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적]빌 게이츠의 원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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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 국제칼럼

[여적]빌 게이츠의 원전

by 경향 신문 2021. 2. 16.

미국 마이크로소프트(MS)의 공동창업자 빌게이츠 / 경향신문 자료사진

빌 게이츠(66)는 워낙에도 혁신가이지만 최근 그 면모를 두드러지게 한 것이 기후변화 대처를 위한 청정기술 개발 투자다. 지난 15년간 사비 20억달러를 쏟아부었다. 그중에서 가장 많은 시간과 돈을 들인 분야가 원자력 발전이다. 그는 원전을 온실가스 배출이 0이 되는 넷제로의 관건이라고 주장한다. 차세대 원자로 개발을 위해 2006년 테라파워라는 회사까지 세웠다. 재생에너지를 추구한다면서 원전을 짓는다니 얼핏 모순처럼 들린다.

 

하지만 그가 주장하는 원전은 보통 원전과 다르다. 테라파워가 개발 중인 ‘나트륨’ 원자로는 핵분열이 아닌 핵융합 기술을 활용하는 것이 특징이다. 핵융합은 수소를 원료로 사용하기에 안정적으로 무제한 공급할 수 있다. 냉각재가 물이 아닌 끓는점이 높은 액체 나트륨이어서 사고 걱정이 없다. 도시 인근에 건설해 비용도 4분의 1로 줄일 수 있다. 문제는 실현이 어렵다는 것이다. 게이츠는 당초 중국 국영기업과 이 원자로를 공동개발하려 했지만 도널드 트럼프 정부 시절 미·중 갈등으로 좌초되다시피 했다. 그러다 지난해 10월 미 정부의 투자로 돌파구를 마련했다.

 

게이츠가 다시 한번 원전 개발에 대한 소신을 밝혔다. 16일 전 세계 동시 출간한 <빌 게이츠, 기후재앙을 피하는 법>이라는 책에서 15년간 공부한 기후변화에 관한 지식을 집대성했다. 온실가스 없는 에너지원 찾기가 핵심인데, 그는 연간 배출 온실가스(510억t)의 약 27%를 차지하는 전력 생산에 주목한다. 재생에너지는 비싼 데다 안정적이지 못하고, 원전은 사고 위험이 있지만 현실적인 대안이라는 게 그의 주장이다. “원전은 무시하기에는 너무 중요하다”면서 차세대 원자로를 대안으로 제시한다.

 

게이츠는 재생에너지 신봉자다. 그는 미국 전력 생산의 80%가 재생에너지로 공급되는 날이 올 것이라며 2050년까지 지금보다 5~10배 더 재생에너지 시설을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차세대 원전의 비중은 20%에 그쳐야 한다는 것이다. 원전 논란을 종식하려면 생산 비용이 원전이나 화석에너지보다 낮아질 수 있도록 재생에너지 개발에 투자하는 방법밖에 없다. 게이츠의 원전에 대한 관심을 탈원전 반대 논리로 삼으려는 시각은 아전인수다.

 

조찬제 논설위원


 

오피니언 여적 -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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