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중이 만든 노래의 힘은 공감대역이 넓다는 데 있다. 시대를 담은 가사와, 단순하지만 마음을 울리는 멜로디의 확장성이다. 시간이 지나면서 한 나라의 국가(國歌)가 되고, 세계인들이 함께 부르는 노래가 되기도 한다. 프랑스의 국가인 ‘라마르세예즈’(La Marseillaise)의 탄생도 그러했다. 이 노래는 1789년 시작된 혁명의 열기 속에 프랑스 북부에서 만들어진 군가였다. “가자 조국의 아이들아/ 영광의 날이 왔다/ 우리에 맞서 압제가/ 피의 깃발을 들었다/ …/ 무리지어라/ 전진하자, 전진하자.” 그런데 남부 지중해 연안 마르세유 지원병이 힘차게 이 노래를 부르며 파리로 행진해 오면서 곡명이 ‘라마르세예즈’로 바뀌었다. 이어 국민 통합의 상징으로 1879년 프랑스 국가가 되었다. 


‘라 쿠카라차’(La Cucaracha)는 여러 나라에 잘 알려진 노래다. 원래 스페인 민요였는데 멕시코로 건너오면서 멕시코 혁명 당시 농민혁명군의 군가로 애창됐다. 라 쿠카라차는 바퀴벌레라는 뜻이다. 다양한 노랫말 속에 라 쿠카라차는 ‘가난한 농민’이 되기도 하고, ‘끈질긴 생명력을 가진 혁명운동가’가 되기도 한다. 러시아 민중가요 ‘스텐카 라진’(Stenka Razin)도 제법 많이 불린다. 스텐카 라진은 본명이 스테판 티모페예비치 라진으로, 러시아 남동 국경지방에 거주했던 카자크인이다. 17세기 중반 러시아 차르의 폭정에 반기를 들고 봉기했으나 체포돼 붉은광장에서 능지처참형을 당했다. 차르 치하에서 신음하던 민중에게 영웅이었던 그는 노래 속에 살아 있다.


검은색 상의를 입은 홍콩 시민들이 16일 도심에서 ‘마음은 이미 갈가리 찢어졌다. 악법을 철회하라’고 적힌 플래카드를 들고 ‘범죄인 인도 조례’ 반대 시위를 하고 있다. 홍콩 _ AP연합뉴스


홍콩 시민들이 지난 14일 ‘범죄인 인도 법안’ 반대집회에서 한국의 민중가요 ‘님을 위한 행진곡’을 불렀다. 절반은 한국어로, 나머지는 광둥어로 불렸다. 시민들은 후반부를 합창했다. 이 노래는 광주민주화운동 당시 숨진 윤상원과 앞서 불의의 사고로 숨진 박기순의 영혼결혼식에 헌정된 노래다. 홍콩 시민들은 이 노래를 광둥어로 ‘우산행진곡’으로 개사해 불렀다. 2014년 홍콩 민주화 시위를 상징했던 ‘우산혁명’을 기리는 노래라는 의미다. ‘님을 위한 행진곡’은 홍콩뿐 아니라 일본, 대만, 필리핀에서도 불린다. 이 노래의 중국어 가사를 붙였다는 홍콩 시민의 말처럼 ‘좋은 노래는 오래 전해져 사라지지 않는 것’이다.


<박종성 논설위원>

Posted by KHro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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