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통령 레이건과 트럼프는 닮은 점이 많다. 우선 역대 1, 2위 고령 대통령이다. 또 워싱턴 정치와는 거리가 먼 아웃사이더 출신이다. 특히 트럼프는 선출직 경험이 없는 첫 대통령이다. 대통령이 돼서도 옛 직업의 엔터테인먼트 능력을 활용한다는 점도 같다. 하나 더 든다면 두 사람 모두 핵전쟁 두려움에 사로잡혀왔다는 점일 게다. 레이건이 옛 소련과의 핵전쟁 공포에 시달렸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그래서 나온 게 ‘스타워스’로 불리는 전략방위구상(SDI)이다. ‘우주에 탐지와 요격을 위한 센서와 무기를 배치해 적의 미사일을 발사 후 상승단계에서 파괴한다’는 계획은 매혹적이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런데 치명적인 문제가 있다. 천문학적 비용이 들고, 기술적으로 실현불가능하다는 점이다. 레이건의 구상은 옛 소련의 붕괴로 중단됐다. 하지만 그의 후임자들은 스타워스 유혹에서 못 벗어났다. 빌 클린턴 행정부 때 시작해 8년 주기로 발표되는 핵태세점검보고서(NPR)는 그 방증이다. 이들은 우주 요격체는 삭제했지만 선제타격이나 적 공격에 대한 핵무기 보복은 결코 포기하지 않았다.


누구보다도 레이건을 닮고 싶어 한 트럼프도 예외가 아니다. 취임 두 돌을 사흘 앞둔 지난 17일 그는 ‘우주의 전장화’를 선언했다. 새 미사일방어검토보고서(MDR)를 발표하면서 트럼프는 “우리는 우주가 우주군이 이끄는 새로운 전투영역임을 인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뉴욕타임스는 “1983년 스타워스를 떠올린다”고 했다. MDR은 트럼프의 스타워스 부활 선언인 셈이다. 젊은 시절부터 핵 공포에 사로잡혀온 그는 대통령이 된 이후에도 핵 집착증을 보여왔다. 미국에서만 아니면 핵전쟁이 나도 괜찮다고까지 했다. 우주의 전장화 선언에 앞서 지난해 6월에는 우주군 창설 계획을 밝혔다. 실현되면 육·해·공군, 해병대, 해안경비대에 이은 6번째 미군이 된다. 우주군 창설과 우주의 전장화는 우주의 평화적 이용을 선언한 1967년 우주선언(OST)에 정면으로 배치된다.


트럼프의 스타워스 부활 선언은 뜬금없어 보이지만 전략적 계산이 깔려 있다고 볼 수 있다. 최근 트럼프 행정부의 대외정책 몇 가지가 달라졌다. 첫 번째가 지난해 10월 중거리핵전력(INF)협정 파기 발언이다. 1987년 미·소 정상은 우여곡절 끝에 INF 협정을 체결했다. 사거리 500∼5500㎞인 중·단거리 탄도 및 순항미사일의 생산·실험·배치의 전면 금지와 기존 무기 폐기가 핵심으로, 냉전시대의 군비경쟁을 종식시켰다는 평가를 받았다. 트럼프는 파기 이유로 러시아의 합의 위반과 중국의 위협을 들었지만 신냉전 우려를 낳았다. 두 번째는 최근 시리아 철군과 아프가니스탄 주둔군 감축, 세계 경찰 노릇 중단 선언 등 일련의 전쟁 중단 움직임이다. 이는 트럼프가 오랫동안 비판했던 역대 행정부의 ‘끝없는 전쟁’에서 벗어나 반개입주의를 실천에 옮기려는 시도로 볼 수 있다.


집권 3년차 진입을 앞두고 벌어진 이 같은 변화는 무엇을 의미할까. 이 대목에서 주목해야 할 점이 있다. 트럼프 집권 상반기를 상징하는 ‘어른들의 축’의 퇴진이다.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은 마이크 폼페이오로, 허버트 맥매스터 국가안전보좌관은 존 볼턴으로, 존 켈리 비서실장은 믹 멀베이니 대행으로 바뀌었다. 짐 매티스 국방장관도 2월 말이면 물러난다. 나이 든 어린아이에 비유되던 트럼프와 달리 이들은 끝없는 전쟁의 지지자들이다. 이들은 트럼프에게 군대 증강과 국방예산 확충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들의 퇴진은 트럼프의 홀로서기를 의미할 수 있다.


스타워스의 부활은 지난 2년간 ‘후견’ 기간을 보낸 트럼프의 고민의 결과가 아닐까. 그는 ‘전쟁은 평화’라는 조지 오웰식 현실 인식 아래 중국과 러시아를 굴복시키고 싶어 할지 모른다. 하지만 이는 그들의 군비경쟁을 부추겨 세계를 핵전쟁 위험 속으로 몰아넣을 수 있다. 트럼프는 스타워스 구상을 발표하며 “향후 예산은 우주에 기반한 미사일방어 기술에 투자할 것”이라고 밝혔다. 미 의회는 2019년 미사일방어(MD) 예산으로 103억달러를 승인했다. 트럼프의 스타워스 실행 시 그 예산은 급등할 게 뻔하다. 트럼프 집권 이후 국방예산은 그 이전보다 이미 1330억달러 (23%)나 늘었다. MD는 국방부 역사상 가장 오래 지속된 사기극이라는 말이 있다. 스타워스가 돈을 빨아들이는 블랙홀이 될 수밖에 없는 이유다. 트럼프의 일련의 전쟁 중단 움직임은 이를 위한 선제적 조치일 수 있다.


이 글이 지면에 실리는 날 새벽이면 ‘운명의날 시계’가 조정된다. 지금은 핵전쟁에 의한 지구종말을 의미하는 자정 2분 전에 멈춰 있다. 트럼프가 쏘아올린 스타워스가 운명의날 시곗바늘을 자정 쪽으로 더 다가가게 할까 우려된다.


<조찬제 국제·기획 에디터>

Posted by KHro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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