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20~21일 북한을 국빈방문해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정상회담을 한다. 시진핑 주석의 이번 방북은 2005년 후진타오 전 주석 방북 이후 중국 최고지도자로서는 14년 만에 처음인 데다 북·중 수교 70년을 계기로 이뤄지는 것이어서 의미가 작지 않다. 또한 김 위원장이 지난해 3월부터 지난 1월까지 4차례 방중하면서 시작된 북·중관계 복원 작업의 화룡점정(畵龍點睛)이 되는 셈이다.


지재룡 주중 북한대사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방북을 준비하기 위해 18일 서우두공항에서 평양행 고려항공 수속을 밟고 있다. 연합뉴스


주목되는 것은 방북 시점이다. 미·중 갈등이 전방위로 확대되면서 이달 말로 예정된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벌어질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 주석 간 담판에 국제사회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한편으론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 1년을 맞아 김 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 간 ‘친서외교’가 재개되면서 장기 교착 중이던 북·미 협상에 모종의 변화가 감지되던 참이다. 그런 만큼 시 주석의 방북에는 우려와 기대가 교차한다. 시 주석이 트럼프 대통령과의 회담에 앞서 북·중 결속을 과시해 미국을 압박하려는 것 아니냐는 우려, 시 주석의 방북이 북·미 협상 재개의 마중물이 될 것이라는 기대다.


트럼프 행정부의 시선에도 복잡함이 감지된다. G20에서 시 주석을 압박해 미국에 유리한 무역합의를 이끌려는 구상에 ‘방북변수’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백악관이 17일(현지시간) 시 주석의 방북에 “우리의 목표는 북한의 최종적이고 완전하게 검증된 비핵화 달성”이라는 원론적인 논평을 하는 데 그친 것도 이런 속사정 탓일 것이다. 정부는 기대감을 표시하고 있다. 청와대는 17일 방북 발표가 나온 뒤 “시 주석의 방북이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 협상의 조기 재개와 이를 통한 한반도의 항구적 평화 정착에 기여할 것”이라고 논평했다. 시 주석의 방북이 문재인 정부와 긴밀한 협의 속에서 이뤄진 것이라는 청와대 관계자들의 언급도 나온다.


18일 북한 평양의 한 상점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악수하는 모습을 담은 기념우표가 진열돼 있다. 평양 _ AFP연합뉴스


시 주석의 방북은 한반도 평화에 기여하는 것이어야 한다. 결코 미·중 패권 경쟁을 위한 지렛대로 이용돼서는 안된다. 한반도 평화프로세스가 미·중 갈등에 휩쓸려 좌초하거나 부정적 영향을 받는 일은 용납할 수 없다. 한반도 평화와 비핵화 문제만큼은 미·중이 갈등을 멈추고 협력할 것을 당부한다.


시 주석의 방북을 시작으로 28~29일 일본 오사카 G20까지 열흘간 북·중, 미·중, 한·중, 한·미가 연쇄 정상회담을 여는 등 한반도를 둘러싼 정상외교가 숨가쁘게 전개된다. 그 결과에 따라 북핵 문제와 한반도 정세의 향방이 가려질 것이다. 한동안 작동을 멈췄던 한반도 평화프로세스가 재가동하는 기회가 될 수 있도록 정부도 집중력을 발휘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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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지난 4일 강원도 원산 북방 호도반도 일대에서 북동쪽 방향으로 단거리 발사체 수발을 발사했다. 이번에 발사된 발사체는 동해상까지 약 70㎞에서 240㎞까지 비행했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5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참관 아래 대구경 장거리 방사포와 전술유도무기를 동원한 화력타격훈련을 했다고 보도했다. 국방부는 “분석결과 신형 전술유도무기를 포함해 240㎜, 300㎜ 방사포를 다수 발사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가운데 신형 전술유도무기에 대해 ‘북한판 이스칸데르’로 불리는 지대지 탄도미사일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북한은 지난해 4월20일 노동당 전원회의 결정을 통해 핵실험 및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발사 중지를 약속한 바 있다. 이를 어긴 것은 아니지만 단거리 발사체라도 탄도미사일로 판명된다면 상황은 복잡해진다. 유엔 안보리가 북한의 탄도미사일 기술을 이용한 모든 발사를 금지한 2009년 대북 제재 결의안을 위반하는 것이 되기 때문이다. 유감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이번 발사는 하노이 2차 북·미 정상회담 결렬 이후 교착 중인 한반도 정세를 흔들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협상장으로 복귀토록 하려는 북한의 대미 압박성 무력시위로 보인다. 북한의 핵·미사일 실험중단을 외교적 성과로 내세우면서도 비핵화 협상에서 빅딜(일괄타결)을 앞세워 타협하려 하지 않는 트럼프에 대한 불만의 표시로도 읽힌다. 다만 단거리 미사일 발사라는 저강도 방식을 택함으로써 협상궤도에서 완전히 이탈하지는 않을 것을 시사한 점에는 유의할 필요가 있다. 


