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동칼럼]미국은 자유주의 세계질서 복원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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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 국제칼럼

[정동칼럼]미국은 자유주의 세계질서 복원할까

by 경향 신문 2020. 11. 27.

1989년은 세계사적 대전환의 해였다. 전환의 시기가 아닌 때가 어디 있으랴마는, 그해엔 베를린 장벽이 무너졌고 동유럽 공산정권과 소련 붕괴가 시작됐다. 중국에선 두 달간의 톈안먼 반정부시위를 해산시키기 위해 군이 동원됐고 머잖아 중국공산당도 망하리라는 전망이 설득력을 얻기 시작했다. 물론 북한도 곧 붕괴하리라는 건 필연처럼 보였다. 같은 해, 프랜시스 후쿠야마는 이제 인류 역사에서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대체할 만한 다른 정치체제의 등장은 불가능하다면서 “역사의 종언”이라고까지 주장했다. 향후 세계적 수준에서의 이념과 체제 경쟁은 끝났다고 본 것이다.

 

2020년 11월 현재, 이념과 체제 경쟁은 여전히 유효하다. 중국은 오히려 더 압도적으로 강해져 미국과 유럽 주도의 자유주의 세계질서를 송두리째 위협할 수 있는 존재로 부상해 있다. 러시아는 여전히 에너지 및 군사대국이고, 2013년 이후 시진핑과 푸틴이 만난 횟수는 30회가 넘어 중·러관계는 그 어느 때보다 밀착되어 있다. 닉슨 행정부가 중국과의 외교관계 정상화를 통해 중국을 개혁·개방으로 유도하고 중·소 간 분열을 부추겨 소련을 망하게 했던 그 이이제이 전략에 다시는 당하지 않겠다는 의지도 읽힌다. 북한 또한 망하기는커녕 핵무기 보유 강성대국의 꿈에 가까워져 있다. 물론 북·중관계도 밀착 중이다. 김정은 집권 초기의 앙금을 털어내고 4차례 정상회담에 이어 작년 6월엔 시진핑 국가주석이 14년 만에 북한을 국빈 방문하기도 했다. 이에 더해 중동 국가들이 자유민주주의 체제로 수렴하는 것 또한 요원한 일로 보인다.

한편 코로나19 팬데믹은 기존 세계질서를 그 근본부터 뒤흔들고 있다. 8개월 만에 전 세계적으로 140만명 이상이 사망했고, 앞으로 수개월 내에 최소 100만명 이상이 더 사망할 것으로 예상되는 엄혹한 상황이다. 1989년과 다른 건, 미국과 유럽 국가들의 취약성이 더욱 적나라하게 드러나고 있다는 점이다. 유럽에선 지금껏 영국의 5만5000명을 포함해 38만명이 넘는 사망자가 나왔고, 미국에서도 26만명 이상이 사망했다.

 

새로 출범하는 바이든 행정부는 이 상황에 대한 처방으로 자유주의 세계질서의 복원을 내걸고 있다. 속속 발표되고 있는 외교안보 인사들의 이력을 보면 미국 주도의 자유주의 세계질서 복원에 깊이 공감하고 뜻을 같이하는 사람들이다. 따라서 대중국 견제를 위해 자유시장 원리와 인권, 민주주의 가치에 기반한 동맹복원, 가치동맹 강화에 외교정책의 방점이 찍히지 않을까 싶다. 다만 문제는 의지가 아니라 실행능력이다.

 

무엇보다도 바이든 행정부의 발목을 잡을 것으로 보이는 건 미국 내 극심한 정치양극화다. 미국 선거는 아직 끝난 게 아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선거결과에 여전히 불복 중이고, 결코 바이든 정부를 합법 정부로 인정하지 않을 가능성마저 높다. CNBC 조사에 따르면, 트럼프에게 표를 던진 유권자 7300만명 중 겨우 3%만이 바이든을 정당한 승자로 생각한다. 66%는 결코 결과에 승복하면 안 된다고 답하고 있다. 만에 하나 트럼프가 공화당을 떠난다면 72%는 공화당을 떠나 트럼프 정당을 지지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통합을 기치로 내건 바이든 행정부의 앞날이 결코 순탄치 않을 것임을 예고하는 숫자다.

 

이에 더해 상원에선 공화당이 다수당이 될 공산이 크다. 공화당은 2석이 걸린 1월 초의 조지아주 결선 선거에서 1석만 이겨도 다수당이 된다. 이 경우 바이든의 공약사항인 기후변화 대비 그린뉴딜, 대규모 사회·경제 인프라건설 투자, 세금개혁 법안들은 줄줄이 상원에서 제동이 걸릴 것이다. 2년 후 있을 중간선거를 위해서라도 공화당은 민주당의 주요 공약사항 이행에 사사건건 제동을 걸면서 지지세력 결속을 도모할 것이기 때문이다. 결국 바이든 행정부 2년은 극심한 정치적 갈등의 시기가 될 가능성이 높고, 이에 따라 초당적인 외교정책 수립과 집행도 심각하게 제한받을 것이다. 공화당도 반대할 수 없는 가장 보수적인 외교정책이 추진될 가능성 또한 높은 이유다.

 

다시 한 세대가 지난 2050년에 되돌아본 2020년은 어떤 전환의 시간으로 기록될까? 일시적인 위기 후 반등하는 계기로 기록될까? 중국, 러시아, 북한 등은 미국 주도의 자유주의 국제질서에 더욱 수렴해 있을까?

 

가장 확실한 미래 예측은 원하는 바의 미래를 만들어가는 것이라는 말이 있다. 정권 차원이 아니라 장기적으로 한국이 지향하는 세계질서에 가장 부합하는 국제규범과 원칙, 제도를 만들어나가겠다는 능동적인 관점에서 보면 한국의 전략적 선택지도 더욱 분명해지지 않을까 싶다.

 

강명구 뉴욕시립대 바루크칼리지 정치경제학 종신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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