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적]순자·은주·영옥의 아메리칸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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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 국제칼럼

[여적]순자·은주·영옥의 아메리칸 드림

by 경향 신문 2020. 11. 16.

트위터에 올라 온 영 김(한국명 김영옥)미 연방 하원의원 당선자 당선소감. 트위터 캡쳐

1902년 12월22일 제물포항에서 한국인 101명을 태운 미국 상선 겔릭호가 이듬해 1월 하와이 호놀룰루에 도착했다. 이들의 미국행은 한인 노동자를 파견해달라는 하와이사탕수수재배협회의 요청을 고종이 받아들이면서 이뤄졌다. 사상 첫 미국 이민이었다. 이후 1905년까지 모두 7226명이 미국 이민선에 올랐다. 먹고살기 힘든 조선 땅을 떠나는 그들의 마음 한쪽에는 ‘황금의 땅’ 미국에서 새 삶을 일구겠다는 아메리칸 드림이 자리잡고 있었다.

 

일제강점기 미국 내 한인은 1만명을 넘지 못했다. 일제가 한인의 미국 이주를 막은 데다 미국 또한 1924년부터 한인 이민 금지법을 시행했기 때문이다. 한국전쟁이 끝나고 한국에 주둔한 많은 미군들은 한국 여성과 결혼한 뒤 함께 미국으로 들어갔다. 1990년대 중반까지 미군 남편을 따라 이민간 한국 여성은 9만명이나 됐다. 1965년 미국 이민법 개정은 미국 이민의 또 하나의 변곡점이었다. ‘팍스 아메리카’ 시대를 맞아 너도나도 미국에서의 성공을 꿈꾸며 태평양을 건넜다. 그 결과 미국은 재외동포(2018년 기준 254만명·재외국민 포함)가 가장 많은 국가가 됐다.

 

메릴린 스트리클런드는 1962년 9월 서울 용산에서 태어났다. 어머니가 한국인(김인민)이고 아버지가 미국인(윌리 스트리클런드)인 그는 어릴 때 ‘순자’로 불렸다. 두 살 되던 1964년 본국 부대로 배치된 아버지를 따라갔다. 워싱턴주 타코마 시의원·시장을 역임한 그는 올 연방선거에서 연방하원 의원이 됐다. 동양계는 물론 흑인 여성으로서도 첫 타코마 시장이었다. 그는 지금도 “나는 한국의 딸”이라고 자랑스럽게 말한다.

 

미셸 박 스틸(65·한국명 은주)과 영 김(57·한국명 영옥)도 캘리포니아주에서 나란히 연방의원으로 선출됐다. 두 사람 모두 젊은 날 가족과 함께 미국으로 건너간 1.5세대 한국계 미국인이다. 한인 동포의 미국 연방하원 진출은 앞서 김창준 전 의원(81)이 있었고, 연이어 뉴저지주에서 재선에 성공한 앤디 김 의원(38)도 있다. 그런데 이번에 한국계 여성 3명이 한꺼번에 무더기로 당선된 것이다. 소수민족·여성의 차별을 딛고 성취한 순자·은주·영옥씨의 아메리칸 드림. 120년 미국 이민사에 기록돼야 할 쾌거다.


조운찬 논설위원


 

오피니언 여적 -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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