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적]‘투잡’ 퍼스트레이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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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 국제칼럼

[여적]‘투잡’ 퍼스트레이디

by 경향 신문 2020. 11. 9.

지난 2013년 백악관 앞 뜰에서 9.11 테러 희생자를 위해 묵념하는 오바마 대통령 내외와 바이든 부통령 내외 /로이터 연합뉴스

 

‘퍼스트레이디’는 1877년 미국 19대 헤이스 대통령 취임식 보도에서 처음 등장했다. 한 기자가 대통령 부인을 지칭한 게 대중화되고, 그 후 국가원수의 부인을 이르는 말로 자리 잡았다. 퍼스트레이디가 꼭 해야 할 책무는 따로 정해진 게 없다. 대통령의 국내외 활동에 동행하고, 아동·복지·인권 관련 활동이나 친선대사 역할 등을 주로 해 왔다. 2013년 ‘아프리카 퍼스트레이디 회담’에서 만난 미셸 오바마와 로라 부시 여사는 “(퍼스트레이디가) 아마 세계 최고의 직업일 것”이라고 말했다. 나라 안팎의 대소사를 챙기는 남편들과 달리 열정을 가진 일에 더 집중할 수 있다는 이유였다. 무보수지만 영향력과 보람은 결코 작지 않다는 뜻일 테다.

 

미국 역사상 첫 ‘유급 퍼스트레이디’가 나올지 눈길이 쏠린다. 조 바이든의 선거를 돕기 위해 휴직 중인 질 바이든은 남편이 대통령이 되더라도 직장에 복귀하겠다는 뜻을 견지해 왔다. “여사가 아닌 박사로 불러달라”는 그는 20여년간 고등학교 교사로, 그 후 30여년간은 커뮤니티칼리지에서 이민자나 소외계층에 영어를 가르치는 전업교수로 일하고 있다. 그의 휴직은 1981년 출산휴가 후 39년 만이다. 제대로 남편을 내조하지 않아 선거 결과가 좋지 않으면 후회가 클 것이라며 휴직했다.

 

질은 “가르치는 일은 바로 나 자신”이라며 교직을 일생의 본업으로 여겼다.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이 시작될 때도 그는 학생들을 가르친 교실에서 남편 지지 연설을 녹화했다. 2009년부터 8년간 바이든 부통령의 ‘세컨드레이디’일 때도 일을 놓지 않았고, 부통령 전용기에서 학생들의 시험지를 채점한 일화도 있었다. 역대 퍼스트레이디를 연구해 온 미국 오하이오대학 캐서린 젤리슨 교수는 “질은 퍼스트레이디의 역할을 21세기로 가져올 것”이라고 말했다. 일에 대한 질의 태도는 내·외조에 대한 통념도 바꿀 것으로 보인다. 올해 초 휴직 결정 후 그는 “남편이 항상 내 커리어를 지원해 왔는데, 이번엔 내가 그를 지원할 차례”라고 했다. 바이든 당선자는 첫 유세에서 스스로를 “질의 남편”으로 소개했다. 여성의 독립성을 행동으로 보여 온 질은 교육격차 해결을 인생 과업으로 삼고 있다. 대통령 부부의 새로운 리더십이 기대된다.

 

<송현숙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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