북한이 지난 4일 동해상에서 화력타격훈련에 동원한 신형 전술유도무기가 하얀 연기를 내뿜으며 상공으로 치솟고 있는 모습을 5일 조선중앙TV가 보도했다. 연합뉴스


북한이 무력시위에 나선 까닭을 이해 못할 바는 아니다. 지난해 노동당 전원회의가 핵실험과 미사일 시험발사 중지를 결정하고 김정은 위원장이 비핵화를 공개 약속한 것은 제재 완화 등 미국의 상응조치를 염두에 둔 선제 행동이었다. 하지만 북·미 협상에서 미국은 상응조치는커녕 ‘완전한 비핵화’를 압박해왔다. 핵무력이라는 지렛대를 내려놓은 채 선의의 대화를 통해 미국과 새로운 관계수립을 꾀하려 했지만 미국이 따라주지 않는 답답한 국면이 전개되고 있는 것이다. 게다가 한·미가 연합공중훈련을 벌이는 상황에 맞서 내부결속 차원에서 대응이 필요했을 것으로 짐작된다. 북한 조국평화통일위원회는 한·미 연합공중훈련을 두고 남북관계를 ‘판문점선언 이전’으로 되돌아가게 할 수도 있는 행위라면서 “우리 군대의 대응도 불가피하게 될 수 있다”며 경고한 바 있다.


그렇다고 한반도 정세 시계를 거꾸로 되돌리려는 행위는 안된다. 북한이 수위를 높여 전략도발로 들어갈 경우 북·미 대화는 단절되고 한반도는 군사충돌의 위기상황으로 빠져들 것이다. 북·미 협상의 촉진자 역할에 매진해온 문재인 정부의 운신 폭은 좁아지게 된다. 이 모두 한반도 평화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트럼프 대통령은 4일(현지시간) “김정은이 나와의 약속을 깨고 싶어하지 않는다”며 신중한 태도를 유지했다. 청와대는 4일 북한에 군사적 긴장을 고조시키는 행위를 중단할 것을 촉구하는 데 그쳤다. 북한은 한·미 당국의 이런 자제에 부응해야 한다.


김정은 위원장은 “올해 말까지는 인내심을 갖고 미국의 용단을 기다려볼 것”이라고 했다. 그렇다면 무력시위보다 우선 남북대화에 응해 트럼프 대통령이 문재인 대통령에게 전한 대북 메시지를 확인하는 일이 순서일 것이다. 정부도 북·미 대화 복원을 위한 지혜를 모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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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제4차 남북정상회담 추진을 공식화했다. 문 대통령은 15일 청와대 수석·보좌관회의에서 “이제 남북정상회담을 본격적으로 준비하고 추진할 시점”이라며 “북한의 여건이 되는 대로 장소·형식에 구애되지 않고 남북이 마주앉아 2차례의 북·미 정상회담을 넘어서는 진전된 결실을 볼 방안에 대해 구체적이고 실질적 논의를 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했다. 문 대통령은 이미 지난 11일(현지시간) 한·미 정상회담에서 조속한 남북정상회담 추진 의지를 나타낸 바 있다. 여기에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12일 최고인민회의 시정연설에서 추가 북·미 정상회담 개최 용의와 함께 남북관계 개선의지를 밝힘에 따라 여건이 마련됐다고 본 것이다.


