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 해당되는 글 51건

  1. 2019.10.24 [사설]금강산관광의 문 닫혀선 안된다
  2. 2019.06.13 [사설]트럼프·김정은 친서외교 재개와 오슬로 구상을 주목한다
  3. 2019.05.29 [사설]트럼프, ‘북한과 대화’ 말만 하지 말고 유인책 내놔야
  4. 2019.05.22 노출된 트럼프의 협상 전략
  5. 2019.05.15 [조호연 칼럼]김정은의 오폭
  6. 2019.04.26 [사설]북·러 정상회담서 남북관계와 북·미 협상 강조한 푸틴
  7. 2019.04.24 [사설]북·러, 중·러, 미·일 정상회담 개최, 주변국 관리 중요하다
  8. 2019.04.15 [사설]3차 회담 의지 밝힌 북·미 정상, 창의적 중재가 필요하다
  9. 2019.04.12 [사설]대미 강경책 회귀도, 굴복도 하지 않겠다는 김정은
  10. 2019.04.12 [사설]대미 강경책 회귀도, 굴복도 하지 않겠다는 김정은
  11. 2019.04.02 [사설]미국, 아직도 시대착오적 리비아식 북핵 해법 고집하나
  12. 2019.03.18 [아침을 열며]트럼프와 김정은, 아직도 사랑한다면
  13. 2019.03.04 [사설]안타까운 북·미 정상회담 결렬, 협상 모멘텀은 살아있다
  14. 2019.02.28 [사설]북·미 정상 이틀간 5차례 핵담판, 빅딜 기대한다
  15. 2019.02.27 [사설]막 오른 2차 북·미 정상회담, 한반도 평화·번영 주춧돌 놓길
  16. 2019.02.25 [사설]‘자녀를 위해 비핵화’ 약속한 김정은, 구체 조치로 입증하길
  17. 2019.02.13 [사설]대북 투자 의향 밝힌 짐 로저스의 방북을 주목한다
  18. 2019.02.11 [사설]개성공단 중단 3년, 남·북·미 모두 재개 노력 기울여야
  19. 2019.02.07 [사설]북·미 정상 베트남서 2차 회담, ‘비핵화-평화체제’ 결실 맺길
  20. 2019.01.21 [사설]2차 북·미 정상회담 성사, 항구적 평화 전환점 되길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남북교류의 상징인 금강산의 남측 시설에 대해 “보기만 해도 기분이 나빠진다”면서 철거를 지시했다고 북한 매체들이 23일 보도했다. 김 위원장은 특히 “국력이 여릴 적에 남에게 의존하려 했던 선임자들의 잘못된 정책”으로 금강산이 10여년간 방치됐다면서 남북 경제협력 사업으로 금강산관광을 추진했던 부친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이례적으로 비판했다. 그는 “금강산이 북남관계의 상징, 축도처럼 되어 있고 북남관계가 발전하지 않으면 금강산관광도 하지 못하는 것으로 되어 있는데, 이것은 잘못된 인식”이라고도 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오른쪽)이 금강산 관광지구를 현지지도하고 남측 시설 철거를 지시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23일 보도했다. 아래 사진은 금강산관광 관련 남측 시설들이 들어서 있는 고성 온정리 일대의 모습. 연합뉴스


김 위원장의 지시는 한마디로 금강산에서 남한의 흔적을 지우겠다는 것이어서 충격과 유감을 금할 수 없다. 이는 “조건이 마련되는 데 따라 개성공단과 금강산관광 사업을 우선 정상화한다”고 한 지난해 9월 평양공동선언의 합의에도 어긋난다. 북한은 평양공동선언 이후 남측에 금강산관광 재개를 촉구해왔고, 김 위원장의 올해 신년사에서도 대가 없는 개성공단 가동 및 금강산관광 재개 용의를 표명했다. 그러나 대북 제재를 의식한 남측 정부가 소극적 자세를 보이자 금강산에서 남북협력 사업이라는 ‘꼬리표’를 떼버리겠다는 최후통첩을 해온 셈이다. 지난해부터 문재인 정부의 대북정책을 지켜봐온 김 위원장은 남한이 앞으로도 한·미 공조의 틀을 뛰어넘지 못할 것이라는 판단을 굳힌 것 같다. 북·미 협상으로 비핵화가 진전되기 전까지 아무것도 할 수 없는 한국 정부에 대한 강한 실망감의 표출로도 보인다. 그러나 어떤 명분으로도 남북화해·협력의 물꼬를 튼 금강산관광 사업을 ‘남북관계 파탄의 상징’이 되도록 해선 안된다. 남북 합의와 계약을 일방적으로 파기한다면 북한에 대한 국제사회의 신뢰는 떨어질 수밖에 없다. 금강산관광에 거액을 투자했던 현대아산의 손실도 방치할 수 없는 일이다. 북측은 심사숙고하기 바란다. 


정부는 남북관계가 이 지경에 이르게 된 상황을 무겁게 받아들여야 한다. 미국과 국제사회의 입장에 함몰돼 대북 제재의 예외항목인 관광사업을 재개할 노력조차 보이지 않았다는 비판은 설득력 있다. 남북관계와 북·미 대화는 선순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지만 지나치게 북·미 협상만 쳐다보고 있었던 것은 아닌지 성찰해야 한다. 


김 위원장이 시설 철거를 “남측의 관계부문과 합의”하라고 한 만큼 대화의 계기는 일단 마련됐다. 하지만 북측의 연락을 기다리는 소극적인 태도로는 곤란하다. 선제적 대화 제의와 해법 제시 등 비상한 노력을 기울이기를 촉구한다. 금강산의 문이 닫히는 걸 손 놓고 지켜볼 수만은 없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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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6·12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 1주년을 맞아 다시 친서를 보냈다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밝혔다. 지난 2월 말 하노이 북·미 2차 정상회담 이후 두 정상이 친서를 주고받은 것은 처음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친서 내용이 “아름답고 따뜻하다”며 “아주 긍정적인 일이 일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두 정상이 서로에 대한 신뢰를 재확인한 것이다. 마침 노르웨이를 방문 중인 문재인 대통령도 북한을 향해 남북 주민들의 피부에 닿는 교류협력을 강화하자는 ‘오슬로 구상’을 밝혔다. 싱가포르 회담 1주년을 맞아 남·북·미 간 협상 분위기를 돋우는 일이 동시에 일어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1일(현지시간) 아이오와주로 떠나기 전 백악관 사우스론(남쪽 뜰)에서 기자들에게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으로부터 전날 아름다운 친서를 받았다고 밝히며 편지를 들어보이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김 위원장의 친서는 북·미 협상이 위기에 봉착할 때마다 물꼬를 트는 역할을 했다. 지난해 말부터 지지부진하던 2차 북·미 정상회담을 위한 협상도 지난 1월 김 위원장이 보낸 친서를 계기로 급물살을 탔다. 이번 친서도 하노이 회담 이후 협상이 장기 교착되는 상황에서 나와 주목된다. 문 대통령이 오슬로에서 밝힌 대북 제의 역시 남북 간 대화와 교류를 폭넓게 확대·촉진할 수 있는 방안이어서 기대를 갖게 한다. 과거 동·서독이 접경지역에서 화재, 홍수, 산사태나 전염병, 병충해, 수자원 오염 문제에 공동 대응한 것처럼 실생활에 도움이 되는 교류협력을 하자는 것이다. 대북 국제제재에 저촉되지 않는 범위 내에서 다각도로 협력을 모색하자는 제안은 시의적절하다. 북한이 판문점을 통해 조화와 조전을 보냄으로써 최근 별세한 이희호 김대중평화센터 이사장에 조의를 표한 것도 긍정적이다. 직접 조문은 성사되지 않았지만 김 위원장의 최측근인 김여정 노동당 선전선동부 제1부부장과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만났다는 것 자체로 의미가 있다. 


북·미 양측은 그동안 제재 강화와 단거리 미사일 발사 등으로 기싸움을 하면서도 대화의 문은 닫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시기를 특정하지 않았지만 3차 정상회담을 원한다고 말했다.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도 3차 북·미 정상회담은 전적으로 가능하다고 언급했다. 김 위원장을 협상 테이블로 이끌어내기 위해 명분을 주는 모양새다. 이에 따른 북·미 간 실무접촉도 기대할 만하다. 남측은 이달 말 일본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 정상회의와 트럼프 대통령의 방한을 앞두고 4차 남북정상회담을 추진하고 있다. 문 대통령이 김 위원장의 뜻을 사전에 파악한 뒤 트럼프 대통령과 만난다면 북·미 간 협상에 전기를 마련할 수 있다. 북한은 이 기회를 놓쳐서는 안된다. 북·미 간 실무접촉과 남북 간 대화가 재개돼 북·미 협상의 돌파구가 마련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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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일본 방문에서 거듭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 대한 신뢰를 언급하고 북한과 대화하려는 의지를 밝혔다. 지난 27일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와의 정상회담 후 공동기자회견에서는 “북한의 미사일 발사는 유엔 제재 결의 위반”이라는 아베 총리의 말을 면전에서 반박했다. 그 전날에는 트윗을 통해 “북한이 작은 무기들을 발사했다. 이것이 다른 사람들의 신경을 거슬렀지만 나는 아니다. 김 위원장은 약속을 지킬 것”이라고 해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의 발언도 정면으로 뒤집었다. 최근 두 차례에 걸친 북한의 미사일 발사에도 불구하고 대북 유화 자세를 유지하고 있다. 


