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구 황제’ 마이클 조던(57)은 숱한 명언을 남겼다. “누구라도 실패는 하기 때문에, 나는 실패를 받아들일 수 있다. 하지만 시도조차 않는 건 용납 못한다.” “성공하려면 이기적이라야 한다. 최고 수준에 오르면 이타적이어야 한다.” “나이키는 흑인도 신고 백인도 신는다” 등이 널리 알려져 있다. 미국프로농구(NBA) 역사는 조던 이전과 이후로 나뉜다고도 한다. 불세출의 슈퍼스타인 그는 스포츠계를 통틀어 가장 위대한 리더로도 꼽힌다. 올봄에 나온 10부작 다큐멘터리 <더 라스트 댄스>는 그의 화려한 전설과 코트 밖 일상을 재조명해 주목받았다.

 

현역 시절 조던은 민감한 사회 문제에 말을 아꼈다. 1990년 흑인 최초로 노스캐롤라이나주 민주당 상원의원 후보로 나선 하비 겐트의 지지연설 부탁을 거부해 비난에 휩싸였다. 민권 운동에 앞장선 무함마드 알리와 자주 비교됐다. 조던은 “신념을 위해 목소리를 낸 알리를 존경하지만, 나는 운동선수이지 운동가라고 생각한 적이 없다”며 “이기적이라고 해도 어쩔 수 없다”고 했다.

 

이랬던 조던이 지난 5월 미국 전역에 규탄 시위가 번진 조지 플로이드 사망 사건 때 이례적으로 큰 목소리를 냈다. “매우 슬프고 고통스럽고 화난다”면서 “이 나라의 뿌리 깊은 인종주의와 유색인종 폭력에 반대하는 이들과 같은 편에 서겠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투표를 통해 체제 변화를 만들어내야 한다”고도 했다. 이후 인종차별 철폐와 사회정의 실현을 위해 향후 10년간 1억달러(약 1183억원)를 기부하겠다고 선언했다. 단호하게 입장을 밝히고 확실한 실천에 나선 것이다.

 

지난 23일 위스콘신주 흑인 피격 사건에 분노한 선수들의 보이콧 항의로 사흘간 중단됐던 NBA 플레이오프 경기가 30일 재개됐다. 현재 NBA 샬럿 호니츠 구단주인 조던이 선수들과 소통하고 구단주회의에 참석해 적극 중재하며 파국을 막았다. 조던과 함께 선수들의 뜻을 확실하게 전달할 방안을 마련키로 한 구단주들은 “경기를 계속해야 더 큰 목소리를 낼 수 있다”고 권했고, 선수들은 믿고 따랐다. 코로나19 속에서 환자의 생명과 안전에서 멀어져 파업하고 있는 한국 의사들이 새길 대목이다. 의료계에도 ‘조던’이 더 많아져야 한다.

 

<차준철 논설위원>

Posted by 경향 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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