미국을 방문 중인 문재인 대통령이 11일 오전(현지시간) 워싱턴 백악관 영빈관에서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왼쪽에서 두번째),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왼쪽) 등 미 외교안보 정책 핵심 관계자들과 만나 대화하고 있다. 워싱턴 _ 연합뉴스


남북 정상이 협의할 의제는 한반도 비핵화의 창의적인 해법 마련, 4·27 판문점선언과 9월 평양공동선언의 이행을 포함한 남북관계 발전방안이 될 것이다. 북·미 비핵화 협상은 4월 들어 전환기를 맞이하는 분위기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비핵화 협상과 관련해 ‘스몰딜(작은 거래)’ 여지를 열어뒀는가 하면, 김정은 위원장은 “각자의 이해관계에 부합되는 건설적인 해법을 찾아야 한다”며 협상안 조정 가능성을 시사했다. 한·미 정상회담에서 파악한 트럼프 행정부의 의중을 전달하면서 북한의 구상도 확인해볼 기회다. 이에 그치지 않고 비핵화와 한반도 평화를 위한 큰 그림을 함께 그릴 필요도 있다.  


올 들어 남북관계는 소강상태를 면치 못하고 있다. 지난해 2월 평창 동계올림픽을 전후로 남북관계가 급속히 복원돼 남북정상회담이 3차례나 개최됐고, 4·27 판문점선언과 9월 평양공동선언 등 두개의 굵직한 남북합의가 만들어진 것과는 대조적이다. 한반도 정세를 좌우하는 북·미 협상이 교착상태에 빠진 것이 주요 원인이겠지만, 남북관계가 언제나 북·미관계의 영향을 받는 ‘천수답(天水畓)’ 상태여서는 곤란하다. 북은 북대로, 남은 남대로 미국의 영향을 지나치게 강하게 받고 있는 것은 아닌지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이런 측면에서 문 대통령이 이날 “어떤 어려움이 있더라도 남북공동선언을 이행하겠다는 확고한 의지를 갖고 있다”고 한 것은 주목할 만하다. 김 위원장이 시정연설에서 판문점선언과 평양공동선언을 철저히 이행함으로써 남북이 함께 미래로 나아가야 한다고 강조한 것에 화답한 의미가 있다. 말에 그쳐서는 안된다. 정상회담 추진과 병행해 남북관계를 활성화할 다양한 방안들을 마련해야 한다. 정부가 계획해온 800만달러 규모의 인도적 대북지원과 이산가족 상봉 등 민간교류도 힘있게 밀고 나갈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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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노이 회담 결렬(2월28일) 이후 미국과 남북한 간 주고받은 조치들을 보면서 불현듯 떠오른 단어는 다름 아닌 자석, 책받침, 그리고 쇳가루였다. 책받침(한국)을 가운데 두고 그 아래 자석(미국)의 움직임에 따라 책받침 위에서 대오이탈도 없이 일사불란하게 이동하는 쇳가루(북한) 말이다. 사건이 일어난 순서를 복기하다 남북이 당면한 처지에 깊이 비감했다. 


#1. 북한은 하노이 회담 결렬 1개월 즈음 상부의 지시라며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에 상주해온 인원들을 일방적으로 철수시켰다(3월22일). 미국이 협상 조건과 제재를 강화하는 움직임을 보이는데도 문재인 정부가 별다른 역할을 못하자 불만의 표시로 감행한 북한식 성동격서(聲東擊西)였다. 정부는 곧바로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주재로 국가안전보장회의 상임위를 열어 북측의 철수 조치에 강한 유감을 표하면서 복귀를 촉구했다. 


#2. 하노이 회담 결렬의 유력한 용의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3월22일(현지시간) 대북 ‘추가 제재’ 철회를 지시했다는 (나중에 밝혀진 것이지만 부정확한)트윗을 날리자 미국 행정부와 워싱턴 외교안보 주류 엘리트들은 아연실색했다. 앞서 3월21일 미국 재무부 산하 해외자산통제국(OFAC)에서 북한의 제재 회피를 도운 중국 해운회사 2곳을 독자 제재 명단에 올렸다는 소식이 들려왔던 터다. 


#3. 북한이 개성 공동연락사무소 철수 사흘 만에 업무에 복귀했다(3월25일). 북측은 이날 아침 공동연락사무소에 출근하면서 “오늘 평소대로 교대 근무차 내려왔다”고 말했다고 한다. 인력 철수와 복귀 조치 시점으로 보아 트럼프의 트윗이 영향을 미친 것이 분명했다. 