일본을 국빈 방문 중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8일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 함께 가나가와현 요코스카 기지에서 해상자위대의 이즈모급 호위함 가가에 승선한 뒤 환영하는 자위대 대원과 미 해군 장병에게 인사하고 있다. 요코스카 _ 로이터연합뉴스


트럼프 대통령의 대북 유화 제스처는 정치적으로 계산된 측면이 보인다. 2020년 말에 치러지는 대선에서 자신의 외교 치적으로 자랑해온 북한의 핵·미사일 실험 중단이 타격받지 않도록 관리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노이 정상회담 후 북·미 대화가 석달째 열리지 못하는 상황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대화 의사를 견지하는 것은 예삿일이 아니다. 역대 어느 미국 대통령도 이처럼 견고한 대화 자세를 보여준 적이 없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의 비핵화를 촉구하면서 “북한과 많은 좋은 일이 일어나고 있다. 중요한 것은 2년간 핵실험이 없었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 위원장에 대한 신뢰의 표현도 톱다운 방식의 협상에 대한 동력을 유지하면서 대화에 힘을 싣고 있다는 점에서 상당히 전략적이다. 협상 전문가답게 북한과 대화하고 나아가 북핵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상호 신뢰가 있어야 한다는 점을 알고 있다. 북한을 일방적으로 몰아붙이기만 하는 일본과 한국 내 보수세력은 트럼프의 이런 현실감각을 배워야 한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차기 대선 국면에서 북한과의 관계 개선을 외교적 성과로 공인받으려면 이 정도로는 안된다. 트럼프는 이날도 “무슨 일이 일어날지 지켜보자”면서 “나는 서두르지 않는다. 엄청난 제재가 북한에 가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대북 압박을 유지하면서 기다리는 방법으로는 문제를 풀 수 없다. 트럼프 대통령은 말이 아닌, 북한을 협상 테이블로 이끌어낼 실질적인 유인책을 제시해야 한다. 북한 역시 트럼프의 대화 의지에 화답해야 할 것이다. 한국도 중재 노력을 배가해야 한다. 여러 측면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대화 의지가 무한정 이어질 수는 없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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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권 3년차에 접어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대외정책이 혼란 상태다. 북핵 협상은 위기 상태이고, 미·중 무역협상은 보복관세를 주고받는 악순환에 빠졌고, 이란과는 전쟁 위기다. 트럼프의 협상 스타일이 혼란의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트럼프의 협상 스타일은 최근 미국 조야의 최대 관심사인 이란 문제에서 확인된다. 그는 20일(현지시간) 트위터에서 “이란과의 협상준비 보도는 가짜뉴스”라며 협상은 없다고 선을 그었다. 그는 전날에는 “이란이 싸우길 원한다면 그것은 이란의 공식적인 종말이 될 것”이라고 위협했다. 이라크 바그다드의 미국 대사관 근처에 로켓 포탄이 날아든 데 대한 반응이었다. 트럼프는 멀쩡하게 지켜지던 이란 핵합의를 파기하고, 이란의 원유수출 금지 제재를 부활하고, 이란 정부가 운영하는 군대를 테러단체로 지정했다. 이란이 반발하자 항공모함과 B-52 폭격기를 급파했다. 그러면서 뒤로는 대화를 모색 중이다. 백악관은 이란에서 미국 대표부 역할을 하고 있는 스위스 정부에 직통 전화번호를 알려주고 트럼프가 전화를 기다린다고 전해줄 것을 요청했다고 CNN은 보도했다.


대북 정책에도 같은 협상 패턴이 적용됐다. 그는 2017년 여름 북한에 대해 “완전한 파괴”와 “화염과 분노”를 위협했다. 하지만 정상회담이 시작된 후에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사랑에 빠졌다”며 180도 달라졌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의 좋은 관계를 강조하면서 한편에선 관세폭탄을 퍼붓고 있는 미·중 무역협상에서도 전형적인 스타일을 볼 수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14일 루이지애나주 방문을 마치고 백악관에 귀환하고 있다. 워싱턴/AP연합뉴스


트럼프의 협상법은 이른바 ‘미치광이 전략(madman strategy)’에 비유된다. 미국 대통령이 핵전쟁도 일으킬 수 있는 위험한 인물이라고 상대국들에 믿게 해서 쉽게 저항하지 못하게 하려는 전략이다. 리처드 닉슨 정부 당시 헨리 키신저 국무장관이 고안했다.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의 스콧 케네디 선임고문은 트럼프의 미·중 무역협상을 ‘미친 삼촌 전략(crazy uncle strategy)’으로 평가했다. 테리 매컬리프 버지니아 주지사는 하루 종일 폭탄 트위터를 날리는 트럼프를 향해 “다락방에 사는 미친 삼촌 같다”고 말했다.


극단적인 대결로 치닫는 치킨게임에서 미치광이 전략은 통할 수 있다. 진심을 알 수 없는 트럼프의 발언들은 예측 불가능성을 키워서 협상력을 높인다. 트럼프이기 때문에 무슨 일을 할지 모른다는 공포감이 상당하다. 실제 트럼프의 전격적인 1차 북·미 정상회담 취소 발표에 김정은은 공손한 표현의 친서를 보낸 바 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왼쪽에서 두번째)이 20일 장시성 간저우시에 있는 희토류 생산업체 진리영구자석과기유한공사에서 희토류 생산시설을 둘러보고 있다. 간저우_신화연합뉴스


하지만 한계도 분명하다. 이 전략은 한두 번은 몰라도 계속해서 통하지는 않는다. 트럼프의 예측 불가능성은 이제 예측 가능한 스타일이 됐다. 실제 중국, 북한, 이란 어느 나라도 트럼프의 압박에 굴복하지 않는다. 케네디는 “트럼프의 미친 삼촌 전략은 피로감뿐 아니라 듣는 이들이 그의 폭발에 익숙해지고, 그 폭발이 순간적 불만인지 실질적 위협인지를 구분하는 데 어려움을 겪으면서 무색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게다가 집권 3년차에 접어들면서 트럼프의 전략은 완전히 노출됐다. 워싱턴포스트 칼럼니스트 데이비드 이그나시우스는 “트럼프 대외정책의 문제는 집권 2년이 넘으면서 해외 국가들이 그를 간파했다는 점”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트럼프의 파괴적인 스타일은 중국과 북한 정책에서 수익률을 떨어트렸다”고 지적했다. 또 강경책과 외교 사이를 오가는 그의 언급이 “한때 협상력을 만들어 줬지만 이제는 혼란만 야기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트럼프식 협상의 부작용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예측 불가능성은 미국의 신뢰 추락으로, 특히 불확실성은 충돌로 이어질 수 있다. 치킨게임 당사자들이 모두 미치광이 전략을 구사한다면 상황은 더욱 위험해진다. 트럼프는 전쟁을 원하지 않는다고 했지만, 백악관에는 ‘전쟁을 속삭이는 자’ 존 볼턴 국가안보보좌관도 있다.


<워싱턴 | 박영환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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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미사일 발사를 통해 문재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타격했다. 외견상 군사도발이지만 실질적으로는 정치적 공격이었다. 미사일 발사는 국제사회의 비난을 자초하는 일이었다. 그럼에도 ‘자해적 행동’을 한 것은 한국과 미국을 압박하기 위해서였을 터이다. 이 시도는 일단 성공적인 모양새다. 한·미 양국에서 대북정책 실패론이 들끓고 있다. 두 대통령은 정치적 손상을 입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 이후 수세에 몰렸다. 제재해제를 중간 목표로 세운 순간 약점을 잡혔다. 하노이에서는 영변 핵시설까지 걸었지만 미국에 거부당하는 수모를 겪었다. 미국 주도의 제재 체제에 목을 매는 구도 속에서는 동등한 협상이 되기 어려웠다. 북한은 ‘레드라인’을 넘지 않는 군사행동조차 조심할 수밖에 없었다. 미국은 북한의 난감한 처지를 십분 활용했다. 일방 항복이나 다름없는 빅딜만 고집하며 협상에서는 미적댔다. 인내심이 바닥난 김 위원장은 북·미 협상 프레임을 ‘비핵화-제재해제 교환’에서 ‘비핵화-체제안전 교환’ 방식으로 전환했다. 제재해제 목표를 포기한 셈이다. 중간 단계를 빼고 최종 목표만을 설정하는 바람에 협상 성공 가능성은 낮아졌다. 북한은 ‘발톱과 이빨’을 다시 세웠다. 


