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적]중국의 언론검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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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칼럼=====/오관철의 특파원 칼럼

[여적]중국의 언론검열

by 경향 신문 2016. 3. 30.

베이징 특파원으로 일하던 시절 한·중 언론인 교류 행사에 참석했다가 20대 평론원(우리의 논설위원격)을 만난 적이 있다. 통상 수습기자 생활을 마친 후 취재부서로 배치받는 국내 언론계 풍토에서 보면 매우 이례적이어서 처음에는 의아했다. 몇 마디 대화를 나누면서 ‘논조는 공산당의 방침을 따르면 되고 민감한 사안은 보도지침이 내려오니 20대 논설위원이 가능하겠구나’라며 속으로 생각을 정리했다. 중국 공무원들은 좀처럼 외국 언론의 접근을 허용하지 않는다. 가뭄에 콩 나듯이 열리는 고위 공직자들의 기자회견은 사실상 ‘짜고 치는 고스톱’이다. 질문에 대한 사전 심사가 이뤄지기 때문이다. 중국 주재 외국 기자들은 중국 외교부에서 매년 심사를 받아 기자증을 재발급받아야 한다.

중국 공산혁명을 이끈 마오쩌둥(毛澤東)은 선전선동의 귀재였다. 언론은 당의 중요한 선전 도구로 민중이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단결하고 투쟁하도록 지도해야 한다는 생각을 가졌다. 현재도 보도 기준은 당의 이익이 최우선이다. 기자들을 상대로 이념 공작강화를 명분으로 사상교육도 주기적으로 행해진다.

중국 인부 2명이 마오쩌둥 초상화에 묻은 검정 페인트를 닦아내고 있다_AP연합뉴스


도무지 빈틈이 없을 것 같던 중국의 언론 통제와 검열에 균열이 가는 것일까. 최근 용기 있는 중국 언론인들이 하나둘 늘고 있다. 예컨대 중국 남부지역에서 발행되는 남방도시보의 중견 기자인 위사오레이는 이번주 “더는 공산당의 성(姓)을 따를 수 없다”며 공개 사직서를 제출했다. 시진핑(習近平) 체제 들어 보수화 흐름이 강해지면서 언론 옥죄기가 노골화하자 반발하는 기자들도 생겨나고 있다. 안타깝게도 중국에서 언론자유화 운동이 활활 타오르기에 현실은 녹록지 않다. 칼 포퍼는 <열린 사회와 그 적들>에서 “열린 사회는 언제 어디서나 누구나 비판할 수 있는 사회”라고 썼다. 그의 기준에 따르면 중국은 여전히 닫힌 사회다.

애나 파이필드 워싱턴포스트 도쿄 지국장이 그제 “박근혜 정부는 내가 취재해본 한국 정부들 중 가장 취재하기 어려운 정부”라고 말했다. 짜인 각본에 따라 진행된 대통령과 청와대 출입기자단의 신년 기자회견을 사례로 들었다. 한국은 중국의 언론 풍토에 훈수 둘 처지가 아니다.


오관철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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