#4. 미국 블룸버그통신은 트럼프가 트윗을 통해 밝힌 ‘철회’ 대상 제재는 미국 재무부가 3월21일 발표한 2개 중국 해운회사에 대한 제재였다고 보도했다(3월26일, 현지시간). 미 국무부는 정례브리핑(3월26일)에서 철회 논란이 빚어졌던 재무부 제재가 여전히 유지되고 있음을 공식적으로 밝혔다. 트럼프가 제재 철회를 거론했을 당시 검토되던 추가 제재는 없었던 셈이다. 


#5. 스페인 고등법원은 자국 북한대사관에 침입(2월22일)한 반(反) 북한단체 ‘자유조선’ 일행이 빼낸 정보를 넘기기 위해 미 연방수사국(FBI)과 접촉했다고 밝혔다(3월26일, 현지시간). 북한은 사건 발생 후 37일 만에 처음으로 공식반응(3월31일)을 내면서 대사관 침입 사건을 ‘엄중한 테러행위’라고 규정, 미국에 책임을 물을 수 있음을 강하게 암시했다. 


#6. 북한 선전매체 ‘메아리’는 문재인 정부의 신중론을 비판하고 나섰다(4월3일). 그러면서 신중론을 “책임회피이자 미국과 보수세력의 압력에 대한 공공연한 굴복”으로 간주했다. 한·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서울과 워싱턴 간 공조가 강화될 것을 우려, ‘우리민족끼리’를 재차 강조하고 나섰다. 무기력한 ‘쇳가루’ 신세를 자책하기보다는 ‘책받침’만 탓하는 모양새로 비쳤다. 


문재인 대통령이 10일 워싱턴을 방문, 트럼프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한다. 문 대통령 취임 후 7번째 정상회담이자, 하노이 회담 결렬 후 꼬일 대로 꼬인 북·미 간 비핵화 협상의 물꼬를 다시 트려는 절박한 심정에서 결정한 방미(訪美)다. 때마침 북한 최고인민회의도 11일에 개최된다. 남북 지도자 모두 심사가 복잡하다. 특히 김정은은 내부의 반대를 무릅쓰고 비핵화 협상에 나섰지만 아직까지 이렇다 할 성과를 인민들에게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가 비핵화 전까지 제재 유지를 고수하겠다고 여러 차례 밝혔기에 중국과 러시아의 전폭적인 지원이 없는 한 김정은이 직접 느낄 비핵화 역치는 낮아지게 마련이다. 


자석이 끄는 힘을 책받침이 영리하게, 선택적으로 투과시켰어야 옳았다는 점에서 문재인 정부 역시 현재 북핵 교착상태에서 책임을 완전히 면하기는 어렵다. 한국산 책받침이 중국·러시아 합작산으로 교체될 수도 있다. 이는 한반도가 다시 냉전시대의 정글로 회귀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불길한 징후다. 집권 3년 차에 접어든 문재인 정부의 고민이 점차 깊어져가는 순간이다.


<이병철 |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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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과 미국이 하노이 정상회담 결렬 이후 보름 넘게 팽팽한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최선희 북한 외무성 부상이 지난 15일 평양에서 외신 기자회견을 열어 “미국의 강도 같은 태도 때문에 협상이 결렬됐다”며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비핵화 대화와 핵·미사일 시험 유예를 계속 유지할지에 대해 조만간 결정을 내릴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자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이 나서 “북한은 비핵화할 준비가 안돼 있다”며 미국은 더 이상 양보할 수 없다고 밝혔다. 양측 모두 협상의 문을 열어놓은 점은 다행스럽다. 그러나 자칫 한 발만 잘못 내디뎌도 협상이 벼랑으로 떨어질 수 있는 백척간두의 형국에 서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오른쪽)이 28일 오전(현지시간) 하노이 소피텔레전드메트로폴호텔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단독 정상회담 중 고개를 숙이고 있다. 두 정상의 2차 정상회담은 합의 없이 종료됐다. 하노이 _ AP연합뉴스


미국이 주장하는 일괄타결과 북한의 단계적 비핵화 및 선 제재 해제 주장의 간극은 크다. 북·미가 서로 신뢰가 부족한 데다 비핵화 개념과 방법에 대한 견해가 달라 당분간 양측이 접점을 찾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 이런 점에서 김정은 위원장의 다음 행동이 북·미 협상의 향배를 결정할 것이다. 하노이 핵담판 후 김 위원장은 미국을 향한 강경 대응 유혹을 느끼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내부 단속에 나설 필요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북한이 핵·미사일 시험 재개를 선언할 경우 그 결과는 파국적이다. 협상이 위기에 처하는 것은 물론 한반도 정세가 급속도로 악화될 게 불 보듯 뻔하다. 미국 내에서 협상 회의론이 커지면 트럼프 대통령의 선택의 폭은 좁아진다. 김 위원장은 하노이에서 트럼프에게 핵·미사일 시험을 하지 않겠다고 언명했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된다. 먼저 약속을 파기하면 정상국가 이미지도 물거품이 된다.


