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웨이신·웨이보 같은 중국 소셜미디어에는 체리 한 개를 든 사진이 심심치 않게 올라온다. 체리에는 가격표가 붙어 있다. 한 개 가격은 2위안 정도. 300원이 넘는다. 사진에는 ‘나는 언제쯤 체리 자유(車厘子自由)를 누릴 수 있냐’는 한탄의 글이 함께 있다.


저렴하고 다양한 과일을 먹을 수 있는 중국에서도 체리는 선뜻 사기 힘든 과일이다. 500g당 80위안 정도로 다른 과일에 비해 3배 수준이다. 중국산에 비해 당도가 높은 외국산은 비싸도 인기가 높다. 체리가 자유의 상징으로 주목받기 시작한 것은 올 초 ‘26세, 월급 1만위안, 그래도 체리는 못 먹는다’는 글이 화제가 되면서다. 대학원 졸업 후 베이징의 금융회사에서 일하는 26세 여성. 겉으론 대도시의 멋진 커리어우먼이지만 실제론 체리도 마음껏 먹지 못할 정도로 생활 스트레스가 심하다는 내용이다. 체리 자유에 공감하는 젊은이들이 폭발적인 반응을 보였다. 물론 체리보다 더 비싼 과일도 있다. 그러나 지금 중국에서 체리는 열심히 돈을 벌어도 마음껏 사 먹을 수 없는 ‘화중지병’의 대명사가 됐다.


현재는 체리가 그렇지만 60년 전 중국에선 망고가 일반인들이 쉽게 접할 수 없는 과일이었다. 1968년 파키스탄 대표단은 중국에 오면서 마오쩌둥 주석에게 망고를 선물했다. 과일에 관심이 없던 마오쩌둥은 ‘수도 노동자 마오쩌둥 사상 선전대’에 망고를 선물했다. 지금은 하이난, 대만산 망고를 전국에서 쉽게 볼 수 있지만 당시만 해도 망고를 본 사람이 얼마 없었다. 게다가 마오 주석이 내린 것이니 그야말로 신성한 과일이었다. 중국 전체를 혼란으로 밀어넣은 문화대혁명의 광풍이 시작된 이듬해였으니 더했다. 처음 망고를 받은 단체는 칭화대학교 사상 선전대였다. 마오 주석이 내린 신성한 물건을 손댈 수 없다며 먹지 않고 전시했다. 베이징 방직 공장에서는 노동자들이 망고에 절하며 경의를 표했다. 마오 주석의 성물에 대한 소문은 금세 퍼졌다. 그러나 망고는 고작 열댓 개에 불과했다. 수요를 감당할 수 없자 결국 플라스틱으로 가짜 망고를 만들었다. 이 플라스틱 망고는 광저우까지 갔다. ‘마오 주석님 만수무강하십시오’라는 글이 적힌 유리 상자에 담긴 플라스틱 망고가 광저우공항에 도착하자 수백명의 노동자들이 북을 치며 환영했다고 한다. 문화대혁명 시대에는 망고도 성물로 변할 수 있었다. 


문화대혁명은 수십 년 전 끝났다. 중국은 세계 2위의 경제 대국으로 성장했다. 중국 젊은이들은 그만큼 자유로워졌을까. 체리 자유는 당초 글을 쓴 여성이 언급한 15단계 자유 중 6단계에 불과하다. 매운맛 불량식품 라티아오 자유를 1단계로 시작해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 회원 가입, 스타벅스에 이어 여섯 번째다. 상위권에는 여행, 연애, 내 집 마련의 자유가 자리하고 있다. 여러 상황으로 인해 연애, 주택 구입 등 많은 것을 포기해야 한다는 점에서 한국의 N포세대와도 통한다. 높은 경쟁률을 뚫고 취업을 했지만 월급이 물가에 크게 미치지 못한다. 한 푼도 쓰지 않고 모아도 베이징, 상하이 등 대도시에 집을 사려면 수십 년이 걸린다. 기약 없는 경쟁에 내몰린 젊은 세대들이 체리에 빗대 자조하고 있다. 일부에서는 젊은이들의 소비 과시 행태가 체리 자유라는 말로 드러난 것이라고 비판한다. 


중국 정보통신기술(ICT) 기업과 스타트업에는 ‘996 근무제’가 일반적이다. 오전 9시에 출근해 오후 9시에 퇴근하고 일주일에 6일 근무하는 것을 뜻한다. 최근 경기 둔화로 중국 기업체들이 신규 채용을 줄이는 등 인력 감축에 나서면서 996 근무가 일상이 되고 있다. 삶의 질과는 더 멀어진다.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도 힘들다. 중국의 대표 기업인 마윈 알리바바 회장은 “젊었을 때 996을 하지 않으면 언제 하겠느냐”며 “하루에 편안하게 8시간만 일하려는 이들은 필요 없다”고 했다. 아프니까 청춘인 것일까, 청춘이니 아파야 하는 것일까.


<베이징 | 박은경 특파원>

Posted by 경향 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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