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칼럼]전략 없는 ‘냉온탕 대중외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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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칼럼]전략 없는 ‘냉온탕 대중외교’

by 경향 신문 2016. 2. 2.
이명박 정부 시절 한·중관계는 전반적으로 냉각기였다. 대미 편중외교로 중국이 많이 섭섭해했다. 천안함 사태와 북한의 연평도 포격사건을 거치면서 대응방향을 두고 1992년 수교 후 최악의 상황까지 갔다.

한국의 차기 정부에서 한·중관계가 달라질 수도 있겠다 싶은 조짐은 2012년 8월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한·중수교 50주년 기념 리셉션에서 나타났다. 시진핑(習近平) 당시 부주석이 전격적으로 참석한 것이다. 미래의 중국 최고지도자가 참석하자 북한을 의식하지 않고 한국과 가까워지겠다는 신호를 보낸 것으로 해석됐다. 행사에 참석했던 한국 기자들의 취재는 허용되지 않았지만 그가 보여준 온화한 미소는 꽤 인상적이었다.

2012년 11월 18차 공산당대회에서 그는 최고지도자 자리에 올랐고, 박근혜 대통령은 2012년 12월 18대 대선에서 당선됐다. 양국 간 관계는 이후 비약적으로 발전했다. 두 사람의 개인적 친분에, 부친의 후광을 입은 닮은꼴 정치인이란 점도 작용했다. 박 대통령은 2013년 6월 중국을 방문했고, 시 주석도 2014년 7월 한국을 찾았다. 중국에서 당 총서기에 오른 후 북한보다 한국을 먼저 찾은 것은 그가 처음이었다. 지난해 9월에는 박 대통령이 중국의 2차대전 승전 70주년 기념 열병식에 참석하면서 한·중 밀월은 최고조에 달했다. 북·중관계는 대조적이었다. 김정일 국방위원장 사망 후 중국은 김정은 영도를 즉각 인정하며 대를 잇는 북·중 친선을 과시했지만 2013년 초의 3차 핵실험은 시 주석의 분노를 불렀다. 그가 북한을 버릴 수밖에 없을 것이란 전망이 한국에서 점차 힘을 얻었고 북·중관계는 사상 최악의 국면을 맞이했다.

대북 제제 방안 논의를 위해 존 케리 미국 국무장관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만나고 있다_AP연합뉴스


여기까지가 지난달 북한의 4차 핵실험 전 약 4년 동안 나타났던 한·중, 북·중 관계의 겉그림이다. 하지만 지난달 6일 북한의 4차 핵실험 후 중국이 대북 제재에 소극적인 모습을 보이자 한국에서는 “믿는 도끼에 발등 찍혔다”며 배신감을 토로하는 분위기가 팽배하다. 중국 눈치 보지 말고 미국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를 배치하자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냉탕과 온탕을 오가는 중국에 대한 인식은 우리에게도 책임이 있다. 우리가 ‘사상 최고’ ‘아름다운 우정, 행복한 동행’이라고 한·중관계를 평가하면서도 변하지 않는 중국의 모습을 애써 외면했기 때문이다. 외교적 성과를 부각시켜 내치의 어려움을 상쇄하려는 의도가 작용했든, 북한을 붕괴시키려는 수단으로만 중국 카드를 생각했든 여러 이유가 있을 것이다.

시 주석은 부주석 신분이던 2010년 10월 이른바 ‘항미원조(抗美援朝) 전쟁’ 발언을 했다. 중국군 6·25참전 60주년 기념행사에서 “평화를 지키고 침략에 반대한 정의로운 전쟁”이라고 말한 것이다. 이명박 정부가 거세게 반발했지만 중국 외교부는 “중국 정부를 대표한 정론(定論)”이라고 규정했다. 사실 북·중이 냉각기였다고 해도 중국은 한반도 외교에서 한국 쏠림을 경계하고 남북한 사이에 균형을 유지하려 물밑에서 꾸준한 노력을 기울여 왔다. 우리가 한번쯤은 중국의 속내를 진지하게 탐색하고 한·중 밀월의 거품을 빼려는 노력이 필요했다. 중국이 북한과 무조건적 혈맹관계에서 벗어나 국가의 이익을 중시하는 정상적인 국가 대 국가의 관계로 변하기 시작한 것은 오래전이다.

중국이 북한에 갖고 있는 최대의 목표는 안정이며 북한의 불확실성을 관리하기 위한 최소한의 장치가 북한과의 관계유지다. 우리가 중국에 서운한 마음에, 중국을 압박하려는 미국의 의도에 말려 사드 배치를 수용한다면 한·중관계는 다시 큰 어려움에 봉착하게 된다. 중국 산둥(山東)성 웨이하이(威海)에서 닭이 울면 인천까지 들린다는 말이 있다. 두 나라는 대대손손 부대끼며 살아야 할 나라다. 욕속부달(欲速不達·일을 빨리 하려고 하면 도리어 이루지 못함)을 마음에 새기는 게 필요한 시점이다.


베이징 오관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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