은 정상회담을 전후로 풍계리 핵실험장 파괴와 장거리미사일실험장 해체, 미군유해 송환 등 미국에 대한 선제적 조치들을 취했다. 지난해 시작한 핵·미사일 실험 중단은 10개월째 이어지고 있다. 북한으로서는 하나하나가 결코 간단한 일이 아니다. 무력 중시의 통치 철학에 반하는데다 수십년 핵개발 논리를 부정하는 의미를 갖기 때문이다. 그러나 미국의 상응조치는 한·미연합군사훈련 유예가 전부였다. 등가성도 상호성도 떨어진다. 미국 일각에서는 북한의 경제노선 채택을 약점 삼아 제재·압박의 실효성을 높이는 기회로 활용하려는 분위기마저 엄존한다.

 

미국의 이런 자세는 북한에 대한 불신과 오만에서 나온다. 도덕적으로 패륜국가, 정치적으로 깡패국가이기 때문에 일방적으로 항복을 받을 순 있어도 협상 상대로 존중할 수 없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북한에 대한 제재·압박 만능심리도 이와 관련이 깊다. 미국 강경파 입장에서 제재·압박은 북한의 항복을 받아내거나 고사시키는 수단일 뿐이다. 협상에서도 양보와 타협보다는 제재와 압박으로 북한을 굴복시키려 하고 있다.

 

북한 역시 70년 적대 역사의 무게감에서 헤어나지 못했다. 협상이 원하는 방향으로 흘러가지 않으면 시대착오적인 벼랑끝전술을 내놓았다. 김계관의 미국 비난 성명, 김영철의 편지는 협상을 막다른 골목으로 몰았다.

 

최고지도자들이 합의한 내용을 측근과 실무자가 따라가지 못하는 현상은 앞으로도 계속 나타날 것이다. 이를 극복할 수 있는 동력원은 트럼프와 김정은의 인간적 신뢰 뿐이다. 두 사람은 비핵화 협상을 통해 상호 의존성을 높여가며 공생관계를 형성해왔다. 국내정치적으로 사면초가에 빠졌던 트럼프는 북·미정상회담 후 지지율이 꾸준히 상승하고 있다. 2차 정상회담이 성사되면 ‘익명기고문’ 위기는 물론 11월 중간 선거에서 원군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김정은도 국제지도자로 부상했다. 모두 비핵화 협상 아니면 얻을 수 없는 선물이다.

 

2차 북·미 정상회담의 역사적인 무게는 1차 못지 않다. 반드시 성공시켜야 할 사변이지만 그러려면 상식과 관성을 뛰어넘는 대담한 결단이 요구된다. 김정은은 이미 ‘트럼프 임기내 비핵화’를 제안했다. 절대적인 북한의 핵의존도와 촉박한 시간을 감안하면 정권과 자신의 운명을 건 결단이라고 할 수 있다. 트럼프는 상응하는 조치로 호응해야 한다. 먼저 ‘임기내 북·미 수교’ 제안은 필수다. ‘비핵화-체제보장 프레임’의 출구 시한 완성을 위해서다. 하지만 북·미 실무자들을 추동하고 비핵화협상을 불가역적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이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중간 단계의 깜짝 이벤트도 필요하다. 연내 평양-워싱턴 연락사무소 개설과 일부 핵탄두 폐기의 교환이 하나의 방법이다. 둘다 현재로서는 불가능의 영역으로 간주되지만 최고지도자의 결단이 있으면 가능한 일이다. 트럼프와 김정은의 건투를 빈다.

 

<조호연 논설주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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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친서를 보내 2차 북·미 정상회담 개최를 요청했다고 백악관이 10일(현지시간) 밝혔다. 백악관은 2차 정상회담에 열려 있고, 이미 조율하는 과정에 있다고 밝혀 양측이 관련한 논의를 시작했음을 시사했다. 북·미 정상회담이 성사된다면 교착상태인 비핵화 협상에 새로운 돌파구가 마련될 것으로 기대할 수 있다.

 

6월 싱가포르 회담에서 두 정상이 새로운 북·미관계 수립과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 한반도 비핵화라는 큰 틀의 목표에 합의했으나 이후 석달간의 후속 협상은 ‘디테일의 악마’를 확인하는 과정이었다. 지난달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이 예정된 방북일정을 취소하는 등 우여곡절을 겪으면서 양측은 상대방에 대해 충분히 탐색할 시간을 가졌다. 2차 정상회담 추진은 이 탐색전의 결과로 양측이 주고받을 현실적인 타협안을 구체화하기 시작했거나, 그럴 의지가 있음을 시사한다. 협상교착의 원인인 ‘핵신고-종전선언’ 대립이라는 난제가 해소되지 않은 채 정상들이 만나지는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김용민의 그림마당]2018년9월7일 (출처:경향신문DB)

 

두 정상이 다시 만나야 할 필요성은 일찌감치 거론돼 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북·미 협상에서 유권자들이 납득할 만한 성과를 내야 하는 부담을 안고 있다. 김정은 위원장으로서도 핵·경제 병진노선을 포기하고 경제건설 총력집중 노선으로 전환한 만큼 가시적 성과가 필요하다. 북·미 협상이 제자리걸음을 하게 되면 대북 제재를 완화해 가면서 외부투자와 지원을 받아내 경제성장의 마중물로 활용하려던 전략이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다. 

 

이도훈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왼쪽)이 11일 스티븐 비건 미국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와 회담에 앞서 기념촬영을 위한 제스처를 취하고 있다. 김기남 기자

 

2차 정상회담 추진은 지난 5일 문재인 정부의 대북특사 파견이 밑거름이 됐다는 분석도 있지만 기본적으로는 두 정상이 대화로 문제를 해결하려는 자세를 잃지 않았던 결과이기도 하다. 실무협상이 난항에 빠진 가운데서도 상호 존중심을 잃지 않고 친서외교로 신뢰를 쌓아온 것이 정상회담의 추진 동력이 된 점은 평가할 만하다. ‘비핵화와 한반도 평화’를 이루는 과정은 앞으로도 험로가 예상된다는 점에서 정상 간의 신뢰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다.

 

2차 북·미 정상회담 추진은 평양 남북정상회담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다. 한때 엇박자 평가를 받던 남북관계와 북·미관계가 선순환의 궤도로 복귀하게 된 것도 다행이다. 그런 점에서 이번 남북정상회담은 2차 북·미 정상회담에서 도출해야 할 ‘빅딜’을 위해 남북이 지혜를 모으는 기회가 될 수 있다. 특사단 파견을 시작으로 중재역에 다시 시동을 건 문재인 정부의 분발을 당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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