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적]아르메니아 집단학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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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 국제칼럼

[여적]아르메니아 집단학살

by 경향 신문 2021. 4. 26.

터키의 전신인 오스만제국의 아르메니아인 대학살을 집단학살로 규정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결정을 환영하는 시민들이 24일(현지시간) 워싱턴의 주미 터키대사관 앞에서 시위를 하고 있다. 워싱턴 로이터연합뉴스

집단학살은 ‘제노사이드(genocide)’로 불린다. 라틴어로 인종을 뜻하는 제노스(genos)와 살인(cide)이 합쳐져 만들어졌다. 대량살육을 넘어 인종청소와 민족말살을 동반한 반인류적 범죄를 일컫는다. 독일 나치의 유대인 대학살로 가족을 잃은 폴란드계 유대인 법학자 라파엘 램킨이 1944년 이 용어를 제안했다. 1945년 2차 세계대전 직후 독일 뉘른베르크에서 열린 국제군사재판에서 나치 전범들은 제노사이드 혐의로 기소됐고, 다음해 유엔 총회에서 제노사이드는 ‘문명세계가 비난하는 국제법상 범죄’로 규정됐다.

 

그럼에도 나치의 교훈을 무색하게 하는 제노사이드는 끊이지 않았다. 캄보디아 크메르 루주 정권은 1975년부터 4년간 200만명을 학살했다. 1994년 르완다에서 후투족 출신 대통령이 탄 전용기가 격추되자, 후투족이 투치족을 학살했다.

1990년대 유고슬라비아 해체 과정에서는 ‘보스니아 내전’과 ‘코소보 인종청소’가 벌어졌다. 미얀마군은 2017년 소수민족 로힝야족 수천명을 죽이고, 70만명을 방글라데시로 몰아냈다. 집단학살 피해자인 유대인의 나라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등에 대규모 공습을 벌여 수천명의 민간인을 사살한 혐의로 지난달부터 국제형사재판소(ICC)의 전쟁범죄 조사를 받게 된 것도 아이러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아르메니아 집단학살 추모일인 24일(현지시간) 성명을 통해 터키 전신 오스만제국의 1915년 아르메니아인 학살을 ‘집단학살’로 규정했다. 오스만제국은 당시 아르메니아인 등 소수민족 150만명을 살해하고, 50만명을 시리아 사막으로 추방했다. 집단학살의 대표 사례로 꼽히지만, 국내엔 상대적으로 덜 알려져 있다. 미국과 유럽 다수 국가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회원국인 터키와의 관계 악화를 우려해 집단학살 표현을 기피하거나 자제해온 탓이다.

 

미국의 태도 변화는 바이든 대통령의 인권중시 철학, 터키 정부의 친러시아 행보 견제, 위구르족 탄압 논란을 일으킨 중국 압박 의도가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의도야 어떻든, 인종차별에 대한 국제사회의 인식을 제고한 점은 평가할 만하다. 코로나19로 미국에서 확산되고 있는 아시아인 증오범죄도 자성하고 없어지는 계기가 되길 기대한다.


이용욱 논설위원


 

오피니언 여적 -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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