화력시범 지도하는 김정은 북한이 지난 9일 평안북도 구성 일대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지도로 단거리 미사일로 추정되는 발사체를 발사했다고 10일 조선중앙통신이 보도했다. 김 위원장이 조선인민군 전연(전방) 및 서부전선방어부대들의 화력타격훈련을 망원경으로 참관하고 있다. 연합뉴스


대북정책은 문재인·트럼프 대통령의 치적이다. 문 대통령은 비핵화 협상 성사의 중재자로, 남북관계 복원의 주역으로 각광받았다. 군사적 긴장 완화 등 평화 조성과 ‘한반도 리스크’ 완화의 공적도 당연히 문 대통령의 것이었다. 트럼프 역시 국내정치에서 북한 핵·미사일 실험 중단의 덕을 봤다. 차기 대선에서도 주요 업적으로 내세울 게 분명하다. 그러나 미사일 발사가 판을 흔들었다. 두 대통령의 장점이 약점으로 바뀌었고, 급기야는 두 사람을 겨누는 창이 되었다.  


그럼에도 한국과 미국 정부는 저강도 대응을 선택했다. 문 대통령은 “대화와 협상 국면을 어렵게 만들 수 있다는 점을 경고하고 싶다”면서도 한반도 평화 추진 노력을 계속하겠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도 “(미사일은) 단거리이며, 신뢰 위반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로써 혼란스러웠던 상황은 다소 진정됐다. 한·미 보수세력의 ‘외교 실패’ 주장은 현실과 다르다. 문제는 앞으로다. 북한은 무력시위의 강도를 높여갈 가능성이 크다. “나라의 평화와 안전은 강력한 물리적 힘에 의해서만 담보된다.” 김 위원장의 입에서 군사력이란 용어가 다시 등장한 것은 심상찮다. 북한 내부는 고무된 분위기다. 매체들은 연일 공격적 언어들을 쏟아내고 있다. 마치 대결시대의 북한을 연상케 한다.  


김 위원장은 기선제압에 성공했다고 평가할지 모른다. 그러나 미사일이 외부 세계뿐 아니라 북한 내부도 타격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대북 식량지원 문제가 그 증거다. 세계식량계획(WFP)은 최근 북한에서 주민 1010만명이 기아에 시달릴 것이라며 향후 3주 안에 130만t의 긴급식량지원이 필요하다고 발표했다. 이에 한국과 미국은 인도적 식량지원 추진에 합의했지만 미사일 발사 후 “북은 미사일 쏘는데 남은 식량 지원하느냐”는 강력한 비판에 직면했다. 한국 정부는 여론이 악화되자 속도조절에 들어간 상태다. 정세 변화에 따라 식량지원 계획 자체가 장기간 유보되거나 아예 취소될 가능성도 없지 않다. 


식량지원에 차질이 빚어지면 누구보다 북한 주민이 큰 피해를 입게 된다. WFP의 대북 식량지원 규모 130만t은 생산활동은커녕 가만히 누워 있기만 할 수 있는 ‘생명유지 최소열량’을 기준으로 산정한 것이다. 1000만명이 당장 먹지 못하면 ‘생명유지’조차 쉽지 않은 중대 사태에 직면할 것이라는 얘기다. 


김 위원장은 그 책임을 면할 수 없다. 인구의 40%를 기아선상에 내몰고도 정치적 이유로 외부 지원까지 막는다면 무자비한 독재자라는 비난에서 벗어나기 어려울 것이다. 난관에 봉착하자 무력시위로 돌파하려는 구태 역시 그동안 쌓아온 국제사회의 지도자 이미지를 갉아먹을 것이다. 내부적으로도 ‘인민친화적 지도자’로서의 위상에 손상을 입을 수밖에 없다. “인민이 다시는 허리띠를 조이지 않고 부귀영화를 누리자는 것”(2012년 4월 연설), “인민을 위해 더 많은 일을 할 결심”(2017년 신년사) 등의 공언은 언제든 김 위원장을 공격하는 논리로 활용될 수 있다.  


김 위원장의 최종 목표는 체제안전과 경제강국이다. 그것을 이루기 위해서는 문재인·트럼프 대통령의 협력이 필수다. 그렇다면 두 대통령의 리더십 약화는 독이다. 결국 김 위원장은 미사일로 자신까지 타격한 꼴이다. 전투에서 이기고 전쟁에서 지면 아무 소용이 없다. 김 위원장의 성찰과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


<조호연 논설주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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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25일 정상회담을 열고 북·러관계와 한반도 정세를 협의했다. 푸틴 대통령은 이날 블라디보스토크 극동연방대학에서 3시간에 걸친 단독·확대 정상회담을 마친 뒤 만찬 연설에서 “러시아는 한반도 문제를 외교적으로 해결하는 데 적극적인 역할을 하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했다. 푸틴 대통령은 또 “역내 핵문제뿐 아니라 여러 이슈를 외교적으로, 평화적으로 해결할 수 있어야 하고 이것은 유일한 효율적 해법”이라며 비핵화의 외교적 해결을 강조했다. 김 위원장도 “조·러(북·러) 친선관계 발전과 조선반도(한반도)와 지역의 평화·안전 보장을 위한 문제들, 공동의 국제적 문제에 대해 허심탄회하고 의미 있는 대화를 나눴다”고 했다.


두 정상의 발언으로 볼 때 이번 회담에서는 북·미 협상 교착으로 난항을 겪고 있는 비핵화 문제 및 북·러관계 발전방안이 집중 논의된 것으로 짐작된다. 러시아는 북한의 ‘단계적·동시적’ 비핵화 방안을 지지해왔고, 북한의 비핵화 조치에 상응하는 제재 완화가 필요하다고 주장해왔다. 회담에서도 이런 입장을 재확인함으로써 북한에 힘을 실어준 것으로 보인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왼쪽)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25일(현지시간)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 루스키섬 극동연방대학에서 북·러 정상회담을 하기에 앞서 악수하며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블라디보스토크 _ AP연합뉴스


푸틴 대통령이 이번 회담 모두발언과 만찬 연설에서 “북남대화를 지지하고 현재 조·미(북·미)관계를 정상화하려는 노력을 지지한다”고 거듭 강조한 점은 눈길이 쏠린다. 남북관계 발전과 북·미 협상이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프로세스의 유효한 해법임을 강조한 셈이다. 푸틴은 기자들과의 문답에서 북·미 협상에서 북한의 체제안전이 충분히 보장되지 않을 경우 6자회담체제가 가동될 필요가 있다는 견해를 밝히기도 했다. 하지만 전반적인 기조는 북한이 북·미 협상궤도 속에서 비핵화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데 방점을 찍었다. 푸틴 대통령이 대국(大局)적인 견지에서 비핵화 문제에 현실성 있는 태도를 보인 것을 평가한다.  


북·러 정상회담 이후 북한은 남북·북미 대화구도로 복귀할 필요가 있다. 김 위원장은 전통 우방국 등과의 외교다각화도 필요하겠지만 결국 비핵화를 위한 최종 담판장은 북·미 협상임을 푸틴과의 대화에서 확인했을 것이다. 김 위원장은 문재인 대통령의 4차 남북정상회담 제안에 조속히 응해 트럼프 대통령이 문 대통령 편에 보낸 메시지를 확인하는 것이 순서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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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하기 위해 러시아를 방문한다고 북한 매체들이 23일 보도했다. 북한이 김정은 위원장의 해외 방문을 대내외에 사전 예고한 것은 이례적인 일로, 북·러 정상회담에 거는 기대의 일단을 보여준다. 이번주에는 북·러뿐 아니라 중·러, 미·일 간에도 정상회담이 예고돼 있는 등 동북아 외교가 바쁘게 전개된다. 푸틴 대통령은 김 위원장과 회담한 직후 중국 베이징에서 열리는 일대일로 포럼에 참석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회담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6일 워싱턴에서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 회담할 예정이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러시아 방문 전날인 23일(현지시간) 전용열차 도착 예정지로 알려진 블라디보스토크역 주변을 시민들이 지나고 있다(위 사진). 북·러 정상회담장이자 김 위원장 숙소로 알려진 극동연방대학 스포츠동 건물(가운데 사진). 고려항공 특별기로 운송된 것으로 보이는 김 위원장 리무진이 극동연방대학으로 이동하고 있다. 블라디보스토크(러시아) _ 연합뉴스


남북정상회담으로 한반도 평화프로세스가 본격화되던 1년 전 세계의 시선이 판문점에 쏠렸던 것과 비교해 보면 착잡한 마음이 들 수밖에 없다. 북·미 간에는 비핵화 방법론을 놓고 입장 차가 확연한 상황이고, 남북관계도 소강국면이 장기화되고 있다. 남북관계 발전을 지렛대로 북·미관계를 추동하는 외교전략이 먹혀들지 않는 측면이 있음을 부인하기 어렵다. 오는 27일 4·27 판문점선언 1주년 행사에 북한은 여태껏 참석 여부를 밝히지 않아 빛바랜 행사가 될 가능성도 커졌다.   