김 위원장은 4월 초 최고인민회의 1차 회의 즈음 북핵 협상에 대한 결심을 밝힐 것으로 예상된다. 우선 북한이 미사일·핵 실험에 나서지 못하게 미국은 상황을 관리할 필요가 있다. 폼페이오 국무장관이 밝힌 대로 북한과의 대화 재개를 다각도로 모색해야 한다. 한국 정부의 촉진자로서의 역할은 더욱 중요해졌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17일 “(북·미에 이어) 이번에는 남북 간 대화 차례가 아닌가 한다”면서 한·아세안 정상회의를 유치해 김정은 위원장을 초청하는 방안을 거론했다. 적절한 발상이다. 마침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위원회도 강한 대북 제재로 인도적 지원에 부작용이 초래되고 있다고 밝혔다. 대북 제재에서 제외되는 철도연결사업 등 가능한 일부터 풀어나가야 한다. 어떻게든 대화 모멘텀을 이어나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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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노이의 아침이 밝았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세계사를 새로 쓰고 있다. 일각의 방해와 폄훼를 뒤로하고 이 두 인물은 여기까지 왔고, 또 거대한 한 걸음을 함께 내디딜 것이다.

 

회담은 핵동결과 핵봉인 단계를 중간 목표로 삼고 있다. 이후 핵폐기와 핵신고로 모든 비핵화를 마무리하는 것이다. 이는 매우 중요한 변화다. 완전한 비핵화까지의 일정표가 윤곽을 잡아가기 때문이다. 북·미 간 관계정상화도 일정표가 있다.

 

베트남 케이스는 북한 개혁·개방의 이정표다. 베트남 경제발전의 관건은 외자 유치였다. 베트남은 1986년 도이머이를 개시했지만, 1995년 미국과 수교하고 나서야 활발한 외자 유치에 성공했고 마침내 경제발전이 본격화되었다. 이번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에서 이익대표부 설치를 합의한다면, 베트남의 경우처럼 북·미수교와 대북 제재의 전면적 해제, 그리고 활발한 국제투자로 이어질 것이다. 머지않은 미래다.

 

엊그제 문재인 대통령이 동아시아 질서의 근본적 변화와 신한반도 체제를 이야기했다. 동아시아 신질서의 주도권을 이야기했다. 3·1절에 구체화되겠지만, 한민족의 새로운 100년을 이야기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차 북·미 정상회담을 앞둔 26일 베트남 랑선성 동당역에 도착한 뒤 경호원들의 호위 속에 이동하면서 현지 관계자들에게 손을 흔들어 인사하고 있다. 동당 _ 연합뉴스

 

북·미 하노이선언 이후 필연적으로 다가올 동아시아 신질서를 또렷이 응시할 때다. 냉전체제에선 ‘소련-중국-북한’ 대 ‘미국-일본-남한’이 대립하는 질서였다. 북·미관계 정상화 후 이 질서는 비현실적이다. 동아시아의 냉전 스위치가 꺼지면, 동아시아의 낡은 질서는 해체된다. 신질서에서는 무엇보다 6자 경제공동체가 핵심이다.

 

시작은 북한 개발이다. 미국, 일본, 중국, 러시아 등 주변국 민간 기업이 모두 참여하게 될 것이다. 이미 미국의 민간은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미국은 국제부흥개발은행을 활용한 지원 방식도 추진할 것이다. 민간 기업들이 독자적으로 또는 한국 기업과 손잡고 송·배전망 개보수, 화력·태양광·풍력발전소 건설, 항만 개보수·신축 등에 참여할 수 있다. 자원개발이나 관광·레저 사업, 제조업과 IT 첨단산업에도 뛰어들 수 있다. 머잖아 철도공동체를 시작으로 6개국의 경제협력기구 창설로 이어질 것이다. 이러한 경제협력과 개발은 2차대전 직후 미국 정부가 일방적으로 지원한 마셜 플랜이 아니다. 마셜 플랜은 엄밀히 냉전 전략이었다. 앨빈 토플러의 예언이 맞다면, 동아시아는 북미권, 유럽권을 능가하는 새로운 성장지대가 될 것이다. 여기에 한민족 번영의 기회가 있다.

