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간 여성의 눈물 닦아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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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 국제칼럼

아프간 여성의 눈물 닦아주자

by 경향 신문 2022. 5. 11.

2021년 3월에 발표된 세계경제포럼(WEF) 2021 젠더격차보고서에서 아프가니스탄이 처음으로 지수화되기 시작했다. 아프간은 글로벌 젠더격차지수의 경제 참여와 기회, 교육 수준에서 가장 낮은 순위로 매겨져 156개 국가 중 최하위를 차지하였다. 하지만 처음으로 글로벌 젠더격차보고서의 비교군 국가로 포함되었다는 점에서 아프간 여성 인권의 유의미한 성장이었다. 특히 아프간 의회 내 여성 국회의원 비율이 전체의 27%를 기록하고, 정치적 임파워먼트 부문에서 156개국 중 111위를 차지하는 등 뚜렷한 발전을 보여주던 차였다. 그래서 2021년 8월에 갑작스럽게 전 세계를 놀라게 한 탈레반 복귀 사실은 아프간 여성들의 인권 향상에 힘써온 국내외 페미니즘적 차원에서 받아들이기 힘든 현실이었다.

최근 탈레반이 히잡 쓰기를 법으로 강제하고, 또 공공장소에서 얼굴을 가리는 부르카 착용을 공적으로 언급해 우려스럽다. 이는 정치적인 목적을 위해 ‘신’의 이름으로 이슬람적 가치를 훼손하는 것과 다름없다. 탈레반이 여성들에게 차도르나 부르카 등 가장 보수적인 베일을 쓰도록 강요하는 것은 개인 자치권을 종속시킨다는 메시지를 보내는 동시에 남성과 여성 모두의 사회적 행동을 조정할 수 있다는 능력을 암시하는 효과를 가진다. 과거에도 탈레반 정권하에서 여성뿐 아니라, 아프간 남성들 역시 자유로운 삶을 보장받지 못했다. 여성들의 히잡과 마찬가지로 남성들은 수염과 옷차림으로 끊임없이 종교 경찰의 단속에 시달려야 했다. 최근 탈레반은 20년 전과 같이 여성 친척이 저지른 위반 행위에 대해 남성들을 처벌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남성 보호자의 직장 해고나 투옥 등 추가 처벌 가능성까지 언급하고 있다. 개인의 일상적인 자유를 박탈함으로써 정권의 통제 능력을 과시하는 전형적인 권력 행위로 볼 수 있다.

지난 3월 탈레반은 복장 문제를 핑계로 중·고등학교 여학생들의 등교 결정을 철회하였다. 분노하고 실망한 아프간 여학생들은 울분을 토로했다. 이러한 탈레반 정권의 여성차별적인 정책은 문화상대주의적 관점으로도 용납될 수 없다. 아프간 여성들의 인권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지역적 특성과 이슬람 문화의 배경을 인식하되, 이러한 정책들은 ‘이슬람을 대신 내세운 정치적 문제’임을 보다 명확히 파악할 필요가 있다.

아프간은 2003년 여성차별철폐협약(CEDAW)에 가입하여 지난 20여년 동안 여성 인권 운동에 노력해 왔지만, 다시 정권을 잡은 탈레반은 이 협약의 대부분을 어기고 있다. 국제사회는 아프간 여성에 대한 차별을 철폐하고, 모든 적절한 대책을 마련하도록 탈레반 정권에 더욱 적극적인 압력을 가해야 한다. 1990년대 아프간 여성들의 인권을 위해 탈레반을 외교적으로 소외시켜 그들을 전방위로 압박했던 사례가 초국가적 페미니즘의 성공담으로 남아 있듯이, 다시금 초국가적인 동력을 아프간으로 모아야 할 때다.

정치적인 이유로 종교적 가치를 도구화하는 탈레반 정권에 인권 문제는 협상 불가결한 요소임을 인식시켜야 한다. 지금, 아프간 여성들을 위한 ‘경계 없는 페미니즘’의 연대와 지지가 필요하다.

 

 

구기연 서울대 아시아연구소 연구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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