그렇다면 판문점선언 1주년을 문재인 정부의 외교를 복기하고 성찰하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 남북, 북·미 관계에 외교자산을 집중하느라 주변국 관리에 소홀하지 않았는지도 돌아봐야 한다. 일본은 이날 한·일관계가 “한국 측에 의한 부정적인 움직임이 잇따라 매우 어려운 상황에 직면했다”는 외교청서를 확정했다. ‘한국 탓’ 지적에는 동의할 수 없지만 정세 진단은 틀리지 않다. 대중국 관계도 매끄럽다고 할 수는 없다. 한반도 평화구축에 우군이 돼야 할 일본·중국과의 관계가 소원한 현실은 바람직하지 않다. 


최악의 한·일관계부터 손 대야 한다. 강제징용 대법원 판결 이후 이낙연 국무총리를 중심으로 대응방안을 강구하겠다고 했지만 6개월이 다 되도록 이렇다 할 소식이 들리지 않는다. 공식 외교라인의 접촉도 중요하지만 허심탄회하게 대화하는 방안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 남북관계도 정상회담에만 힘을 쏟을 일이 아니다. 당국 간 관계가 소강상태라면 민간교류 활성화에 힘을 실을 필요가 있다. 국내 대형교회 4곳이 북한에 모내기용 비닐박막을 지원키로 했다는 경향신문 보도는 이런 점에서 반가운 소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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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12일 최고인민회의 시정연설을 통해 “제3차 조미(북·미) 수뇌회담을 하자고 하면 한 번은 더 해볼 용의가 있다”고 밝혔다. 북한 지도자로서는 29년 만에 처음으로 최고인민회의에서 육성 연설을 통해 미국과 협상할 뜻을 표명했다. 이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트위터를 통해 김 위원장과의 관계는 “여전히 좋다”며 “3차 정상회담이 좋을 것”이라고 화답했다. 지난 2월 말 ‘노딜’로 끝난 하노이 회담 후 두 정상이 모두 상대방에 대한 신뢰를 확인하면서 3차 회담에 대한 의지를 밝혀 다행스럽다.


시정연설 ‘TV 방영’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12일 최고인민회의에서 시정연설을 하고 있다. 조선중앙TV는 13일 김 위원장의 연설 영상을 방영했다. 연합뉴스


문제는 두 정상의 대화 의지에도 불구하고 북·미 간 입장 차이가 여전히 크다는 점이다. 김 위원장은 이날도 “미국이 올바른 자세를 가지고 우리와 공유할 방법론을 찾은 조건에서” 협상할 수 있으며, 그것도 연말까지만 기다리겠다고 압박했다. 단계적 비핵화라는 기존 해법을 포기하지 못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나아가 “제재해제 문제 따위에는 이제 더는 집착하지 않을 것”이라며 장기전도 불사할 의지까지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도 지난 11일 문재인 대통령과의 회담에서 북한의 비핵화는 ‘빅딜’을 통해야 한다고 밝혔다. 비핵화의 최종단계를 명확히 하면서 로드맵을 설정한 뒤 협상하자는 요구를 재확인한 것이다. 여기에 더해 김 위원장은 남측과 문 대통령의 중재 역할에 대해서도 불만을 표출했다. 김 위원장은 “오지랖 넓은 ‘중재자’ ‘촉진자’ 행세를 할 것이 아니라 민족의 일원으로서 제정신을 가지고 민족의 이익을 옹호하는 당사자가 되어야 한다”고 비판했다. 북한이 문 대통령의 대북특사를 받아들일지도 낙관하기 어려울 정도로 태도가 강경하다. 


중재역을 맡은 문 대통령의 어깨가 다시 무거워졌다. 문 대통령이 북·미 두 정상 간 신뢰와 톱다운 협상의 이점을 활용하면서 북·미 간 입장 차를 좁혀야 한다. 희망적인 것은 빅딜을 원칙으로 내세운 트럼프 대통령도 단계적 해법의 여지를 남겼다는 점이다. 문 대통령은 이런 여지를 활용하면서 양측을 설득해낼 창의적인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연말까지 남은 8개월간 북·미 간 협상 모멘텀을 유지하면서 ‘포괄적 합의-단계적 이행’ 비핵화 방안을 중심으로 해법을 제시하는 수밖에 없다. 


문 대통령은 중재가 성공하려면 북측의 호응이 절대적이다. 북측은 현실적인 비핵화 해법을 위해 기존의 영변 핵시설 폐기 카드 이외에 추가 조치 등을 준비해야 한다. 당장 문 대통령이 15일 발표하는 대북특사와 4차 남북정상회담 관련 제안에 적극적으로 응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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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10일 노동당 전원회의에서 자력갱생을 강조했다. 김 위원장은 이날 ‘최근 진행된 북·미 수뇌회담의 기본취지와 당의 입장’에 대해 “자력갱생의 기치 높이 사회주의 건설을 더욱 줄기차게 전진시켜 나감으로써 제재로 우리를 굴복시킬 수 있다고 혈안이 되어 오판하는 적대세력들에게 심각한 타격을 입혀야 한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전날 노동당 정치국 확대회의에서도 같은 말을 했다. 하노이 북·미 핵담판이 결렬된 뒤 김 위원장이 내놓은 입장이 ‘자력갱생’인 것이다. 


[김용민의 그림마당]2019년 4월 12일 (출처:경향신문DB)


김 위원장이 보내는 신호는 이중적이다. 먼저 미국을 향한 도발 없이 경제발전 노선을 견지했다는 점이다. 올 초 신년사에서 언급한 ‘새로운 길’이나 지난달 최선희 외무성 부상이 평양에서 외신기자들에게 밝힌 ‘최고지도부의 결심’의 조짐이 보이지 않는다. 과거 ‘협상 결렬 후 강경노선 회귀’의 길을 되풀이하지 않겠다는 뜻이어서 다행스럽다. 반면 비핵화에 대한 언급 없이 스스로 살길을 찾자는 뜻의 자력갱생이라는 말을 27차례나 언급한 것은 대북 제재 장기화를 버텨내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경제사령탑 역할을 해온 80세의 박봉주 내각 총리를 교체한 것도 경제발전의 새 동력을 확보하겠다는 의미다. 결국 김 위원장은 내부를 향해 제재 장기화에 대비하자면서도 밖으로는 비핵화 협상의 여지를 남겼다. 


한·미 정상회담을 위해 문재인 대통령이 미국에 도착한 10일,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이 대북 제재 해제의 여지가 있다고 밝혔다. 북한이 비핵화할 때까지 제재를 유지하겠다는 기존 입장과 다르다. 문 대통령의 방미에 맞춰 대북 제재에 유연한 입장을 보인 것이어서 희망적이다. 북·미가 협상을 이어갈 수 있는 여건은 마련한 셈이다. 문 대통령이 3차 북·미 정상회담의 촉진자 역할을 할 기회가 다시 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제재가 만능이라는 발상에서 벗어나 북한에 협상 복귀의 명분을 제공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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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10일 노동당 전원회의에서 자력갱생을 강조했다. 김 위원장은 이날 ‘최근 진행된 북·미 수뇌회담의 기본취지와 당의 입장’에 대해 “자력갱생의 기치 높이 사회주의 건설을 더욱 줄기차게 전진시켜 나감으로써 제재로 우리를 굴복시킬 수 있다고 혈안이 되어 오판하는 적대세력들에게 심각한 타격을 입혀야 한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전날 노동당 정치국 확대회의에서도 같은 말을 했다. 하노이 북·미 핵담판이 결렬된 뒤 김 위원장이 내놓은 입장이 ‘자력갱생’인 것이다.

 

[김용민의 그림마당]2019년 4월 12일 (출처:경향신문DB)

 

김 위원장이 보내는 신호는 이중적이다. 먼저 미국을 향한 도발 없이 경제발전 노선을 견지했다는 점이다. 올 초 신년사에서 언급한 ‘새로운 길’이나 지난달 최선희 외무성 부상이 평양에서 외신기자들에게 밝힌 ‘최고지도부의 결심’의 조짐이 보이지 않는다. 과거 ‘협상 결렬 후 강경노선 회귀’의 길을 되풀이하지 않겠다는 뜻이어서 다행스럽다. 반면 비핵화에 대한 언급 없이 스스로 살길을 찾자는 뜻의 자력갱생이라는 말을 27차례나 언급한 것은 대북 제재 장기화를 버텨내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경제사령탑 역할을 해온 80세의 박봉주 내각 총리를 교체한 것도 경제발전의 새 동력을 확보하겠다는 의미다. 결국 김 위원장은 내부를 향해 제재 장기화에 대비하자면서도 밖으로는 비핵화 협상의 여지를 남겼다.

