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적] 트위터 해킹 사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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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 국제칼럼

[여적] 트위터 해킹 사태

by 경향 신문 2020. 7. 17.

지난해 8월30일 트위터 최고경영자 잭 도시의 트위터 계정이 해킹당했다. “히틀러는 죄가 없다”는 등 나치 옹호 발언과 흑인·유대인을 지칭하는 인종차별적 비속어가 잇따라 그의 이름으로 공표됐다. 트위터 측이 증오·혐오 발언 단속 방침을 밝힌 후 일어난 일이다. 2006년 첫선을 보인 이래 크고 작은 해킹 사고가 이어지며 취약한 보안 문제를 노출한 트위터가 직접 곤욕을 치른 해킹 사례로 꼽힌다. 이처럼 해킹의 일차 목표는 ‘교란’이다. 그리고 개인정보 유출·판매, 사기, 협박 등 범죄로도 이어진다.

 

짧은 메시지를 실시간으로 주고받는 소셜미디어인 트위터는 전 세계 월간 활성 사용자 수가 3억3000만명에 달한다. 팔로어가 가장 많은 인사는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으로 1억2000만명대다. ‘트위터 정치’를 펼치는 도널드 트럼프 현 대통령의 팔로어는 8300만명대다. 저스틴 비버(1억1200만명)·케이티 페리(1억800만명)·리아나(9700만명) 등 연예인들에 이어 세계 7위다. 한국에선 방탄소년단 관련 계정이 1~3위를 차지하고 있다.

 

페이스북·인스타그램 등에 밀리고 있지만 여전히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는 트위터가 사상 최악의 해킹을 당했다. 오바마 전 대통령, 민주당 대선후보 조 바이든과 빌 게이츠, 제프 베이조스, 일론 머스크, 워런 버핏 등 미국 정·재계 유력 인사들의 계정이 동시에 털렸다. 이들 계정에 “가상화폐 1000달러를 보내면 2배로 돌려주겠다”는 사기 글이 올라가 순식간에 11만5000달러가 송금됐다고 한다. 트위터 애용자인 트럼프 대통령은 제외되고 반트럼프 진영 인사들만 해킹당한 점이 공교롭다.

 

이번 해킹을 두고 일부 보안 전문가는 해커가 돈만 노려 다행이라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포함됐다면 국제정치가 대혼란에 빠질 뻔했다며 안도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하지만 속단할 일이 아니다. 해커의 노림수가 유력 인사들의 의사소통 채널인 트위터상의 메시지를 신뢰하지 못하게 만드는 ‘교란’ 일 수도 있어서다. 어느 진영의 소행인지 아직 모르고, 결과적으로 어느 쪽에 유리할지도 미지수다. ‘막는 자’를 능가한 ‘뚫는 자’ 해커의 ‘큰 그림’이 있는 건지, 있다면 무엇일지 귀추가 주목된다.

 

<차준철 논설위원 cheol@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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