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프라법과 ‘바이든식 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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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 국제칼럼/특파원 칼럼

인프라법과 ‘바이든식 정치’

by 경향 신문 2021. 11. 10.

미국 워싱턴 지역 언론에는 지난 4일(현지시간) 덜레스 국제공항과 워싱턴 전철을 연결하는 공사가 완공에 ‘거의’ 도달했다는 작은 기사가 실렸다. 2008년 시작된 1단계 공사는 2014년 마무리돼 일부 구간이 개통됐고, 2013년 시작된 2단계 공사가 최종 단계에 접어들었다는 것이다.

 

한국에서는 1980년대 후반 ‘비놀리아’ 비누의 TV광고 대사 “아직도 그대로네!”가 유행한 뒤로 ‘비놀리아 공법’이라는 말이 생겼다. 워싱턴 인근 주민들에겐 덜레스 공항에서 워싱턴 권역 전철망까지 32㎞를 연결하는 공사가 비놀리아 공사였다. 연방정부와 주정부 등이 투자한 이 프로젝트는 당초 2018년 끝날 예정이었다. 설계변경 등에 따른 공사비 상승, 부실공사로 인한 재공사, 하도급 업체의 부정에 관한 내부고발 등 공사 지연 이유는 다양했다.

 

미국에서 생활하다보면 교통·통신 등 인프라에서 아쉬움을 느끼는 경우가 적지 않다. 출퇴근 시간 주요 간선도로에서 펼쳐지는 교통체증, 툭하면 통화가 끊기는 휴대전화, 느리디느린 가정용 인터넷을 참고 견디는 미국인들이 대단해 보일 정도다. 세계경제포럼(WEF)이 2019년 발표한 주요 선진국 인프라 평가에서 미국은 13위에 그쳤다.

 

미국 의회는 지난 5일 ‘인프라법’을 통과시켰다. 최대 10년에 걸쳐 1조2000억달러(약 1413조원)를 투입해 주요 도로 및 교량, 철도, 항만, 인터넷망, 상하수도 등 거의 모든 공공 인프라를 개선한다는 내용이다. 낙후된 미국의 인프라를 업그레이드하기 위한 거대 프로젝트가 시작되는 것이다.

 

인프라법 통과는 조 바이든 대통령이 취임 10개월 만에 거둔 최대 성과다. 버락 오바마, 도널드 트럼프 등 전임 대통령들은 모두 인프라 현대화를 위한 대규모 프로젝트를 추진했다. 폭염과 폭우, 허리케인 등 기후변화 때문에 극단화된 날씨에 대처하기 위해서도 인프라 개선은 필요했다. 하지만 구체적 방안을 마련하지도, 공화당과 민주당이 대립하고 각 당이 내부적으로 갈라져 있는 의회를 설득하지도 못했다. 취임 2개월 뒤 인프라법 초안을 내놓은 바이든 대통령은 여야 의원들을 설득하고 절충안을 제시하면서 수차례 벼랑 끝에 내몰린 법안을 살려냈다. 지난 대선 당시 트럼프 전 대통령으로부터 받은 ‘졸린 조’(Sleepy Joe)라는 조롱을 무색하게 하는 끈기였다.

 

바이든 대통령이 인프라법 통과로 당장 정치적 ‘대박’을 터트릴 것 같지는 않다. 민주당 내분으로 법안 처리가 지연되는 동안 민주당이 지방선거에서 참패하면서 빛이 바랬다. 국정운영 지지율도 반등 기미는 아직 없다. 인프라법과 쌍둥이인 사회복지법안의 의회 통과 전망도 안갯속이다.

 

그럼에도 바이든 대통령이 인프라법 통과 과정에서 보여준 끈질긴 설득과 협상은 정치의 본령을 다시 생각하게 한다. “우리가 얼마나 분열돼 있는지 안다. 그것이 얼마나 심술궂은지 알고, 양쪽의 극단이 아주 오래전과 달리 일을 얼마나 어렵게 만드는지도 안다. 그렇지만 나는 확신한다. 우리가 미국인들이 앞으로 나갈 능력을 증진시키기 위해 헌신한다는 것을 알게 한다면 우리 모두는 더 잘할 것이다.” 사람들이 언제 인프라법의 효과를 느낄 것인지 묻는 말에 바이든 대통령이 던진 답이었다.


워싱턴 | 김재중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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