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제민의 워싱턴 리포트]‘충동 장애 트럼프보단 낫다’…75년 만에 민주당 지지한 보수 언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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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제민의 워싱턴 리포트]‘충동 장애 트럼프보단 낫다’…75년 만에 민주당 지지한 보수 언론

by 경향 신문 2016. 9. 9.

미국 신문들은 오래전부터 사설을 통해 선거에서 특정 후보 지지 선언을 해오고 있다. 이번 선거도 예외가 아니다. 뉴욕타임스가 이미 경선 과정에서 민주당 힐러리 클린턴 지지를 선언했고, 워싱턴포스트는 ‘트럼프에 반대한다’는 사설을 통해 클린턴 지지 의사를 밝혔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지난달 말 사설에서 ‘둘 다 대통령으로 적합하지 않다’는 입장을 내놨다. 그 와중에 가장 임팩트가 클 것으로 예상되는 한 신문의 지지 선언이 나왔다. 공화당 텃밭인 텍사스에서 보수적 논조를 고집해온 댈러스모닝뉴스가 7일(현지시간) 사설을 통해 클린턴 지지를 선언했다.

 

 

2016년 미국 대선에서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후보를 지지한다고 밝힌 댈러스모닝뉴스 사설. 댈러스모닝뉴스 웹사이트 캡처

 

미국 20대 일간지 중 하나로 구독자 수가 40만명가량인 이 신문은 “쉽지 않은 결정”이었다면서 75년 만에 처음으로 민주당 대선후보를 지지한다고 밝혔다. 이 신문은 민주당의 큰 정부론과 규제 강화 공약이 개인의 자유와 자유시장에 대한 자사의 신념과 맞지 않고, 클린턴의 정직성과 판단력 등에 개인적 결함이 있음을 인정하면서도 “충동조절 장애”를 겪는 트럼프보다는 낫다고 판단했다. 또 클린턴이 상원의원, 국무장관을 지내면서 “잘 알려진 사람(a known quantity)”이 됐다며, 초당적 문제 해결 노력과 외교 역량을 인정했다.

 

트럼프는 아직 특별한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이번 대선은 기성 정당뿐만 아니라 기성 언론들의 수난 시대로 기록되고 있다. 경선 과정에서 주류 언론의 예측은 대부분 틀렸고, 기득권의 일부라는 따가운 시선을 받고 있다. 게다가 신문 독자 수의 감소로 영향력도 줄어들고 있다. 신문의 지지 선언이 미칠 영향은 제한적일 수밖에 없으며 이 신문의 사설을 보고 텍사스주가 38명의 선거인단을 클린턴에게 줄 것이라 보기도 어렵다.

 

하지만 이 신문의 선언은 다른 일간지, 방송뿐만 아니라 복스나 허핑턴포스트 등 온라인 매체를 통해 널리 전파되면서 이날 미국에서 가장 많이 읽힌 뉴스 중 하나가 됐다. 내용이 의외였기 때문이다. 댈러스모닝뉴스는 1940년 대선에서 프랭클린 루스벨트를 지지한 뒤 민주당 대선후보를 지지한 적이 없다.

 

당시는 2차 세계대전 중이었고, 온 미국이 ‘전쟁 중에는 장수를 바꾸지 않는다’며 압도적으로 루스벨트의 3연임을 지지했다. 미국 역사상 3연임 대통령은 루스벨트가 유일하다.

 

그 이후 이 신문이 공화당 후보 지지를 선언하지 않은 경우는 딱 한번이다. 공화당의 배리 골드워터와 민주당의 린든 존슨이 맞붙은 1964년 선거 때 이 신문은 지지 선언을 하지 않았다. 골드워터는 트럼프에 맞먹는 포퓰리스트였다. 결과는 현직 대통령 존슨의 승리였다. 댈러스모닝뉴스의 논설위원들은 52년 만에 비장의 카드를 쓴 셈이다. 그들의 의도가 적중했는지는 두 달 뒤에 알 수 있다.

 

손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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