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국방과학원은 대변인 담화를 통해 “7일 오후 서해위성발사장에서 대단히 중대한 시험이 진행되었다”고 밝히면서 “머지않아 북한의 전략적 지위를 또 한번 변화”시킬 것이라고 주장했다. 작년 4월20일 당 중앙위원회 전원회의에서 ‘국가핵무력의 완성’을 가리켜 ‘전략국가 지위’라는 표현을 처음 썼는데, ‘변화’를 언급한 것을 볼 때 ‘중대한 시험’의 내용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용 고체연료 연소시험이거나 정지궤도위성 발사를 위한 고출력 액체엔진 연소실험일 가능성이 있다.


북한이 2016년 4월 신형 ICBM엔진 지상분출시험을 진행했다고 발표했을 때 고체연료를 사용했다는 평가도 있었으나 그 뒤 액체연료로 밝혀졌다. 실제로 2017년 3월 연소실험에 성공한 백두산엔진 계열의 고출력 대형엔진은 액체연료를 썼다. 북한은 2017년 7월4일과 7월28일 사거리 7000㎞의 화성-14형을 두 차례 시험발사한 데 이어 11월29일에는 사거리 1만3000㎞의 화성-15형 시험발사에 성공했는데, 모두 백두산엔진을 장착한 것이다.


그렇다고 북한이 개발한 백두산엔진이 ICBM용에만 적용되는 것은 아니고 이는 우주로켓용으로도 사용할 수 있다. 백두산엔진은 옛소련제 RD-250 트윈엔진을 개조한 것이다. 러시아제 ICBM인 ‘SS-18 사탄’ 핵미사일의 엔진이 RD-250 계열로, 이 엔진 4개를 묶어 1단, 1개로 2단을 구성해 사이클론 1호, 사이클론 2호, 사이클론 3호, 드네프르 로켓 등 상업용 우주발사체로도 사용되었다.


북한의 ‘우주개발전망계획’이나 동창리 발사장의 특성으로 볼 때, 이번 연소시험은 인공위성 발사 목적의 우주로켓용일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북한은 2022년까지 정지궤도위성을 띄워 독자적인 GPS를 구축한다는 목표를 세워놓고 있고, 동창리에는 장거리 우주로켓용 67m의 발사대가 설치되어 있다. 북한은 1998년 8월31일 백두산 1호(대포동 1호) 발사를 시작으로 총 여섯 차례 우주로켓을 발사했다. 이 중에서 2012년 12월의 광명성 3호 2호기와 2016년 2월7일의 지구관측위성 광명성 4호가 궤도 진입에 성공하였다.


이번 고출력엔진 연소시험의 목적이 무엇이든 북·미가 합의한 ‘중장거리 및 대륙간탄도미사일 금지’라는 레드라인을 넘기 직전의 조치라는 데 주목해야 한다. 북한의 다음 조치가 인공위성 발사라고 해도 논란은 수그러들지 않는다. 김정일 위원장 사망 직후 ‘2·29합의’에서 ‘장거리미사일 발사의 임시중지’에 동의했지만, 북한이 발사한 광명성 2호 1호기의 성격을 놓고 북·미 간에 이견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미국은 장거리미사일에 우주로켓이 포함된다고 주장한 반면 북한은 그렇지 않다고 주장했지만, 결국은 유엔 안보리의 대북 제재로 이어져 북·미 대화가 파탄난 바 있다.


북한의 ‘대단히 중대한 시험’ 발표 직후, 트럼프 미 대통령은 “적대적 방식으로 행동하면 잃을 것이 너무 많다…사실상 모든 것”이라며 강력한 경고 메시지를 내놨다. 하지만 2017년 북·미 대결상황을 되돌아볼 때 전망이 결코 낙관적이지 않다. 김정은 위원장은 연말까지 새로운 셈법을 내놓으라고 시한을 못 박았고, 이달 하순에 당 중앙위원회 전원회의를 소집했다. 2013년 3월 전원회의에서 병진노선이 채택되고 2018년 4월 전원회의에서 새로운 경제총력노선 채택과 함께 레드라인이 설정된 점을 고려할 때, 이번 전원회의에서는 레드라인 결정의 취소가 이루어질 가능성이 있다.


현 사태가 심각한 것은 북한과 미국이 치킨게임을 벌이고 있음에도 뾰족한 해법이 없다는 데 있다. 재선을 노리는 트럼프 대통령으로서는 북한의 요구를 받아들여 대북 제재를 해제하는 비핵화 합의를 해줄 경우 선거에서 악재가 될 수 있어 선택하기 어렵다. 김정은 위원장으로서도 트럼프의 재선이 불확실한 조건에서 영변 안팎의 핵물질제조시설 이상을 내놓기는 어려운 처지다. 첨예한 이해대립 속에서 우리 정부의 중재자 역할도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마지막 희망은 치킨게임에서 이대로 가다가는 서로 공멸한다는 두 지도자의 절박감에서 찾을 수 있다. 북·미 치킨게임에서 파국을 피하기 위해 미국은 중·러의 보증 아래 대북 제재의 조건부 유예 방안을 내놓고, 북한도 핵물질제조시설 해체 외에 핵무기·장거리탄도미사일의 조건부 신고 약속을 내놓는 극적 타협이 필요하다. 조만간 비건 미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부장관 내정자)가 서울을 방문할 예정이다. 이왕이면 김정일 위원장 8주기(12·17)나 당 전원회의 이전에 오는 것이 좋다. 방한 뒤 판문점이나 평양에 가서 새로운 제안을 담은 트럼프 대통령의 친서를 김정은 위원장에게 직접 전달해 ‘루즈-루즈(lose-lose) 치킨게임’을 막고 한반도 평화의 전기를 마련하길 바란다.


<조성렬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자문연구위원>

Posted by 경향 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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