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적]이민자 차별
본문 바로가기
경향 국제칼럼

[여적]이민자 차별

by 경향 신문 2021. 3. 22.

독일 연방공로십자훈장 받은 바이오엔테크 창업자 부부 /AP 연합뉴스

서독은 2차 세계대전 후 라인강의 기적이라 불릴 정도로 고속 경제성장을 이뤄냈다. 이 과정에서 자국인들이 기피하는 업종의 인력 부족을 이주노동자로 해결했다. 2만여명의 한국인 광부와 간호사가 독일로 간 배경이다. 이들 중 절반 이상이 현지에 정착해 이민자로 살았다. 흔히 독일에서 이민자라고 하면 터키를 떠올린다. 숫자가 가장 많은 데다 대부분 무슬림으로 독일의 기독교 문화에 잘 융화하지 못했다. 지금도 차별 등 이슈의 중심에 선다. 하지만 이민자 중에서 독일을 빛낸 사람도 적지 않았다. 2014년 브라질 월드컵 독일 우승의 주역인 축구선수 외질이 대표적이다. 그는 터키 이민 2세로 밤비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게임 체인저’ 백신의 가치가 부각되고 있다. 그런데 화이자 백신 개발의 주역인 바이오엔테크의 창업자 부부가 터키 출신 독일 이민자이다. 남편 우구어 자힌(55) 최고경영자(CEO)는 네 살 때 독일로 왔고, 아내인 외즐렘 튀레지(53)는 독일로 이민 온 의사의 딸이다. 독일 정부가 지난 19일 이들 부부에게 훈장(연방 대공로십자성장)을 수여했다. 안나 사우어브레이 뉴욕타임스 칼럼니스트는 지난해 말 독일의 이민자 차별 역사를 조명하면서 “이 부부의 이야기는 독일의 성공이 이 나라를 고향이라고 부르게 된 이민자들과 뗄 수 없음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슈타인마이어 독일 대통령도 훈장 수여식에서 “두 분의 획기적인 개발이 생명을 살리고 있다”며 이는 독일뿐 아니라 인류에 대한 공로라고 찬양했다.

 

미국은 독일보다 더한 이민자의 나라이다. 국가 자체가 이민에서 출발했고, 성장 또한 이민자의 피땀의 결과이다. 지금도 실리콘밸리는 전 세계에서 온 이민자 두뇌들에 의해 움직이고 있다. 미국 조지아주 애틀랜타에서 백인 남성의 총격으로 아시아계 이민자들이 희생된 사건의 파장이 커지고 있다. 인종차별 범죄일 가능성이 높은데 당국이 진상 규명에 미온적이어서 아시아계의 분노가 들끓고 있다. 누구나 어떤 곳에서는 이민자이다. 그런 점에서 이민자의 힘으로 발전한 미국이나 독일의 백인들이 이민자들을 불편해하는 것은 아이러니다. 우리에게도 벌어지기 시작한 일이다.

 

윤호우 논설위원


 

오피니언 여적 - 경향신문

 

news.khan.co.kr

 

반응형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