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도쿄 올림픽 연기가 유력해진 가운데 성화가 일본 이와테현 오후나토의 성화대에 옮겨 붙여지고 있다. 이 성화는 지난 20일 그리스에서 채화돼 일본으로 옮겨졌다. 오후나토 _ AFP연합뉴스


성화는 올림픽의 상징이다. 고대 올림픽의 제단을 밝힌 불꽃이 기원이다. 근대 올림픽으로 계승돼 1928년 제9회 암스테르담 올림픽 때 처음 재현됐다. 고대에 없던 성화 봉송은 히틀러 치하에서 열린 1936년 제11회 베를린 대회 때 깜짝 등장했다. 성화가 채화된 올림픽 발상지 그리스 올림피아에서부터 독일 베를린까지, 7개국을 거치는 3187㎞ 길을 3331명의 주자가 11박12일간 이어달렸다. 히틀러의 정치 선전 이벤트였던 셈이다. 전후 “나치의 아이디어를 두는 것은 수치”라는 반대가 나왔지만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평화·우정을 기치로 내걸며 1952년 대회부터 성화 봉송을 의무화했다.


꺼지지 않는 올림픽 정신을 상징하는 성화는 그동안 숱한 얘깃거리를 낳았다. 당대 첨단 과학기술을 동원한 해저·우주·로봇 이동이나 활쏘기·레이저 점화 등으로 놀라움을 주고, 평화·화합의 메신저나 인간승리의 주역들이 최종 주자로 나와 감동을 전했다. 논란도 많았다. 1984년 LA 올림픽은 처음 유료 성화주자를 모집해 성화 봉송을 상업화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2008년 베이징 올림픽을 유치한 중국은 야심차게 전 세계 13만7000㎞를 성화 봉송로로 삼았다가 가는 곳마다 반중 시위에 부닥치며 수난을 겪었다. 이후 올림픽 개최국들은 해외 봉송을 하지 않고 있다.


일본이 ‘부흥의 불’로 명명한 2020 도쿄 올림픽 성화의 앞길이 오리무중이다. 7월 개막하려던 올림픽이 1년 연기로 결정됐기 때문이다. 코로나19 때문에 무관중 채화식을 치르고 그리스 순회도 생략한 채 도쿄로 옮겨온 성화를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 난감한 상황이다. 올림픽 강행을 포기하지 않은 채 일찌감치 받아온 성화를 어찌할까. 일단 끄고 내년에 올림피아에서 새로 채화할까. 아니면 성화를 밝힌 채 향후 1년간 일본에 보관할까. 전례 없는 일이라 올림픽 규정을 새로 정해야 한다. 올림픽을 연기시킨 코로나19가 성화의 역사도 새로 쓰게 했다. 당초 계획은 26일 후쿠시마현을 출발해 121일 동안 47개 광역자치단체 전역을 순회하는 것이었다. 그런데 1년 연기로 결정되면서 성화 일정이 꼬여버렸다. 일본에 도착한 성화의 운명은 예측불허다. 이 성화의 우여곡절이 도쿄 올림픽의 현실이다.


<차준철 논설위원>

Posted by KHro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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