 

한·미 정상회담을 위해 문재인 대통령이 미국에 도착한 10일,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이 대북 제재 해제의 여지가 있다고 밝혔다. 북한이 비핵화할 때까지 제재를 유지하겠다는 기존 입장과 다르다. 문 대통령의 방미에 맞춰 대북 제재에 유연한 입장을 보인 것이어서 희망적이다. 북·미가 협상을 이어갈 수 있는 여건은 마련한 셈이다. 문 대통령이 3차 북·미 정상회담의 촉진자 역할을 할 기회가 다시 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제재가 만능이라는 발상에서 벗어나 북한에 협상 복귀의 명분을 제공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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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2월 말 하노이 2차 북·미 정상회담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 핵무기와 핵물질을 미국으로 이전하고, 핵시설과 탄도미사일 및 관련 시설의 완전한 해체, 그리고 생화학무기 프로그램 해체를 요구한 것으로 외신이 보도했다. 또 핵 프로그램의 포괄적 신고 및 미국과 국제사찰단의 완전한 접근 허용, 핵 관련 모든 활동 중지와 새 시설물 건축 중단, 모든 핵 인프라 제거, 모든 핵 프로그램과 과학자 및 기술자의 상업적 활동으로의 전환까지 요구했다고 한다. 트럼프가 이런 안을 협상의 최대 목표로 제시해 본 것인지, 아니면 진정으로 관철하려 했는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북핵 협상이 타결되지 않은 채 원점으로 되돌아갈 상황에 처한 것만은 분명하다.

 

트럼프 대통령이 던진 ‘선 비핵화, 후 보상 원칙’과 핵물질·핵무기의 미국 반출은 이른바 ‘리비아 방식’과 유사하다. 하지만 리비아와 북한은 핵개발의 동기나 수준이 엄연히 다르다. 북한을 향해 핵탄두를 미국으로 보내라는 것은 항복을 요구하는 모양새가 된다. 거기에 그동안 거론하지 않던 생화학무기까지 폐기 대상 목록에 넣었다. 비핵화를 수용하면 어떤 보상을 해주겠다는 약속을 했는지는 분명치 않다. 물론 상황이 여기에 이른 데는 북한의 책임도 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한반도 비핵화를 말하면서도 어떻게 비핵화할지, 그리고 이미 확보한 핵무기는 어떻게 할지를 명확히 하지 않았다. 제재 해제에 집착하면서 완전한 비핵화를 하는 방법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으니 미국이 비핵화 의지를 의심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북한 체제안전 보장과 제재 해제 등 상응조치 없이 리비아식 해법만을 제시했다면 북한이 수용할 리가 없다. 북한과 대화를 진행할 의사가 있는지를 의심케 한다. 북·미 간 대화 재개가 쉽지 않아 보인다.

 

문재인 대통령이 2월28일 오후 청와대 관저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통화를 하고 있다. 문 대통령은 이날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린 북미정상회담 결과에 공유하고 의견을 나눴다. 2019.2.28 [청와대 제공] 연합뉴스

 

한국의 역할은 더욱 긴요해졌다. 마침 문재인 대통령은 11일 트럼프 대통령과 만난다. 문 대통령은 1일 “북·미 대화 재개와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를 위한 한·미 간 공조 방안에 대해 깊이 논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 정부가 강조해온 대로 북핵은 ‘포괄적 합의-단계적 이행’ 방안으로 해결할 수밖에 없다. 북한의 비핵화 의지를 확인하되, 비핵화 조치에 대한 미국의 보상책도 분명히 드러나야 한다. 미국에 실망감을 느낀 북한이 북·미 협상에서 이탈하지 않도록 관리하는 것도 중요하다. 이런 점에서 비무장지대 내 남북공동 유해발굴을 1일 남측 단독으로 진행할 수밖에 없게 된 것은 매우 유감스럽다. 9·19 남북군사합의 등은 지속적으로 진전시켜 나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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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베트남 하노이 만남 이전에 친서 외교가 있었다. 트럼프에겐 너무도 사랑스러웠던 편지. 어느새 ‘꼬마 로켓맨’은 ‘위대한 지도자’로 바뀌었다. 트럼프의 하노이로 가는 길, 미국 내 다수가 김정은은 그런 사람이 아닌데 덜컥 그의 손을 잡지 않을까 걱정했다. 트럼프는 ‘여태껏 실패만 한 것들이 뭘 알아. 협상은 나한테 맡겨’라는 태도였다. 김정은의 66시간 기차 여행은 설렘과 기대로 가득했을 것이다.


하노이에선 가망 없는 제안들이 오갔다. 두 사람은 서로 다른 곳을 바라봤다. 트럼프는 영변을 포함한 모든 대량살상무기(WMD)와 생산시설을 완전히 폐기해야 유엔 제재를 해제할 수 있다고 김정은을 설득했다. 김정은은 민수경제와 인민생활을 어렵게 하는 제재 몇 개만 풀어주면 ‘북한 핵개발의 상징’인 영변을 폐기하겠다고 했다. 핵무기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영변 이외 시설은 대상이 아니었다. 두 사람은 점심도 먹지 않고 호텔을 빠져나왔다.


빈손으로 돌아섰으니 전 세계가 놀랐다. 그럼에도 2차 정상회담 결렬이 파국으로 평가되진 않았다. 서로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게 됐고, 얼굴 붉히지 않고 돌아섰으니 2보 전진을 위한 1보 후퇴가 아니냐는 것이다. 훗날을 기약할 수 있으리라고 봤다. 하노이 회담 후 20일이 지났다. 지금 서로의 생각은 달라지지 않았다.


리용호 북한 외무상(오른쪽)과 최선희 부상이 1일 새벽(현지시간) 2차 북·미 정상회담 북측 대표단 숙소인 베트남 하노이 멜리아호텔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회담 결렬에 대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 하노이 _ 연합뉴스

트럼프 정부는 전략을 재수정하지 않았다. 협상의 문턱을 올리면 올렸지 내리진 않았다. 실무협상을 이끈 스티븐 비건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는 “우리는 점진적 비핵화를 하지 않을 것” “북한이 WMD와 관련 프로그램 제거를 전적으로 약속해야 한다”고 말했다. ‘단계적’이란 표현은 지워버렸다. 만날 생각은 있으니 현명하게 결정하란 얘기다. 북한은 15개월간 핵·미사일 실험을 중단해서 비핵화 의지를 충분히 보여줬고, 영변 폐기를 약속했다고 반박한다. 그런데도 제재를, 전부도 아니고 몇 개만 풀어달라는데 안된다면 만나봐야 무슨 얘기를 하겠냐는 식이다. 미국의 셈법, 북한의 셈법은 평행선이다. 지금, 위험한 교착 상태임을 직감케 한다.


기대가 크면 실망도 커진다. 두 사람의 사랑도 변하는 것일까. 트럼프는 ‘밀당의 귀재’를 자처한다. “나는 거래를 하는 사업으로 수십억달러를 벌었다. 협상은 내가 잘하는 일”이라고 호언하는 트럼프에게 협상은 그의 정체성과 다름없다. 남들은 이쯤에서 되지 않을까 할 때, 던져버리는 ‘노딜의 기술’을 선보인다. 그는 미국은 물론 세계적으로 중대 전환점이 된 합의를 줄줄이 깼다. 냉전시대 군비경쟁을 종식시킨 미소의 1987년 11월 중거리핵전력조약(INF)을 파기해 유럽 안보 불안을 고조시키고, 이란 핵 합의 탈퇴로 중동 정세를 흔들었다. 파리기후변화협약 탈퇴 등 사례는 널려 있다. 실상 그는 세계 평화에 쿠데타를 번번이 일으키는 인물이다.


트럼프가 있던 합의는 잘 깨지만 새로운 합의 만들기에는 성과가 시원찮다. 상대를 협상장에 끌고들어온 뒤 결정적 순간, 상대가 감당하기 어려운 제안으로 놀라게 하는 것이 ‘거래의 기술’일지는 모른다. 우군이 별로 없는 북한엔 강하게 나갈수록 유리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트럼프도 돌아가기엔 너무 많은 길을 달려왔다.


미국이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를 목표로 설정하는 것은 이해할 수 있다. 일부 비핵화로 제재 완화를 얻어낸 뒤 돌변하는, 북한의 ‘먹튀’에 미국의 조야가 우려하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선 비핵화, 후 제재해제’를 고수하면 어떤 결과가 나올지는 더 분명하다. 과거의 전철을 답습하지 않고 비핵화를 달성할 방법은 있을 것이고, 이를 찾아야 한다. 크고 빠른 걸음으로 가려고 해도 다리는 신체조건이 허락되는 선에서만 최대로 뻗을 수 있다. 잘못하면 가랑이가 찢어지고 뛰기는커녕 걷지도 못할 수 있다. 한 발을 크게 뻗은 다음, 또 한 발을 크게 내디딜 수밖에 없다.


지금 필요한 것은 북·미의 요구 수준을 조정하는 일이다. 미국은 더 작게, 북한은 더 크게 가야 한다. 북한은 미국의 한 방 전략을 판깨기 전략과 같은 말로 인식한다. 미국의 위협에 대한 대응 수단으로 핵무기를 만든 만큼 마지막 도장을 찍을 때 내놓을 카드로 본다. 이를 비핵화 의지가 없다고 단언하긴 곤란하다. 북한도 트럼프라는 말만 나오면 으르렁대는 미국 야당이 빈손으로 귀국한 트럼프를 칭찬한 이유를 곱씹어야 한다. 영변만으로는 트럼프가 움직일 공간이 없다고 봐야 한다. 하노이 이후에도 서로를 신뢰한다는 트럼프와 김정은이 여전히 사랑하는 사이라면 말 대신 증표를 보여줘야 할 때다. 눈높이를 맞추는 것이 출발이다.


