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을 열며]돌아온 미국과 재무장 노리는 일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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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 국제칼럼

[아침을 열며]돌아온 미국과 재무장 노리는 일본

by 경향 신문 2021. 12. 27.

“미국이 돌아왔다.” 2021년 미국의 대외정책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말이다. 백악관 관계자는 폴리티코에 올해를 ‘재건의 해’라고 표현했다. 도널드 트럼프 전 정권이 망친 대외정책을 정상화하는 한 해였다는 것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취임 첫날 파리기후변화협약 복귀와 세계보건기구(WHO) 재가입을 위한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그는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동맹들과의 손상된 관계를 회복하고, 이란과는 핵합의 복원 협상을 시작했다. 인도·태평양 지역 4자 안보협의체 쿼드 정상들과 회담을 열고, 새로운 3자 안보동맹 오커스를 출범시켰다. 110여개국이 참여하는 민주주의정상회의를 열고 ‘자유세계’의 단합을 과시했다. 재건은 하나의 목표에 맞춰졌다. 미국에 대한 미래의 최대 위협, 중국을 견제하는 것이다.

중국도 대결을 회피하지 않았다. 바이든 정부 출범 후 미·중 고위 당국자의 첫 만남이었던 3월 알래스카 회담은 상징적이었다. 양제츠 중국 공산당 외교담당 정치국원은 중국의 인권 문제를 지적하는 미국을 향해 “흑인 도살”이라는 표현까지 쓰며 국내 인권이나 챙기라고 충고했다. 대국굴기를 택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행보는 거침없었다. 시 주석은 7월 공산당 창당 100주년 연설에서 중국을 압박하려는 이는 “머리가 깨지고 피를 흘릴 것”이라고 경고했다. 결국 2021년은 안보, 경제, 기술, 환경, 보건, 이데올로기 등 전 분야에서 미·중의 전략적 경쟁이 전면화·노골화되는 한 해였다.

세계 1·2위 국가의 패권경쟁이 본격화되면서 지역 정세 불안은 가중되고 있다. 거대한 지각판이 충돌할 때 경계 지역에서 연쇄 지진이 일어나는 것과 비슷한 형국이다. 인도·태평양 지역에서는 중국과 대만의 양안관계가 심각한 상황으로 치닫고 있고 전쟁 가능성까지 거론된다. 올 들어 대만의 방공식별구역에 넘어들어간 중국 군용기가 940여대에 이를 정도로 미국을 등에 업고 독립을 꿈꾸는 대만을 향한 중국의 위협은 계속되고 있다. 중국뿐 아니라 일본, 한국까지 군비경쟁을 가속화하면서 지역 전체가 화약고가 됐다는 지적도 나온다. 유럽에서도 소련 해체 30년을 맞아 옛 영토 우크라이나를 되찾으려는 러시아와 미국·나토 간의 군사적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러시아 침공 시나리오까지 공개되며 일촉즉발의 상황이다.

 

혼란 속에서 일본은 재무장 기회를 노리고 있다. 일본은 중국, 러시아 견제를 위한 미국의 대리국가로서 지역에서 군사활동 반경을 넓히고, 자위대에 묶인 족쇄를 풀어 ‘전쟁을 할 수 있는 나라’로 나아가기 위해 움직이고 있다. 일본은 사거리 1000㎞ 미사일 개발을 추진하기로 했고, 내년도 방위비를 역대 최대인 5조4500억엔(약 55조9500억원)으로 편성했다. 미국의 암묵적 지지하에 전수방위(타국의 공격을 받을 때만 방위력 행사) 방침 폐기 수순에도 돌입했다. 기시다 후미오 총리는 적기지 공격 능력 보유를 위한 논의에 착수했고, 아베 신조 전 총리는 “대만의 유사 사태(전쟁이나 재해 등 비상사태)는 일본과 미국의 유사 사태”라며 양안 간 전쟁 시 일본의 개입을 시사했다. 실제 교도통신은 미국 군사당국이 대만에 유사 상황이 발생하면 일본의 난세이 제도에 거점 기지를 만들고 자위대와 공동 작전을 펼치는 계획을 수립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한국 입장에서 바이든 정부 출범 첫해인 2021년의 대외환경 변화는 그리 반갑지 않았다. 미국의 대외정책 초점이 중국을 중심으로 이란, 아프가니스탄 문제에 맞춰지면서 북핵 문제는 후순위로 밀렸다. 미·중 패권경쟁이 고조되면서 강대국 사이에 낀 한국의 입지는 좁아졌다. 특히 패권경쟁이 안보 영역뿐 아니라 경제, 기술 등의 분야로 확장되면서 ‘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이란 구분도 불가능해졌다. 그 와중에 일본은 다시 전쟁 가능한 나라로 돌아갈 기회를 잡았다.

 

대외환경의 변화는 위기이지만 대응 여하에 따라 기회가 될 수도 있다. 당연히 냉철한 상황인식과 전략적 사고가 필요하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는 종전선언에 매달리다 임기 마지막 해의 대부분을 보내버렸다. 내년 3월 대선을 앞두고도 외교안보 정책 논의를 찾아볼 수가 없다. 미·중 패권경쟁에 대한 상황인식과 대응방안, 양안 갈등 대처방안, 한·일관계 변화 방향 등에 대한 대선 후보들의 큰 그림이 있는지도 의문이다. 이러다가 2022년 다음 정권에서도 변화의 파도에 휩쓸려 이리저리 떠다니지 않을지 걱정이다.

 

박영환 국제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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