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냉전의 여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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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칼럼=====/강상중 칼럼

신냉전의 여파

by 경향 신문 2014. 3. 25.

우크라이나로부터의 독립을 결정한 크림자치공화국 국민투표 결과로, 러시아와 미국·유럽과의 심각한 대립이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푸틴 정권이 크림공화국의 러시아 합병을 결정한데 이어 추가로 우크라이나 동부지역에 크림과 비슷한 현상이 도미노처럼 일어나게 된다면 우크라이나를 둘러싼 지정학적인 균열이 새로운 냉전으로 발전할지 모른다. 그렇게 된다면 냉전 붕괴 후의 국제질서가, 다시 새로운 냉전의 얼음 속에 갇히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문제는 신냉전으로 향할지 모를 국제관계의 변화가 한반도에 심각한 영향을 미칠지도 모른다는 점이다. 우선 미·유럽연합(EU)의 러시아 제재가 심각해지면 러시아는 필연적으로 활로를 동아시아에서 찾으려 할 것이다. 북한의 핵시설을 압박하는 6자회담 회원국에 한국의 에너지 공급원으로 중요한 역할을 해온 러시아가 아시아 회귀를 강화하면, 아시아·태평양 국가를 자임하면서 대두하는 중국을 겨냥한 ‘재균형 정책’을 내걸어온 미국과의 지정학적 대립은 피하기 어려울 것이다. 신냉전이 동아시아까지 불똥이 튀면서 양자의 파워게임이 치열하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 경우 미국에도 러시아에도 중국과의 관계가 매우 중요해지지 않을 수 없다. 미국과의 ‘신형대국관계’를 목표로 해온 중국은, 동시에 러시아와의 전략적인 파트너십을 맺고 있어, 세 대국의 파워게임은 보다 복잡하게 될 것이다. 이 경우 러시아는 미국과 대립하는 북한에 보다 접근할 가능성이 있고, 또 북한 문제를 중시하는 중국에 러시아가 다가설 가능성도 생각할 수 있다. 중국은 러시아 카드를 지렛대로 미국에 보다 유연한 대북정책을 요구할지도 모른다.

우크라이나 해군 초계함 흐멜니츠키함에 러시아국기 게양하는 러시아군 (출처 :AP연합뉴스)


더 복잡한 것은, 러시아가 북한에 접근할 경우 북한이 중국의 견제에 맞서 러시아 카드를 들고 나올 경우다. 장성택 숙청에서 드러나듯, 북·중 관계는 우호관계가 아니라 뿌리 깊은 불신과 긴장을 품고 있었음이 분명해졌다. 과거 김일성이 중·소 대립의 틈을 교묘히 극복했던 것처럼 김정은도 중·러와 미국간의 대립에서 활로를 찾아낼 수도 있다. 신냉전이 현실화된다면 북한이 보다 선택지를 넓히는 결과가 될지 모르는 것이다.

그렇다면 일본은 어떻게 나올 것인가. 아베 정권의 역사수정주의적 내셔널리즘의 움직임은, 한국·중국뿐 아니라 미국에도 경계심을 가져오게 됐다. 그러나 미국은 일본의 집단적 자위권 행사 용인을 포함해 헌법을 개정하고 미국의 군사적인 역할 분담에 응하는 것을 환영하고 있다. 한편, 아베 정권은 오바마 정부와 역사인식 및 근린제국과의 태도에서 미묘한 차이와 대립을 보이면서 러시아 푸틴 정권에 접근을 모색하고 있고, 이 움직임에 대해 미국은 이전보다 훨씬 민감해져 있다고 생각된다. 본래 아베 정권의 러시아 접근 목적은 북방영토(쿠릴열도) 문제에서 공적을 남기는 것과 동시에 중국에 대한 견제력을 강화하는데 있다고 생각된다. 단순화하면 아베 외교의 기축은, 대중국 견제 또는 그 파워를 줄이는 봉쇄정책에 있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그러나 푸틴 정권에 대한 접근은, 신냉전적인 지정학적 대립으로 말미암아 일본에 매우 리스크가 큰 선택이 되고 있다.

만약, 대러시아 제재를 둘러싸고 미국·유럽과의 보조가 맞지 않을 경우 아베 정권은 대미 동맹관계에서 궁지에 빠지게 될 수 있고, 미국에게 중국의 존재가 보다 중시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이런 점도 있어서인지, 아베 정권은 북한과의 비공식적인 루트를 활발하게 해 일본 국민의 큰 관심사인 납치문제 해결을 향해 달리기 시작했다. 납치문제가 일본의 비원(悲願)이라고 해도 북한과의 관계회복을 향한 움직임이, 중국과 한국에 대한 간접적 견제를 의도하고 있음에 틀림없다.

이렇듯 신냉전의 여파는 한반도를 둘러싼 국제관계에 파문을 던지고 있고, 이런 가운데 박근혜 대통령은 핵안보정상회의가 열리는 헤이그를 방문했다. 신냉전의 새로운 구도를 읽는 한, 중국과 밀접한 관계를 가져온 한국은 중국과 대립해온 일본보다 유리한 입장에 있다. ‘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식으로 미·중과 친선관계를 유지해온 한국은 미·러 대립의 지정학적 변화 속에서 미국에도 중국에도 지금보다 더 중요한 위치를 점하게 되는 것 아닐까. 이를 위해 한국은 북한과 원칙에 기초한 적극적인 교류와 긴장완화를 꾀하고, 주변 대국의 개입 여지가 없는 남북관계를 구축해야 한다. 박 대통령이 헤이그에 이어 방문하는 베를린에서 남북관계에 대해 어떤 독트린을 제시하게 될 것인가, 주목하고 싶다.


강상중 | 일본 세이가쿠인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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