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소수·전기차 사태의 공통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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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 국제칼럼/김유진의 워싱턴 리포트

요소수·전기차 사태의 공통점

by 경향 신문 2022. 9. 21.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8월16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에 서명한 뒤 조 맨친 민주당 상원의원(왼쪽)에게 펜을 건네고 있다. AP연합뉴스

지난해 11월 중국발 요소수 수급 파동이 불거지자 당시 문재인 정부는 각종 공급망 안정화 정책을 내놓았다. 중국 등 특정국 수입 의존도가 높은 품목에 대한 조기경보시스템 가동, 각 부처 내 경제안보·공급망 전담 태스크포스(TF) 설치, 첨단 품목 등의 수입 다변화 및 국내 생산기반 확충…. 그 무렵 만난 고위 당국자는 “경제안보 제1과제인 대중국 의존도 줄이기의 중요성을 인식시키는 계기가 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1년도 지나지 않아 이번엔 중국보다 더 강력한 패권국을 진원지로 하는 경제·통상 이슈가 밀려들고 있다. 경제안보 시대를 ‘한·미 포괄적 전략동맹’으로 돌파하겠다던 윤석열 정부는 대미 외교의 공력을 온통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관련 대응에 쏟아붓고 있다. 지난달 말부터 실무·고위급을 망라한 정부 당국자들이 거의 매주 워싱턴을 찾아 미 행정부와 의회 문을 두드리고 있다.

전 정부와 현 정부의 대응 사이 우열을 가리거나, 혹은 중국발 위기와 미국발 위기 가운데 어느 쪽이 더 심각한지를 따지려는 것은 아니다. 맥락과 성격이 다른 두 사안을 동일선상에서 비교하는 것도 큰 의미는 없다. 다만 자국 이익을 극대화하려는 강대국의 국내적 행정 또는 입법 조치가 한국에 파장을 미쳤다는 점에서 한국 정부가 판단 역량을 갖췄는지 질문해볼 필요가 있어 보인다. 미·중관계, 그리고 미국과 중국 내부의 변화를 정교하게 읽어내고 대처하는 능력은 한국이라는 국가의 운신의 폭을 좌우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요소수 사태는 코로나19 이후 공급망 교란 문제가 안보 이슈로 부상한 후로부터 1년 이상이 지난 후에 벌어졌다. 2019년 일본의 반도체 수출규제 조치 때 소재·부품·장비의 특정국 의존 문제가 리스크로 지적됐고, 중국산 중간재 수입 의존도 문제는 더 오래전부터 조명받았다. 중국이 전력난 심화로 석탄 원료인 요소 수출을 갑자기 제한하리라고 예측하기는 어려웠을 수도 있다. 하지만 글로벌 공급망 문제가 대두한 지 꽤 시간이 흘렀는데도 요소수 사태 이후에야 백화점식 대책을 나열하는 것은 아마추어처럼 보였다.

북미산 전기차에만 ‘즉시’ 세제혜택을 제공하도록 한 문제의 IRA 조항은 지난 7월 미 상원의 막판 비밀 협상 과정에서 추가됐다. 의회 내부의 미로 같은 의사결정 과정을 타국 정부가 사전에 속속들이 알기는 어려웠을 수도 있다. 하지만 IRA의 모태이자 1년 넘게 표류한 ‘더 나은 재건’(BBB) 법안에는 이미 전기차 보조금 차별 조항이 포함됐다. 조 바이든 대통령의 숙원 과제이자, 민주당 정부가 내건 ‘중산층을 위한 외교정책’의 상징인 BBB가 중간선거를 앞두고 어떤 형태로든 되살아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었다.

IRA는 시작일 뿐이다. 바이든 대통령이 ‘메이드 인 아메리카’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반도체·배터리·바이오 산업은 공교롭게도 한국이 경쟁 우위가 있거나 차세대 핵심 산업으로 주목하는 분야다. 미국의 타깃은 물론 중국이지만, 한국에 ‘부수적 피해’가 닥치지 않으리란 법은 없다. 바이든 정부는 중국 투자 제한을 규정한 반도체지원법의 내년 시행 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고, 중간선거 이전에 대중 반도체 수출통제를 발표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그때는 부디 정부 당국자들의 소란스러운 방미 행렬을 보는 일이 없었으면 한다.

<김유진 워싱턴 특파원 yjkim@kyunghyang.com>

 

 

 

연재 | 특파원칼럼 -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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