 

가까운 미래를 철저하게 준비해야 할 때다. 한반도 신경제를 근거로 동아시아 신경제 건설의 이니셔티브를 쥐어야 한다. 그래야 정치적인 통일이 아니어도 경제를 통해 민족을 회복할 수 있다.

 

이때 우리가 지향해야 할 민족주의는 무엇일까. 과거 저항적 민족주의가 제국주의 시대를 이겨낼 독립과 생존의 깃발이었다면, 구제국주의가 사라진 오늘날, 신자유주의 세계화 20년 이후의 민족주의는 철저한 민족이기주의, 배타적 국수주의로 왜곡되고 있다. 과연 세계는 어디로 가야 하는가.

 

한반도에선 상황이 다르다. 대한민국의 이념적 기준이던 북한 변수는 현저히 약화될 것으로 보인다. 마찬가지로 북한에서의 미국 변수도 빠르게 호전될 것이다. 다소의 혼란이 있겠으나 남북한의 ‘마음의 통일’은 한반도 신경제를 통한 민족의 회복에 의해 가능하다.

 

민족의 회복에서 한발 더 나아가면 새로운 민족이 있다. 낡은 민족주의나 왜곡된 민족주의와 달리 우리 민족은 새로운 민족주의에 가장 가까이 다가서고 있다. 동아시아 신질서가 내장해야 할 이념은, 폭력적 세계화가 아니라 호혜적 세계화여야 한다. 배타적 국수주의가 아니라 새로운 민족주의여야 한다. 새로운 민족주의는 전쟁을 반대한다. 새로운 민족주의는 개방적이고 포용적이며 인류의 공동번영을 지향한다. 한반도가 동아시아 새 역사의 주역이다.

 

<최민식 |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 정책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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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싱크탱크인 국제전략문제연구소(CSIS)가 ‘신고되지 않은 북한 : 삭간몰 미사일 운용 기지’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냈다. 북한 당국이 공식적으로 확인하지 않고 운용 중인 약 20곳의 ‘미신고(undeclared) 미사일 운용 기지’ 중 13곳을 확인했다는 내용이다.

 

CSIS는 한 민간 위성업체가 지난 3월29일 촬영한 위성사진을 근거로 들어 이같이 주장하고, 비밀 미사일 기지 중 한 곳이라며 황해북도 황주군 ‘삭간몰 기지’를 소개했다. 뉴욕타임스도 이 보고서를 인용, “위성사진은 북한이 큰 속임수를 쓰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청와대와 군당국은 “한·미 정보당국이 이미 파악하고 있던 내용”이라며 “삭간몰 등 북한의 모든 미사일 운용지역을 한·미가 면밀히 추적 감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부풀린 주장으로 북한을 비난한 보고서와 보도에 우려와 유감을 표하지 않을 수 없다.

 

[김용민의 그림마당]2018년 11월 14일 (출처:경향신문DB)

 

CSIS 보고서는 한국 당국이 즉각 부인할 만큼 오류투성이다. 문제의 삭간몰 기지는 2016년 3월 북한이 스커드 미사일을 발사한 곳으로 군당국이 이미 정밀 감시하고 있는 대상이다. 민간에서 몰랐을 뿐 새로 밝혀진 것은 아니다. 보고서는 또 민간위성의 데이터를 근거로 이곳이 단거리 미사일뿐 아니라 중거리 미사일도 운용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군사위성으로 더 자세히 관측하고 있는 당국은 이곳에서는 단거리 미사일만 운용되고 있다고 밝혔다. 더구나 단거리 미사일과 그 기지는 ‘신고’나 ‘폐기’ 대상도 아니다. 위성사진을 찍은 3월29일은 북·미 정상회담이 열리기도 전이다. 이런 정보를 바탕으로 북한이 앞에서는 비핵화 협상에 응하면서 뒤로 핵·장거리 미사일 개발을 계속하는 것처럼 주장하는 것은 과장이다. 미국과 협상하면서 왜 미사일 기지를 운용하느냐고 북한에 따지는 것도 어불성설이다. 북·미 간 신뢰가 부족한 상황에서 북한에만 무장해제하라는 주장이야말로 억지가 아닌가.

