므완자(탄자니아)|이재국기자


병들어 가는 ‘신이 내린 선물’


‘동아프리카의 젖줄’ 빅토리아 호수가 죽어가고 있다. 1990년대 후반 이후 계속되는 수량 감소는 가속 페달만 있을 뿐 브레이크가 사라진 듯하다. 지구온난화에 따른 수온 상승, 일상화된 가뭄이 촉발한 부영양화 현상이 호수 전역을 뒤덮고 있다. 아프리카에서 가장 긴 강인 나일강(6650㎞)이 발원하는 빅토리아 호수가 거친 호흡을 내쉬며 S.O.S를 보내고 있다.





빅토리아 호수 연안의 탄자니아 어촌 카반가자 주민들이 지난해 12월4일 작열하는 태양 아래 한때 호수였던 맨땅에 다가(멸치의 일종)를 펼쳐 말리고 있다. <므완자(탄자니아)/김정환 다음블로거기자>




지난해 12월4일. 빅토리아 호수의 연안도시인 탄자니아 므완자를 찾았다. 작은 부두에서 바라본 것은 호수가 아니라 바다였다. 끝이 보이지 않았다. 호수의 연안이나 섬에 사는 원주민들이 자신들의 삶의 터전인 그곳이 바다가 아닌 호수라는 사실을 아는 데 오랜 세월이 걸렸다는 얘기가 절로 실감됐다.


빅토리아호는 아프리카 제1의 호수이자, 담수호로는 캐나다의 슈피리어호에 이어 세계 두번째로 크다. 크기가 6만9000㎢로 우리나라(9만9000㎢)를 3분의 2 이상 삼킬 수 있을 정도다. 규모만이 아니다. 우간다와 케냐, 탄자니아 등 3개국에 걸쳐있는 빅토리아 호수의 연안이나 크고 작은 섬들에 사는 사람만도 3000만명에 달하니 가히 젓줄이라 할 만했다.


“신으로부터 받은 선물입니다. 우리의 아버지이자 어머니이기도 하고요.” 탄자니아 어민연합회 회장을 맡고 있는 주베나리 마타지루이(54)에게 빅토리아 호수가 어떤 존재인지를 물었더니 들려준 답이다.


그러나 인근 섬으로 가는 작은 배를 타고 뛰어든 호수의 품은 이내 빅토리아의 ‘고통’을 증언한다. 지구온난화로 인한 증발량 급증, 강우량 감소 등으로 수위가 낮아졌음을 곳곳에서 확인할 수 있다. 수위가 높았던 시절 애용했을 부두 접안대가 녹슨 채 방치돼 있다.


어시장에서 만난 어부 주마(28)는 “과거보다 호숫물이 줄면서 어획량도 줄어들고 큰 고기가 잘 잡히지 않는다”고 근심어린 표정으로 말했다. 므완자 인근의 작은 어촌 이곰베에서도 빅토리아 호수가 쇠잔하고 있음을 곳곳에서 목도할 수 있다. 호숫물이 줄어들면서 아예 토마토 밭으로 바뀌었거나 갈대와 잡초만 무성해 과거 빅토리아 호수의 바닥이었는지를 짐작하기조차 힘들게 하는 땅이 곳곳에 드러나 있다. 큰 고기가 잡히지 않으면서 어민들의 주생계 수단이 되어버린 다가(멸치의 일종)를 널어 말리는 땅바닥도 예전엔 호수였다고 마을에서 만난 차쿠페이(26)는 전해주었다.


호수에서 강가로 유입되는 물이 크게 준 데다 비마저 잘 내리지 않자, 아예 전주민들이 다른 지역으로 집단 이주해버리는 ‘환경 난민’도 생겨났다고 한다.


빅토리아 호수를 만드는 물 가운데 82%는 거대한 호수 지역에 내리는 빗물이다. 호수 서쪽 카게라강 등 하천에서 흘러드는 물은 20%가 채 되지 않는다. 탄자니아 기상청에 따르면 1996년 이후 단 2년을 제외하고는 해마다 연간 강수량이 줄어드는 추세다. 호숫물이 줄어든 주요 원인이다. 여기에다 우간다가 전기난 등을 이유로 2000년 빅토리아 호수에서 나일강으로 흘러드는 지점에 건설한 댐을 대대적으로 확충하면서 수량 감소 현상이 한층 가속화되고 있다고 한다.


아프리카의 일상이 돼버린 가뭄과 식수 부족 사태는 빅토리아 호수를 한층 쥐어짜고 있다. 탄자니아 정부는 행정수도인 도도마 등 내륙 도시의 심각한 물 부족 사태를 해결한다는 목적으로 호수의 물을 끌어가기 위한 관로 공사를 대대적으로 벌이고있다.


빅토리아 호수의 위기는 줄어드는 수량의 문제만이 아니다. 수질 오염은 ‘빅토리아 사람들’의 생명을 위협할 정도로 심각한 상태다. 호수 주변 농경지와 공장 등에서 오염물질이 무방비 상태로 유입되는 데다 중화작용을 해야 할 강우 등의 수량이 줄어들면서 호수가 병들고 있다는 것이다. 여기에다 영국산 외래어종이자 작은 고기를 잡아먹는 나일 퍼치가 급속도로 번식하면서 초식어종 400여개가 거의 멸종, 수중 생태계의 균형이 깨진 것도 오염을 부추기고 있다. 마타지루이 어민연합회장은 “10여년 전부터 어종도 크게 줄었고, 수질 오염으로 인해 말라리아나 콜레라 등에 걸리는 어민들이 크게 늘고 있다”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빅토리아 호숫가 3개국엔 비상이 걸렸다. 3개국은 2005년 유엔 등 국제기구의 도움을 받아 ‘빅토리아호 환경관리프로젝트’를 가동하며 “죽어가고 있는 빅토리아 호수를 살리자”는 운동을 공동으로 벌이고 있다.


어획량 감소의 또 다른 주범인 수련(워터 히아신스)의 확산 역시 지구온난화와 밀접한 연관이 있다. 28도 안팎의 고온에서 잘 자라는 이 식물이 90년대 후반 이후 호수 전역에 급속도로 확산되면서 부영양화를 부추기는 등 물고기들의 생존에 극히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것이다. 빅토리아 환경관리프로젝트에 관여하고 있는 엔리샤 음브왐보 박사(52)는 “가뭄 때 수련이 번성하게 되고 이것이 호수의 산소 부족과 플랑크톤의 영양분 차단 등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전했다.


빅토리아 호수는 아프리카 대륙내 670여개의 호수들이 치르고 있는 ‘지구온난화의 전쟁’을 가장 극심하게 겪고 있다. 3440㎞에 달하는 빅토리아 연안과 수백개의 섬에서 생계를 꾸려가는 사람들에겐 빅토리아 호수는 자신들의 삶 그 자체다. 한때 세계에서 네번째로 큰 호수였지만 2015년이면 사라질지도 모를 아랄해의 비극은 그들로선 생각하기도 끔찍한 일이다. 심각한 사막화 현상을 보이며 사멸 직전에 있는 차드호의 비극 역시 예외가 아니다. 그들은 ‘신의 선물’이 ‘재앙’으로 변모해 버릴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에 떨고 있었다.

Posted by 경향 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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