<안홍욱 국제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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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3월1일자 지면기사-

 

베트남 하노이에서 28일 열린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간의 2차 북·미 정상회담이 결렬됐다. 두 정상은 이날 오후 메트로폴호텔에서 확대정상회담을 열었으나 오찬과 합의문 서명식을 취소한 채 회담을 종료했다.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번영을 위한 주춧돌이 놓일 것을 기대하던 국제사회는 갑작스러운 반전에 충격을 금치 못했다. 회담 성공을 간절히 바라온 남북의 많은 이들이 낙담한 것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트럼프 대통령의 기자회견을 보면 회담 결렬의 직접 원인은 제재 완화와 비핵화 조치의 범위를 둘러싼 이견으로 추정된다. 트럼프는 회견에서 “제재가 쟁점이었다”면서 “우리가 원하는 비핵화를 우리에게 줘야 우리도 제재 완화를 해줄 수 있다”고 했다. 미국이 추가 핵시설의 존재를 거론한 것도 분위기를 냉각시킨 것으로 보인다.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은 “영변 핵시설 외에도 굉장히 규모가 큰 시설이 있었다”면서 “미사일도, 핵탄두도 빠져 있었고, 핵 목록 작성과 신고 이런 것을 합의하지 못했다”고 했다.

 

즉 영변 핵시설 폐기를 대가로 제재 완화를 요구한 북한에 대해 미국은 더 많은 비핵화 조치 요구로 맞섰고, 이 과정에서 새로운 우라늄 농축시설이 돌출적으로 거론되면서 합의불능의 흐름이 만들어졌던 것 같다. 트럼프 대통령의 옛 개인 변호사인 마이클 코언이 미국 국회에서 트럼프에게 불리한 증언을 한 것으로 미국 정계가 들썩거린 것이 트럼프의 대북 태도를 강경하게 만들었을 가능성도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7일 베트남 하노이의 소피텔레전드메트로폴호텔에서 비공개 회담을 하기 전 악수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석연치 않은 점은 정상회담에서 새로운 핵시설을 거론했고, 이에 북한이 놀랐던 것 같다는 트럼프의 발언이다. 그 정도로 중대한 핵시설이라면 미국이 왜 그간 거론하지 않다가 정상회담에서 불쑥 꺼냈는지 의문이다. ‘딜브레이커’가 될 정도로 중대 시설인지, 실체가 불분명한 의혹 수준인지도 분명하지 않다. 하지만 이것이 협상을 교착시키는 악재가 돼서는 곤란하다. 북한이 적극적으로 설명할 필요가 있다.   

 

지난해 6월 1차 북·미 정상회담 이후 8개월여 만에 열린 하노이 정상회담이 결렬되면서 한반도 대전환의 여정에 제동이 걸린 것은 유감스러운 일이다. 하지만 섣부른 비관은 금물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 위원장과 계속 좋은 친구관계를 유지하겠다”고 했고, 폼페이오 장관도 “앞으로 몇 주 이내에 합의가 이뤄지기를 기대한다”며 협상의 모멘텀을 유지하겠다는 뜻을 비친 점을 봐도 그렇다.   

 

북한과 미국 간의 핵협상은 이미 30년에 가까운 세월이 실패와 우여곡절로 점철돼온 과정이었다. 이번 회담 결렬도 북핵 문제 해결의 지난함을 다시 일깨우는 정도의 의미로 받아들이면 된다. 북·미가 후유증을 훌훌 털고 조속한 시일 내 회담 테이블에 마주앉기를 바란다. 문재인 정부도 협상의 모멘텀을 살리려는 중재 노력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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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간의 역사적인 2차 북·미 정상회담의 공식 일정이 27일부터 시작됐다. 두 정상은 이날 저녁 베트남 하노이 메트로폴호텔에서 단독으로 환담한 데 이어 측근 2명씩을 대동한 채 친교만찬을 했다. 두 정상은 “북한을 도울 준비가 돼 있다(트럼프)” “단독회담에서 아주 흥미로운 이야기를 많이 했다(김정은)” 등 친밀감을 보이며 성공적인 회담을 다짐했다. 친교 행사를 넘는, 사실상의 1차 담판을 한 셈이다.

 

이번 2차 핵담판은 기본적인 여건과 회담형식이 1차 회담 때와 다르다. 우선 두 정상은 1차 회담 이후 친서 교환 등을 통해 꾸준히 신뢰를 쌓아왔다. 1차 때는 단독·확대 정상회담에 이어 업무오찬을 하면서 합의문을 조율했고, 오찬 후 함께 산책하면서 친교를 다진 뒤 기자회견을 통해 합의문을 발표했다. 형식은 갖추었지만 하루에 모든 행사를 치러 밀도 높은 협의를 했다고 보기는 어려웠다. 그러나 이번 회담은 1박2일 동안 열리는 만큼, 이날 두 차례의 회동을 포함해 정상끼리 정식 회동만 최소 5차례 한다. 첫날 협상 결과를 반영해 민감한 의제까지 면밀히 협상할 여유가 있다. 교착 국면이 있었지만 지난 8개월간 지속적으로 협상해왔다는 점도 다르다. 여기에 양측은 막판까지 김영철 노동당 부위원장과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의 고위급회담 및 김혁철 국무위원회 대미특별대표와 스티븐 비건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 간 실무접촉으로 의제를 다듬어왔다.

 

도널드 트럼프(오른쪽)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8일(현지시간) 베트남 하노이 소피텔 레전드 메트로폴 호텔에서 1대1 단독 정상회담을 하던 중 미소를 짓고 있다. 하노이|AFP연합뉴스

 

지난 21일부터 진행된 실무협의에서 북·미 연락사무소 설치와 평화선언은 합의 단계에 이른 것으로 알려졌다. 비핵화의 개념과 영변 핵시설 처리에 대해서도 의견 접근을 본 상태다. 남은 것은 영변 핵시설에 대한 검증과 영변 이외의 핵시설 및 핵무기에 대한 처리, 그리고 그에 상응하는 미국의 조치이다. 비핵화 로드맵의 마지막 단계와 그에 상응하는 조치를 어떻게 할 것이냐만 정상들의 몫으로 남겨진 셈이다.

 

최소한 영변 핵시설 폐기와 부분적인 대북 제재 완화를 맞교환하는 게 합리적이다. 대북 제재의 기본적인 틀을 유지하되 남북 간 경협을 허용하는 방식으로 대북 제재에 숨통을 틔워주는 것이 무난하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9일 북한의 비핵화 견인을 위한 상응 조치로 남북의 철도·도로 연결과 남북경협을 제안한 것이 현실적 대안이 될 수 있다. 김 위원장이 신년사에서 개성공단 가동과 금강산관광의 재개를 언급한 것도 이를 시사한 것으로 볼 수 있다. 특히 남북 철도·도로 연결은 대북제재위원회에서 허가만 하면 된다. 금강산관광이나 개성공단 재가동도 별도의 결의안으로 허용할 수 있다.

 

퇴로 없이 비핵화의 길을 나선 김 위원장이나 재선을 노리는 트럼프 대통령 모두 28일 최종 담판에서 가시적인 성과를 도출해내야 한다. 두 정상은 빅딜을 통해 완전한 비핵화를 위한 로드맵에 합의하기 바란다. 한반도 평화와 함께 북·미가 윈윈할 수 있는 이번 기회를 놓쳐서는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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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6일 오전 전용열차 편으로 베트남 랑선성 동당역에 도착했다. 인민복 차림의 김정은 위원장은 장시간 열차여행의 여독에도 불구하고 미소 띤 표정으로 영접행사를 마친 뒤 하노이로 향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이날 밤 전용기 편으로 하노이에 도착했다. 27~28일 북·미 정상 간의 역사적인 협상이 열리는 베트남 수도 하노이에 전 세계의 시선이 쏠리면서 현지 분위기도 한껏 달아올랐다. 두 정상이 이번 회담에서 비핵화와 한반도 평화·번영을 위한 주춧돌을 놓기를 희망한다.