 

미국의 조야가  북한과의 협상을 앞두고 핵 신고를 압박하고 싶은 마음은 이해한다. 하지만 어떤 경우에도 정확한 사실을 바탕으로 합리적 주장을 담아야 한다. 북·미 간 협상에는 많은 변수가 도사리고 있다. 북한도 비핵화 의지를 의심받을 행동을 해서는 안되지만, 미국도 합리적 의심을 넘어서는 행동을 자제할 필요가 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직간접적으로 비핵화 의지를 밝힌 만큼 미국도 그에 걸맞게 대응해야 한다. 1차 북핵 제네바 합의가 깨어진 데는 미국의 약속 파기도 한 요인이었다. 진정 비핵화를 바란다면 기싸움보다 북한의 선제 조치에 부응하는 태도가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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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9일 정권수립 70주년(9·9절) 기념 열병식에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등장시키지 않았다고 외신들이 보도했다. 지난 2월8일 건군절 70주년 열병식에 미국 본토를 타격할 수 있는 ‘화성14형’과 ‘화성15형’ 등 ICBM이 등장한 것과 비교하면 사뭇 절제된 모습을 보인 것이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2월 열병식에서 “침략자들이 우리 존엄과 자주권 0.001㎜도 침해하지 못하게 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으나 이번엔 연설하지 않았다. 대신 연설한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이 경제적 목표를 강조했다고 외신들은 전했다. 

 

북한 정권 수립 70주년 기념 열병식 참가자들이 9일 평양 김일성광장에서 진행된 대규모 집회에서 행진하고 있다. 행렬 가운데 군용전차에 ‘경제건설에 총력을’이라는 내용의 플래카드가 붙어 있다. AFP연합뉴스

 

북한이 지난 4월20일 노동당 전원회의 결정으로 핵·경제 병진노선을 폐기하고 경제건설에 집중한다는 노선전환을 채택했던 점에 비춰보면 9·9절의 ‘조용한’ 열병식은 어느 정도 예상됐다고 할 수 있다. 이번 열병식을 통해 북한은 대내외에 약속한 노선전환을 재확인하는 동시에 남북정상회담과 북·미 정상회담으로 조성된 대화기조를 9월 이후에도 살려나가겠다는 메시지를 보낸 것으로 해석된다. 아울러 판문점선언과 북·미 정상회담에서 밝힌 ‘비핵화’ 의지를 다시 한번 표명한 것으로도 볼 수 있다. 때마침 평양 인근에 세워졌던 ICBM 조립시설이 완전히 해체됐다는 보도도 나오고 있다. 장기화되고 있는 북·미 협상 교착에도 불구하고, 과거와 달리 북한이 자제력 있는 모습을 보이고 있는 점을 긍정적으로 평가할 필요가 있다.

 

앞서 김정은 위원장은 지난 5일 방북한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등 특사단에 “트럼프 대통령의 첫 임기 내에 비핵화를 실현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바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보낸 친서에도 비핵화 의지를 재확인한 메시지가 담겼을 것으로 보인다. 중국도 9·9절 행사에 시진핑 국가주석이 직접 참석하는 대신 국가서열 3위인 리잔수 전국인민대표회의 상무위원을 보내는 등 ‘로키(low-key)’로 임했다. 중국의 대북접근 강화를 껄끄러워하는 미국을 의식해 중국 스스로가 북·미 협상의 ‘중국변수’ 가능성을 낮춘 셈이다.

 

이로써 9월 한반도 정세는 순탄한 흐름을 탈 가능성이 커졌다. 북·미가 다시 대좌할 환경이 최적화됐다고 표현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이다. 특사단 방북과 9·9절 열병식에서 드러난 북한의 대화 의지를 미국은 전향적으로 수용해 북·미 협상에 적극 나설 것을 희망한다. 양측이 비핵화 협상을 진전시킬 의지만 있다면 얼마든지 창의적인 대안이 나올 수 있다. 문재인 정부도 협상 재개를 위해 각고의 노력에 나서줄 것을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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