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칼럼]미국의 ‘선거용’ 중국 때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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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칼럼]미국의 ‘선거용’ 중국 때리기

by 경향 신문 2012. 10. 17.

오관철 베이징 특파원


 

미국의 애플과 중국의 화웨이(華爲). 세계적으로 스마트폰을 만들 수 있는 몇 안되는 회사들이다. 애플과 비교하긴 아직 무리지만 화웨이에 대해서는 베이징에 있는 국내 기업인들 중에도 탐난다고 말하는 사람이 많다. 그만큼 기술력을 인정받고 있다. 미국 시장에서 화웨이의 성장은 폭발적이다. 지난해 매출은 13억달러(약 1조4000억원)로 전년(7억6500만달러)보다 배 가까이 늘었다. 이런 화웨이가 얼마 전 미국 하원 정보위원회로부터 미국의 안보를 위협하는 기업으로 낙인찍혔다. 악성 소프트웨어가 심어진 통신장비를 이용해 미국의 안보시스템을 마비시킬 수 있다는 게 이유다. 중국 정부의 지시를 받는 스파이 기업일 수 있으니 미국 정부와 기업들은 화웨이와 거래를 하지 말라는 게 미 의회의 요구다. 캐나다, 호주 등 미국과 가까운 국가들도 동조하고 있어 파급력은 만만치 않다.


(경향신문DB)


 중국인들의 아이폰 사랑은 유별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애플의 대표적 하청업체인 폭스콘이 중국 노동자들의 무덤이라는 점도 국제적으로 인정받는 사실이다. 선전, 청두 등 팍스콘 중국 공장에서 2010년 이후 10여명의 근로자들이 투신자살했다. 겉으로는 폭스콘의 군대식 경영이 주범이나 배후에는 하청업체를 통해 이익을 쥐어짜내는 애플이 있다. 랑셴핑(郞咸平) 홍콩 중문대 석좌교수는 “애플은 미국인의 위선을 보여주는 상징이자, 꽃 같은 젊은이가 스스로 목숨을 끊게 만든 원흉이라고 볼 수 있다”면서 “폭스콘은 그저 그들의 하수인에 불과했다”고 비난한다. 폭스콘의 중국 내 옌타이 공장은 지난달부터 실습생이라는 명목으로 16세 미만 청소년을 고용한 것으로 확인됐다. 미국 정치권이 이런 애플에 얼마나 진지하게 인간중시 경영을 요구했는지는 의문이다. 화웨이는 미국 내에서 단지 1700명을 고용하고 있으니 미국은 화웨이쯤은 없어도 되고, 폭스콘은 중국에서 100만명을 고용하고 있으니 중국은 애플에 변변한 항의조차 못하는 것일까?


중국 언론들은 미국 의회가 화웨이란 기업이 중국이란 국가, 공산당의 영향력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고 주장하지만 세상에 정부로부터 자유로운 기업이 어디 있느냐고 반문한다. 중국에서 영업하는 보잉이나 모토로라는 미국 정부와 관계가 없느냐고 따지고 있다. 화웨이의 기업 경영이 좀 더 투명해야 하나, 미국 의회가 스파이 혐의까지 적용하는 건 아무래도 중국 때리기란 의구심을 지우기 힘들다.


사실 미국에서 주요 선거가 있을 때마다 중국 때리기는 관행적으로 이뤄져 왔다. 하지만 공화당 대선 후보인 미트 롬니를 중심으로 한 미국 정치권의 중국 때리기는 양국 수교 이래 가장 심각한 수준이다. 롬니는 당선되면 중국을 환율 조작국으로 지정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중국 정부의 불공정 보조금과 미국 기술 도용, 전산망 해킹까지 거론하면서 중국을 압박하고 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 역시 강도가 약하긴 하나 중국의 불공정 무역행위를 비판해 왔다. 환구시보(環球時報)는 오는 22일 예정된 미국 대선의 마지막 3차 토론회에서는 ‘중국의 굴기와 내일의 세계’가 가장 중요한 대외정책의 화두가 될 것으로 전망하기도 했다.


미국의 중국 때리기 이면에 감춰진 사실은 미국의 쇠락이다. 지도자들이 나라를 잘못 경영한 책임을 중국에 떠넘겨서는 곤란하다. 한때 유행하던 황화론(黃禍論·황색 인종이 서양 문명을 압도한다는 백색 인종의 공포심)이 다시 도지는 것 같기도 하다. 이대로 가면 한국과 일본 때리기로 이어지지 말란 법도 없다. 불현듯 한국의 대선 때마다 나타나는 북한 때리기가 오버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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