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일 전쟁 나면 미사일 어디 떨어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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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칼럼=====/더글러스 러미스 칼럼

중·일 전쟁 나면 미사일 어디 떨어질까?

by 경향 신문 2014. 11. 3.

한 노인이, 왕년에 미 해병대원이었다고 주장하며 내게 전단을 건넸다. 오키나와 미군기지에서 일하는 미국인들 앞으로 된 글이었다. 그 입장은 전형적인 오키나와 미군기지 반대 논리는 아니었고, 미군들이 잠시 멈추고 생각해보게 하는 내용이 담겨있었다. 지난 10월25일 나는 나하 공항에 갔다가 받은 그 전단을 여러 장 복사해 미군부대 관련 차량들에 꽂아뒀다. 미군부대 관련 차량은 자동차 번호판이 Y로 시작하기 때문에 쉽게 알 수 있다. 사실 부대 주차장에서 전단을 뿌리는 것은 금지돼 있다. 하지만 나는 이것은 표현의 자유 차원에서 허용될 수 있다고 합리화하며 가끔 그런 일을 한다. 물론 들키지 않게 조심해야 한다. 마치 내 차가 어디 있는지 몰라 찾는 것처럼 이리 저리 두리번거리는 척하면 자연스럽게 여러 차량에 전단들을 꽂을 수 있다. 전단 내용은 이렇다.

왜 헤노코인가? 미국 군인, 가족, 부대 근로자들에게 던지는 질문.

군사 전략에 대해 조금이라도 아는 사람이라면 계란을 한 바구니에 몰아넣는 것이 멍청한 짓이라는 점을 잘 안다. 일본 영토의 0.6%에 불과한 오키나와에 주일미군 기지의 75%를 몰아넣는 것은 그래서 가장 멍청한 짓이라는 의미다. 미국은 진주만 사건에서 교훈을 얻었어야 했지만 그러지 못한 것 같다.

사실 진주만에 너무 많은 함정과 항공기가 몰려 있어서, 그 공격을 받은 뒤 미국 우파들(파시즘과 전쟁을 원치 않았던) 중에는 음모론을 제기할 정도였다. 루스벨트 대통령은 전쟁에 뛰어들고 싶었다. 하지만 대중들은 원치 않았다. 그래서 루스벨트는 태평양함대를 진주만에 미끼로 몰아넣었다. 멍청한 일본이 그 미끼를 물었고, 루스벨트는 전쟁을 시작했다.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이것이 사실이라고 믿지는 않지만, 아직도 일본 우파들은 사실이라고 믿는다. 우파에는 아베 신조 정부가 포함된다. 그들은 일본이 루스벨트에 속아서 미국을 공격했다고 생각한다. 이 글을 읽는 여러분들이 그걸 믿을 필요는 없다. 요지는 그들은 믿는다는 것이다.

그 이야기를 기억하면서 자신에게 물어보라. 일본 정부는 왜 그렇게 단호하게 후텐마의 미 해병대 비행장을 본토로 이전할 수 없고, 오키나와에 있어야만 한다는 것일까. 일본 본토에는 별로 사용하지 않는 적자더미의 민간 공항들이 흔해빠졌다. 조금만 개조하면 헤노코보다 훨씬 싼 비용으로, 환경도 덜 파괴하고 제1해병항공단을 수용할 수 있다. 왜 그렇게 비싸고, 전략적으로 멍청한 결과를 달성하기 위해 싸우고 있는가.

오키나와 전투에 참가하고 있는 미군 병사들의 모습. 마타요시 에이키와 메도루마 슌의 소설에는 오키나와 전투 등에 대해 미국과 일본을 비판적으로 바라보는 시각이 나타난다. (출처 : 경향DB)


많은 이유가 있겠지만 이것이 큰 이유 중 하나일 것이다. 오키나와의 역사를 생각해보라. 오키나와 전투가 오키나와에서 일어난 것은 이곳에 엄청난 일본군이 주둔해 있었기 때문이다. 여기 엄청난 군병력이 주둔했던 것은 전투가 일본 본토가 아니라 오키나와에서 벌어져야 했기 때문이다. 오키나와는 지금도 그렇듯이 법적으로 일본의 일부였지만 신성한 야마토를 둘러싼 마법 원의 밖에 있었다. 오키나와는 야마토를 지상전에서 구하기 위해 희생되었다.

그래서 똑같은 일이 지금도 벌어지는가. 일본 정부는 중국과 싸우려고 안달이다. 만약 그들이 중국과 싸우는 데 성공한다면 중국 미사일은 어디에 떨어질까. 대부분 오키나와에 떨어질 것이다. 모든 미사일은 아니겠지만, 오키나와에는 도쿄만큼 미사일이 떨어질 것이다. 오키나와는 또다시 희생할 준비가 돼있는가. 이번에는 미사일 과녁으로 말이다.

여러분도 알 듯이 오키나와인들은 일본의 게임에 저당물로 이용되는 것에 넌더리를 낸다. 하지만 일본의 게임이 내가 설명한 대로라면 (여러분을 포함해) 우리 모두가 그 저당물이 될 것이다. 잘 생각해보길.

심퍼 피, 한 늙은 해병

(추신. 이 글을 당신 페이스북, 트위터 등에 올려 사람들의 반응을 들어보길.)

나는 이 논리가 꽤 설득력이 있다고 본다. 그런 이유가 없다면 왜 일본이 저렇게 확고하게 모든 군기지를 작은 오키나와에 둬야 한다고 고집하는지 이해하기 어렵다. 또 주일미군을 적으로 돌리는 것이 아니라 그들 역시 피해자라는 점을 강조한다. 그런 관점의 전환은 사람들로 하여금 의심해보게 한다. 일단 그런 사고 과정이 시작되면 어떻게 될지 누가 아는가. 의심하는 미군들이야말로 미국이 베트남전에서 병력 철수를 결정하도록 만든 주요 요인이었다. 그런 일은 다시 일어날 수 있다.


더글러스 러미스 | 미국 정치학자·오키나와 거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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