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성렬의 신한반도 비전]하인리히 법칙과 북의 도발 가능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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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 국제칼럼/한반도 칼럼

[조성렬의 신한반도 비전]하인리히 법칙과 북의 도발 가능성

by 경향 신문 2020. 6. 16.

통계학적으로 대형사고를 예측하는 ‘하인리히 법칙’이 있다. 대형사고 1건이 발생하기 전 그와 관련된 작은 사고 29건과 경미한 징후 300건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이를 남북관계에 적용하면 최근 북한이 내놓은 대남 조치들은 작은 사고에 해당하는 것으로, 그 이전부터 여러 징후가 있었으나 우리가 이를 무시했거나 감지하지 못한 것이다. 그나마 한반도 정세를 뒤흔들 대형사고는 아직 발생하지 않았다. 


<300> 북한의 대남, 대미 강경 선회의 조짐은 작년 2월 말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의 결렬 이후 나타났다. 작년 4월 당 중앙위 전원회의 결정서와 최고인민회의 대의원회의 시정연설에서 김정은 위원장은 더 이상 제재 해제를 요구하지 않겠다며 한·미 군사연습, 북한탄도미사일 요격시험 등 북한 적대정책을 중단하라면서 연말까지 새로운 셈법을 요구했다.


북측은 블라디보스토크 북·러 정상회담과 평양 북·중 정상회담을 연 데 이어 판문점에서 6·30 남·북·미 정상회동을 갖는 등 여러 가능성을 모색했다. 작년 5월부터 금년 3월까지 17차례 단거리발사체 시험발사를 계속하면서 최소한의 연락채널만 남긴 채 남북대화를 일절 거부하고 10월 초 북·미 실무회담 결렬을 선언하며 북·미 대화도 완전히 중단했다.


북측은 문재인 대통령의 8·15 광복절 경축사를 비난하며 적대감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조평통은 한·미 군사연습, 첨단무기 도입을 지속하며 ‘남북군사합의’를 위반했다면서 남측과 “더 이상 할 말도 없으며 다시 마주 앉을 생각도 없다”고 단언했다. 작년 11월 초 우리 측이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에 김 위원장을 초청한 사실을 공개하며 “이치도 모르는 상대”라면서 거부했다.  


<29> 김 위원장이 정한 시한이 다 되도록 미국이 ‘새로운 셈법’을 내놓지 않자, 연말에 당 중앙위 전원회의를 열고 미국과의 대치가 장기성을 띠고 있다고 평가하면서 정면돌파전을 선언했다. 이때 이미 남북관계와 북·미관계의 파국이 예고됐었다. 코로나19가 극성을 떨던 3월3일 김여정 당 제1부부장은 청와대가 북한 군사훈련을 문제 삼은 데 대한 불만을 나타냈지만 아직 본격적인 행보는 아니었다.


북한은 코로나19 사태의 진정과 남측의 4·15 총선 결과를 기다리며 대남 비난을 자제하고 있었지만, 4월 하순 한·미 연합공중훈련, 해병대 연례상륙훈련이 실시되자 전염병 사태로 전 세계가 군사훈련을 자제하고 있음에도 공격형 훈련을 실시했다고 맹비난하였다. 하지만 이때만 해도 북한당국이 아니라 우리민족끼리, 통일신보 등 선전매체들이 나섰다. 


마침내 6월4일 김여정이 탈북자단체의 대북전단 살포를 비난하는 담화를 발표하며 대남정책의 전환을 선언하였다. 김여정 6·4 담화를 신호탄으로 북측은 남측을 ‘적’으로 규정한다는 통일전선부 대변인 담화, 모든 통신연락선을 완전 차단한다는 대남사업부서 사업총화 회의 지시를 잇따라 내놓았다. 김여정의 6·13 담화에서는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폐쇄와 군사행동 가능성을 언급했다.


<1> 여러 징후들과 작은 사고들로 볼 때 한반도 정세를 2017년 상황으로 되돌릴 대형사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북측이 예고한 조치들로는 이미 실시한 통신연락선 전면차단 외에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폐쇄, 개성공단 철거 및 군부대 배치, 9·19 군사합의서 폐기 등이 있다. ‘대적 행동’을 넘겨받은 북한군 총참모부가 시행할 군사도발로는 해안포 봉인 해제 및 사격훈련, 비무장지대 감시초소(GP) 복원,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 무기반입, 서해 북방한계선(NLL) 침범 등이 예상된다.


이제 북측 화살은 미국을 향하고 있다.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 2주년을 맞아 리선권 외무상은 “전략적 목표는 미국의 장기적인 군사적 위협을 관리하기 위한 보다 확실한 힘을 키우는 것”이라고 말했다. 권정근 미국국장도 “비핵화는 개소리”라며 “힘을 계속 키울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김여정이 넘긴 대적 행동권의 주체가 전략군이 아닌 총참모부인 걸로 볼 때 핵실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발사 같은 북·미 합의를 깨는 조치까지는 당장은 고려하지 않는 것 같다. 


오는 11월3일 미 대선에서 누가 당선되든 북측이 북·미 합의를 넘어선 전략도발을 저지른다면 ‘양치기 소년’이 되어 북·미 대화는 더 이상 없을 것이다. 대남 압박 수위를 높인다고 우리 정부가 북측에 끌려다닐 걸로 생각하면 큰 오산이다. 대북전단 살포금지법은 정부와 여당이 준비해왔던 것이라 북측 요구에 호응한 것뿐이다. 싱가포르에서 김 위원장이 말한 대로 ‘눈과 귀를 가린 그릇된 관행들’에서 벗어나 항구적인 평화를 위해 이제라도 ‘우리 민족끼리’ 머리를 맞대야 할 것이다.


<조성렬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자문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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