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칼럼] 북한을 버릴 수 없는 중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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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칼럼] 북한을 버릴 수 없는 중국

by 경향 신문 2016. 1. 12.

북·중관계는 ‘혈맹’이란 말로 곧잘 표현되지만 양국 간 갈등의 뿌리는 꽤 깊다. 1992년 7월15일 첸치천(錢其琛) 당시 중국 외교부장이 평양에 도착, 헬리콥터를 타고 평안남도 연풍호수로 향했다. 김일성 주석 별장에 도착한 첸치천은 자신을 기다리던 김 주석에게 “개혁·개방의 필요에 따라 중국은 이미 한국과의 수교를 결정했다”고 통보했다. 그러면서도 “중국은 변함없이 조선(북한)과의 우호관계를 귀하게 여길 것이며 조선의 사회주의 건설을 지지한다”고 위로했다. 김 주석은 “중국이 그렇게 결정했다면 그렇게 해도 좋다”며 “조선은 여전히 사회주의를 고수하고 어려움이 생기면 스스로 극복할 것”이라고 말했다.

당시 첸치천 통역으로 동행했던 장팅옌(張庭延) 초대 주한 중국대사는 2012년 한·중 수교 50주년을 맞아 중국 관영 매체 인민화보와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회고했다. 장팅옌은 “김일성 주석과의 회견에 수차례 참석했지만 이렇게 시간이 짧고, 이렇게 말을 적게 하는 것은 처음 봤다”고 말했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유훈으로 “중국을 믿지 말라”는 말을 남겼다.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가 선대만큼 자신을 예우해주지 않는 중국에 갖고 있는 섭섭함은 예상외로 깊다는 말도 나온다. 시진핑(習近平) 주석은 2013년 3월 주석에 오른 뒤 37개국을 방문했지만 북한은 여기에 포함돼 있지 않다. 이런 흐름을 감안하면 ‘풀만 먹더라도 핵을 갖겠다’는 북한을 중국이 다룬다는 것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어려운 일일 수 있다.


북한이 지난 6일 '수소탄 실험'을 단행한 이후 곳곳에서 '핵보유국'임을 부각하면서 이를 내부결속을 다지는 동시에 경제발전을 위한 추동력으로 활용하기 위한 군중대회가 연일 개최되고 있다._연합뉴스


중국이 원유 공급을 중단하면 북한이 견디다 못해 핵개발을 포기할 수 있다는 말들을 많이 한다. 중국은 동북부 다칭(大慶)유전에서 단둥(丹東)을 거쳐 북한으로 원유를 공급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중국이 원유 공급 외에 군수물자 송출과 접경무역 등을 통해 북한을 지원하는 것은 북한이 혈맹이어서가 아니라 자국의 이익 때문이다. 이를 중단할 경우 발생할지 모르는 북한의 혼란은 누가 책임질 것인지 중국은 주변국들에 묻고 있다. 중국이 겉으로는 한반도의 자주적 통일을 지지한다고 밝히고 있다. 그러나 남북을 분할 관리하는 것이 중국에는 최상의 시나리오다. 미국과 동맹국인 한국이 북한을 흡수하는 일방적 통일은 중국이 가장 경계하는 상황이다.

중국 법가 사상가 한비자는 “사람들은 끊임없이 적들에 대항할 준비를 하지만 진정한 재난은 친구로 여기는 쪽에서 온다”고 했다. 중국 지도자들은 북한을 보며 한비자 말을 떠올리고 있을지도 모른다. 중국이 한국과 수교했던 것처럼 급선회할 가능성도 배제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가능성은 낮다고 보는 게 현실적이지 않을까.

중국에 북한을 버리라고 요구하는 목소리를 들을 때마다 공허하고 비현실적이란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중국은 북한을 어르고 달래면서 관계를 지속할 것이다. 한국과는 자유무역협정(FTA)을 통해 경제적 유대를 강화하려 할 것이다.

남과 북이 대립하면서 각각 중국으로 빨려 들어가는 미래가 바람직한 모습일까. 남북관계가 좋아야 중국에 대한 우리 발언권이 강해질 수 있다. 우리가 북핵 문제를 다루면서 한반도와 한민족의 장기적인 미래를 얼마나 염두에 두고 접근 중인지 궁금하다.


베이징 오관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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