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노이의 아침이 밝았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세계사를 새로 쓰고 있다. 일각의 방해와 폄훼를 뒤로하고 이 두 인물은 여기까지 왔고, 또 거대한 한 걸음을 함께 내디딜 것이다.

 

회담은 핵동결과 핵봉인 단계를 중간 목표로 삼고 있다. 이후 핵폐기와 핵신고로 모든 비핵화를 마무리하는 것이다. 이는 매우 중요한 변화다. 완전한 비핵화까지의 일정표가 윤곽을 잡아가기 때문이다. 북·미 간 관계정상화도 일정표가 있다.

 

베트남 케이스는 북한 개혁·개방의 이정표다. 베트남 경제발전의 관건은 외자 유치였다. 베트남은 1986년 도이머이를 개시했지만, 1995년 미국과 수교하고 나서야 활발한 외자 유치에 성공했고 마침내 경제발전이 본격화되었다. 이번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에서 이익대표부 설치를 합의한다면, 베트남의 경우처럼 북·미수교와 대북 제재의 전면적 해제, 그리고 활발한 국제투자로 이어질 것이다. 머지않은 미래다.

 

엊그제 문재인 대통령이 동아시아 질서의 근본적 변화와 신한반도 체제를 이야기했다. 동아시아 신질서의 주도권을 이야기했다. 3·1절에 구체화되겠지만, 한민족의 새로운 100년을 이야기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차 북·미 정상회담을 앞둔 26일 베트남 랑선성 동당역에 도착한 뒤 경호원들의 호위 속에 이동하면서 현지 관계자들에게 손을 흔들어 인사하고 있다. 동당 _ 연합뉴스

 

북·미 하노이선언 이후 필연적으로 다가올 동아시아 신질서를 또렷이 응시할 때다. 냉전체제에선 ‘소련-중국-북한’ 대 ‘미국-일본-남한’이 대립하는 질서였다. 북·미관계 정상화 후 이 질서는 비현실적이다. 동아시아의 냉전 스위치가 꺼지면, 동아시아의 낡은 질서는 해체된다. 신질서에서는 무엇보다 6자 경제공동체가 핵심이다.

 

시작은 북한 개발이다. 미국, 일본, 중국, 러시아 등 주변국 민간 기업이 모두 참여하게 될 것이다. 이미 미국의 민간은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미국은 국제부흥개발은행을 활용한 지원 방식도 추진할 것이다. 민간 기업들이 독자적으로 또는 한국 기업과 손잡고 송·배전망 개보수, 화력·태양광·풍력발전소 건설, 항만 개보수·신축 등에 참여할 수 있다. 자원개발이나 관광·레저 사업, 제조업과 IT 첨단산업에도 뛰어들 수 있다. 머잖아 철도공동체를 시작으로 6개국의 경제협력기구 창설로 이어질 것이다. 이러한 경제협력과 개발은 2차대전 직후 미국 정부가 일방적으로 지원한 마셜 플랜이 아니다. 마셜 플랜은 엄밀히 냉전 전략이었다. 앨빈 토플러의 예언이 맞다면, 동아시아는 북미권, 유럽권을 능가하는 새로운 성장지대가 될 것이다. 여기에 한민족 번영의 기회가 있다.

 

가까운 미래를 철저하게 준비해야 할 때다. 한반도 신경제를 근거로 동아시아 신경제 건설의 이니셔티브를 쥐어야 한다. 그래야 정치적인 통일이 아니어도 경제를 통해 민족을 회복할 수 있다.

 

이때 우리가 지향해야 할 민족주의는 무엇일까. 과거 저항적 민족주의가 제국주의 시대를 이겨낼 독립과 생존의 깃발이었다면, 구제국주의가 사라진 오늘날, 신자유주의 세계화 20년 이후의 민족주의는 철저한 민족이기주의, 배타적 국수주의로 왜곡되고 있다. 과연 세계는 어디로 가야 하는가.

 

한반도에선 상황이 다르다. 대한민국의 이념적 기준이던 북한 변수는 현저히 약화될 것으로 보인다. 마찬가지로 북한에서의 미국 변수도 빠르게 호전될 것이다. 다소의 혼란이 있겠으나 남북한의 ‘마음의 통일’은 한반도 신경제를 통한 민족의 회복에 의해 가능하다.

 

민족의 회복에서 한발 더 나아가면 새로운 민족이 있다. 낡은 민족주의나 왜곡된 민족주의와 달리 우리 민족은 새로운 민족주의에 가장 가까이 다가서고 있다. 동아시아 신질서가 내장해야 할 이념은, 폭력적 세계화가 아니라 호혜적 세계화여야 한다. 배타적 국수주의가 아니라 새로운 민족주의여야 한다. 새로운 민족주의는 전쟁을 반대한다. 새로운 민족주의는 개방적이고 포용적이며 인류의 공동번영을 지향한다. 한반도가 동아시아 새 역사의 주역이다.

 

<최민식 |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 정책위원장>

 

Posted by KHro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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