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력평가, 누구를 위한 것인가
본문 바로가기
=====지난 칼럼=====/목수정의 파리 통신

학력평가, 누구를 위한 것인가

by 경향 신문 2013. 12. 6.

자신에 대한 타인들의 평가에 대체로 무감한 프랑스 사람들. 이번만큼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발표한 세계학력성취도(PISA) 결과에 동요하는 빛이 역력하다. 최근 몇 년간 꾸준히 하향곡선을 그려오던 프랑스 학생들의 학업성적은, 바닥을 모르며 추락해오던 올랑드의 지지율만큼이나 새로운 뉴스는 아니었다.

그러나 프랑스가 교육 불평등에서 세계 챔피언이 되었다는 소식은 모든 프랑스 언론들로 하여금 앞다투어 이 수치스러운 상황을 톱기사로 타전하게 했다. 이번 학력성취도 평가는 여전히 프랑스가 세계 최고수준의 엘리트를 배출해내는 교육에선 그 역할을 다하고 있음을 보여줬다. 하지만 사회적 하층민의 자녀가 학교교육을 통해 도약할 수 있는 기회를 갖는 것은 10년 전의 프랑스에 비해서뿐 아니라 비교대상국들 가운데서도 가장 어려운 나라가 되었다는 뼈아픈 결과를 알렸다. 이 사실은 프랑스라고 하는 공화국의 근본적인 사명 자체에 심각한 타격을 입히는 부끄러운 결과라고 프랑스 언론들은 입을 모았다.

사회당에서는 자크 시라크, 니콜라 사르코지로 이어지는 우파정권 10년간의 결과가 이렇게 나타났다고 공박하였고, 특히 재임기간 중 무려 8만여명의 교사 정원을 줄이며 무리하게 교육재정의 긴축을 시도했던 사르코지의 정책이 빚어낸 직접적인 결과라고 비난하였다. 교육사회학자 아네스 잔텐은 부르디유의 말을 인용하며 “학교는 학생들이 가진 문화적·환경적 차이에 무심한 채, 이전의 방법을 고수하고 있다고 지적하며, 교사들은 이미 열쇠를 손에 쥐고 있는 학생들이 더욱 자신의 능력을 향상시킬 수 있는 교육방법을 고수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가장 시급하게 개선되어야 할 점은 뛰어난 자질을 가진 학생들이 교사라는 직업을 택할 수 있도록 교사에 대한 사회적 보상이 높아지고, 교사들의 교육방식에 대한 지속적인 재교육이 실시되어야 한다고 그는 지적한다.

 

(경향DB)

일각에서는 자신들의 평가시스템을 전 세계의 표준모델로 만들고 있는 OECD 자체에 대한 비난의 목소리도 일었다. 10년 전 32개 국가들이 참여했던 이 학력 경쟁에 올해는 65개 국가가 참여했으며, 그들의 성공적인 로비는 점점 더 많은 국가들이 이 테스트에 매우 비싼 비용을 치르며 참여하게 하고, 심지어 일부 국가에서는 여기서 좋은 점수를 얻기 위해 참여 학생들을 임의로 조작하는 경향까지 생겨나고 있다는 사실을 지적한다.

1961년 만들어진 OECD는 50년 만에 그들의 기준을 국제사회에 강제하는데 성공했고, 그들은 우리의 삶을 평가하는 또 다른 기준들을 계속해서 만들어내 수치화, 계량화된 잣대를 통해 인류의 삶을 경쟁 구도 속으로 몰아가고 있다는 것이다. 이 학력 평가에 참여하기 위해 프랑스는 53만4000유로(약 8억원)를 지불해야 했다. 심지어 OECD가 만들어내고 있는 이러저러한 평가는 매우 짭짤한 장사이기도 하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각각의 나라는 딱히 소득도 없는 평가에 엄청난 비용을 치르며 참가하고 있는 이 기이한 현상을 르몽드는 지적하고 있다.


한국은 이번에도 어김없이 상위권의 성적을, 그러나 학생들의 학업에 대한 동기와 학교에서 행복한지를 묻는 질문에서는 최하위권에 속하는 결과를 받아들었다. 르몽드는 이런 한국의 아이들을 “세상에서 가장 불행한 학생들” 그리고 한국의 교육시스템을 “세상에서 가장 경쟁적이고 고통스러운 교육”이라 표현했다.

우리는 굳이 OECD의 평가를 통하지 않아도 우리 아이들이 시험에서 높은 성적을 거두고 있으며 동시에 지옥 같은 학교생활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그리고 그들을 그 수렁에 계속 집어넣고 있는 사람은 바로 우리 자신들이다. 그렇다면 이 반복되는 불행을 끝내는 그 첫번째 방법은 이 뻔한 평가에 굳이 참여하지 않는 것이다. 그것이 경쟁의 무거운 굴레로부터 우리 아이들을 한꺼풀 해방시켜 주는 것이 아닐까.

목수정 | 작가·파리 거주

반응형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