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성렬의 신한반도 비전]트럼프를 위한 변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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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 국제칼럼

[조성렬의 신한반도 비전]트럼프를 위한 변명

by 경향 신문 2020. 11. 10.

제46대 미국 대통령에 트럼프를 물리친 바이든이 사실상 확정되었다. 이로써 트럼프시대가 저물고 새 시대가 열리게 되었다. 트럼프, 그는 이 시대 미국인의 꿈을 실현하려던 영웅인가, 아니면 정치적 야욕을 채우는 데 급급했던 간웅일 뿐인가? 트럼프시대가 빨리 끝나길 바랐던 사람으로서, 바이든 당선자가 성공한 대통령이 되기 위해서는 트럼프 지우기(Anything but Trump)를 넘어 트럼프가 꾼 미국의 꿈을 반면교사로 삼아야 할 것이다.

 

트럼프가 꾸었던 첫 번째 꿈은 백인이 계속 통치하는 미국이다. 미국 인구 중 백인의 비중은 나날이 줄어들어 1960년대 85%였으나 2000년 69%, 2020년 현재 60%로 줄었다. 그 대신 히스패닉이 19%, 흑인 13%, 아시아계 6%를 차지하고 있다. 그가 내건 정책은 이민법 강화, 국경장벽 설치, 오바마케어 무력화, 인종차별, 그리고 중하층 백인노동자들의 일자리 마련을 위한 보호무역정책 등 이른바 ‘레이건 연합’의 구축이다.

 

트럼프가 꾸었던 두 번째 꿈은 세계 패권의 지위를 계속 유지하는 미국이다. 오바마 대통령은 2014년 5월 미 육사 졸업식에서 “미국은 부동의 넘버원이다. 의심하지 말라”고 했다. 하지만 트럼프는 그와 생각이 달랐다. 트럼프는 2017년 1월 대통령 취임사에서 “과연 미국은 넘버원인가? 기존 정책의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미국이 이대로 가다가는 중국에 밀릴 수 있다고 보고 ‘미국 우선주의’로 국력을 키우고자 했다.

 

트럼프는 ‘닉슨 역발상’을 통해 러시아와 손잡고 중국을 고립시키려 했다. 하지만 러시아의 크림반도 합병에 대한 국내 반감과 정권 초 터진 러시아 스캔들 때문에 이 구상은 무위로 끝났다. 그는 미국이 만들어놓은 규범과 제도가 외려 미국의 행동을 제약해 결국은 중국에 패권국 지위를 내줄 수밖에 없다고 판단해 기존 규범에 얽매이지 않고 힘의 우위가 잘 통하는 양자 협상으로 문제를 해결하고자 했다.

 

미국 주류들의 눈에는 대안 제시도 없이 중국을 밀어붙이고 동맹을 압박하는 트럼프가 비정상으로 보였다. 하지만 트럼프 생각은 달랐다. 중국이 이미 세계무역기구(WTO) 회원국이기 때문에 국제규범을 따르게 되면 결국은 중국의 추월을 막을 수 없다고 본 것이다. 자신이 우선 중국을 때리고 기존 질서를 부수는 동안에 미국 관료집단이 대안체계를 마련할 걸로 생각한 것이다.

 

실제로 트럼프 임기 3, 4년 차에 대안들이 잇따라 나왔다. 먼저 2019년부터 인도·태평양(FOIP) 보고서가 나오기 시작했고 추진 주체로 쿼드 플러스(Quad plus)를 제시했다. 중국을 배제한 새로운 글로벌가치사슬을 구축하기 위해 경제번영네트워크(EPN)를 추진했다. 화웨이, ZTE 등 5G통신망 분야에서 중국제품을 못 쓰도록 한 클린네트워크(clean network)를 강하게 밀어붙였다. 뒤늦게 대안들이 제시됐지만 제도화하기도 전에 자신이 먼저 물러나게 되었다.

 

바이든은 승리를 선언하는 연설에서 화합을 내세웠다. 여성에다 흑인계인 해리스를 부통령에 지명함으로써 그가 만들려는 나라는 백인의 미국이 아닌, 여러 인종이 화합하는 미국임을 분명히 했다.

 

그는 트럼프가 목소리만 높였지 제대로 중국을 때리지 못하는 바람에 되레 시진핑의 맷집만 키워놓았다고 판단한 것 같다. 그는 기존 국제규범의 틀 속에서 동맹국들과 연계해 중국을 상대할 것이다. 동아시아판 나토 성격의 쿼드 플러스 대신에 글로벌민주주의정상회담(GDS) 같은 가치공유의 포럼을 만들고 자국 기업들조차 받아들이기 힘든 EPN, 클린네트워크 대신에 높은 개방성의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과 같은 다자 자유무역협정을 추진할 것이다.

 

바이든은 트럼프와 달리 실무협상을 중시하는 하향식 협상을 선호하기에 당분간 북·미 정상회담을 기대하기 어렵다. 북한 핵능력이 고도화된 지금 오바마 때의 전략적 인내로 돌아갈 가능성은 낮으며 이란핵합의(JCPOA)를 모델로 단계적 접근을 취할 경우 한반도 비핵화의 진전을 기대해 볼 수도 있다. 만약 바이든이 북핵 협상을 성공시킨다면 그것은 트럼프에게도 공이 돌아가야 한다.

 

트럼프의 접근방식은 진정성은 부족하나, 다양한 대북 접근 시도로 새로운 협상에 필요한 경험과 교훈을 남겨주었다. 적어도 트럼프의 과감한 대북 접근은 한반도 평화프로세스의 돌파구를 마련해준 것은 분명하다. 민주당의 클린턴이 베트남과 수교하고, 오바마가 쿠바와의 수교 선언, 이란과의 핵합의를 이룩했듯이, 바이든도 한반도 평화에 전기를 마련해주기 바란다.

 

조성렬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자문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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