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8년 7월 스웨덴의 올로프 팔메 교육부 장관은 가족과 함께 발트해 한가운데 있는 중세풍의 휴양지 고틀란드섬으로 휴가를 떠났다. 당시 총리 내정자이기도 했던 팔메 장관은 현지에서 갑작스럽게 주민들과 간단한 정책간담회를 해달라는 요청을 받았다. 궁리 끝에 팔메는 고틀란드 주도인 비스뷔의 알메달렌 공원에서 주민들과 가볍게 만나기로 했다. 그리고 주차된 덤프트럭에 올라 영수증에 간단히 적어놓은 메모를 보면서 즉흥 연설을 했다. 미국의 하노이 폭격을 신랄히 비판한 이 연설은 뜻밖의 주목을 받았다. 이듬해 총리가 된 팔메는 같은 장소에서 다시 주민들과 만났다. 즉석 ‘트럭 연설’의 장소인 휴가지가 스웨덴식 열린 정치의 메카로 거듭나는 순간이었다.

 

알메달렌은 정치도 축제로 승화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준 ‘21세기형 아고라’이다. 해마다 여름 휴가철 1주일 동안 알메달렌 공원 인근에서 반바지 차림의 시민들과 정치인들이 5000여개의 크고 작은 행사를 매개로 격의 없이 대화를 즐긴다. 1986년 팔메가 괴한의 총격으로 암살된 뒤 한동안 주춤하기도 했지만, 들러리 설까봐 주저하던 우익 정당들까지 모두 동참했다. 여기에 언론의 관심이 높아지면서 지금은 정당 간, 정치인들 간 ‘정치 배틀’이 되고 있다. 기업과 싱크탱크까지 참가하는 등 축제는 지금도 발전하고 있다. 스웨덴의 성공은 이웃나라 노르웨이와 핀란드, 덴마크로 확산됐다. 이들 축제는 정치 문화 향상은 물론 쇠락하던 섬이나 해변의 지역 경제를 살리는 일석이조 효과도 거두고 있다. 정치인의 특권은 상상조차 할 수 없으며, 진영 논리에서 벗어난 진지한 토론으로 결론을 도출하는 북유럽의 정치 문화는 이런 분위기 속에서 성장한 것이다.

 

유권자가 주최하고 중앙선관위 산하 선거연수원이 지원하는 제1회 유권자정치페스티벌이 다음달 2일부터 개최된다. ‘한국판 알메달렌’이 정조 개혁 정치의 상징이자 수원 시민들의 쉼터인 서호 변(옛 농촌진흥청)에서 열린다. 시민과 정치인의 격의 없는 만남과 정치인·정당 간 건전한 토론 문화가 절실하다. 정치인들이 못하면 시민이라도 나서 돌파구를 만들어야 한다. 이 행사가 민주주의의 새로운 학습장이 되기를 기대한다.

 

<이중근 논설위원>

 

Posted by KHro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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