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일 군사협력은 어디까지 가능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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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 국제칼럼/유신모의 외교 포커스

한·미·일 군사협력은 어디까지 가능한가

by 경향 신문 2022. 7. 15.

미·중의 전략경쟁이 가속화되고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국제사회가 분열된 모습을 보이고 있는 상황에서 미국이 추구하는 세계전략의 핵심은 동맹국들과의 연대다. ‘자유주의적 국제질서에 도전하는 현상변경 세력’인 중국과 러시아에 맞서 현재의 국제질서를 지켜내는 것은 미국과 뜻을 같이하는 모든 국가들에 혜택을 가져다줄 수 있으므로 함께 연대해야 한다는 논리다.

조 바이든 행정부 출범 이후 미국이 많은 공을 들이고 있는 한·미·일 협력은 이 같은 미국의 세계전략의 한 부분이다. 미국에 매우 우호적인 윤석열 정부가 출범한 이후 미국은 한·미·일 협력의 고삐를 바짝 죄고 있다. 윤석열 정부 출범 열흘 만에 한국을 방문한 바이든 대통령은 ‘규범에 기반한 국제질서를 강화하기 위한 한·미·일 협력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공동성명을 남겼다. 이후 한·미·일은 다양한 형태의 3국 협의를 매우 빠른 속도로 진행시켰다. 3국 정상이 한자리에서 만날 때까지 걸린 시간은 두 달이 채 되지 않는다.

미국이 원하는 한·미·일 협력은 군사·안보 분야이다. 현재 제한적으로 이뤄지고 있는 3국의 안보협력을 확대하고 제도화하려 한다. 특히 한·미·일 연합군사훈련은 미국이 오랫동안 강하게 요구해왔던 사안이다.

한·미·일 협력은 한국에 전략적으로 이득을 가져다줄 수 있는 메커니즘이지만, 만만치 않은 도전적 과제이기도 하다. 협력의 범위를 미국이 원하는 수준까지 확대하는 것이 매우 어렵기 때문이다. 한국은 한·미·일 안보협력을 말할 때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미국이 말하는 한·미·일 안보협력의 범위는 한반도와 동북아시아를 훨씬 넘어서는 것이다. 미국은 세계적 군사강국이자 아시아의 핵심 동맹국인 한국과 일본의 군사적 역량을 인도·태평양 전략, 더 나아가 세계전략에 활용하기를 원한다. 주한미군의 성격과 목표가 북한의 위협 대응에서 중국의 군사적 팽창 억제와 아시아 지역 안정을 위한 것으로 확대·이동한 것과 마찬가지로 한·미·일 군사협력도 한반도를 넘어 미국의 세계전략의 일부로 범위를 넓히겠다는 의도다. 한·미·일이 북핵 문제에 공동대응하는 것과 남중국해나 대만해협에서 미·중이 충돌할 경우 이에 군사적으로 협력 대응하는 것은 완전히 다른 문제다.

지난달 29일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정상회의를 계기로 열린 한·미·일 정상회담은 3국 협력에 대한 각각의 생각을 잘 보여준다. 바이든 대통령은 ‘3국 공통의 목표를 위한 협력’을 강조했다. 특히 바이든 대통령은 ‘3국 동맹(trilateral alliance)’이라는 표현을 써 눈길을 끌었다. 평소 말실수가 잦은 바이든 대통령임을 감안하더라도 그의 인식 속에는 이미 ‘한·미·일 군사동맹’이 자리 잡고 있음을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반면 윤석열 대통령의 발언은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 공동대응과 미국과의 동맹관계 심화에 방점이 찍혀 있다.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의 발언에는 방위력을 강화하고 국가안보전략을 바꿔 군사대국으로 나아가기 위해 3국 군사협력을 디딤돌로 삼겠다는 의도가 드러나 있다.

한·미·일 군사협력 확대를 어렵게 만드는 것은 3국의 인식 불일치만이 아니다. ‘한·일관계’라는 복잡미묘한 변수가 있다. 일본군 위안부 문제와 강제징용 피해자 배상 문제, 일본의 독도 영유권 주장 등 수십년 동안 풀지 못한 난제들을 그대로 두고 양국관계를 군사적으로 협력할 수 있는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것은 가능하지 않다.

윤석열 정부는 미국 주도로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한·미·일 협력과 보폭을 맞추기 위해 한·일관계 개선을 서두르고 있다. 강제징용 배상 문제 해결을 모색하기 위한 민관협의체를 구성한 것도 이 때문이다. 하지만 이 문제는 정교한 수순과 국내 지지를 필요로 한다. 섣부른 해결 시도는 윤석열 정부를 정치적 위기로 몰아넣을 수도 있다. 또한 발등의 불을 끈다 해도 평화헌법 개정과 군사대국화를 추진하는 일본과 군사적으로 손을 잡는 것은 다른 차원의 문제다.

한·미·일 군사협력은 시간이 필요할 뿐 아니라 분명한 한계가 있다. 미국이 원하는 수준까지 끌어올리는 것은 매우 어렵다. 미국과 보조를 맞추기 위해 무리수를 두기보다 속도조절을 하면서 미국의 기대치를 낮추는 외교적 노력을 병행하는 것이 필요해 보인다. 그렇지 않으면 미국이 원하는 효과를 얻지 못할 뿐 아니라 한·미관계와 한·일관계가 모두 어려워지는 결과를 맞을 수도 있다.



유신모 외교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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