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칼럼]일본이 7년간 해야 할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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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칼럼=====/서의동 특파원의 도쿄리포트

[특파원칼럼]일본이 7년간 해야 할 일

by 경향 신문 2013. 9. 11.

도쿄가 2020년 하계올림픽 개최지로 결정돼 일본 열도가 열광에 빠져있던 9일 오후, 후쿠시마 제1원전 사고 고발단 대리인인 가와이 히로유키(河合弘之) 변호사는 도쿄지검으로부터 걸려온 전화를 받고 분노했다. “치사하지 않나. 도쿄올림픽 유치의 축제 분위기를 틈 타 불기소 결과를 발표하다니….”(도쿄신문 9월11일자 보도)


2011년 3월 원전 사고와 관련해 업무상과실치사상 혐의 등으로 고발된 간 나오토 전 총리와 가쓰마타 쓰네히사 전 도쿄전력 회장 등에 대해 검찰은 이날 불기소 처분을 결정했다. 10여m 높이의 쓰나미가 닥쳐올 것으로 예상하기 어려웠고, 안전대책에서도 형사책임을 질 정도의 과실은 없었다는 이유였다. 검찰은 방사선량이 높다는 이유로 현장조사를 생략했으며, 도쿄전력 관계자들에 대한 가택수색도 실시하지 않아 부실수사라는 비판을 받았다. 국회 사고조사위원회가 “도쿄전력과 규제당국이 안전대책을 의도적으로 미뤘다”며 인재(人災)라고 결론지었지만 검찰은 외면했다. 인류사적 환경재앙인 후쿠시마 원전사고는 결국 아무도 책임을 지지 않게 됐다. 


일본 경제산업상(오른쪽) 후쿠시마 제1원전 방문



검찰의 뜻대로 불기소 소식은 ‘도쿄올림픽 유치확정’ 환영 분위기에 묻혀버렸다. 일본인들은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총회에서 아나운서 다키가와 크리스텔(瀧川クリステル)과 장애인 육상선수 사토 마미(佐藤眞海)의 발랄하면서도 심금을 울리는 프레젠테이션 장면에 열광했다. 다키가와가 프레젠테이션에서 유창한 프랑스어를 구사하며 ‘손님을 극진히 모신다’는 일본어 오모테나시(おもてなし)를 독특한 손짓으로 표현한 장면이 TV에 반복해 등장하며 일본인들의 시선을 빼앗았다. 


물론 일본인들의 감정을 이해 못할 것은 아니다. 1990년대 초 거품경제가 붕괴한 지 20년이 되도록 일본에는 온국민이 박수치며 기뻐할 만한 일이 없었기 때문이다. 이 ‘잃어버린 20년’간 1995년 고베(神戶)대지진과 2011년 동일본대지진으로 수 만명이 목숨을 잃었고, 장기불황 속에 ‘전국민 중산층’ 사회가 격차사회로 퇴행했다. 국가부채는 국내총생산(GDP)의 2배가 됐고, 65세 이상 인구가 3000만명을 넘는 초고령화 사회는 활력을 잃었다. 후쿠시마 사고원전에서 대량의 오염수가 유출되는 심각한 상황이 벌어지고 있지만 근본 해결책은 보이지 않는다. 


타자의 시선에 민감한 일본인들은 국제사회가 ‘이런 일본’을 올림픽 개최지로 선택해준 것에 감격했을 것이다. 올림픽이 일본 사회 전반에 스며든 무력감을 털어내고 자신감을 되찾는 기회가 될 것이라는 기대감도 느껴진다. 무력감이 우경화의 자양분이 되는 일본의 현실을 감안하면 나쁠 이유가 없다. 


일본 도쿄에서 열린 2020 도쿄 올림픽 유치기원 행사


올림픽 개최라는 기회를 살려 일본에 몇가지 주문을 하고 싶다. 우선 후쿠시마 원전사고의 수습에 최선을 다해주길 기대한다. 국제사회의 불신을 사고 있는 도쿄전력을 대신해 정부가 사고수습과 오염수 대책에 매진해야 한다. 아베 총리가 IOC 총회를 앞두고 내놓은 대책도 그리 미덥지 않고, 원전사고에 아무에게도 책임을 묻지 않는 풍토에서 기대하기 쉽진 않지만. 


도쿄 코리안타운 일대에서 벌어지는 반한시위의 행렬도 이제 그만 멈춰야 한다. 평화의 제전인 올림픽 개최지에서 인종차별 발언이 횡행하는 광경은 볼썽사납다. 한국, 중국과의 갈등에도 올림픽 개최국다운 태도로 근본적인 해법을 내놓을 필요가 있다. ‘냄새 나는 곳에 뚜껑을 덮어둔’ 채 손님들을 극진히 맞이할 수는 없는 노릇 아닌가. 7년은 그리 긴 시간이 아니다.


서의동 도쿄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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