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자회담과 남북관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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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자회담과 남북관계

by 경향 신문 2013. 10. 3.

올해는 한반도 비핵화와 항구 평화를 위한 다국간 협의의 틀인 6자회담이 시작된 지 10년이 된다. 이를 기념해 9월18일 베이징에서 중국 외교부 주최로 국제 심포지엄이 개최됐다. 제목은 ‘회고와 전망-6자회담 10주년’이었으나 새로운 성과는 보이지 않은 채 폐회했다. 돌이켜보면 6자회담은 북한의 ‘벼랑 끝 전략’에 휘둘리며 전진과 후퇴, ‘폐점휴업’으로 치달았다.

6자회담에 대한 한국의 대응은 대북정책에 따라 크게 요동쳤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유화정책 시기와 이명박 전 대통령의 강경책 시기 별로 6자회담에 대한 대응은 상당한 차이를 보여왔다. 6자회담에 대한 한국의 대응은 남북관계의 진전과 밀접·불가분하게 연동해온 것이다.

그런데 10년간 남북관계를 돌이켜보면 결국, 남북관계는 한국 내 ‘남남대립’의 함수이고, 이를 농도짙게 반영하지 않을 수 없었다. 지역주의와 당파적인 인맥, 식민지 지배와 박정희 대통령 시대에 대한 역사적 평가, 개발주의적 성장과 경제민주화 등 한국사회의 중층적인 균열과 그를 둘러싼 격한 대립이 한국의 대북정책을 제약해온 것이다.

사회적 갈등과 대립에 관한 통계에 따르면 한국은 지역·계층·세대 등을 둘러싼 사회적 대립의 강도와 수준에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에서 터키에 다음 가는 비화해적인 사회이다.

이처럼 사회통합이 결코 원활하지 않고, 남남대립이 격렬함을 더해가는 한국에서 일관되고 중장기적인 남북관계의 긴장완화와 남북화해, 공존과 통일의 전망을 기대하는 것은 매우 곤란하다.

비화해적인 항쟁과 대립이 되풀이되면서 입법기관은 마비상태가 되고 무당파층은 점점 정치적 무관심에 경도되는, 이른바 ‘민주화 이후의 민주주의’ 문제가 가장 심각하게 현재화되고 있고, 그것이 정치적 자원과 에너지를 내향적으로 소비해버리는 결과가 되고 있다. 이런 격렬한 남남대립에 휘둘려온 한국이 6자회담에서 북한 핵포기와 한반도의 비핵화, 더 나아가 한반도의 항구적 평화와 안정의 메커니즘 구축 문제에서 이니셔티브를 발휘하는 것은 극히 곤란하다.'

 

이렇게 보는 한 6자회담의 전망은 결코 밝지 않아 보인다. 실제 일본에서는 6자회담 무용론이 뿌리 깊고, 그에 대응해 국방군 구상과 집단적자위권의 해금, 미·일동맹 강화, 더 나아가 적기지 선제공격론 등이 거론되는 상황이 됐다.

일본의 방위력 강화와 내셔널리즘 대두가 영토·역사문제와 맞물리면서 한국에서 강한 ‘일본 알레르기’가 생겨나고 있는 것도 주지하는 대로다. 한국은, 북한과 대치하면서도 다른 한편으로 일본의 변모에도 대비하지 않으면 안되게 된 것이다. 그럼에도 남남대립은 수습은커녕 오히려 심각해지고 있다. 그것이 6자회담에서 한국의 이니셔티브를 깎아 먹고 있음은 부정할 수 없다.

이 점에서 참고가 되는 것은 구서독이다. 사회민주당(SPD)과 기독교민주연합(CDU)의 2대 정당 대연립을 거친 구서독은 대동독정책에서 정권교체에 의한 변동성을 억제하고 정권교체에 관계없이 매우 일관된 대동독정책을 추진할 수 있었다.

특히 빌리 브란트 총리에 의한 ‘동방정책’은 얄타체제에 따른 유럽 분열 해소와 동서독 분단 해소를 연계시켜 구서독의 적극적인 이니셔티브를 발휘한 예로 기억에도 새롭다. 물론 식민지 지배의 역사와 내전의 상흔, 개발독재와 한반도를 둘러싼 국제환경 등 한국과 구서독을 동렬에 놓고 비교할 수는 없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도 분단국가의 적극적인 이니셔티브라는 의미에서 구서독의 경험은 시사적이다.

때마침 시리아의 화학무기를 관리하는 국제적인 협의틀이 형성되고 이란이 핵무기 개발포기 신호를 보내는 등 중동에서 다국간 협의에 의한 평화적인 문제해결의 실마리가 보이고 있는 것은 6자회담의 본격적인 재개를 향한 순풍이 될 것임에 틀림없다. 한국은, 이러한 국제환경의 호전에 따라 남북관계뿐 아니라 6자회담에 적극 대응해 이를 당사국으로서 리드해나갈 정도의 이니셔티브를 적극적으로 발휘하지 않으면 안된다. 이를 위해 ‘남남대립’을 조금이라도 해소시키는 것이 중요하다.

북한의 핵보유는 절대 용납할 수 없지만 군사적인 해결의 선택도 있을 수 없다고 하면 다시 6자회담으로 되돌아가는 것 외에 길은 없을 것이다. 그 길은 험하고 앞으로도 파란이 기다리고 있을지 모른다.

하지만 이 다국간 협의의 틀을 통해 한반도 비핵화가 달성된다면 휴전협정을 대신하는 평화협정의 체결이 가능해지고, 북·미 정상화와 북·일 정상화에 의한 납치문제 해결이 가능하게 될 것이다. 그렇게 된다면 한반도 평화 메커니즘이 구축되고 동북아시아 지역의 다국간안전협력 기구가 성립할 수도 있다.

이렇듯 국제환경이 정비되면 북한은 점진적인 민주화로 갈 것인지, 루마니아 같은 파멸의 길을 선택할 것인지의 행로가 보이게 되지 않을까. 영토·역사문제를 둘러싼 한·일 및 중·일 간의 헛된 대립이 심각해지는 것을 억제하고 새로운 평화와 안정, 협력의 틀을 만드는 데도 6자회담은 키를 쥐고 있음에 틀림없다.

 

<번역 | 서의동 도쿄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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