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아이오와주 코커스(caucus, 당원대회)는 미 대선의 풍향계로 불린다. 공화당과 민주당 모두 이곳에서 첫 경선을 하는데, 이기면 당의 대선 후보로 뽑힐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민주당은 최근 12번 중 8번, 공화당은 11번 중 5번 아이오와 코커스 1등이 대선 후보로 뽑혔으니 그럴 만도 하다. 후보들은 초반 기선 제압을 위해 이에 올인한다. 대선의 첫 관문을 연다는 아이오와 주민들의 자부심도 대단하다. 


그런데 3일 밤(현지시간) 열린 아이오와 코커스에서 초유의 사고가 발생했다. 공화당 코커스는 투표 개시 25분 만에 재선에 도전하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승리로 싱겁게 끝났는데 민주당 코커스 개표가 지연된 것이다. 각 후보에 대한 지지표와 그에 따른 확보 대의원 수 집계가 들쭉날쭉해 결과 발표를 하루 뒤로 미뤘다. 당원들이 실망한 것은 둘째치고 첫번째 대회에서 기선을 제압해 기세좋게 출발하려던 후보들도 머쓱해졌다. 특히 1위가 유력한 것으로 알려졌으나 버니 샌더스에게 밀린 것으로 나온 조 바이든은 주최 측에 해명을 요구했다. 민주당 대선 레이스가 출발부터 삐끗한 것이다.


민주당의 아이오와 코커스 개표 지연은 4년 전에도 있었다. 2016년 2월1일 힐러리 클린턴과 샌더스 후보가 개표 막바지까지 49.8%, 49.6%로 팽팽히 맞서 승자를 선언하지 못했다. 하지만 이 개표 지연은 흥행의 전조였다. 진보 색채가 강한 샌더스 후보는 이후 바람몰이를 하면서 클린턴을 상대로 선전했다.


이번 사고를 놓고 미국의 대선 제도가 한계에 봉착했다는 말이 나온다. 코커스가 갖는 중요도에 비해 그 시스템이 형편없이 낙후됐다는 것이다. 미국 선거제도는 역사적 산물이라 다른 나라와 비교하기 어려울 만큼 독특하다. 요즘 현실과 맞지 않는 점이 많다. 이런 제도의 허점에 앞서 민주당의 실수가 뼈아프다. 트럼프 진영은 당장 “역사상 가장 멍청한 열차 사고”라며 “코커스 하나 제대로 치르지 못하면서 무슨 국가를 경영하겠다는 것이냐”고 조롱했다. 민주당에 대한 신뢰에 의문을 제기하고 경선에 김을 빼려는 의도이다. 5일에는 미 상원에서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탄핵 표결이 있다. 벌써 트럼프의 웃음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이중근 논설위원>

Posted by KHro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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