 

지난해 6월12일 싱가포르에서 열린 1차 북·미 정상회담 당시 70년 만에 대좌한 두 나라 정상은 적대관계 청산을 위한 시동을 걸었지만, 가야 할 목표를 공유하는데 머물렀다. 이후 8개월간도 순탄치는 않아 후속 협상에서 실질적인 이행방안을 이뤄내지 못했다. 미국에서는 북한의 비핵화에 대한 회의론이 커졌고, 북한도 상응조치 없이 핵 신고를 압박하는 미국에 대한 의구심을 키워갔다. 이런 교착을 풀기 위해 두 정상이 다시 톱다운 방식으로 비핵화와 한반도 평화를 진전시키기 위한 구체적인 합의를 시도하게 된 것이다. 그런 만큼 이번 회담은 싱가포르 정상회담 못지않게 역사적인 의미를 갖는다. 한반도 비핵화에 탄력이 붙고 평화가 정착할지, 지루한 교착과 긴장이 반복될지가 이번 회담으로 결정될 것이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차 북·미 정상회담을 하루 앞둔 26일 오전 베트남 동당역에 도착해 베트남 정부 대표단과 취재진에게 인사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양측의 태도는 긍정적이다. 북한 매체들이 김정은 위원장이 베트남에 도착하기도 전인 지난 24일 출발 소식을 보도한 것은 이례적이다. 신변안전을 우려해 최고지도자의 이동 중에는 보도하지 않던 관행을 깬 것은 이번 회담을 기필코 성공시켜 북한의 밝은 미래를 열어가겠다는 김 위원장의 의지가 반영됐을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도 25일(현지시간) 출국에 앞서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완전한 비핵화로 북한은 급속히 경제 강국이 될 것”이라며 기대감을 표시했다.

 

이달 초순 평양에 이어 지난 21일부터 하노이에서 진행 중인 사전 협상에서 양측은 북한의 비핵화 조치로 영변 핵시설 폐기와 모든 핵·미사일 프로그램 동결, 비핵화 로드맵, 미국의 상응조치로 종전선언, 평화체제 구축논의 개시, 연락사무소 개설, 경제제재 완화 등을 테이블에 올려놓고 치열한 줄다리기를 벌여왔다. 이 중에서 몇 가지가 정상회담 테이블에 올라가 ‘하노이 합의’에 담길지는 현재로선 예측불허다. 다만 미국이 협상 교착의 원인이던 핵신고 요구를 유보하는 대신 북한이 주장해온 단계적·동시적 접근법으로 선회한 점에서 본다면 ‘등가교환’에 가까운 거래가 이뤄질 것이라는 기대감도 갖게 한다.

 

관건은 역시 대북 제재 완화 여부다. 미국이 실무협상에서 비핵화 상응조치로 종전선언과 연락사무소 개설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제재 문제가 풀리지 않는다면 북한은 소극적일 수밖에 없을 것이다. 미국이 제재 완화에 대해 전향적 조치를 취하면서 북한이 통 큰 비핵화 조치를 내놓는 것이 가장 바람직한 협상결과가 될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9일 트럼프 대통령과 통화하면서 제안한 철도·도로 연결과 남북경협을 지렛대로 활용할 것을 기대한다. 문 대통령은 25일 ‘경제와 번영으로 나아가는 신한반도체제’를 언급했다. 대북 제재 완화나 해제 이후 대북 경제사업에서 주도권을 쥐고 남북 공동번영을 이루겠다는 의지를 피력한 것이다. 하노이 정상회담이 신한반도체제로 향하는 출발점이 된다면 더할 나위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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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23일 전용열차로 2차 북·미 정상회담이 열리는 베트남 하노이를 향해 출발했다고 북한 조선중앙통신이 24일 발표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25일쯤 베트남을 향해 출발할 것으로 관측된다. 공식일정은 27~28일이지만 사실상 북·미 정상회담의 막이 올랐다고 할 정도로 하노이 현지는 분위기가 달아오르고 있다. 

 

이번 회담과 관련해 앤드루 김 전 미국 중앙정보국(CIA) 코리아미션센터장은 지난 22일(현지시간) 스탠퍼드대에서 열린 공개 강연에서 김정은 위원장이 자신의 자녀가 핵 위협 속에서 살기를 원하지 않는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지난해 4월 방북한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이 김 위원장에게 ‘비핵화할 의향이 있는가’를 묻자 “나는 아버지이자 남편이다. 그리고 내게는 아이들이 있다. 나는 내 아이들이 핵을 이고 평생 살아가길 원하지 않는다”고 답했다는 것이다. 김 위원장의 비핵화 의지를 가늠할 수 있는 인상적인 발언이다. 북·미 협상의 초기 국면부터 흉금을 터놓은 진솔한 대화로 양국 간 불신을 조기에 해소하고 신뢰관계를 구축하려는 충심(衷心)이 엿보인다. 

 

22일 베트남 하노이의 한 티셔츠 업체가 북·미 두 정상의 얼굴 디자인을 티셔츠에 찍어내는 작업을 하고 있다. 하노이 _ AFP 연합뉴스

 

앤드루 김이 이번 정상회담에서 미국이 제공할 수 있는 상응조치를 경제·정치·안보 등 3개 분야에서 다양하게 거론한 것도 눈길을 끈다. 이 중에는 북한 은행의 국제거래 완화, 북한 수출입 제재 완화, 북한 경제구역 내 조인트벤처 제재 면제, 여행금지국 해제, 테러지원국 지정 철회 등이 포함돼 있다. ‘북·미 군사협력’ 등 그동안 공개되지 않은 내용도 눈에 띈다. 물론 대북 제재 해제에 대해서는 “최종적이고 완전하게 검증된 비핵화(FFVD)가 가시권에 노출됐을 때” 가능하다는 단서를 달았지만 발언의 무게중심은 상응조치에 놓여 있는 듯 보인다. 

 

앤드루 김은 지난해 북·미대화 재개와 지속 과정에 깊숙이 간여했다. 그런 그가 퇴직한 지 얼마 안돼 공개 강연에 나선 것은 미국 정부의 의중이 작용했을 것이다. 북·미 정상회담이 카운트다운에 들어간 시점에서 미국 내 뿌리 깊은 회의론을 불식시키고, 미국이 줄 수 있는 최대치를 제시하며 북한에 비핵화 조치를 독려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이틀 앞으로 다가온 2차 북·미 정상회담은 김 위원장의 자녀들을 포함한 북한의 미래세대를 위해서도 비핵화와 한반도 평화·번영의 큰 획을 긋는 만남이 돼야 한다. 260여일 만에 다시 만나는 두 정상이 흉금을 터놓는 생산적인 대화로 성과를 내기를 희망한다. 김 위원장은 구체적인 조치로 비핵화 의지를 입증하고, 트럼프 대통령도 과감한 제재 완화로 화답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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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인 투자가인 로저스홀딩스의 짐 로저스 회장이 다음달 북한을 방문한다. 정부 관계자는 경향신문의 단독 보도에 대해 “로저스 회장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초청을 받았고 미국 정부도 그의 방북을 승인했다”고 확인했다. 김 위원장이 하노이 2차 북·미 정상회담(2월27~28일) 직후 로저스를 북한으로 불러들인 것은 자신의 개방과 경제발전에 대한 의지와 함께 미국과의 관계개선에 대한 기대를 강조하기 위해서다. 로저스 회장의 방북이 대북 투자의 마중물로 이어질지 주목된다.

 

로저스 회장은 워런 버핏, 조지 소로스와 함께 세계 3대 투자가로 꼽히는 인물로, 전부터 북한 투자에 지대한 관심을 보여왔다. 지난달 KBS 프로그램에 출연해 북한을 1980년대 중국에 비교하며 “북한에 정말 투자하고 싶다”고 밝혔다. 2015년 CNN 인터뷰 때도 “전 재산을 북한에 투자하고 싶다”고 했을 만큼 수년째 대북 투자를 강조하고 있다. 실제 로저스는 지난해 12월 금강산에 골프리조트를 보유한 리조트 개발업체 아난티의 사외이사로 합류했다. 전 세계적으로 가장 유망한 투자처가 북한 관광산업이라고 본 것이다. 서방 자본의 대북 선도 투자가 임박했다고 볼 수 있다.

 

세계적인 투자가이자 로저스홀딩스의 회장인 짐 로저스 회장이 2018년 7월 2일 오전 서울 여의도 콘래드 호텔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북한이 베트남식 또는 중국식 개방을 추구하고 있다는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김 위원장이 2차 북·미 정상회담 장소로 베트남 하노이를 선택한 것은 그 현장을 보기 위함이다. 김 위원장이 로저스를 초청한 데는 대북 국제 제재를 풀어달라는 뜻도 담겨 있다. 그런 점에서 로저스의 방북은 대북 투자에 앞서 비핵화 협상의 보험이자 촉진제 성격을 갖는다. 

 

북·미 협상이 어떻게 될지 모르고, 대북 제재도 풀리지 않은 상황에서 북한에 대한 투자는 신중히 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중국의 성장 가능성을 가장 먼저 포착해 큰 수익을 거둔 로저스의 통찰을 무시해서는 안된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도 북한의 경제발전을 낙관하며 북한에 대한 민간 투자를 강조했다. 주목할 대목은 로저스가 남북한 경제발전을 하나로 본다는 점이다. 남한의 자본과 경영기술, 북한의 풍부한 천연자원과 값싸고 숙련된 노동력을 결합하면 엄청난 발전을 이룬다는 것이 북한 발전론의 핵심이다. 세계 최대 시장인 중국과 이웃하고 있다는 점도 강조한다. 국내 기업도 차근차근 북한에 대한 투자를 준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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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개성공단 가동중단 조치를 발표한 지 10일로 꼭 3년이 됐다. 2016년 이날 박근혜 정부는 북한의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에 대응해 개성공단 가동중단 조치를 발표했다. 북한은 다음날 공단 폐쇄와 남측 자산 동결, 남측 인원 추방으로 맞대응했다. 입주 기업인들이 공장건물을 뒤로한 채 망연자실한 표정으로 귀환하던 처연한 광경이 지금도 생생하다. 개성공단은 12년간 남북 경제협력의 성공 모델이자 남북 군사적 긴장완화의 결실이었다. 남과 북은 물론 국제사회도 남북 상생을 위한 모범적 사업으로 평가해왔다. 그런 개성공단의 폐쇄가 남북관계에 미친 충격은 헤아리기 어려울 정도였다. 

