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적]미국발 코로나 부유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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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 국제칼럼

[여적]미국발 코로나 부유세

by 경향 신문 2021. 3. 3.

엘리자베스 워런 미국 민주당 상원의원/연합뉴스

세계적인 부자 워런 버핏은 대표적인 부자증세론자다. 그가 2011년 8월 뉴욕타임스에 기고한 글에서 “소득세율이 비서보다도 더 낮다”며 부자증세를 요구한 이야기는 유명하다. 2010년 그가 낸 소득세는 약 694만달러였지만 소득세율(17.4%)은 직원 20명의 평균(36%)보다 크게 낮았다. 그보다 70년 전 미국은 프랭클린 루스벨트 대통령의 제안으로 2만5000달러가 넘는 부분에 90%가 넘는 소득세를 부과하기도 했다.

 

부유세는 부자증세와 결이 다르다. 부과 대상이 이른바 슈퍼부자이며, 기준은 소득이 아닌 순자산이다. 미 상원의원 엘리자베스 워런과 버니 샌더스는 대표적인 부유세 옹호론자다. 두 사람은 지난해 대선의 민주당 경선 후보로 나서며 서로 경쟁하듯 부유세안을 내놨다. 워런안은 5000만~10억달러 미만 자산가에겐 2%, 10억달러 이상 자산가에겐 3% 부과가 핵심이다. 샌더스는 워런안보다 과세 자산 기준은 3200만달러로 낮추되, 100억달러 이상 부자에게 8% 부과로 상한선을 높였다. 두 사람의 부유세안은 경선 탈락으로 물거품이 됐다.

 

코로나19가 부유세 논의를 되살렸다. 워런과 샌더스 등 민주당 의원들이 ‘초부유세법(Ultra-Millionaires Tax Act)’을 지난 1일 발의했다. 내용은 2년 전 워런안과 같다. 다른 것은 미국이 처한 사정이다. 코로나19로 소득 불평등이 더 커졌다. 다른 나라 사정도 마찬가지다. 이 때문에 앞다퉈 증세와 함께 부유세 도입을 본격화하고 있다. 아르헨티나는 지난해 12월 ‘백만장자세’라는 부유세법을 제정했다. 영국도 법인세 및 소득세 인상과 별도로 코로나 봉쇄로 호황을 누린 온라인 기업에 온라인 판매세와 초과이득세를 부과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부유세 도입은 쉽지 않다. 영국 후생경제학자 피구가 1차 세계대전 이후 영국의 국가부채를 갚기 위해 일회성 부유세(25%)를 제안했으나 실패했다. 자본의 영국 탈출, 자산가격 하락 등을 이유로 정부가 반대했기 때문이다. 재닛 옐런 미 재무장관 등도 비슷한 이유로 난색을 표하고 있다. 하지만 미국인 60% 이상이 도입을 지지할 정도로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 코로나19가 바꾼 세상에 대처하려면 새로운 해법이 필요하다.

 

조찬제 논설위원


 

오피니언 여적 - 경향신문

 

news.kh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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