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시장에서 랠리(rally)는 떨어졌던 주가가 회복해 상승세를 이어가는 것을 말한다. ‘다시 합치다’란 의미의 프랑스어에서 유래한 이 말은 정치 집회나 자동차·오토바이 경주 그리고 테니스 등 경기에서 공을 주고받으며 공수를 이어가는 것 등을 뜻한다. 이 말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도 함께 쓰였다. ‘트럼프 주식시장 랠리(Trump stock rally).’ 국내 언론은 ‘트럼프 랠리’로 옮겼다.


친기업 정책이 예상되면서 트럼프 정권 초부터 주가는 상승했다. 대선 날인 2016년 11월8일 1만8332였던 뉴욕증시의 다우지수는 2017년 1월 2만을 뚫고 올라갔다. 집권 1년 만에 트럼프의 지지율은 지난 70년 미국 대통령 중 최저로 추락했지만, 증시는 활활 끓었다. 집권 첫해 주가 상승률만 보면 트럼프는 존 F 케네디와 조지 H W 부시에 이은 세번째였다.


트럼프에게 주식시장 랠리는 최고의 자랑거리이자 재선을 위한 무기였다.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뉴욕타임스의 칼럼니스트 폴 크루그먼은 지난해 봄 주가와 상관없이 미국은 경기침체의 경계에 서 있다고 경고했다. 그러자 트럼프는 ‘증오에 사로잡힌 바보’라고 트위터 공격을 날렸다. 트럼프는 “예전에는 경제가 좋으면 대통령은 비판에서 자유로웠다. ‘문제는 경제야, 바보야’라는 말도 있지 않나. 나는 역대로 가장 위대한 경제를 만들었다”며 주가를 근거로 들었다. 지난 1월 다보스포럼 연설에서는 “나는 미국이 경제 활황의 한가운데 있음을 자랑스럽게 선언한다”고 말했다. 


그 트럼프 랠리가 코로나19라는 복병을 만나 한 방에 무너졌다. 지난달 12일 2만9551까지 올라 3만 돌파를 눈앞에 두었던 다우지수는 코로나 공포에 급전직하로 추락, 18일 1만9898로 내려앉았다. 트럼프 랠리의 출발점이던 다우지수 2만까지 무너지면서 지난 3년의 상승분이 한 달 만에 사라졌다. 미국인 1인당 1000달러씩 현금 지급 등 1조달러 규모의 경기부양책을 언급하며 반전을 노렸지만 반짝효과에 그쳤다. 트럼프가 확실한 재선의 명분으로 내세운 주식시장 랠리가 물거품처럼 꺼져 버렸다. 온갖 변수에 출렁이는 주가를 국정운영의 성적표로 삼는 게 얼마나 허망한 일인지를 잘 보여준다.


<박영환 논설위원>

Posted by KHro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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