 

지난 3년간 박근혜 정부가 탄핵된 뒤 문재인 정부로 바뀌었고, 남북관계가 복원되면서 지난해 남북정상회담이 3차례나 열리는 변화가 있었다. 북·미 정상회담도 사상 처음으로 열리면서 한반도 정세가 대전환을 시작했다. 그럼에도 굳게 닫힌 개성공단의 문은 좀처럼 열리지 않았다. 기업인들이 시설 점검을 목적으로 방북하겠다고 정부에 7차례나 신청했지만 번번이 불허됐다.

 

이런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간 2차 북·미 정상회담이 오는 27~28일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리는 것으로 확정됐다. 한반도 평화를 위한 중대 분수령이 될 이번 회담을 위해 스티븐 비건 미국 국무부 대북특별대표가 지난 6~8일 평양을 방문해 김혁철 북한 국무위원회 대미특별대표와 실무협상을 벌였다. 정상회담 합의문에 들어갈 비핵화 이행 조치와 미국의 상응조치를 집중 조율했던 것으로 관측된다. 방북 뒤 서울로 귀환한 비건 대표는 이번 방북 협의가 “생산적이었다”고 평가하면서 김 대표와 추가로 만날 것이라고 했다.

 

이번 북·미 정상회담에서 개성공단 재가동이 미국의 상응조치 목록에 포함될지는 현재로선 예단하기 어렵다. 개성공단 폐쇄는 한국 정부의 독자조치로 시작했지만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 매듭이 추가돼 풀기가 간단치 않은 점도 있다. 하지만 개성공단 재가동은 북한만큼이나 한국 정부와 기업인들도 희망하고 있음을 미국은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 북한도 미국이 개성공단을 제재대상에서 풀어줄 명분을 제공해야 한다. 이번 북·미 정상회담에서 구체적인 비핵화 조치를 내놓는 것이 그 명분이다. 개성공단의 닫혔던 문이 활짝 열리는 날이 하루속히 오기를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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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간 2차 정상회담이 오는 27~28일 베트남에서 열린다. 트럼프 대통령은 5일(현지시간) 미 의회 국정연설을 통해 “대담하고 새로운 외교의 일환으로 한반도 평화를 향한 역사적인 노력을 지속하고 있다”며 2차 북·미 정상회담 일정을 밝혔다. 이와 동시에 서울에 와 있던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가 이날 미군기를 이용, 평양으로 직행해 카운터파트인 김혁철 국무위원회 대미특별대표와 정상회담 합의문 조율 등 실무협상에 나섰다.

 

스티븐 비건 미국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왼쪽)가 6일 오전 서울 시내의 한 호텔에서 차를 타고 나오고 있다. 비건 대표는 이날 평양에서 협상 카운터파트인 김혁철 북한 국무위원회 대미특별대표(작은 사진)와 만나 2차 북·미 정상회담을 위한 실무협상을 가졌다. 연합뉴스

 

북·미가 평양에서 실무협상을 벌이는 것은 상당히 이례적이다. 사소한 부분에서까지 신경전을 벌이던 과거와 달리 장소에 구애받지 않을 정도로 양측 간 협상이 진전되고 있다는 증거로 볼 수 있다. 앞서 비건 대표는 최근 김 위원장이 지난해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에게 플루토늄과 우라늄 농축시설 전체의 폐기를 약속했다고 공개하는 등 북한의 비핵화 의지를 인정했다. 또 미측은 완강한 ‘선비핵화’에서 비핵화와 관계 정상화의 ‘동시적·병행적’ 이행으로 태도 변화를 보였다. 이견을 보여온 비핵화 방안에 대해 양측이 접점을 찾아가고 있음을 시사한다.

 

관건은 북한의 비핵화에 상응해 미국이 취할 조치이다. 북·미 간 연락사무소 설치 이외에 개성공단·금강산관광의 재개가 포함되느냐는 것이다. 당초 개성공단 폐쇄는 한국 정부의 독자 제재로 출발한 만큼 개성공단을 국제제재 대상에서 제외할 명분은 충분하다. 미국은 개성공단·금강산관광 재개 허용으로 대북 관계 개선 의지를 보일 필요가 있다. 다자협의를 통한 한반도 평화체제 논의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평화체제는 북한이 원하는 체제 보장의 안전판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달 말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도 만난다. 북·미, 미·중 정상회담에서 평화체제 논의의 물꼬를 트고 머지않은 미래에 남·북·미·중 정상이 종전을 선언한다면 한반도를 넘어 동북아 평화에 역사적인 일이 될 것이다.

 

6일 비건 대표가 탑승한 것으로 추정되는 비행기가 오산 미군기지에서 이륙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해 1차 싱가포르 정상회담이 북한의 비핵화 및 북·미관계 개선에 대한 포괄적 합의에 초점을 맞췄다면 2차 회담의 목표는 그 실질적인 성과를 내는 것이다. 북·미 정상이 2차 회담의 일정을 1박2일간으로 잡은 것도 그런 의지의 표현이다. 두 정상은 역지사지의 태도와 담대한 결단으로 ‘한반도 비핵화 및 평화체제’의 빅딜을 반드시 성사시켜야 한다. 한국 정부도 회담의 촉진자 역할에 모든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 2차 북·미 정상회담의 성과가 김 위원장의 서울 답방, 그리고 한반도의 항구적 평화 정착으로 이어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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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다음달 말 2차 북·미 정상회담을 열기로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19일(현지시간) 김 위원장 특사 자격으로 미국을 방문한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과 전날 만난 것에 대해 “북한 측과 2시간 동안 매우 좋은 만남을 가졌다”며 “비핵화에 관한 한 많은 진전을 이뤘고 다른 많은 것들에 관해 이야기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상회담 개최지도 이미 결정했다며 곧 발표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2차 북·미 정상회담 성사를 환영한다.

 

이제 관건은 북한의 비핵화 실행조치와 그에 상응하는 조치를 미국이 어떻게 주고받느냐이다. 북한의 영변 핵시설에 대한 사찰과 폐기,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폐기 약속과 미국의 대북 제재 완화 등을 맞교환하는 문제가 남은 것이다. 양측은 김 부위원장의 방미를 통해 어느 정도 접점을 찾은 것 같다. 하지만 아직 결과를 예단하기는 이르다. 백악관은 김 부위원장의 방문 직후 “최종적이고 완전하게 검증된 비핵화(FFVD)를 볼 때까지 대북 압박과 제재를 계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북한 당국 역시 김 부위원장의 방미와 정상회담 성사 사실을 주민들에게 알리지 않고 있다. 북·미 간 이견이 남아있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18일(현지시간) 백악관 집무실에서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으로부터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친서를 전달받고 있다. 댄 스커비노 백악관 소셜미디어국장은 19일 자신의 트위터에 이 사진을 공개했다. 댄 스커비노 트위터

 

김 부위원장이 귀국길에 오른 날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와 최선희 북한 외무성 부상이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3박4일간 실무협상에 들어갔다. 2차 정상회담에서 주고받을 카드를 구체적으로 조율하는 지난한 밀고 당기기에 돌입한 것이다. 양측 모두 한발씩 양보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김정은 위원장이 그동안 여러 차례 ‘과감한 결단’을 언급한 것은 북·미 간 협상을 반드시 성사시키고 싶다는 국제사회를 향한 호소이다. 미국은 북한을 몰아붙이기만 할 게 아니라 핵을 포기시킬 실효적 방안을 찾아야 한다. 완전한 비핵화로 한꺼번에 가기는 어렵다. 일단 북한의 핵시설과 ICBM의 폐기를 둘러싼 초기 조치와 개성공단 재가동 등 부분적 제재 완화를 맞교환하는 것으로 그 여정을 출발시켜야 한다.

 

지난해 6월 싱가포르 1차 북·미 정상회담은 70년 묵은 적대관계를 청산한다는 상징성에 비중을 뒀다. 이번 2차 정상회담에서는 실질적인 비핵화 조치와 북·미관계 진전 방안이 도출돼야 한다. 한국 정부도 온 힘을 다해 양측을 중재해야 한다. 2차 북·미 정상회담이 성공적으로 마무리되고, 이것이 김 위원장의 방남으로 이어져 한반도의 항구적 평화 정착에 전환점이 만들어지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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