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칼럼]바이든의 시간, 김정은의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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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 국제칼럼/특파원 칼럼

[특파원 칼럼]바이든의 시간, 김정은의 시간

by 경향 신문 2020. 12. 2.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패배 인정 거부로 어정쩡한 상태지만 조 바이든 대통령 당선자로의 정권 이양은 진행 중이다. 백악관과 외교안보팀, 경제팀 핵심 요직 인선이 속속 발표됐다. 세계 여느 국가 못지않게 미국 대선 결과 및 바이든 당선자의 행보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을 북한은 무반응이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브로맨스’를 나눴던 트럼프 대통령 퇴장은 북한에 새로운 도전이다.

 

바이든 당선자와 그의 참모들이 품고 있는 북한에 대한 접근법은 비교적 소상히 알려진 상태다. 트럼프 대통령 집권기에 ‘북한 이슈’가 워낙 큰 현안이었기에 입장을 밝힐 기회가 많았다. 일단 바이든 당선자는 트럼프 대통령의 ‘톱다운’ 대북 외교에 비판적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김 위원장과의 회담을 통해 정권의 정통성 부여 등 북한이 원하는 모든 것을 줬지만 미국이 얻은 것은 적다고 비판했다. 다만 김 위원장과 만날 의향을 묻는 질문에는 “그가 핵능력을 축소시킨다면”이라는 조건을 달아 정상회담 가능성을 열어뒀다.

 

토니 블링컨과 제이크 설리번이 각각 차기 정부 국무장관과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으로 지명된 이후 많은 조명을 받은 과거 강연, 대담, 기고를 통해 그들의 생각을 구체적으로 엿볼 수 있다. 대화와 협상을 통한 북핵 문제 해결, 일괄타결보다는 단계적·점진적 접근, 북한이 협상 테이블로 나오도록 하기 위한 지속적인 압박 등으로 요약된다.

 

특히 블링컨과 설리번이 버락 오바마 행정부 시절 그들이 관여한 ‘이란핵합의’(포괄적공동행동계획·JCPOA)를 북핵 문제 해법으로 수차례 제시한 사실이 주목을 받았다. 이란핵합의는 모든 핵 프로그램 공개 및 동결을 시발점으로 이란이 핵활동과 핵능력을 억제하면, 그에 상응해 제재 해제 등을 제공하는 방식이다. 다만 이란과 북한의 핵능력 차이가 크기 때문에 북한에 적용하려면 훨씬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

 

문제는 시간차다. 바이든 당선자가 트럼프 행정부 정책을 점검하고 새로운 정책 구상을 내놓으려면 최소한의 시간이 필요하다. 더구나 내년 1월20일 출범하는 바이든 행정부가 당장 북핵 문제를 국정 최우선 과제로 추진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 코로나19 통제 및 경제 회복이라는 국내 문제를 풀기에도 바쁠 바이든 당선자의 머릿속에 북한 이슈가 비집고 들어갈 공간이 넓지 않다는 게 워싱턴의 일반적인 관측이다. 외교적으로도 내년 2월5일 종료되는 신전략무기감축협정(뉴스타트) 연장, 이란핵합의 및 파리기후변화협약 복귀, 아프가니스탄·이라크 주둔 미군 철수 완급 조절 등 다른 현안이 산적했다.

 

북한이 기다릴 것인가가 관건이다. 북한이 과거 미국 정권 교체기 또는 새 행정부 초기에 종종 그랬던 것처럼 도발을 감행하면 어려운 고비가 조성된다. 북한의 도발은 바이든 행정부의 정책 우선순위에서 북한 이슈를 위로 끌어올리는 효과는 거두겠지만 미국 내 여론 악화와 추가 제재가 불가피하다. 북한이 이에 반발하면 악순환에 빠진다. 진지한 협상이 시작되기도 전에 ‘바이든의 시간표’와 ‘김정은의 시간표’가 크게 어긋나지 않도록 하는 것이 급선무다. 한국이 짊어져야 할 임무다. 임기 후반이라는 시간표를 손에 든 문재인 정부의 어깨가 더욱 무거워졌다.

 

워싱턴 | 김재중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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