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속가능 사회 꿈꾸는 EU
본문 바로가기
경향 국제칼럼

지속가능 사회 꿈꾸는 EU

by 경향 신문 2022. 7. 20.

지난 7월6일 원자력과 천연가스를 녹색에너지로 분류하는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의 그린 택소노미 법안이 유럽연합 의회를 통과했다. 이번 그린 택소노미 법안 통과는 원자력 에너지를 포함한 한국형 녹색분류체계(K택소노미) 개정을 공약으로 내건 현 정부의 선택에도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그동안 유럽연합의 그린 택소노미는 원전산업 강국인 우리나라의 이해관계와 맞물려 언론과 산업계 모두의 관심을 끌었다. 하지만 유럽연합이 그린 택소노미와 더불어 추진 중인 소셜 택소노미는 크게 조명받지 못했다.

유럽연합의 소셜 택소노미는 2021년 유럽연합 집행위원회의 지속가능금융 플랫폼에서 초안을 발표한 이후 올 2월 최종 보고서를 발간해 그 내용이 구체화되었다. 소셜 택소노미는 환경 영역에 집중되어 있는 기존의 그린 택소노미와는 다르게 사회적으로 지속 가능한 경제활동과 목표를 분류해 해당 방향으로 투자를 유도하고 증진하기 위한 취지로 만들어졌다. 플랫폼이 발표한 최종 보고서에 따르면, 소셜 택소노미는 사회 속 이해관계자(노동자, 소비자, 지역사회)를 고려한 ‘양질의 일자리 제공’, ‘최종 소비자에게 적절한 생활 수준 및 복지 제공’, ‘포용적이고 지속 가능한 지역사회 조성’ 등 세 개의 사회 목표로 구성된다. 


양질의 일자리 제공은 유럽연합 권역뿐 아니라 유럽 시장에 영향을 줄 수 있는 공급사슬 내 노동자에게도 해당되어 기업의 일자리 질 향상을 위한 광범위한 노력을 요구하고 있다. 소비자의 적절한 생활 수준 및 복지 제공은 기업이 제공하는 상품과 서비스가 삶의 기준을 얼마나 향상시켰는지에 중점을 둔다. 포용적이고 지속 가능한 지역사회 조성의 경우, 기업과 이해관계자가 지역사회 내 차별금지 및 기본 경제활동 인프라 개선 등에 어떠한 도움을 주었는지 살펴보는 목표를 갖고 있다. 소셜 택소노미 보고서는 세 가지 사회 목표하에 세부 달성 방향까지 제안했는데 이는 기업의 겉핥기식 사회공헌 활동, 즉 소셜 워싱(Social washing)을 방지하겠다는 목적을 분명히 보여준다.

한편 소셜 택소노미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도 존재한다. 과학을 기반으로 한 그린 택소노미의 환경 목표에 비해 인권에 대한 관심을 바탕으로 형성된 소셜 택소노미의 사회 목표가 가진 모호성, 목표 측정을 위한 계량화의 어려움, 회원국별 제도적 성숙도 차이가 소셜 택소노미 도입에 장벽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밖에도 소셜 택소노미가 참고한 기존의 규범적 근거인 유엔의 지속가능발전목표, 국제노동기구(ILO)의 노동자 기본권 선언,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다국적기업 가이드라인 등이 이미 자리 잡고 있는 상황에서 소셜 택소노미의 입법화가 유럽연합 내 기업들에 이중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환경 목표에서 사회 목표로의 확장을 통해 지속 가능 사회로의 전환을 꿈꾸는 유럽연합의 소셜 택소노미는 K택소노미를 중심으로 환경 영역에만 집중하고 있는 한국의 분류체계 정책에 시사하는 바가 있다. 특히 국내외에서 환경, 사회, 지배구조(ESG) 경영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우리나라에서도 환경뿐 아니라 사회 영역 내 지속 가능한 발전을 위한 목표와 방향 설정이 필요한 시점이다.


송지원 영국 에든버러대 교수



[국제칼럼]최신 글 더 보기

반응형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