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초의 크루즈 여행은 1844년으로 그 연원이 거슬러 올라간다. 영국의 P&O사가 사우샘프턴에서 출발해 지브롤터와 몰타, 아테네 등 지중해의 여러 도시로 항해하는 여행상품을 판 것이다. 이 성공에 힘입어 회사는 이후 알렉산드리아와 이스탄불을 왕복하는 크루즈 상품도 선보였다. 이보다 10년 앞선 1833년 이탈리아의 ‘프란시스코 1세’를 크루즈의 효시로 꼽는 연구도 있다. 유럽 각국의 왕족과 귀족들을 태운 이 배는 나폴리를 떠나 3개월 동안 시러큐스, 몰타, 아테네, 이스탄불 등을 여행했다. 오늘날 크루즈 여행의 상징이 된, 샴페인을 든 채 우아하게 선상 파티를 즐기는 장면은 바로 이 배에서 시작됐다. 


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상륙 우려로 일본 가나가와현 요코하마항 다이코쿠 부두에 정박 중인 크루즈선 ‘다이아몬드 프린세스’에 고립된 탑승객을 지원하기 위해 일본 자위대가 설치한 식량 및 의약품 전달 통로가 10일 두꺼운 천으로 뒤덮여 있다. 요코하마 _ AFP연합뉴스


오늘날 크루즈 관광의 성장세는 놀랍다. 미국의 한 회사는 아시아를 비롯해 지중해, 북유럽, 카리브해, 호주·뉴질랜드, 남미 등 세계 7대륙 80개국 490여 도시로 노선을 운영하고 있다. 크루즈 관광은 먼 나라 귀족들만의 전유물이 아니다. 


세계적으로 호황을 누리던 크루즈 여행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라는 뜻밖의 암초를 만났다. 일본 요코하마항에 격리돼 있는 크루즈선 ‘다이아몬드 프린세스’호에서만 13일 현재 218명의 감염자가 발생해 전 세계의 우려 섞인 시선이 쏠리고 있다. 중국 밖 감염자가 440여명, 그리고 이 배를 제외한 일본 내 감염자가 29명인 점과 비교하면 엄청난 숫자다. 그런가 하면 승객과 승무원 2300여명을 태운 또 다른 크루즈 선박 ‘웨스테르담’호는 일본과 대만, 필리핀, 태국 등 5개국으로부터 입항을 거부당해 보름간 해상을 헤맸다. ‘꿈의 여행’을 기대했던 승객들로서는 ‘선상 감옥’이 따로 없다.


이해할 수 없는 것은 일본 정부의 대응이다. 상당 기간 전원검사를 미룬 채 선내 공공시설 이용을 제한하지 않았다. 당초에는 19일까지 배에서 내리지도 못하도록 했다 뒤늦게 방침을 바꿨다. 배 안이라는 제한된 공간이 ‘세균 배양접시’ 역할을 하면서 감염을 촉진할 가능성을 무시한 것이다. 올림픽 안전을 염려해 감염자를 육지로 들이지 않으려 한 것으로 보이지만 무모하기 짝이 없다. 지진이 나도 침착하게 대응하는 일본인들을 세계는 경이롭게 보았다. 일본인들의 그 ‘냉정 대응’이 달리 보인다.


<이중근 논설위원>

Posted by KHro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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