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베트어의 현재와 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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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 국제칼럼/박은경의 특파원 칼럼

티베트어의 현재와 미래

by 경향 신문 2020. 10. 21.

지난 17일 중국 시짱(西藏·티베트)자치구 르카쩌시 외곽의 한 주택단지. 티베트 전통복장을 입은 그는 서너 살쯤 된 아들과 함께 있었다. 그는 티베트어로 말했고 내가 구사할 수 있는 언어는 그와 통하지 않았기 때문에 우리는 몸짓으로 소통했다. 찍은 사진을 보내주고 싶다고 하고 연락처를 교환했다.


숙소로 돌아와 모자의 사진을 온라인으로 전송했다. 그는 그림같이 아름다운 티베트어와 함께 꽃 사진과 강아지 동영상으로 답장을 했다. 번역기를 돌려보니 고맙다는 뜻이다.


외국 기자에게 취재는 물론 여행도 쉽게 허용되지 않는 ‘금단의 지역’ 티베트를 중국 당국 초청으로 일주일간 방문했다. 4개 도시를 돌며 만난 티베트인 중 대부분의 중노년층은 티베트어로 대화했다. 중국어는 간단한 소통만 가능했다.


현지 간부들은 티베트인이어도 나이와 상관없이 중국어를 유창하게 구사했다. 이들은 대학 입학 후에야 제대로 중국어를 배웠다고 했다. 자치구 선전부 부부장인 가마단바(58)는 1980년대만 해도 중국어를 하는 티베트인들이 거의 없었고, 1990년대 들어서야 배우기 시작했다고 했다. 또 다른 30대 간부도 베이징에 있는 대학에 입학해서야 제대로 중국어를 배웠다고 했다.


지금은 유치원 때부터 중국어 교육을 받는다. 중국 당국은 2011년부터 현지 농·목축업 지역에서 취학 전 무료교육을 실시했고, 2012년부터 의무교육기간을 유치원 3년을 포함한 15년으로 늘렸다. 유치원에 들어오기 전까지 집에서 티베트어만 쓰던 아이들은 유치원에서 하루 종일 중국어를 쓴다.


산난시의 ‘선푸르 이중언어 유치원’에서 만난 아이들은 외국 기자들에게 ‘헬로’라고 인사했다. 중국어로 이것저것 물었으나 눈만 껌뻑거렸다. 30대 여성 교사는 “9월에 갓 입학한 신입생들이어서 중국어가 잘 안 통한다. 2년째부터는 중국어 소통에 전혀 문제가 없다”고 했다.


민족 통합을 위한 표준어 교육 강화는 다른 나라에서도 실시한다. 전부 나쁘다고 볼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표준어 교육과 함께 고유언어의 계승과 보호가 고려돼야 한다. 모든 민족의 언어·풍속·문화 보호는 중국도 강조하는 내용이다.


소수민족 언어에 대해 말살 정책을 펴는 게 아니냐는 비판이 나올 때마다 중국은 현지 언어로 된 방송과 신문이 있고, 각급 학교에서도 티베트어 수업을 하고 있다고 설명한다. 취재 일정에는 라싸시 두이룽더칭 중학교의 티베트어 수업 참관이 포함됐다. 학생들은 티베트어를 공부하고 있었고, 이 학교 교장은 티베트어 수업에 문화, 전통 등의 내용도 포함돼 있다고 설명했다.


그럼에도 티베트어 사용이 점점 줄고 있다는 우려는 계속되고 있다.


린즈에서 만난 한 20대 여성은 “이전 세대는 중국어를 너무 못했고, 지금 아이들은 너무 중국어만 잘하는 게 문제”라면서 “곧 티베트어가 소멸될지도 모른다”고 걱정했다.


언어는 많은 것을 내포하고 있다. 미국의 소설가 겸 시인 리타 메이 브라운은 “달이 조류에 영향을 미치듯, 언어는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힘을 발휘한다”며 “언어는 그 사람들이 어디에서 오고 어디로 가고 있는지를 말해준다”고 했다.


<베이징 | 박은경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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